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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응
By 천신응

인터뷰 | ‘목 마른 이가 우물을 파다’ 삼성전자가 무선랜 사업에 주목한 사연

조직 내 모바일 기기의 활용이 급증하고 있다. 때로는 데스크톱보다 자주 쓸 정도다. 그렇다고 이들 기기 모두를 유선랜에 연결시킬 수도 없는 일.

경우에 따라서는 한 발 더 나아가기도 한다. 사내의 모든 접속 환경을 무선으로 교체하려는 시도가 그것이다. 특히 인터넷 전화기까지 설치한 기업이라면 설치 및 유지 비용, 생산성, 관리 용이성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기대와 현실, 구상안과 결과물 사이에는 간극이 있기 마련이며, 무선랜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초당 수백 메가바이트의 전송속도를 지원한다는 무선랜 인프라가 불과 수십 대의 기기를 버텨내지 못한다. 속도는 고사하고 접속이 유지되지 않거나 아예 접속할 수 없는 상황이 빈번하다. 결국 눈높이가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이용자들의 불만은 폭증한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 무선랜은 애초부터 그런 한계를 가진 것일까?

LTE 기술을 무선랜에 접목

“기존의 무선랜 솔루션들이 고정 장소에서 소수의 노트북이 연결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가 무선랜 솔루션 사업에 진출한 배경이 바로 이것이기도 합니다.”

올해 기업용 무선랜 솔루션을 대거 선보이며 활발히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네트워크사업부 고혁진 그룹장은 회사가 무선랜 솔루션 분야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이 같은 이유였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2010년 본사 캠퍼스에 무선랜 인프라를 구축하고 스마트폰으로 유선전화를 대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품질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글로벌 유수기업의 솔루션을 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성능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분석했다. 원인은 단말기나 소프트웨어가 아니었다. 문제는 네트워크였다.

“그간의 무선랜 시장은 유선 네트워크 기반의 업체들이 주도하여 유선 인프라를 중심으로 편성됐기에 상대적으로 무선 기술 개발이 홀대 받았다고 판단됩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상적인 무선랜 환경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니즈가 자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현재는 무선랜이 전체 시장의 17% 정도에 그치지만 향후 모바일 및 IoT 시대를 맞아 네트워크 측면에서 커다란 변화가 나타날 것이며 이에 따라 시장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무선랜 솔루션 영역은 매년 15% 이상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이 밖에 TV, 스마트폰 등 기존 디지털 기기 라인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만한 요소였다.

“이러한 판단을 기반으로 미래 전략 과제로 등록하고 2012년부터 제품 기획에 착수했습니다. 올해 제품 라인업을 완성하고 본격적으로 영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무선랜이 확대될 것이라는 주장에 반박할 이는 없다. 우리 주변만 해도 통신사들이 무선랜 AP를 곳곳에 설치하고 있다. 제대로 작동하는 경우가 드물어서 문제일 따름이다. 안정적인 무선랜 인프라를 확보할 수만 있다면 굳이 유선랜을 고집할 필요가 없는 사례를 무수히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시장기회가 있는 것과 이를 잘 공략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삼성전자가 잘할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된 근거를 물었다.

“삼성전자의 통신 분야 기술력이 그것입니다. 특히 LTE 기술력은 전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합니다. 무선랜 기술과 달리 셀룰러 네트워크 기술은 이동성을 보장하고 단말기가 많을 때에도 균일한 속도를 지원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안정적인 접속 유지력 또한 물론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이통통신 네트워크 기술과 단말기에 대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무선랜에 접목시켜 업계에 차별화된 무선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고혁진 그룹장은 일례로 안테나 기술을 언급했다. 무선랜 표준에 출력이나 프로토콜은 규정돼 있지만 안테나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설계해 적용하는지는 각 벤더의 기술력에 달린 문제라는 설명이다. 전 세계에서 안테나에 대한 가장 많은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이 삼성전자라는 이야기도 덧붙여졌다.

