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가 넘는 역사를 지닌 아모레퍼시픽의 2011년 기준 고객은 1,200만 명이다. 이는 국민의 1/4이 아모레퍼시픽의 고객이라는 뜻이다. 명
CRM이 국내에 유행하기 전인 90년대 후반 아모레퍼시픽은 CRM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말까지 10년 이상을 ‘고객’에 투자했지만, 여전히 고객은 아모레퍼시픽에 어려운 숙제였다.
미션 ‘숨은 고객 정보를 찾아라!’
아모레퍼시픽의 제품들은 방문판매, 백화점, 전문점, 할인마트 등의 유통 경로로 고객들에게 팔리고 있다. 이 회사 정보기획을 총괄하는 김진우 상무는 “과거 10년 동안 채널과 경로 분야에서 혁신을 추진했다”며 “대부분의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이 가진 경로는 간접 채널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유통사를 통해 고객을 만나기 때문에 고객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0년 동안 직접 유통하는 B2C 채널을 만들어 회사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직접 채널로 바꾸려 하고 있다.
유통 소비재 기업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데이터 폭증’이다. 이 늘어나는 데이터를 어떻게 차별화해 경쟁우위를 높일 것인가가 이들의 고민이다. 정보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경쟁력이 우세하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게 IT를 총괄하는 김 상무의 고민이었다.
CRM의 궁극적인 목표는 개인화된 맞춤 고객 전략을 가지고 그 사람만을 위해 기업이 제안하고, 고객은 자신만의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며 이를 계기로 기업과 신뢰관계를 맺어 단골로서 평생을 함께 갈 수만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라는 게 김 상무의 주장이다.
지금까지 고객 정보를 취합하고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했지만 고객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던 이유에 대해 김 상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개인이 가진 보이지 않은 성향을 회사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객이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 회사는 알 수 없었다. 가령 마일리지를 좋아하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충동구매로 물건을 사는 고객이 있다. 또 할인 판매만 찾는 고객도 있다. 같은 상품을 구매해도 고객의 의도는 제 각각인데 회사는 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SNS•콜센터 정보까지 담은 빅 데이터
김 상무는 “커피 메이커를 사기 위해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듯 고객은 소셜 네트워크로 수다를 떨고 웹 서핑을 하며 제품에 대해 문의하기도 한다. 화장품의 경우 매장에서 피부진단을 받고 콜센터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빅 데이터는 이 모든 정보를 취합하면 고객의 행동양식과 성향을 파악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일단 모을 수 있는 고객 정보를 최대한 취합하는 데 주력했다.
아모레퍼시픽이 고객 정보를 취합하면서 가자 먼저 고객수에 변화가 생겼다. 김 상무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2009년 고객수는 1,020만 명, 2010년 1,150만명, 2011년에는 1,20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최소 1년 내에 거래를 일으키는 활성고객은 750만 명으로 추산됐다. 아모레퍼시픽은 먼저 활성고객의 흔적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렇게 쌓은 데이터량은 B2C 데이터는 2011년 15.2TB로, B2B 데이터는 13.2TB로 늘어났다. B2C 데이터의 경우 2007년부터 연평균 71%, B2B는 31% 각각 증가했다. 여기에는 매장의 POS의 판매 기록, 환불 및 교환 내역, 콜센터에 접수된 고객 불만, 페이스북 페이지의 의견 및 좋아요 클릭, 트위터의 멘션, 캠페인 결과 등과 아모레퍼시픽의 ERP, 비즈니스웨어하우스(BW), 협력사관계관리(PRM) 등의 데이터가 포함된다.
아모레퍼시픽은 B2C 데이터로 고객의 관심과 흔적을 분류하고 관리하고자 빅 데이터 즉, 기존에 활용하지 못했거나 활용이 어려웠던 데이터를 활용했으며 이를 분석해 고객진화단계모델을 수립해 각 단계에 맞는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 아모레퍼시픽은 AACE(Advanced Analytics & Campaign Enhancement) 프로젝트를 추진해 고객을 상세하게 분류하고 조합해 고객 행동 패턴을 정의하고 이에 맞는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 상품 중심의 관점에서 고객 중심으로 전환하고 고객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기 위해 구매 이전에 고려 단계, 관심 단계별로 각각 행동과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파악했다.
