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대기업이 ‘완전 원격근무’를 도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기업 문화와 직원들의 소속감 및 유대감에 악영향을 미칠까?
트위터부터 메타, 에어비앤비, 3M, 아틀라시안, 리프트, SAP, 슬랙, 스포티파이, VM웨어까지 완전 원격근무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다시 말해, 가상 환경에서 일하길 원하는 직원들의 니즈에 따라 사무실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원격으로 관리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다. 소규모 회사도 원격근무를 전면 도입하고 있다. 취업 컨설팅 사이트 리모트닷컴(Remote.co)에서는 완전히 가상으로 운영되는 25곳의 소규모 회사 리스트를 제공한다.
가장 최근 사무실을 폐쇄한 기업으로는 옐프가 있다. 지난 6월 이 리뷰 플랫폼은 뉴욕, 시카고, 워싱턴의 사무실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사무실 3곳의 총 주간 평균 사용률은 2% 미만이었다. 옐프의 CEO 제레미 스토플만은 ‘일의 미래는 원격이다(The future of work is remote)’라는 제목의 게시물에서 “직원들이 원격근무를 선호한다는 가장 확실한 신호는 사무실의 사용률 감소였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분산된 원격 워크플레이스를 통해 비즈니스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원격근무를 통해 더 생산적일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스토플만에 따르면 사무실 폐쇄 전 옐프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86%가 원격근무를 대부분 또는 항상 선호한다고 말했으며, 87%는 원격근무가 더 효과적이라고 답했고, 직원 및 관리자의 93%는 (원격근무를 하더라도) 여전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직원들은 원격근무에 만족하고 있다. 원격근무를 하지 않았다면 출퇴근에 할애했을 귀중한 시간을 가장 의미 있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드롭박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부터 ‘버추얼 퍼스트(Virtual First)’를 선언했으며, 당시 이 회사는 원격근무가 “모든 직원의 주된 경험이자 일상적인 기본 환경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드롭박스의 대변인은 “전통적인 근무 방식이 영원히 바뀌었다고 본다. 직원 대부분의 주된 근무 방식은 원격이 됐다”라고 전했다.
지난 2020년 10월 드롭박스는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conomist Intelligence Unit)에 연구를 의뢰했다. 해당 연구에 의하면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일할 때와 마찬가지로 집에서도 집중하고, 활발하게 소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드롭박스는 버추얼 퍼스트 워크플레이스로 전환한 후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최근 직원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78%가 버추얼 퍼스트로 근무할 때 더 생산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버추얼 퍼스트) 시행 이후 생산성이 두 자릿수나 증가했다. 분산된 팀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분산된 인력이 되면서 이러한 생산성 향상은 고객에게 순전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드롭박스의 내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대부분의 직원들은 집에서 더 생산적이라고 답했으며(약 90%), 직원들은 이전의 5일 사무실 근무제로 복귀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버추얼 퍼스트의 핵심은 의도적인 대면 연결이다”라면서, “대부분의 원격 환경에서도 여전히 생산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대면 연결을 대체할 방법은 없었다. 이는 팀의 문화와 창의성을 조성하는 데 중요하다. 따라서 팀 협업과 연결에 맞게 사무실을 최적화하고 ‘스튜디오(Studio)’라고 이름 붙였다. 예를 들어 개인 책상을 없애고 회의실과 개방된 협업 공간을 늘렸다. 드롭박스는 전 세계에 16개의 스튜디오가 있다”라고 전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원격근무의 인기가 증가했다. 구인구직 사이트 플렉스잡스(Flexjobs)는 지난 2~3월 동안 총 1,200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원격근무(77%)가 급여(83%)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보상 및 복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직장인의 비율은 산업별로 다르며, 기업들이 다양한 원격/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을 시도함에 따라 유동적이다. 지난해 가트너는 전 세계 전체 직장인의 31%가 2022년에 완전 원격근무를 하리라 전망했다. 2019년 17%에서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2022년 2분기 미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가트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무실 근무를 하는 직장인의 수가 36.6%(2021년 가을)에서 38.4%(6월)로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완전 재택근무자의 비율은 23.9%에서 18.6%로 감소했다.
북미에서는 원격근무자의 수가 더 많았지만 이 역시 감소하는 추세였다. 지난가을 북미 전체 직장인의 28.1%가 완전 원격근무를, 32%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6월까지 완전 원격근무자의 비율은 25.9%였다.
