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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 Writer

권력이동 : 정부에서 IT기업으로’ 어떻게?

뉴스
2018.10.236분

‘대마불사’. 이 말은 지난 2007~2008년 금융 위기에 대형 금융기업들에 관해 썼던 표현이다. 그러나 지금은 자사의 상품을 우리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많은 부분으로 통합하고 있는 기술 분야의 ‘거인’들에게 사용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페이스북, 구글, 애플, 아마존은 오랜 기간 일반 소비재 기술 분야의 ‘거인’들이었다. 그러나 돈이 되는 정부 계약을 추구하면서 단순한 소비재 기술 분야의 대기업 이상으로 변모하는 추세다. 민간 기술기업과 정부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더 우려되는 말을 하면, 이들 기업은 미래에 세상을 지배하려 원하는 것일까?

1990년대 이후 태어난 독자들에게는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과거 기술 혁신을 선도했던 주체는 민간기업이 아닌 정부였었다. 예를 들어, 초기 인터넷 발전상은 정부의 기술 투자를 통해 이룩한 여러 업적 중 하나에 불과하다. 우주여행도 이런 사례에 해당된다.

그러나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다. 현재 우주여행 및 탐사,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 등을 견인하는 주체는 정부가 아닌 글로벌 기술기업들이기 때문이다.

기술기업이 공공 서비스에도 진출하고 있다. 교통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뉴욕을 예로 들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대중교통 대신 우버를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던 대중교통 서비스의 수익이 빠져나가고 있고, 경제 사정 때문에 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효율성이 더 하락하고 있다.

최근 기술 분야의 억만장자들이 미디어 회사들을 인수하고 있는 것도 대형 기술기업들이 서서히 ‘대중의 삶’에 침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에이전시 제이 월터 톰슨(J. Walter Thompson)의 미래 전략 담당 루시 그린은 <실리콘 정부: 대형 기술기업의 힘과 정치력, 이것이 우리의 미래에 갖는 의미(Silicon States: The Power and Politics of Big Tech and What It Means for Our Future)>라는 신간에서 “전체적으로 ‘능지처참(천 번 잘라 죽이는 형벌’처럼, 효율성을 무기로 느리고 관료적인 정부와 느린 소모전을 벌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술기업들은 여러 이유에서 더 효과적인 서비스를 고안해 제공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 우선 이들에겐 엄청난 자본력이 있다. 국가 정부와 대등하게 경쟁할 엄청난 자본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아마존과 애플은 모두 시가총액 미화 1조 달러의 회사다. 90년대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애플의 2017년 현금 보유액은 2016년 연준(Federal Reserve) 보유액의 약 2배에 달했다.

대중과 직접 접촉하고, 소비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술기업들은 최근 과거 어느 때보다 큰 ‘반발’에 직면해 있기는 하지만, 대중 여론을 형성할 막대한 마케팅 능력, 로비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미 ‘민주주의 체제의 결과’를 바꿀 힘을 갖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아직 이를 더 나은 모습으로 개선할 방법을 숙고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희망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많은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사람들로부터 수집할 수 있는 능력과 관련된 질문도 제기된다. 우리는 기술 분야 거인들이 만든 제품을 사용하면서, 우리의 감정과 심리에 대한 수많은 데이터 포인트를 넘겨주고 있으며, 기술기업은 이를 통해 우리 일상에 더욱더 없어서는 안될 제품들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NHS 같은 공공기관을 들여다보면, 기술기업이 제공하는 경험과 환경이 정부 서비스에 비교할 수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기업들은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같은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지만, NHS는 여전히 종이에 크게 의존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 서비스가 전화로 약속을 정하거나 예약을 해야 한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면 20년 전으로 되돌아간 느낌이 든다. 아마존이 의료 및 의료보험 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정부’ 대신 나선 IT기업들

기술 분야 거물들은 과거나 지금은 물론, 미래에도 이런 이유로 더 영리하고 더 민첩하며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따라서 과거 정부의 영역을 점점 더 많이 침입해 차지하게 될 확률이 높다. 여기에 더해, 이미 미국의 경우에는 ICE와 펜타곤(국방부), 영국의 경우에는 법무부와 국방부 등 정부 계약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많은 사람은 캘리포니아 대학의 디자인 및 지정학(D:GP) 센터 디렉터인 벤자민 H. 브래튼이 의미심장하게 표현한 “국가의 중심 요소들이 하나씩 해체되어 ‘잘 무장된’ 의료보험 제도와 월드컵 팀만 남게 될 것”이라는 말을 믿게 되었다. 그는 “장기적으로 이렇게 될 수 있다. 현대의 자유 국가들은 형식적인 ‘왕조’로 전락한다. 국가가 완전히 대체되지는 않겠지만, 옆으로 밀려나서 상징적인 권위와 권한만 남게 될 것이다”는 글을 썼었다.

