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조직과 테러 집단이 국경을 넘나드는 불법 자금의 흐름을 감추고자 국제 무역을 이용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은 이러한 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지난 10여 년 간 세계 각국의 정부들은 국제 범죄 집단과 테러 집단으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이 국경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일명 ‘돈세탁’이라고 하는 행위를 근절하고 대테러 자금 조달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자금세탁방지(AML, Anti Money Laundering) 노력이 어느 정도 빛을 보자 범죄 집단들은 이제 정식 금융기관을 거치는 대신 복잡한 해외 무역 절차를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그런데 PwC US에 따르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러한 범죄 활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
최근 PwC는 ‘무역 금융 시스템의 자금세탁 리스크(Goods gone bad: Addressing money-laundering risk in the trade finance system)’라는 제목의 백서를 발행했으며, 이 회사 고급 리스크 및 컴플라이언스 분석(Advanced Risk & Compliance Analytics) 담당 매니징 디렉터인 비커스 애거월은 “오늘날 범죄 조직들의 돈세탁 활동은 테러집단 자금 지원 및 국제 제재를 피하기 위한 노력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돈세탁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애거월은 “범죄 집단이 검거를 피하기 위해 점점 더 교묘한 수법을 쓰고 있다. 따라서 금융 기관들은 고급 분석 및 통계 기술을 갖추고 이들보다 두, 세 걸음 앞서 가야 한다. 돈세탁은 국가를 막론하고 모든 기업 이사회 및 경영진들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범죄 집단, 테러 조직들이 자금 흐름을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해외 무역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말 그대로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기’이기 때문이다. 18조 3,000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의 무역 비즈니스는 “금융, 운송, 보험 등 다양한 이해 관계가 얽히고 설킨 다중, 다각적인 비즈니스로 법 제도, 세관 절차, 사용 언어, 수 세기 동안 변하지 않은 국가별 전통 및 관행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고 PwC는 전했다.
돈의 흐름을 주시하다
이 시스템을 이용해 범죄자들이 얼마나 많은 규모의 자금을 세탁하는지를 명확히 정량화하기엔 한계가 있다. PwC는 국제 청렴 금융 기구(GFI, Global Financial Integrity)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무역을 이용한 자금세탁(TBML, Trade-Based Money Laundering) 규모가 2002년 2,000억 달러에서 2011년에는 6,000억 달러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는 개도국 불법 자금 흐름의 80%를 차지하는 수치다. GFI는 2012년에는 이러한 불법 활동이 더욱 활발해져 중국 내 송장 가격의 과다 청구(over-invoicing, 가장 일반적인 TBML 수법 중 하나다) 규모만 1,01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경향의 주요 원인은 무역 금융 시장의 낙후성에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모든 산업들이 기술, 데이터에 기반해 인프라를 재구성하는 동안에도 무역 금융 부문은 여전히 종이 문서와 구형 시스템, 관습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방법이 수십 년간 그 효과를 보여왔고 전 세계적인 신뢰를 얻게 해준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무역 금융은 동시에 매우 불투명한 분야라고 PwC는 말했다. 이런 특성이 특히 자금세탁방지 노력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일례로, 무역 금융의 기존 절차가 고객파악(KYC ; Know-your-customer) 절차나 거래 승인 전 고객 문서 검토 등과 같은 AML의 관계 관리 절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처럼 문서 위주의 환경에서는 자금세탁방지를 전적으로 수작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실수가 발생하기 쉽다. 이미 기존에 존재하는 ‘위험요소 체크리스트’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이 거래 내역을 일일이 확인하고 혹시라도 문지의 소지가 생길 경우 이를 검토하는 것 역시 사람이 수작업으로 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데이터 공유의 필요성
상황은 다른 요인들 때문에 더욱 악화되고 있다. 세관과 국세청, 사법기관 간의 데이터 공유는 미비하고, AML 절차에 대한 지나친 의존 역시 자금 밀수와 금융 시스템의 악용을 용이하게 한다. PwC는 데이터 공유, 텍스트 분석, 데이터 분석을 통한 타깃형 TBML 공격 대응책을 개발하려는 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TBML 기법의 구체적인 양상은 어떤 모습일까? 여기 그 대표적인 기법들을 소개한다.
• 과소 청구(under-invoicing) : 수출 상품의 송장 가격을 실제 거래 가격보다 낮게 기재하는 방법이다. 수입업자가 제품을 받아 오픈 마켓에서 판매했을 때 받는 가격보다 수입 상품 가격이 내려간다.
• 과다 청구(over invoicing) : 첫 번째 방법과 똑같되 수입업자와 수출업자의 입장만 바뀐 경우다. 수출업자가 실제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무역 상품 가격을 송장에 적는다.
