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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 Zimmermann
By Mark Zimmermann

“도박 같은 중독성” AI 도구가 시간과 비용의 덫이 되는 이유

오피니언
2025.08.208분

디지털 시대의 심리학적 도전이 진행되고 있다.

slot machines
Credit: Carl Raw

화요일 오후 2시.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야 할 시간이다. 하지만 링크드인에서 발견한 최신 AI 도구를 테스트하느라 벌써 3시간이 지났다. ‘잠깐 써보는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크레딧에 50달러를 결제했고, 오후 시간은 사라졌으며 프로젝트는 여전히 멈춰 있다.

이 장면은 수많은 사무실과 재택근무 공간에서 매일 반복되고 있다. AI 도구는 생산성을 높여준다고 약속하지만, 많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생산성을 방해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단순한 실험으로 시작한 일이 어느새 시간과 돈을 갉아먹는 덫이 되어 되어 개인과 기업에 손해를 안기고 있다.

필자 역시 이런 함정에 빠졌었다. 이번 달, AI 도구에 네 자릿수의 큰 금액을 지출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다. 여기저기 20유로짜리 크레딧, 50유로짜리 프리미엄 구독 같은 작은 지출이 모여 월말에는 놀랄 만큼 큰 금액이 된 것이다.

AI 도구와 도박의 유사점

이 경험은 과거에 필자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필자는 하루 종일 파밍과 농사, 습격, 끝없는 퀘스트의 평행 세계에 빠져 있었다. 매달 요금을 내며 게임에 몰입했고, 항상 장비를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이른바 ‘중국 농장 봇’에게 가상 골드를 사거나 캐릭터를 자동으로 레벨업하게 맡기기도 했다. 돈과 시간 개념이 완전히 사라졌다. 다행히 늦기 전에 스스로 깨달았다.

지금과 그때의 공통점은 소름 끼칠 정도다. 두 경우 모두 작고 사소해 보이는 지출로 시작됐고, 시간 감각을 잃은 채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단 하나의 차이점이라면, 지금의 중독은 ‘직무 역량 개발’이나 ‘미래 준비’라는 이름으로 위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복합적이다. 한편으로는 AI의 빠른 발전 속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늘 ‘최신 상태’를 유지하고자 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도구를 테스트하는 행위는 결국 ‘자기계발’이라는 탈을 쓴 현대판 ‘할일 미루기’의 일종이다. 한 레딧 사용자는 AI 이미지 생성기인 미드저니를 두고 “창의력 슬롯머신 같다. 내가 써본 도구 중 가장 중독성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AI와 도박의 유사점은 우연이 아니다. AI 기업은 카지노와 똑같은 심리적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 진입 비용이 낮고
  • 보상이 예측 불가능하며
  • 획기적인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준다.

초기 연구도 이런 결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오픈AI와 MIT 미디어랩 리서치가 공동 수행한 연구에서는 챗GPT의 헤비 유저가 금단 증상을 겪고, AI 생각에 사로잡혀 실제 업무나 인간관계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생산성 향상 도구로 팔리는 AI는 오히려 정반대의 효과를 내며, 귀중한 시간과 돈을 빼앗는 디지털 산만함이 되고 있다.

할일 미루기의 역설

현대의 업무 환경에는 당혹스러운 역설이 있다. 생산성 도구에 몰두한 나머지, 정작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툴 호핑(tool hopping)’ ‘반짝이는 물건 증후군(shiny object syndrome)’이라는 이름까지 있다. 매일같이 새로운 AI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고, SNS와 기술 블로그는 혁신적 돌파구를 약속하는 메시지로 사용자를 폭격한다. “이 AI가 비즈니스를 혁신한다”, “모든 걸 바꿀 도구”, “드디어, 진짜 되는 AI” 같은 헤드라인은 혁신에 대한 욕구와 함께 뒤처질까 두려운 심리를 자극한다.

문제를 더 키우는 것은 낮은 진입 장벽이다. 대부분 AI 솔루션 업체는 무료 체험이나 저렴한 스타터 패키지를 제공한다. ‘잠깐만 둘러보자’는 생각은 비용이 들지 않지만, 이런 무해해 보이는 접근이 사실은 착각이다. 시간은 곧 돈이며, 새로운 도구를 시험하는 데 쓰는 시간은 본래의 업무에 쓸 수 있었던 시간이다.