지식 근로자는 선택권이 더 많다
가트너에 의하면 프로그래머, 웹 디자이너, 시스템 애널리스트, 테크니컬 라이터, 연구원 등 지식 근로자의 경우 완전 원격근무자의 비율이 43%로 훨씬 높았다.
플렉스잡스와 리모트닷컴의 커리어 서비스 관리자 토니 프라나는 지난 2년 동안 영구적인 원격근무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2021년에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일자리 수가 전년 대비 12% 증가했으며, 역할이나 커리어 수준도 다양했다. 이는 많은 기업이 장기적으로 원격근무자 채용에 주력하고 있으며, 산업 전반에 원격근무 기회가 그 어느 때보다 많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완전 원격근무 정책을 도입하는 주요 산업으로는 컴퓨터&IT, 회계&금융, 마케팅, 의료&보건, 프로젝트 관리, 고객 서비스, HR&채용 등이 있다고 프라나는 언급했다.
이어 많은 기업이 원격근무의 이점(예: 이직률 감소, 생산성 및 효율성 향상, 다양해지는 인재 풀 등)을 확인했기 때문에 원격근무가 ‘일의 미래’에 필수적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프라나는 “어떤 형태로든 원격근무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기업들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가상 근무 플랫폼 업체 오레아 소프트웨어(Aurea Software)의 CEO 스콧 브라이튼은 완전 원격근무 환경을 신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12년 설립 당시부터 완전 원격근무 방식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17곳의 기업을 인수했다. 전 세계 70개국에 2,000명의 직원이 있다. M&A를 많이 한다. 위치에 상관없이 어느 기업이나 인수할 수 있다. 그래서 일찍부터 부동산(사무실)을 없애기로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물론 오레아 소프트웨어에는 물리적인 사무실이 있긴 하지만 소규모이며, 주로 잠재 고객에게 회사의 가상 근무 플랫폼을 소개할 때 사용된다고 브라이튼은 덧붙였다.
그는 “개인적으로 하이브리드는 두 세계(원격근무와 사무실 근무)의 단점만 모여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들이 두 세계 모두에 적합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원들은 여전히 사무실 근처에서 거주하고, 주기적으로 통근해야 한다. 엉망이다”라고 지적했다.
원격근무는 기업 문화에 해가 되는가?
경영진과 관리자가 자주 언급하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완전 원격근무가 기업 문화와 직원들의 유대감 및 소속감을 저하시킨다는 것. 브라이튼은 이것이 문제일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완전 원격근무로 인해 무언가를 잃는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아직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은 젊은 직원들의 경우에는 더욱더 그렇다. 관계 구축에 도움이 되는 즉흥적인 상호작용을 잃게 된다”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2021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격근무로 인해 공식적인 비즈니스 그룹과 비공식적인 커뮤니티의 상호작용이 감소하고 고립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직원들이 그룹 간 관계에 보내는 협업 시간의 비율은 팬데믹 이전 수준의 약 25%로 감소했다.
오레아 소프트웨어의 관리자는 이러한 고립을 줌, 슬랙 등의 표준 협업 도구뿐만 아니라 소코코(Sococo)라는 가상 워크플레이스 플랫폼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곳에서 직원들은 아바타를 통해 다른 직원과 가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 브라이튼은 “프레즌스의 개념을 되살리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또 누가 누구와 만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사무실 문을 닫아 둔 사람과 열어 둔 사람을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고 그냥 들어가면 된다. 식당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함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회사는 정기적으로 직원들을 한데 모으는 오프라인 활동을 개최한다. 브라이튼은 “3일 동안 모여 협력하고 사회적 활동도 한다. 매우 의도적인 대면 근무 및 협업이다. 많으면 월 1회 수행하며, 대부분은 분기당 1회다”라고 전했다.
수백 명의 직원들을 모으는 비용은 사무실 공간을 구매 또는 임대하지 않아 절약되는 돈으로 상쇄된다. 그는 “일반적인 기업은 부동산에 매출의 약 10%를 지출한다. 하지만 오레아는 그런 지출이 없다. 이 돈을 원격근무 환경을 개선할 기술 도구와 오프라인 활동에 투자할 수 있다. 사실상 더 저렴하다”라고 말했다.
