지난주 TLC(트리플-레벨 셀) 낸드 플래시를 탑재한 크루셜의 BX200 SSD가 발표됐다. 이 외에도 다양한 TLC 기반 SSD들이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TLC 기반 SSD들에는 가격이 저렴한 것 이상의 허점이 숨어 있곤 한다.
사실 TLC SSD들의 성능은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좋다. 하지만 TLC 드라이브로 대량의 데이터를 복사하고 작동시켜보면 아마 무언가 불편함, 즉 깜짝 놀랄만한 속도 저하를 느끼게 될 것이다. 몇몇 SSD에서는 이런 현상이 비교적 덜하지만 최근 출시된 많은 TLC 드라이브들에서 이런 갑작스러운 속도 저하가 나타나고 있다. SSD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착각하게 될 정도다. 문제는 고장이라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캐시 문제
지난 몇 년 간 SSD는 전반적인 시스템 성능 향상을 가져온다는 격찬을 받아왔다. 아주 빠른 랜덤 접근 시간과 하드드라이브보다 3배 이상 빠른 연속 쓰기 속도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쓰기 속도 향상은 백업과 대형 파일 작업을 훨씬 간편하게 해줬다.
하지만 그런 SSD의 명성은 SLC(싱글-레벨 셀/1-비트)나 더욱 흔한 MLC(멀티-레벨 셀/2-비트) 낸드의 특성이었고 비교적 신제품인 TLC 낸드의 이야기는 아니다. TLC는 셀 하나당 3-비트를 저장해 같은 폼팩터의 SSD에서 데이터를 더욱 집적시켜 더 많은 용량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연속 쓰기 속도 성능은 비교적 떨어지는데, 몇몇 경우에는 그 정도가 심하다.
TLC의 쓰기 성능을 극복하기 위해 벤더들은 상당량의 SLC 나 DRAM을 이용해 캐시로 사용한다. 드라이브에 기록되는 데이터의 양이 캐시 양을 넘지 않는다면 모든 건 문제가 없이 돌아간다. 벤더가 주장하는 성능을 그대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데이터가 캐시를 넘어서게 되는 순간 바로 TLC로 직접 기록하게 되고 성능도 그에 따라 크게 떨어지게 된다.
(용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삼성의 840이나 850 EVO 제품 같은 경우 그 성능 하락폭은 그리 크지 않았다. 20GB 복사 테스트에서 400MBps에서 300MBps로 비교적 소폭 떨어졌다. 그러나 다른 사례에서의 성능 하락폭은 놀라운 (고통스러운) 수준이었다. 다음 표에서 볼 수 있듯 크루셜 BX200의 연속 쓰기 성능은 캐시가 넘친 상황에서 400MBps에서 80MBps로 대폭 하락했다.
성능 하락은 데이터의 양이 크루셜 BX200의 캐시를 넘어서는 순간 발생한다. 480GB 모델은 6GB, 960BB 모델은 12GB가 그 기준선이다.
용량이 작은 드라이브들은 캐시도 더 작아서 TLC에 직접 가해지는 빈도가 훨씬 잦아진다. BX200의 사례에서 960GB 모델은 12GB의 캐시를 가지고 있고, 480GB 모델은 6GB, 240GB 모델은 겨우 3GB밖에 되지 않는다. 위에서 볼 수 있듯 480GB BX200모델의 성능은 6GB 선에서, 960GB BX200모델은 12GB에서 문턱에 걸린다. 이런 현상은 모든 TLC 드라이브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
언유주얼 서스펙트
TLC는 2년 전 삼성의 840 EVO SSD 제품을 통해 처음 시장에 나왔다. 삼성은 성능상 문제를 대놓고 광고하지는 않았지만 문제 자체에 대해서는 솔직했다. 다음 표는 캐시에 쓸 때(터보 라이트)와 TLC에 바로 쓸 때의 성능을 밝힌 삼성 측의 자료다.