전형적인 사례가 있다. 한 마케팅 매니저가 소셜 미디어용 AI 도구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데 2시간, 설정에 3시간, 첫 테스트에 4시간을 쓴다. 하루가 끝날 즈음, 총 9시간을 투자했지만 이 도구를 다시는 쓰지 않을 수도 있다.

더 교묘한 문제는, 실제로는 비생산적인데도 많은 사람이 스스로 생산적이라고 착각한다는 점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가짜 생산성(pseudo-productivity)’이라 부르며, 실제로는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 착각이라고 설명한다.

크레딧이라는 비용의 함정

AI 도구의 결제 방식은 교묘하게 실제 비용을 숨기며, 도박장과 다름없는 구조를 따른다. 카지노에서 칩을 사용하는 것처럼, AI 서비스 업체는 크레딧, 토큰, 포인트 등의 방식으로 결제를 유도한다. 실물 화폐와의 심리적 거리감이 지출 장벽을 낮추고, 사용자가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비용을 쓰게 만든다.

전형적인 시나리오가 있다. 20달러에 1,000크레딧을 구입한다. 겉보기에는 괜찮은 거래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곧 복잡한 요청일수록 예상보다 많은 크레딧이 소모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고화질 이미지는 50크레딧, 긴 텍스트는 100크레딧이 든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크레딧은 바닥나고,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다시 20달러, 또다시 20달러를 결제하게 된다.

이런 마이크로트랜잭션 전략은 게임 산업에서 시작된 것이며, 심리적으로 매우 강력한 효과를 낸다. 소액 결제는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누적되면 결코 작지 않은 금액이 된다. 많은 사용자는 매달 AI 도구에 지출하는 금액이 스트리밍 구독료보다 많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가격 체계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이미지 생성에 실제로 얼마가 드는가? 복잡한 텍스트 요청에 몇 개의 토큰이 필요한가? 대부분 업체는 이런 정보를 의도적으로 숨긴다. 사용자들은 ‘어림잡아’ 크레딧을 구매하고, 충분하길 바랄 뿐이다.

이런 비용 함정은 결과물의 품질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에서 더 악화된다. 모든 AI 결과물이 쓸만한 건 아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여러 번 시도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시도할 때마다 크레딧이 차감된다. 단 하나의 사용 가능한 이미지를 얻는 데 200~300크레딧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업체는 “이미지당 단 10크레딧”이라고 광고한다.

한 프리랜서 디자이너는 “그냥 미드저니를 한번 써보려고 했을 뿐인데, 한 달 지나고 보니 이미지에 180달러를 썼다. 대부분 쓸 수조차 없었다.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스위트 구독료보다 비쌌다”고 말했다.

기업은 이 문제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여러 직원이 동시에 다양한 AI 도구를 테스트할 경우, 비용은 금세 네 자릿수대로 치솟는다.

도파민의 순환

인간의 뇌는 디지털 환경에 맞춰져 있지 않다. 과거 생존에 유리했던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이제는 오히려 인간을 해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핵심은 도파민이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도파민은 행복을 주는 호르몬이 아니라 갈망을 유도하는 호르몬이다. 도파민은 보상을 받을 때가 아니라, 보상을 기대할 때 분비된다. “생성하기” 버튼을 누르기 직전의 순간이 결과 자체보다 더 강한 자극을 준다.

과학자들은 예측 불가능한 보상이 도파민 분비를 가장 크게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언제 보상이 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AI 도구는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한다. 다음 생성물이 뛰어난 결과일지, 그저 그런 결과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불확실성이 사용자를 계속 붙잡아 둔다.

대부분 결과물은 슬롯머신의 잔챙이 당첨처럼 평범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가끔씩 ‘잭팟’을 맞는다. 완벽한 이미지, 딱 들어맞는 텍스트 같은 것이다. 이런 희귀한 성공 경험이 계속 시도하게 만든다.

AI의 인간화는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챗GPT 같은 챗봇은 최대한 인간처럼 보이도록 설계돼 있다.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질문을 던지며, 이해하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이로 인해 사용자가 느끼는 매력은 더 커진다. 사람들은 AI 시스템과 마치 실제 인간처럼 관계를 형성한다.

