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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mont_wood

8080 40주년 | 미래의 컴퓨팅에 대한 선구자들의 진단

1974년에 등장한 인텔 8080 칩은 상업용 성공을 거둔 최초의 컴퓨터 ‘MITS 알테어 8800’ 에 탑재됐던 프

인텔 8080에 기반한 알테어 8800(MITS Altair 8800)은 상업적 성공을 거둔 최초의 가정용 PC다.



8080의 시작
이탈리아 이민자였던 프레데리코 파진(Fredericco Faggin)은 인텔에서 최초의 8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인 인텔의 8008칩의 개량형으로 8080을 설계했다.

인텔 8080의 개선사항 중에는 8008의 18 커넥터 핀과는 다른 40커넥터 핀이 있었다. 18핀만 사용할 때는 일부 I/O 라인이 핀을 공유해야 했다. 이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8008에서 I/O 라인을 다중화하기 위해 수십 개의 지원 칩을 사용해야 했다. 그리고 이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파진은 “8008이 시장을 제시했다면, 8080은 그 시장을 열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래의 프로세서 발전과 관련해 과거를 답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파진은 “오늘날의 컴퓨터는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갖추고 순차적으로 알고리즘을 실행하는 등 1950 년대에 사용하던 것과 개념 측면에서 전혀 다르지 않다”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는 이어 생물학에서 적용되는 프로세스 등을 모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 정보 처리가 이루어지는 방식은 전통적인 컴퓨팅과 완전히 다르다.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는 복잡성의 수준이 상상을 초월하는 비 선형적 동적 시스템을 이용해 이를 처리하며, 수십 억 개의 부분이 혼돈에 가까운 행태를 보인다. 하지만 그 과정을 이해한다면 엄청난 것을 얻게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인텔 8080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데뷔한 지 4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칩보다 훨씬 더 강력한 후계자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40년 동안에는 어떤 제품들이 등장할까? 8080 칩과 관련된 전문가를 비롯해 프로세서 분야의 산 증인들로부터 컴퓨터의 과거에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프레데리코 파진이 4004 칩을 들고 있는 2011년의 사진. 그가 고안한 4004는 8080의 조상격 프로세서다.

그는 지금부터 40년 후에는 그 비밀을 풀기 시작했을 것으로 예상하며, “미래의 컴퓨터들은 이런 종류의 동적 행태를 가진 구조를 시뮬레이션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70년대 말, 이후에 애플 맥킨토시(Apple Macintosh)에 사용된 모토롤라 68000 프로세서의 디자이너였던 닉 트레드닉(Nick Tredennick)도 이 전망에 동의했다.

그는 “앞으로 40년 동안 생물학적 시스템에 기초한 생물 정보학에 대한 이해가 크게 발전할 것이다. 인류는 자연이 이미 발달시킨 솔루션을 이해하고 모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1975년에 PC산업 전문지 바이트(Byte)를 창간한 칸 헬머스Carl Helmers)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모든 첨단 반도체 기술을 동원해 여전히 범용 튜링(Turing) 기계를 개발된 지 70년이나 지난 폰 노이만(Von Neumann) 아키텍처의 개념에 기초하여 한정적으로 구현하고 있을 뿐이다.”

인간과 디지털의 통합?
인류가 앞으로 컴퓨터와 상호 작용할 방법은 컴퓨터 자체의 속성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다.

지난 30년 동안 업계 분석가로 활동해 온 롭 엔덜은 “지난 40년 동안은 기술 환경 구축이 중요했지만, 앞으로의 40년 동안은 인간과 디지털 영역을 통합해 인간의 의사결정과 기계의 대량 고속 처리를 통합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리 펠슨스타인은 이 통합으로 인해 인류가 기계에 대해 직접 두뇌 제어를 수행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으로 관측했다. 악기를 연주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Sol-20(초기의 일반인용 8080 기반 기계 중 하나)과 최초의 대중 시장 휴대용 컴퓨터 오스본 1(Osborne 1)의 설계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펠슨스타인은 “나는 리코더를 연주하는 방법을 배웠으며 이제 생각하지 않고도 연주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라고 예를 들었다. 컴퓨터와 두뇌 상호작용에 관한 학습도 이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장난감과 전혀 다르지 않은 시스템을 이용해 상호작용을 수준을 높여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서 사람과 기계의 통합이 시작될 것이다. 그 결과는 기계나 기계의 디자이너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 것이다. 각 사용자의 몫이라는 의미다. 즉 각 사용자와 그의 기계에 따라 조금씩 다를 것이며, 각자가 이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만능 환경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콘텐츠 4 IT(Content 4 IT)의 책임자로 1977년부터 기술 업계 분석가로 활동해 온 아론 골드버그는 “자연스러운 인터페이스를 지향해야 한다”라며 반박했다. 그는 연산 능력을 고려할 때 “사람이 생각하는 것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이에 따라 별도의 교육이 필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랫동안 업계 분석가로 활동해 온 앤드류 세이볼드는 “미래 기기와의 상호 작용은 언어에 기초할 것으로 본다. 말을 통해 더 많은 상호작용이 가능할 것이다. 좋을 수도 있고 공포스러울 수도 있다”라고 예상했다.