완전 원격근무에 따라 기업 문화를 우려하는 것과 관련해 가트너는 작년 말 66%의 기업 리더가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0년보다 6% 증가한 수치다. 해당 설문조사 결과는 ‘기업 문화를 위해 사무실로 복귀할 필요는 없다(You Don’t Need to Return to the Office for Your Culture)’라는 보고서의 내용이며, 가트너는 HR 리더에게 사무실 복귀가 직원들과 기업 문화를 연결시키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며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오늘날 직원들은 자율성과 유연성을 중시한다. 설문조사 결과 기업 문화와 유연성은 실제로 경쟁 관계가 아니다. 유대감은 문화와 동일시되며 그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다. 사무실 안에서 또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직원들은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실천할 수 있을 때 소속감을 느낀다”라고 가트너는 설명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문화를 느끼는 것이 사무실로 와서 사회적 관계를 쌓는다는 의미일 순 있다. 하지만 유대감은 원하는 만큼 원격근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때, 즉 기업이 자신을 신뢰한다고 느낄 때 생겨날 수도 있다고 가트너는 언급했다.
원격근무 도입 시 고려할 사항
프라나에 의하면 완전 원격근무로 전환하려는 기업들은 먼저 다음의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
• 재택근무에 관한 직원들의 생각을 확인하라: 설문조사를 통해 어떤 직원들이 원격근무를 원하는지 파악한다. 이러한 결과에 기초하여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유연성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 • 경영진이 참여하도록 하라: 성공적인 원격근무의 주된 요소는 이에 관한 경영진의 생각이다. 상당한 비용 절감, 전 세계에서 어디서나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 생산성 증가 등 재택근무의 이점을 설명한다. • 기업 문화에 의도적으로 접근하라: 원격 팀이 직면하는 가장 큰 문제는 강력한 기업 문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기존 인력을 신중하게 평가하고 효과적인 원격 친화적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 외에, 리더와 관리자는 의도적으로 행동하며 문화를 우선시해야 한다. |
e-러닝 소프트웨어 개발사 아티큘레이트(Articulate)의 CEO 루시 슈로스는 “사람들이 물리적인 사무실에 올 필요가 없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라면서, “신입직원은 사무실 근처로 이사하기 위해 삶을 바꿀 필요가 없다. 그 결과, 이 회사가 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고 놀라운 제품을 계속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인재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아티큘레이트의 이직률은 8%였으며, 올해는 2%가 목표다”라고 전했다.
아티큘레이트의 경영진은 20년 전인 설립 직후 여러 ‘필수’ 인력이 전 세계에 분산돼 있었기 때문에 완전 원격근무 조직이 되기로 결정했다. 그는 “원격근무 문화가 의사소통, 협업,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빠르게 깨달았기 때문에 이를 고수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는 미국 전역에 400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전 세계에 분산돼 있는 소수의 직원들도 있다. 사무실이 없는 완전 원격근무 덕분에 지리적 제약을 받지 않아 유능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고 슈로스가 언급했다. 아울러 물리적 사무실의 간접비도 줄어든다.
이어 원격 운영 모델이 문화 및 생산성에 미치는 이점이 엄청나다고 그는 말했다. 슈로스는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함께 있을 때 훌륭한 의사소통, 협업, 참여가 이뤄진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소리다”라면서, “원격근무는 기업들이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도록 한다. 의사소통이 명확하고 안전하며, 협업이 포용적이고 효과적이며, 사람들이 참여하고 생산적인 문화를 의도적이며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를 잘하는 기업들은 최고의 최상위권 기업들이다”라고 말했다.
아티큘레이트는 직원들이 한곳에 모이는 연례행사를 개최했지만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로 오프라인 행사는 열지 않고 있다. 대신 이 소프트웨어 개발사는 타인을 대하고 타인과 의사소통하는 방법에 관한 원칙을 공유하면서 기업 문화를 구축하는데, 슈로스는 이를 HCO(Human-Centered Organization) 프레임워크라 부른다. 해당 프레임워크는 ‘folx’(folks에서 변형된 성중립적 용어로 사람들을 지칭한다) 사이의 사회적 및 심리적으로 건전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HCO의 핵심은 모든 수준에서 ‘사람들’ 사이의 힘을 북돋기 위한 마음 중심, 존중,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또 아티큘레이트는 리소스 및 흥미 그룹, ‘재미있는 흥미 기반 슬랙 채널’, 게임과 활동, 무작위로 짝지어진 동료 간의 커피 타임 등을 통해 기업 문화를 조성하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연례 오프라인 행사 외에 정기적인 가상 행사도 개최하고 있다.
슈로스는 “대부분의 기업에 문제가 되는 것은 직원들이 원격근무를 하는지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 근본적인 문화와 관련이 있다. 의사소통, 협업, 권한 부여 등 원격근무 문화가 번창하도록 하는 것은 기업 문화가 번창하도록 하는 요소와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