오픈AI와 MIT가 공동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챗GPT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AI에 정서적 애착을 갖게 된다. AI를 끊임없이 떠올리고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편함을 느끼며, 실제 인간 관계를 소홀히 하게 된다.

특히 외로움을 느끼거나 업무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위험성이 크다. 현실에서 벗어날 피난처로 AI 도구를 택하는 것이다. AI는 판단하지 않고, 언제든지 응답하며, 항상 반응을 준다. 이로 인해 ‘일방적인 정서적 유대감(para-social relationship)’이 형성될 수 있다. 즉, AI라는 인공 존재에 감정적으로 일방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AI 시대의 생산성을 유지하는

해결책은 AI 도구를 아예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이 기술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잠재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있다. 올바른 전략만 있다면 시간과 비용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도 AI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다음은 이를 위한 몇 가지 팁이다.

  •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라. AI 실험에 얼마의 시간과 비용을 쓸 것인지 미리 정하라. 취미 예산처럼 정해진 한도 내에서만 사용하겠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 생산적 사용과 시간 끌기를 구분하라. 매번 AI를 사용하기 전에 이렇게 자문해보라. “지금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으로 실험 중인가?” 명확한 목표가 없다면, 그만두는 것이 낫다.
  • AI 실험 시간을 고정하라. 예를 들어, 금요일 오후 1시간을 실험 시간으로 정한다. 이 시간 외에는 AI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타이머나 화면 시간 제한 앱을 활용해 집중력을 유지하라. 두뇌는 결과를 처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 항상 새로운 도구에 집착하기보다는 검증된 도구에 집중하라. 여러 도구를 얕게 아는 것보다 하나의 도구를 깊이 익히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양보다 질이 핵심이다.
  • 실질적인 효과를 측정하라. AI 도구에 사용한 시간과 비용을 기록하고, 그 도구로 얻은 구체적인 결과를 문서화하라. 비용 대비 효과가 마이너스라는 사실에 놀라게 될 수도 있다.
  • 기업이라면 중앙집중형 AI 전략을 수립하라. 모든 직원이 각자 실험하게 두지 말고, 몇몇 전문가가 새 도구를 평가해 팀 전체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라. 이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혼란을 줄인다.
  • 완벽하지 않은 결과도 수용하라. 모든 AI 결과가 완벽할 필요는 없다. 종종 ‘충분히 괜찮은 것’이면 충분하다. 완벽주의는 과도한 사용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AI 도구는 기적의 기계가 아니라, 말 그대로 도구일 뿐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 기술을 다변화하라. 창의력이나 문제 해결을 오직 AI에만 의존하지 말고 전통적인 방법도 함께 활용하라. 펜과 종이로 그림을 그리거나 AI 없이 글을 쓰고, 현실 사람과 대화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방식이 능력을 날카롭게 다듬고 AI 의존도를 줄여준다.
  • 특히 챗봇 사용에는 주의하라. 챗봇은 친구가 아니라 도구로 대하라. 봇에게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지 말고, 정서적인 문제는 친구나 가족, 심리상담사처럼 실제 사람에게 도움을 구해야 한다. AI는 정보를 주고 영감을 줄 수 있지만, 인간 관계를 대체할 수는 없다.

AI 도구는 이제 삶의 일부가 됐다. 미래는 AI를 지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의 것이다. 이는 도구와 함께 시간을 최대한 많이 보내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목적에 따라 도구를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양보다 질, 혼돈보다 전략, 할일 미루기보다 생산성” 이것이 AI를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열쇠다.
dl-ciokorea@foundryco.com

Mark Zimmermann
By Mark Zimmermann
Mobile, Mobile Security, MDM

Mark Zimmermann leitet hauptberuflich das Center of Excellence (CoE mobile) zur mobilen Lösungsentwicklung bei der EnBW Energie Baden-Württemberg AG in Karlsruhe. Er weist mehrere Jahre Erfahrung in den Bereichen Mobile Sicherheit, Mobile Lösungserstellung, Digitalisierung und Wearables auf. Der Autor versteht es, seine Themen aus unterschiedlichsten Blickwinkeln für unternehmensspezifische Herausforderungen darzustellen. Neben seiner hauptberuflichen Tätigkeiten ist er Autor zahlreicher Artikel in Fachmagazin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