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전됐다. 하지만 250만 명의 호주인은 여전히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의 반대편에 머무르고 있다. 브랜드가 이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방법을 살펴본다.
2020년이 남긴 유산이라고 한다면 소비자가 식료품을 구매하고 음식을 주문하며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기 위해 인터넷으로 몰려들면서 급속도로 이뤄진 디지털화다. 지난 6월 발표된 호주 우체국(Australia Post)의 ‘온라인 쇼핑 보고서(Inside Australian Online Shopping Report)’에 따르면 2021년 5월 호주의 온라인 쇼핑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47.5% 성장했으며, 같은 기간 동안 온라인 쇼핑도 32% 증가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텔스트라(Telstra)와 로이 모건(Roy Morgan)의 ‘호주 디지털 포용 인덱스 2020(Australian Digital Inclusion Index 2020)’에 의하면 디지털의 폭발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250만 명에 달하는 호주인이 여전히 오프라인 상태로 남아 있다.
여기서 대중 그리고 디지털 네이티브 브랜드 및 서비스 사이의 명확한 경계가 드러난다. 물론 이러한 디지털 격차를 극복하려는 브랜드에게는 잠재적인 기회이기도 하다.
기술 및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는 호주의 사회적 기업 ‘인포엑스체인지(Infoxchange)’의 CEO 데이비드 스프릭스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호주에서 디지털 포용(digital inclusion)이 엄청난 문제로 떠올랐다”라면서, “하지만 이 문제는 항상 존재해왔다. 아직도 250만 명이 넘는 호주인은 온라인 상태가 아니다. 201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 호주 인구의 비율로 봤을 때도 이 수치는 바뀌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채널 활용도를 높이려는 마케팅 담당자, 특히 모든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은행, 보험사, 통신사, 정부기관 등의 마케팅 담당자는 이 수치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뉴 사우스 웨일즈(NSW) 정부 고객 서비스 부문 장관 빅터 도미넬로는 ‘디지털 포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세계가 존재하며 둘 사이에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나의 세계가 있고 디지털을 전혀 모르는 어머니의 세계가 있다. 나이의 문제는 아니다. 이를 원치 않거나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두 세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도미넬로에 의하면 이는 디지털 서비스 혁신을 계속 추진하는 한편 ‘서비스 NSW(Service NSW)’ 센터를 통해 사람들이 디지털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시민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핵심 서비스를 제공할 때 항상 디지털이 아닌 옵션도 제공했다. 향후 10년 이상 이뤄질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디지털 방식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으며 이것이 효율적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사람들이) 프로세스가 끝날 때까지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면 좋은 프로세스는 아닌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고객 세그먼트 내에서 디지털 역량 구축하기
미래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가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s)’과 ‘디지털 이주민(Digital immigrants)’ 개념을 처음 사용한 지 20년이 지났다. 대부분의 호주인은 이 여정에 참여했지만 모두가 할 수 있거나 하려는 의지가 있는 건 아니다.
‘호주 디지털 포용 인덱스 2020’에서는 디지털 포용의 3가지 속성(▲접근성(Access), ▲경제성(Affordability), ▲디지털 역량(Digital Ability))을 측정해 호주에 63점이라는 디지털 포용 점수를 부여했다. 2019년과 비교해 1.1 포인트 개선되긴 했지만 이전 5년과 비교하면 최저치 수준이다.
해당 보고서는 소득, 고용, 교육 수준이 낮은 호주인이 디지털에서 소외돼 부자와 가난한 호주인 사이에 디지털 격차가 커졌다고 밝혔다. 고소득층의 점수는 73.8점이었던 반면 저소득층은 43.8점을 기록한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또한 이 점수는 도심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수도의 디지털 포용 점수는 65.0점으로 시골 지역보다 7.6 포인트 앞섰다.
디지털 역량 수준과 관계없이 모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벤디고 앤드 아델레이드 은행(Bendigo and Adelaide Bank)’의 브랜드 전략에서 중요한 요소다. 또 이 은행이 커뮤니티 은행(Community Bank) 모델을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벤디고 앤드 아델레이드는 다른 은행들이 철수한 여러 지역에서 지점을 유지했다.