또한 신규로 구매할 때부터 떠날 때까지 신규, 유보, 시도, 정착(단골), 휴면, 이탈의 과정별로 고객의 행동이 변화하는 것을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아냈다. 이 과정에서 단골로 유지하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구매력이 쇠퇴하거나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정착 단계를 유지, 증가, 쇠퇴 3개로 재분류해 전체 고객 진화 단계를 8개로 나눴다.
아모레퍼시픽은 고객이 구매 단계에서 어떤 패턴을 가지는 지를 분석해 50여개 행동 지표 끌어내고 1,500개의 변수를 만들어 분석했다. 그 결과 몇 가지 유의미한 패턴을 발견했다. 가령, 마일리지의 90%를 소진한 고객은 휴면으로 갈 확률이 일반 고객보다 3.5배 높다. 때문에 이들의 이탈 방지하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며 이러한 성향을 가진 고객들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안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맞춤 서비스를 지난해 40여 개의 이벤트로 분류하고 해당 고객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대용량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네티자 선택
아모레퍼시픽의 고객은 십대부터 중년층까지 다양하며, 같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기호 상품이 변화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사춘기, 대학, 취직, 결혼, 출산 등을 거치며 피부가 바뀌기 때문에 20대 때는 라네즈를 사용했지만, 30대에서는 헤라를 구입하고 40대에 들어서는 설화수로 바꾸는 경우도 있다. 고객 한 사람의 정보가 방대하기 때문에 아모레퍼시픽은 대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아모레퍼시픽이 빅 데이터 처리를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IBM의 DW어플라이언스인 네티자(Netezza)였다. 김 상무는 “빅 데이터가 이슈가 되기 이전에도 동영상, 이미지, 웹로그, 소셜네트워크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형 데이터가 많았다. 그 때는 데이터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몰랐고, 기술도 성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대용량의 다양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실현됐다”라고 설명했다.
김 상무에 따르면, 과거에는 이러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수퍼컴퓨터 수준의 역량이 필요했고 연구소의 전문가가 아니면 분석하기 어려웠다. 기술이 보편화되고 상용화되면서 새로운 접근이 가능해진 것이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고객 데이터가 많으면 다양한 분석과 캠페인을 시도할 수 있어 환영하겠지만, IT담당자들은 데이터가 늘어난 만큼 인프라 투자와 관리가 필요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된다.
대용량의 데이터를 어떻게 취합하고 관리하며 각각의 특성에 따라 보관할 것인가는 CIO의 몫이다. 보관된 많은 데이터로 새로운 정보를 추출하려면, 시스템이 복잡해지고 성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네티자는 고급 분석에도 몇 십분 길어야 몇 시간이면 원하는 결과를 얻게 해준다. “데이터 쿼리 속도가 적게는 50배, 많게는 500배가 나온다. 이는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정도의 빠른 쿼리 속도는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라고 김 상무는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대용량의 데이터를 DW어플라이언스에 한꺼번에 보관하고 있다. “네티자에서 데이터를 70% 압축해 저장하는데 바로 이 고도의 기술이 처리 속도를 높여준다”라고 김 상무는 덧붙였다.
아시아 No1 목표를 실현시켜 줄 ‘고객 분석기술’
김 상무에 따르면, 글로벌 화장품 1위 브랜드 기업이 유독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는 자국 브랜드에 1위를 내줬다고 한다.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데, 김 상무는 이에 대해 “CRM에 차별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모레퍼시픽이 고객을 들여다보는 관점부터 다르다고 강조했다.
