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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응
By 천신응

인터뷰 | 하나대투증권 김지은 상무가 말하는 ‘소통과 배려’

기획
2012.04.176분

‘CIO 위기론’이 심심찮게 대두되고 있다. ‘IT 서비스화’에 따라 IT 운영, 전략 등에 대한 기업의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이유가 대표적이다. IT 전문가가 IT를 떠나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그래서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업종에 따라 다르다. IT가 서비스로 대체되기 어려운, 기업의 본업 본질과 관련 높은 기업에서는 CIO의 비중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CIO의 역량과 활약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금융업이 바로 대표적인 업종이다. 2007년 하나대투증권에 합류한 이래, 회사의 증권 브로커리지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강화해온 주역으로 평가 받는 김지은 상무를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하나금융이 2005년 민영화된 대한투자신탁을 인수했고 2007년 하나증권과 하나대투가 통합됐습니다. 제가 하나금융그룹에 CIO 합류한 것도 이 시점입니다.”

초기 김지은 CIO에게 주어진 미션은 명확했다. 전통적으로 자산관리 분야가 강했던 대한투자신탁을 인수했었다 보니 주식 브로커리지 분야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에겐 처음부터 증권 업무를 강화하는 시스템 인프라를 준비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당시 경영진의 방침이자 판단이었다.

“하나증권과 하나대투의 시스템이 분리된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이들을 통합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이후 주식 매매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IT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경영진의 합의가 명확히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주식 브로커리지와 관련해 김지은 CIO의 커리어는 대한민국 HTS(Home Trading System)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주식 거래가 대중화되면서  각 증권사들은 자체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증권 전산을 통합 관리하던 코스콤에게 원장 이관을 요구했다. 그리고 업계의 조율을 거쳐 96년 11월 1차 원장이관이 이뤄졌으며, 이에 따라 각 증권사에서는 영업 사원들이 각자의 단말기를 통해 주문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1997년 4월 HTS가 등장하는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됐다. 그러나 HTS에 대한 대응은 증권사별로 속도차가 있었다.

“이 때의 HTS는 대개 에뮬레이터 버전의 화면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주문이 객장을 통해 들어오는데, 법이 허용했으니 남들 하는 식으로 대응만 하자는 형식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반면 김지은 상무가 당시 근무했던 대신증권은 다른 입장을 취했다. 모든 기업들이 도스(DOS) 또는 더미 단말기 기반의 HTS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던 시점에 윈도우 95용으로 HTS를 개발했던 것이다. 윈도우 95가 갓 나온 때였고, 어떤 기업도 적용할 의지가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선도적인 행보였다.

“당시 CIO였던 문홍집 부사장님이 윈도우 3.1로 개발하던 프로젝트를 뒤집고 윈도우 95용으로 재개발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 주효했습니다. 우려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올바른 방향 설정이었습니다. 리더의 결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CIO를 비롯한 경영진은 정확한 방향 제시를 위한 자질과 능력, 그리고 신념과 추진력을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키움이나 미래에셋과 같은 온라인 증권사가 태동하며 HTS 사용자가 급증한 시점이 1999년, 다른 증권사에서 멀티태스킹 윈도우 환경을 지원하는 HTS가 대거 등장한 시점이 2001년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 결정이 얼마나 선도적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대신증권이 급증하는 HTS 이용자들을 유인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증권 강자로 부각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증권사 CIO의 입장에서 김지은 상무는 다음의 주요 변화로 무엇을 염두에 두고 있을까? 김 상무는 주저 없이 ‘모바일’, 그 중에서도 태블릿을 지목했다.

“이미 노트북, 스마트폰을 이용한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증권 거래는 속성 상 편리해야 합니다. 이미 주변을 살펴보면 태블릿을 먼저 이용하고, 태블릿에서 지원되지 않을 때 노트북을 이용하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태블릿의 한계가 보완되어 가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모바일로의 전환은 기정사실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는 이어 모바일 분야의 개발 지원을 위해 현재도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의 기본 방침이 HTS를 자체적으로 개발, 운영해 나가는 것이라며, 모바일 앱도 자체 인력을 양성하고 개발해나가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IT 연륜, 경험 살려야
현재 하나금융그룹의 IT 시스템은 IT 자회사는 하나아이앤에스가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09년 7월 하나INS의 설립과 함께 IT 직원들이 하나아이앤에스로 전적됐다. 김지은 상무 역시 겸직 중이다. 그에게 이와 관련한 장점과 단점을 물었다.