“무선랜 전파 환경은 매 순간 접속하는 단말기의 특성이나 주변 환경 변화에 따라서 무척 역동적으로 변화합니다. 여러 안테나에서 수집된 정보를 기반으로 무선망을 모니터링해서 매 순간 최적화하는 콘트롤러 기술, 네트워크 자원을 효과적으로 분배하는 스케줄러 기술이 바로 차별점입니다. 쉽게 말하면 안정성과 이동성 측면에서 LTE급의 수준을 구현했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수천 명 동시 접속도 가능
무선랜 솔루션 시장기회를 포착하고 자사의 경쟁력 있는 기존 기술력과 결합해 차별화된 신규 라인업을 선보였다는 이야기다. 좀더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를 물었다.

“기존의 무선랜 AP들과는 다르게 삼성전자의 AP는 5개의 단말기를 연결하건, 40개의 단말기를 연결하건 속도의 합이 200Mbps 이상 그대로 나온다는 것이 주요 차별화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이는 외부 기관이 검증한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 그룹장은 다양한 고객 사례 중 디지털 교실이나 병원 등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이 특히 많다고 전했다.

“교실은 그 특성상 무선으로 구축해야만 합니다. 기존에는 학생 30명이 동시에 접속할 경우, 한두 명 정도는 제대로 접속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들을 연결시키는데 수업 시간의 1/3이 소요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무선랜 솔루션을 도입한 이후 원활한 수업이 가능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회사 내부의 적용 사례도 전했다. 사내 연수원의 경우 최대 1,000명이 한 곳에서 교육받는데 삼성전자의 무선랜 솔루션 환경 아래서 이들 모두가 한꺼번에 접속해 디지털 교육 교재를 다운받고 소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적인 IT 행사 사례도 있습니다. 오는 10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2014 ITU 전권회의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에서 무선 네트워크 인프라로 선정됐습니다. 수천 명 모인 공간을 위한 무선랜 장비로 기능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전세계 각국의 고위 정보통신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입니다.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세계 최고의 레퍼런스일 것입니다.”

고 그룹장은 마지막으로 기업 환경의 경우 보안을 중시하는 점을 감안해 최근 출시한 보안AP 신제품에 이를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인가 받지 않은 단말기가 AP에 접근할 경우, 또는 내부의 단말이 외부의 AP에 접속하는 상황을 감지해 차단하는 윕스(WIPS) 보안 기술 등 기업 환경을 감안한 다양한 보안 기술을 접목시켰다고 그는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보안 장비를 별도로 구매해 운영했습니다. 보안AP은 이러한 보안 기능을 기본 탑재하고 있어 별도의 구매와 운영 업무를 덜어줍니다. 보안을 특히 중시하는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호응이 좋습니다.”

무선랜이 유선랜을 넘어서는 시점 “3, 4년 이내”
고혁진 그룹장은 수년 내에 단말기 차원의 접근이 사실상 전부 무선으로 전환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측하며 소비자 기술을 좀더 적극적으로 품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신 802.11ac 무선랜 표준은 1.3Gbps를 지원합니다. 무선랜 표준 속도가 1Gbps를 넘어가면 사용자들은 유선과 무선 속도 차이를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마지막 남은 관건은 보안입니다. 유선 분야의 망분리와 같이 무선랜 분야에도 좀더 적극적이고 강력한 보안 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될 예정입니다. 여건이 성숙해감에 따라 무선으로 전환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질 것입니다”

그는 현재 20% 수준인 무선네트워크 접속이 3,4년 이내에 50%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이때부터는 무선랜이 사실상 대표적인 접속 수단으로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IO를 비롯해 기업 IT 담당자들에게 말씀 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직원들은 이미 기업 서비스보다 높은 품질의 개인 서비스 기술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개인 서비스 기술을 차단하기보다는 좀더 앞서서 받아들이고 그 이상의 품질을 제공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십 년 전 IT 전문가들이 ‘집에서나 쓰일 기술’로 폄하했던 IP 기술이 이제 대세로 자리잡았습니다. 무선랜 기술을 비롯한 여러 소비자 기술을 기업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