어두운 측면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컴퓨터가 점차 강력해지면서 문제 또한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골드버그는 “앞으로 40년 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기가 인류보다 똑똑하고 유능하며 지식이 많아지면서 발생하는 일들이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는 분명 기술에 종속될 것이다. 그 결과는 공포스러울 수도 있고 긍정적일 수도 있다. 둘 사이의 긴장감이 늘 존재할 것이다. 다음 세대로 정말 흥미롭겠지만, 문제 또한 훨씬 클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엔덜 또한 “인류를 대체할 존재를 개발하는데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기술 기업가 엘런 머스크(Elon Musk)부터 유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까지 많은 과학자들이 이런 우려를 명확히 밝혔다.

엔덜은 “우리가 개발한 것이 너무 똑똑해서 우리가 없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우리가 항상 이성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많은 사람들이 바라듯이 지구를 떠나거나 인간을 몰살시켜 문제를 해결하려 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최후의 심판 시나리오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바이트지의 헬머스는 “컴퓨터 기술의 미래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더 (Meliora) 찬란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1978년 최초의 PC “킬러 앱(Killer App)” 비지칼크(VisiCalc)를 공동 개발한 밥 프랭스턴은 “CPU는 오늘날 당면한 이슈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정작 문제는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다”라고 진단했다.

데이터포인트 2200의 설계자 중 한 사람이었던 조나단 슈미트도 “손목시계 또는 몸 속에 왓슨(Watson)에 버금가는 컴퓨터를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문제다”라고 말했다.

1960년대에 하이퍼텍스트(Hypertext) 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으며 뒤늦게 등장한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과 다수의 특징을 공유하는 프로젝트 제너두(Project Xanadu)를 창안했던 테드 넬슨은 과거와 미래 모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발전? 모두 헛소리와 압제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앞으로의 40년 동안에도 “헛소리와 압제만 늘어날 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분야의 발달
일부 전문가들은 특정 분야의 발달을 전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텔에서 칩 디자이너로써 8008에 참여한 스탠 메이저(Stan Mazor)는 머신 비전(machine vision)이 새로운 개척분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저는 “컴퓨터가 볼 수 있게 되면 컴퓨터 애플리케이션이 눈에 뜨게 발전할 것이다. 만약 작업을 나눌 수 있다면, 1개의 칩에 10만개의 CPU를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전(Vision)의 장면 분석이 이러한 대규모 병렬처리에 적합한 과제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8008 프로젝트 중 인텔에서 메이저의 상사였던 마르시안 E. “테드” 호프(Marcian E. “Ted” Hoff)는 “현재 이용할 수 있는 연산 능력을 이용해 컴퓨터가 프로그래밍 언어나 운영체제 없이 인간과 좀 더 효율적으로 의사를 소통할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까?”라며, “자연언어 처리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고, 이런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앞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MC68000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에 참여한 모토롤라의 디자인 엔지니어 출신으로 칩 제조사 넥스젠(NexGen)의 공동 설립자인 닉 트레드닉(Nick Tredennick)은 소프트웨어 필요에 따라 구성 가능한 하드웨어를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로직(Logic) 디자이너뿐만이 아니라 프로그래머도 하드웨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 년 전에도 같은 이야기를 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물인터넷과 연계된 MEMS(Micro-Electromechanical Systems) 덕분에 유지보수가 필요할 때 이를 보고할 수 있는 건물과 교량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프랭스턴은 컴퓨터 연산능력이 증가한다고 해서 “세계 평화가 실현되거나 인간의 수명이 300 년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나친 비약을 경계했다. 그는 “그 결과가 무엇이든, 새로운 평범함(new normal)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아마 그 때에도 사람들은 ‘요즘 애들’에 대해 불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