“IT는 분명히 장치 산업이며 인프라 산업입니다.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내거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요인이 많습니다. 일단 구매 혁신에서 시너지가 가능합니다.”

커리어 패스나 교육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고 김 상무는 강조했다. “현재는 3년 전적 옵션 등에 있어 상호 교류가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향후에 증권과 은행 등에서 상호 인적 교류가 원활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개인적으로 증권사에서의 IT 업무 경력보다는 IT 전문회사에서의 커리어 패스에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상무는 말을 이어나갔다. “IT는 다른 분야보다 경험과 노하우가 더 필요한 분야입니다. 운영이나 관리와 같은 업무에서는 특히 그렇습니다. 회사 인력 구조로 인해, 단순히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퇴직시키기 보다는 노하우를 살려 전문 능력을 더욱 강화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룹 차원에서 IT가 통합돼 있으면 이러한 발전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김지은 상무는 이어 CIO로서, 그리고 평생을 IT에 몸담아온 일원으로서 IT 인력들이 조기 퇴출하는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나이 들면서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명예퇴직으로 이어지는 오늘날의 현상이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IT 인력을 양성해 역량을 키우기까지 투여되는 비용과 시간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리고 경험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연륜의 가치는 그야말로 큽니다. IT 분야에서만큼은 정년 때까지 노하우와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자리를 확보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역할을 만들어내고 그런 역할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CIO로서 가진 꿈 중 하나입니다.”

이를 위한 분석도 김지은 상무는 제시했다. 본질적으로 지금까지의 CIO들을 비롯한 IT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는 설명이다. IT 분야의 인력이 제대로 된 가치와 대우를 인정 받지 못하는 것은 IT 기성세대 스스로 제대로 된 가치와 가격을 인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풀이했다.

“외국 소프트웨어 벤더들은 매년 유지보수비를 1~2%씩 인상합니다. 이들이 독점적인 위치를 이용하는 측면도 사실 있지만 유지보수비가 시간에 따라 올라가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다수 회사는 매년 유지보수비 계약 갱신 시 깎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흐뭇해 합니다. 우리나라 IT가, 벤처가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IT 기성세대 스스로 IT의 가치를 올바르게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잇달아 발생했던 금융권 IT 문제의 이면에도 같은 원인이 자리잡고 있을 것입니다.”

CIO의 덕목은 ‘소통과 배려’

김지은 상무는 전산을 전공하고 줄곧 전산 분야에 몸 담아온 IT인이다. 굴지의 금융기업 CIO가 되기까지 그는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어떤 준비를 했을까? 그리고 무엇이 주효했을까?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같이 일하는 사람, 직원들을 믿고 최선을 다해왔을 뿐입니다. 거기에 더해 제가 강조하는 부분은 ‘배려’입니다.”

“프로그램을 직접 작성하거나 인프라를 관리하는 것을 포함해 다른 부서와의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도 배려가 자리잡고 있어야 합니다. 내가 없어도 누군가 그 업무를 차질 없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내가 작성하더라도 관리는 다른 사람이 한다고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 이러한 것들이 CIO를 비롯한 IT 인력에게 중요합니다.”

그의 이러한 관점은 하나대투증권의 HTS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대동소이한 HTS 애플리케이션에서 탈피해 철저히 고객 눈높이에서 개발해 지난 2010년 선보였던 하이파이브 씨이오의 콘셉트가 바로 그것이었다.

“돌이켜보면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CIO가 되곤 했습니다. 자칫 인간 대 인간의 소통이 소홀해지기 쉬운 IT 업무에서는 특히 소통과 배려가 중요합니다. 개발, 관리, 협업 등의 모든 과정에서 이는 철저히 적용돼야 합니다.”

* 김지은 하나대투증권 상무는 다른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도서로 김남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추천했다. 세 딸은 둔 아버지로서, 그리고 젊은 직원들과의 소통이 필요한 CIO로서 도움이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취미로 등산을 즐긴다는 그의 사무실에는 수많은 완주패가 배열돼 있었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