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가 안겨주는 고민은 데이터를 저장, 관리, 분석, 발굴하는 과정에 국한되지 않는다. 보안,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한 고민 역시 안겨주고 있다.
빅 데이터는 무수한 통로를 통해 막대한 데이터를 전달, 처리하며, 그 안에는 개인의 신원 정보(PII, Personal Identifiable Information) 역시 포함하고 있다. 그 진행 속도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이뤄지며, 또한 각 통로 간의 연결 지점은 상당한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
역식별(Deidentification) 방식을 활용하면 신원 정보를 여타 데이터와 분리함으로써 PII를 감추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보 별도 관리를 통한 프라이버시 보호 과정은 배후의 어떠한 편향 혹은 오용의 가능성 역시 지니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또 역식별 보안 방법론은 PII를 재조합 하는 재식별(Reidentification) 과학에 의해 무력화 될 수 있어 이것이 진정 빅 데이터 시나리오에서 개인 정보 보호 수단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낳고 있다.
취약성, 노출, 역식별
빅 데이터 관리에 복잡한 시스템들을 이용하는 기업들에게는 시스템 간의 이관 문제 역시 대두된다. 제타셋(Zettaset)의 CTO 브라이언 크리스티앙은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반적인 추출, 변형, 적재(ETL, Extraction, Transformation, Load) 과정은 전통적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RDBMS, Relational DataBase Management System) 데이터 웨어하우로부터 하둡 클러스터(Hadoop cluster)로 빅 데이터를 로드한다. 수집되는 데이터 대부분이 비정형 데이터이기 때문에, 시스템은 데이터를 정형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 이어서 그것을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나 BI 애널리스트, 또는 하둡 구동을 통해 저장, 참조, 복구 등을 담당하는 또 다른 데이터 웨어하우스로 전달한다. 그리고 이 모든 전달 과정은, 각각의 취약성을 안고 있다.”
“빅 데이터 솔루션 제작자들이 현재 진행하는 작업들 가운데 다수가 본래에는 그들이 의도치 않던 활동들이다. 맵 리듀스(Hadoop)를 예로 들어보자. 구글은 공공 링크를 저장해 사용자들이 검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를 개발했다. 다루는 대상이 공공 링크였기에, 보안과 관련한 어떠한 우려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맵 리듀스와 NoSQL은 기업 영역에서 의료, 금융 기록을 다루는데 이용되고 있다. 구상 단계에선 고려되지 않던 프라이버시 이슈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벤더들은 분산형 컴퓨팅 아키텍처를 위한 방화벽을 개발하지 않았다. 이것의 확장성은 전통적 방화벽과 침입 탐지 시스템(IDS, Intrusion Detection System)이 포괄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스탠포드 로 리뷰(Stanford Law Review) 기고문에 따르면, PII(개인 식별 정보 ; personally identifiable information)를 노출시키는 취약성은 개인을 조사하고 프로파일링할, 그리고 해당 인물의 인구학적 정보에 기초해 차별과 배제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 또 이러한 정보 남용에서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적다. 브랜드나 벤더, 법률 기관, 나아가 정부 기관들까지, 각종 기관들이 개인 정보를 특정 개인에게 어떠한 제약을 가하는데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프라이버시 보호의 책임을 지닌 기관들은 익명화(anonymization), 가명화(pseudonymization), 부호화(encryption), 키-코딩(encryption), 데이터 셰어링(encryption) 등 전통적 역식별 방법론을 통해 실제 신원과 PII 사이에 거리를 두는 방식을 적용해왔다고 스탠포드 로 리뷰는 설명하고 있다.
익명화란 성명이나 주소, 사회 보장 번호 등 프라이버시와 관련한 정보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가명화는 이들 정보를 닉네임이나 가명, 가상 신원자로 대체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키-코딩은 PII를 부호화하고 이를 해제할 키를 제작하는 방식이다. 데이터 셰어링은 데이터를 수평적 요소들로 쪼갠 뒤 이것의 사용자에게 원하는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을 만큼의, 하지만 이를 이용해 신원을 재식별하기는 불가능한 정도로 제공하는 구조다.
신원 재구성
하지만 컴퓨터 과학을 이용하면 PII와 무관한 데이터 조각들로부터 관련 인물의 신원을 도출해내는 것이 가능하다.
‘빅 데이터 월드 아시아 2013(“Big Data World Asia 2013)’ 컨퍼런스에 연사로 나선 싱가폴 국립 대학 부교수 키스 카터는 “저장소의 한 가지 유형의 데이터만이라도 보유하고 있다면, 그 조각들을 재조합 할 방법은 많다. 기업 혹은 정부가 1년 간의 GPS 기록 목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들은 이를 이용해 개인 혹은 시민들의 신원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추출해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카터는 “누군가가 아침 7~8시 사이 어느 장소에서 이동을 시작했는지를 확인함으로써 기관은 그 개인의 주소를 파악할 수 있다. 또 이동의 종착지는 그의 학교 혹은 직장이 어디인지를 알려줄 것이다. 퇴근 후의 동선 정보로는 생활 패턴 역시 파악이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정보들에 공공 주소 정보만을 추가해 우리는 한 개인에 대한 상당한 양의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어떤 동선이 어느 가족 구성원의 것인지 어떻게 파악하냐고? 누가 아침에 학교로 향하고, 또 누가 직장으로 향하는지의 정보 이외에 무엇이 더 필요한가?
신뢰의 상실
스탠포드 로 리뷰는 데이터 조각들로부터 신원을 재식별해내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사실은 프라이버시 정책에 대한, 그리고 익명성에 대한 신뢰에 악영향을 줄 것임을 시사했다.
나아가 기사는 역식별이 비즈니스 모델, 특히 의료, 온라인 행동 광고,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핵심 요소로 역할한다는 점 역시 언급했다. 기사가 가정하는 상황은 기업들이 프라이버시 문제의 해결책으로써 역식별을 지나치게 고수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보다 나은 해결책을 모색하고 거기에 투자하는 과정에 제약을 줄 수 있는 태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카터는 이 기사가 정부 및 비즈니스들이 초기에는 익명화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는 가정에 기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비즈니스 및 정부가 비즈니스 가치를 전달해주지 못하는 무언가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왔다는 가정 역시 들어있다는 지적도 덧붙여졌다.
카터는 “정부와 비즈니스가 진행한 활동의 핵심은, 역식별, 익명화를 통해 자신들에게 피난처를 만드는 것이었다. 기관들이 역식별을 이용하지 않았더라도, 법률적 문제는 발생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카터의 지적에 담긴 핵심은 빅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적절한 해결책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오늘날 가능한 해결책이란, 기관들의 책임을 덜어주거나, 데이터를 위협 받는 개인들을 진정시키는 정도인 것이다. 슬프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솔루션에 의존하기보단, 그저 우리의 데이터가 남용되고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전부라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