이들 회사는 다른 규모가 작은 회사들이 진짜 경쟁자가 되기 전에 인수하고, 비즈니스 지형을 균질화하며, 독점력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혁신을 억누르고 있다.

구글 같은 회사는 작은 회사의 성과와 성공을 그래프로 나타내, 인수해야 할 시기에 도달한 때를 알려주는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속해서 더 많은 지식과 데이터를 흡수하고, 이를 통해 시장 지위와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모델이다. 유럽 규제 당국은 이를 눈여겨 보고 있지만, 이들의 힘 또한 대형 기술기업 앞에서는 제한적이다.

워싱턴 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의 제인 K 윈 법학 교수는 2016년 ‘성공한 자들의 분리 독립: 민간 글로벌 소비자 보호 규제 기관으로 부상한 아마존(The Secession of the Successful: The Rise of Amazon as Private Global Consumer Protection Regulator)’이라는 논문에서 실리콘 정부라는 표현을 사용해 이런 문제를 지적했다.

그녀는 “자신만의 글로벌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갖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규제 당국처럼 행동하는 아마존, 구글,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플랫폼의 부상은 1991년 로버트 라이치가 부유하고 강력한 시민 사회가 ‘관문이 설치된 민간 공동체(Private Gated Communities)’로 전락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성공한 자의 분리 독립’이라는 표현을 상기시킨다”고 언급했었다.

기술기업이 정부를 승계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과 관련, 이들 기업이 ‘거의 내지 않는다’고 표현할 정도로만 세금을 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재원을 빼앗는 세금이라는 기존 형태로는 정부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낙관론을 펼칠 수 있는 작은 근거와 이유 또한 존재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미국인을 위한 보편적인 기본 소득에 필요한 재원을 제공할 의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기술기업이 ‘권좌’를 차지하면, 더 많이 기여하는 데 관심을 둘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또한 이들 기업은 자신은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세금을 징수한다. 앱 개발자들은 구글이나 애플에 앱으로 창출한 매출의 약 30%에 해당하는 ‘세금(수수료)’을 지불해야 한다. 또 사실상 서구의 모든 대기업으로부터 광고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정부 계약을 통해 정부 재원을 빨아들이고, 과거 정부가 주도했던 부문들을 지배하며, 세금은 최소한만 내는 방식으로 과거 정부가 가졌던 힘을 잠식하고 있다. 또한 향후 수많은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 자율주행 자동차와 AI 같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일자리가 사라지면 소득세 세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국가의 복지 관련 부담이 커질 것이다.

이는 1980년대 이후 정부가 기업에 힘과 권한을 내어주면서 시작된 신자유주의가 오랜 기간 계속된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 사실상 정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사람들의 삶을 기꺼이 시장의 ‘자비’에 맡기는 사람들이 정부를 운영할 때 일어나는 결과다.

영국의 경우, 수도, 가스, 교통, 전기 등 수많은 공공 인프라가 민간 기업에 넘어갔으며, 이로 인한 가격 급등이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여기에 더해, 영국은 몇 년 전부터 공공기관의 투자 중단이 계속되면서 정부 공공 서비스에 공동화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현상이 더 많은 산업으로 번져 영향을 미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기술기업들이 과거 공공 서비스였던 서비스를 대체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세상의 ‘상업화’와 함께 이런 현상이 커지고 있다. 기업이 ‘공백’을 메우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이 ‘기술’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기술 산업이야말로 이를 가장 잘할 산업이다.

그렇다면 그냥 피할 수 없는 일로 치부해야 할까? 아니면 정부가 이런 미래에 저항하는 시도를 해야 할까? 그린은 “정부에 초래되는 압력, 윤리와 인권 측면의 문제, ‘세금’과 ‘수익화’, 다른 형태의 규제 측면에서 이들 기술기업이 초래할 영향에 대한 통찰력과 선견지명이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많은 정부 관계자와 이야기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 기술과 기술기업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에 이런 무서운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런 선견지명 부족, 그리고 만연된 무관심 때문에 미래에 정부의 입지가 크게 약화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설 사람이 있느냐다.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