여기에서 터보 라이트(Turbo Wirte) 캐시가 만들어내는 840 EVO의 성능 차이를 볼 수 있다.
다음은 V-낸드 TLC가 사용된 신형 850 EVO(256GB) SSD의 1GB와 10GB 벤치마크 결과다.
(숫자가 높을수록 우수)
이 정도의 성능 하락은 심각하지는 않으며 연속 쓰기 성능도 감내할만한 수준이다. 그랬기 때문에 당시 이 문제가 크게 뉴스로 불거지지 않았다. 그리고 850 EVO는 가격이 더 저렴하다.
이제 싱글-레이어 TLC 낸드를 탑재한 도시바의 신형 Q300 (Q300 프로가 아니다)의 테스트 결과를 보자.
(숫자가 높을수록 우수)
1GB 데이터의 연속 쓰기 성능은 459MBps지만 10GB 데이터에서는 146MBps로 떨어진다. 이정도 하락은 BX200보다는 낫지만 그 하락이 더 일찍 발생하고 겨우 최고급 하드드라이브의 속도밖에 내지 못한다.
다음에서는 (킹스턴 하이퍼X 새비지) MLC 드라이브가 대규모 데이터 기록에 있어서 TLC와 비교해 얼마나 더 바른지를 볼 수 있다. 20GB 쓰기 속도에 주목해보자. 도시바 Q300의 960GB 버전은 듀얼-하드드라이브, RAID 0 외장 USB 3.0 드라이브보다도 실제로 성능이 낮다.
20GB 복사 테스트는 TLC 쓰기의 속도 저하를 보여준다. 850 EVO 제품에서는 비교적 하락폭이 적은 편이었지만 심각했던 제품도 있다. 초록색 막대는 외장 USB 3.0 RAID 0 드라이브로, 얼마나 속도가 느려질 수 있는지를 비교해 보여주고 있다. (숫자가 낮을수록 우수)
할인된 성능보다 적은 가격 할인
이제 TLC의 연속 쓰기 성능 하락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으니 가격과 연관시켜 생각해보자. 읽기 성능과 상당부분의 쓰기 작업은 SSD를 쓸만하지만 연속 쓰기 성능 하락 문제가 당신에게 얼마나 자주 문제가 될까, 그리고 그런 성능 하락을 감수함으로써 얼마나 돈을 아낄 수 있을까?
삼성의 TLC 드라이브에서는 840 EVO의 120GB와 240GB 버전을 제외하면 TLC에 직접 쓸 때에도 성능 하락 폭은 어느 정도 감수할 만 했다. 가격도 현재로서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서는 더 우수한 연속 쓰기 성능을 가지면서도 더 가격대가 저렴한 MLC 드라이브들이 등장하고 있다.
(도시바에서 만든) OCZ 트라이온, 도시바 Q300 크루셜 BX200, 그리고 대부분의 기타 싱글-레이어 TLC 낸드 SSD에서 문제는 조금 복잡해진다. 드라이브에 얼마나 기록하게 될지는 당신만이 안다. 대부분의 일상적인 작업과 가벼운 컴퓨팅 작업에는 전혀 영향 받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이나 영화를 드라이브로 복사하거나 OS 설치, 백업 등의 작업에서는 성능이 대폭 하락할 것이다.
가격이 진정한 관건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성능 하락을 정당화할 정도로 저렴한 제품은 없다. 960GB 용량의 BX200이 300달러지만, 같은 회사의 MLC 기반 MX200 SSD를 겨우 20달러만 더 내면 살 수 있다.
이제 SSD 시장은 격변기로 접어드는 것으로 관측된다. 싱글-레이어 TLC SSD의 가격이 대폭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가격 하락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엔트리급 MLC-기반 드라이브를 구입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제안한다.
* Jon L. Jacobi는 줄리어드 음대를 졸업한 음악가이자 프로그래머이며 컴퓨터 분야 전문 기고가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