• 다중 청구(multiple invoicing) : 자금 세탁이나 테러단체 자금 지원 시 하나의 무역 거래에 대해 여러 개의 송장을 기재해 한 제품에 대해 다중 지불을 할 수 있게 만든다. “결제를 여러 금융기관에서 따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적발이 어렵고 적발될 경우에도 빠져나갈 구실을 마련해 놓는 것(납기일 수정, 연체료 지불 등)’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하고 있다.
• 과선적, 선적량 부족(over- and under-shipment) : 경우에 따라서는 배송된 물품의 양을 주고받은 금액보다 적거나 많게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 PwC는 허위 선적(phantom shipping)을 예로 들며 실제로는 물품을 전혀 보내지 않고 배송 및 세관 관련 서류상으로만 물건을 주고받았다고 표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 상품 설명 왜곡(False description of trade goods) : 이 경우 제품의 종류나 개수를 의도적으로 틀리게 이야기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송장 및 세관 서류에 올라가 있는 값비싼 제품을 값싼 제품으로 바꿔 치기 할 수 있다.
• 비공식 송금시스템(Informal money transfer systems, IMTS) : 범죄 집단, 테러 집단들이 애용해 온 방법이다. PwC는 콜롬비아의 암시장 페소 환전소(BMPE, black Market Peso Exchange)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콜럼비아 정부의 엄격한 환율 정책을 피하기 위해 콜럼비아 기업들이 고안한 방법으로 브로커에게 달러를 팔면 이를 남아메리카에 제품 운송을 위해 미국 달러가 필요한 콜럼비아 기업들에게 페소를 받고 교환해주는 형태다. 콜럼비아 마약상들만 이런 방식을 이용해 송금하는 것이 아니다. PwC에 따르면, 전 세계 곳곳에 이와 비슷한 형태의 환전 시스템이 존재하며 인도의 하왈라헌디(hawalahundi)를 비롯해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등지에도 비슷한 시스템이 있다.
자신들의 진짜 활동을 감추기 위해 범죄자들은 다양한 전략을 사용한다. 유령 회사를 설립하거나, 차명 계좌를 이용하고, 현물 거래를 진행하거나 고-위험 저-규제 환경의 개발도상 시장에서 무역을 진행하며, 법인의 신규 설립이 용이한 자유 무역 지대를 이용하는 등 그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모든 조건을 활용한다.
그렇다면, 빅데이터의 역할은?
18조 달러에 육박하는 이 어마어마한 무역 거래에서 빅데이터 분석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우선 선하증권, 송장, 보험 증명, 세관 검사 증명서, 원산지 증명서 등 무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서들이 있다. 이러한 수많은 문서들 때문에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파악하기 힘들어지면서 허점이 생길 수 있다.
“TBML에 대한 전 세계적 규모의 원스톱 솔루션 같은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나마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솔루션은 국제 무역을 하는 모든 기관들에 은행과 같은 규제 준수를 의무화 하는 것이다”라고 PwC는 제안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는 금융 거래 전반에 걸쳐 투명성을 확보할 수는 있겠지만, 합법적 무역 활동을 하는 무역 업자들과 그 파트너들에게까지 불필요한 형식 절차를 강요하는 것이라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TBML 문제의 특성상 수량화가 어렵기 때문에 이처럼 비용도 많이 들고, 복잡한 솔루션을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즉 국제적 규모의 규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제적 규모의 빅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것이다”라고 PwC는 설명했다.
다시 말해 자동화된 반-TBML 모니터링 프로그램(시스템 내/외부의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추출, 분석하는)의 필요하다는 것이다.
PwC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하나의 자동화 프로세스로써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 영역들과 적절히 융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그램은 다음의 선진 기술을 활용해 시스템에 정착할 수 있다:
• 텍스트 분석 : 대규모 거래 자료를 효율적으로 모니터링 하기 위해서는 텍스트 자료에서 데이터를 추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
• 웹 분석 및 웹 크롤링(Web-crawling) : 이 툴들은 웹에서 배송, 관세 내역을 검토하고 그것을 관련 문서들과 비교하는데 도움을 준다.
• 단위 가격 분석 : 단위 가격 분석은 일종의 통계적 접근법으로, 공공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특정 거래의 단위 가격이 일반적인 국제/지역 가격과 큰 차이를 보이는 사례를 포착해낸다.
• 단위 무게 분석 : 이는 배송 상품의 과적 혹은 미적을 통한 가치 차액 횡령 시도를 포착해낼 수 있는 기술이다.
• 거래 파트너 및 항만 네트워크(관계) 분석 : 기업용 분석 툴을 이용하면 무역 파트너나 항만, 혹은 무역 주기 등에서 기타 관계자들 간의 숨겨진 관계를 포착해낼 수 있다. 유령 회사나 부정 행위를 확인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 국제 무역 및 국가 프로파일링 분석 : 공식적으로 공개된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국가가 수출입하는 제품군에 대한 프로필을 만들고 이를 통해 TBML 활동의 낌새가 보이는 거래를 색출해낸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