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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 Hae Jeong

“그룹 첫 CIO로서 통합과 가치 창출이라는 미션 수행한다” 세아그룹 박승남 상무

2011년 그룹사 매출 규모 7조 원에 이르는 세아그룹이 지난해 12월 공식적인 그룹 CIO를 처음으로 임명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박승남

세아그룹은 철강제조 회사와 지주회사인 세아홀딩스 등 4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그룹이다. 각 계열사에 IT를 담당하는 조직과 인력이 있었지만, 그룹 전체의 IT를 주도하는 CIO는 없었다. 그러다 세아그룹은 그룹 전체를 총괄할 CIO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적임자로 박 상무를 선택한 것이다.

박 상무는 사실 대교에서 획기적인 모빌리티, 직원들의 지적 자산 그룹화 등 선진적인 사례로 2012년 올해의 CIO’로 선정됐던 인물이다. 어떤 개인적인 비전을 가지고 세아그룹으로 합류하게 됐는지 CIO Korea가 묻자, 박 상무는 “회사가 크고 할 일이 많을 것 같아서”라는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이어서 “대교에서는 어느 정도 IT가 궤도에 들어섰고 내가 할 일을 거의 다 했다. 그러고 나서 할 일 많고 규모 큰 큰 회사에서 한 번 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스스로 나태해졌다는 생각이 들 무렵, 새로운 도전을 찾은 것이다.

공식적인 첫번째 CIO
“세아에 합류할 때, ‘대교의 첫 CIO’라는 점에 큰 점수를 받은 것 같다. CIO가 없던 회사에서 CIO를 새로 뽑을 때의 기대감은 기존에 CIO가 있던 곳과는 다르다. 기존에 CIO가 있던 회사는 IT에 대해 ‘관리’ 부분이 강하다. 하지만 새롭게 CIO를 임명하는 회사는 ‘관리’보다는 ‘가치 창출’, 즉 IT에 의한 가치 창출에 더 중점을 둔다. 대교에서 맡았던 역할도 크게 2가지였다. 하나는 IT운영 관리였고 다른 하나는 IT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었다.”

세아그룹은 박 상무의 어떤 점에 끌렸던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서 그는 “다른 사람 뽑을 때와 같다. 첫째는 문서에 드러나는 경력일 것이다. 어떤 일을 했느냐를 중요하게 여겼던 것 같다. CIO가 새로 공부해서 할 일도 아니고 가능성 보고 뽑힐 수 있는 자리도 아니지 않나? 이력서로 드러나는 경력이 세아그룹의 요구사항과 맞아 떨어졌다”라고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이어서 “두번째는 면접 과정에서 경영진들은 이 사람이 회사와 얼마나 방향성이 잘 맞느냐인데 회장단과 세아네트웍스 CEO가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다”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그룹 CIO가 없었다가 세아그룹이 그룹 CIO를 임명하게 된 배경에 대해 박 상무는 “큰 기업을 계열사로 가지고 있고, IT 확장에 대한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개별적으로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통합 관리해서 효율화해야 하는 부분이 세아그룹에 CIO가 필요한 첫번째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세아그룹이 CIO가 요구하는 역할은 그룹 차원의 전체적인 관점으로 IT를 조망할 수 있는 책임자라는 것이다.

세아그룹에 그룹 CIO가 생겼다는 것 이외에 다른 변화도 있었다. 세아그룹은 서울 마포구에 있는 메세나빌딩을 사들여 계열사들을 한 곳으로 모이게 했다. 그룹이 한 사옥으로 통합되듯, IT도 각 계열사별로 있던 것들을 통합하고 있다. “새로운 가치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가 할 지는 숙제다. 새로 CIO 체계를 만든 회사들은 가치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라고 박 상무는 포부를 전했다.

그룹 IT 목표는 ‘통합과 가치 창출’
박 상무에게 주어진 첫번째 임무는 ‘통합’이다. “1단계 계획을 수립해 IT를 효율화하기 위해 통합하는 것이다. 2단계는 IT를 통해 그룹 차원의 동질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업들이 보통 ERP를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세아그룹의 경우 각 계열사의 IT체계가 다르다. 때문에 그룹 전체를 표준화해야 한다”라고 박 상무는 밝혔다. 그룹 전체의 IT를 표준화하기 위해 먼저 잘 된 기업의 것을 다른 기업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박 상무는 세아그룹 CIO가 되고 나서 매주 지방의 산업 현장들을 방문했다. IT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장을 알아야 한다는 게 박 상무의 생각이었다. 포항, 군산, 창원, 원주, 충주 등의 공장들을 방문해 본 결과, 생산관리시스템(MES)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MES를 잘 활용하면 단순히 생산관리를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그치지 않고 부가가치 낼 수 있는 것도 있다. 생산 과정에서 많은 데이터들이 나온다. 가령 세아제강이 파이프를 만들 때 용접 과정의 어떤 조건에서 최적의 제품이 나오는지를 데이터를 분석해 품질을 관리할 수 있다. IT가 데이터를 정확히 분석하고 가이드라인 주면 불량률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IT가 도입되면 새로운 가치가 생겨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경영진도 그렇게 믿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것들을 채워줘야 빠르게 움직이는 비즈니스, 매출 성장, 경쟁 심화, 고도화된 기술 필요, 품질 자체가 고도화되는 부분 등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박 상무는 전했다.