올해 창립 68주년을 맞는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 매출 11조 원의 글로벌 톱 7, 아시아 넘버 원 뷰티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김 상무는 빅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를 제공하는 수단이나 인프라도 차별화돼 있다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0년 이상 쌓은 데이터로 이제 막 고급 분석을 시작하는 단계로 앞으로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고객층은 매우 두텁고 또 오랜 시간 동안 충성도를 보인 집단이다.이 회사는 빅 데이터 분석으로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제품의 스펙트럼에서 십대의 젊은 고객부터 중장년까지 두루 사용하는 제품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으며 고객을 평생 고객으로 동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평생 고객 캠페인은 바로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브랜드나 상품이 중심이 됐던 1세대 마케팅에서 고객 경험 관리(CXM)라는 2세대 마케팅을 거쳐 고객을 자산으로 보는 3세대 마케팅으로 진화하는 현재 시점에서 아모레퍼시픽은 빅 데이터를 활용해 평생 고객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러한 접근 방법이 바로 글로벌 선두 기업들이 아모레퍼시픽 사례를 연구하고자 하는 이유라고 김 상무는 설명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다양한 캠페인을 시도하며 이를 이벤트 리포지토리 만들었다. 이 데이터들을 분석해 의미를 끌어내고 예측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있다. 또한 이러한 캠페인의 성과를 어떻게 관리할 지에 대해 지표도 개발하려고 준비 중이다.
박스인터뷰 | “빅 데이터로 평생 고객 캠페인 시도”
김진우 상무 아모레퍼시픽 정보기획 총괄
Q. CRM, CXM과 아모레퍼시픽의 CEM은 어떤 부분이 다르나?
A. 말 그대로 풀이하지
만, CRM은 고객관계관리고 CXM은 고객경험관리(eXperience)다. CEM은 고객을 자산(Estate)으로 본다는 아모레퍼시픽의 생각을 담은 것이다. 90년대 후반 도입한 1세대 CRM은 판매 경로와 브랜드별로 고객을 관리했다. 이러한 접근은 회사 제품이나 브랜드 성격에 맞게 관리하는 회사 관점에서는 맞지만, 고객 관점에서는 맞지 않았다. 가령, 어느 고객이 헤라의 썬블록과 설화수의 영양크림을 구입하면, 회사는 이 고객을 2사람으로 인지한다. 그 점이 바로 CRM의 맹점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고객 관점으로 회사를 바라보는 것에서 접근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전 브랜드, 전 유통 경로에 있는 고객 데이터를 통합한 결과 뷰티 포인트라는 마일리지 제도와 고객과의 새로운 프로모션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평생 고객 캠페인을 시작했다.
Q. 고객 정보를 통합하면서 데이터량이 얼마나 증가했나?
A.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데이터가 빠른 속도로 늘어났으며 2011년에는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러한 데이터 증가는 고객 정보를 통합하고 통합 관점에서 캠페인을 적용해 더 많은 데이터를 쌓았기 때문이다. B2C 데이터의 경우 연평균 71% 증가했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데이터 수집 경로도 백화점, 할인점, 콜센터, 모바일, SNS 등 다양하다. 다양한 캠페인을 시도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빠른 분석 처리가 필요하다. 빅 데이터의 3요소인 속도(Velocity), 규모(Volume), 다양성(Variety)을 모두 갖춘 셈이다.
Q. IBM 네티자를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A.데이터의 폭증은 IT담당자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 준다. 데이터가 늘어난 만큼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데이터를 특성에 따라 각각 보관할 수밖에 없으며 이 보관된 많은 데이터를 엮어서 새로운 정보를 추출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시스템이 복잡해지고 성능이 떨어지게 된다. IBM 네티자는 DW어플라이언스로 고급 분석을 짧게는 몇 십분, 길게는 몇 시간이면 처리할 수 있다. 데이터 쿼리 속도가 타 시스템보다 적게는 50배, 많게는 500배나 빠르다. 게다가 네티자는 많은 데이터를 최대 70%까지 압축해 한꺼번에 저장해 준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A. 과거 브랜드별, 상품별 관리하던 1세대 CRM에서 CXM을 거쳐 이제 빅 데이터 관점에서 새롭게 고객을 바라보고 고객의 경험을 데이터화해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마케팅을 전개하는 3세대 CRM이 이제 시작됐다. 정보 시스템은 완성보다는 활용이 중요하다. 특히나 CRM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빅 데이터를 가지고 가치를 만들어 갈 예정이며 앞으로 더 좋은 결과가 나오면 공유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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