박 상무는 올 상반기까지 세아그룹의 중장기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했다. “방향은 정해졌다. 세아그룹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IT 기반을 갖추는 것이다. 1단계는 그룹 IT의 통합/효율화 및 중앙화고, 2단계는 IT를 통한 가치 창출이다”라고 그는 강조했다.

물리적인 통합+서비스 체계 통합
박 상무에 따르면, 세아그룹 전체를 볼 때 상대적으로 IT기획보다는 IT운영 인력 비중이 높다. 현재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컨설팅을 받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준비를 끝낸 후, 필요한 부분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려고 한다는데 그의 생각이다. 당장 필요한 부문은 서버 통합이 될 텐데 자세한 부분은 업체 통해 자문 구하는 단계라고 그는 전했다. “일단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필요한 정보와 자문들은 사안별로 요청해서 받고 있다”라고 박 상무는 말했다.

세아그룹이 계획중인 통합이란 물리적인 통합과 서비스 체계 통합을 뜻한다. 현재 계열사 IT서비스들, IT자산 등의 경우 그룹 IT자회사 또는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등 환경이 혼재 돼 있다. 때문에 IT투자 일시적으로 많아졌다가 줄어들기는 하는 형국이다. 박 상무가 생각하는 ‘통합’의 그림은 ‘각 계열사가 일정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클라우드 센터를 갖추는 것이다.

“클라우드라고 부르기도 하고 종량제라고 하기도 하는데, 프라이빗 클라우드라고 될 것이다. 이 효율화로 비용을 줄어야 한다. 가치창출을 위한 새로운 IT는 예산이 주는 형태로 가게 된다”라고 박 상무는 밝혔다.

“나는 변화가 좋다”
박 상무의 이력은 화려하다. 한국IBM과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에 21년을 몸담았다가 교육서비스 회사 대교의 CIO를 역임했고 현재는 세아그룹의 그룹 CIO까지 맡게 됐다. 흔히 외국계 기업과 국내 기업의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고들 한다. 그러나 박 상무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다. 외국계 기업이나 한국 기업이나 자주 보고 비업무적 접촉도 많이 하다 보면 친해진다. 또 일 때문에 자주 만나다 보면 빠르게 가까워 진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서 “CIO를 전문직 임원이라는 생각한다. 다른 현업 임원들이 자신들과 이해관계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그런 면에서 CIO는 현업 임원들과는 관계가 좋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IT경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데에는 변화를 좋아하는 성격도 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환경이 변화를 요구할 때, 본인이 싫어도 변화해야 한다. 나는 변화를 좋아한다. 예를 들어 점심 시간에 근처에 새로운 식당이 생기면 궁금해서라도 한 번 가본다. 늘 가던 식당만을 가기는 사람도 있다. 생활 속에서 먹는 것부터 새로운 것에 도전하다 보면, 그것이 성격도 변화시킬 수 있다”라고 박 상무는 쉬운 팁을 소개했다.

“환경은 내가 택하는 게 아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만큼은 키워야 한다. 환경이 10% 변화하더라도 사람에 따라서 이를 2,3%만 감지할 수도 있다. 아무리 무딘 사람이라 해도 100%의 변화는 느낀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것도 느껴야 한다. 그 변화를 느끼는 것은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현장이 답이다.”

박 상무는 CIO를 꿈꾸는 IT종사자들을 위한 조언도 덧붙였다. “준비된 자가 기회를 얻는 것이다. 준비는 꼭 해야 한다. 기업에 따라 문화가 다르겠지만 그만큼 발탁의 기회도 다양해졌기 때문이다”고 그는 전했다.

*박승남 상무는 2012년 세아그룹 CIO로 임명됐으며 세아그룹에 합류하기 전 대교 CIO를 지낼 당시 한국IDG가 선정한 ‘2012 CIO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그전에는 한국IBM 시스템 엔지니어,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를 거쳐,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에서 SE 매니저, 세일즈 매니저와 전략사업부에서 신규 사업개발을 담당했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