이 은행의 마케팅 책임자 사라 베이슨은 디지털이 서비스 딜리버리의 미래를 의미한다면 은행 역시 고객이 디지털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벤디고 앤드 아델리이드는 지점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디지털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해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디지털 기능 및 서비스를 사용하고 싶지만 잘 모르는 고객이 많다. 모든 지점에 이런 고객을 돕는 디지털 코치가 있다”라면서, “물론 물리적인 경험도 계속해서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디지털화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고 (브랜드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몇 가지 방법을 제공한다”라고 언급했다.
베이슨에 따르면 이러한 다채널 접근방식은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이었던 당시 매우 중요했다. 그는 가족이 아이폰은 사줬지만 사용 방법을 몰랐던 한 노인 고객의 사례를 들면서, “직원 한 명이 2~3시간 동안 전자금융 가입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사용 방법을 알려줬다. 이제 문제는 이를 확장하는 방법이다. 이것이 디지털 코칭 프로그램의 핵심이다”라고 밝혔다.
개인화된 접근방식
디지털 서비스 딜리버리를 향한 발전이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모든 디지털 딜리버리가 셀프서비스일 필요는 없다.
어도비(Adobe)의 APAC 지역 디지털 전략 실무 책임자 존 맥케니는 포용적인 디지털 서비스 딜리버리를 구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작업은 고객 관리 시스템의 백엔드에서 이뤄지며, 고객이 화면을 통해 상호작용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개인화를 이야기하는 것이다”라면서, “현재 서로 다른 환경에서 개인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누군가의 선호도와 니즈를 활용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베이슨은 고객마다 디지털 여정에서 필요한 경험과 니즈가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느라 고군분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개인화를 위해 VA(Vision Australia) 및 ADN(Australian Disability Network) 등의 조직과 협력하면서 포용적 사고의 요소를 통합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슨은 “모든 플랫폼에 있는 누구나 디지털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 및 포용에 많은 작업을 해왔다. 이를테면 콜센터에서는 페르소나를 사용한다. 한 페르소나는 치매 또는 유사 질환을 앓고 있는 고객을 위해 호주치매협회(Dementia Australia)와 협력해 구축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조직들과 협력해 적절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모든 고객에게 (적절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은행은 현재 생체인식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치매 또는 유사 질환을 앓고 있는 고객은 더 이상 비밀번호나 핀 번호를 기억할 필요가 없다. 시각 장애가 있는 고객이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신용 및 직불카드도 개발했다고 그는 전했다.
베이슨은 “고객마다 특징이 다르고 니즈가 다르다. 자사의 접근방식은 가능한 한 고객에 맞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이 옴니채널 경험이 될 것이다”라면서, “모든 고객이 스스로 선택한 방식으로 자사의 제품 및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길 원한다. 그래서 한 가지 경로만 강요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고객의 선택 그리고 경험을 강화하는 것, 모든 채널을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단절(digital disconnected)’을 위한 디지털 공감
맥케니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전혀 다른 서비스 딜리버리 개발 동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상업적 결과보다는 공감에 의해 추진된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얻은 교훈 중 하나다. 개인화에 대한 논의가 점차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공감은 호주 보험사 IAG의 중요한 서비스 설계 동인이다. IAG의 CMO 브렌트 스마트는 상호작용의 맥락을 통해 가장 적절한 채널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훌륭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 하지만 보험사라는 측면에서 (보험사가 제공하는 경험 중에) 대면 채널과 통화 채널이 중요할 때가 있다. 주로 사람들이 중요한 불만 사항을 제기할 때다”라면서, “다른 사람의 공감은 경험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디지털상에서 재현하는 방법은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스마트는 IAG가 100% 디지털을 추구하는 건 아니지만 적절한 때에 적절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디지털 거래를 선호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그래서 (IAG는) 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통화를 원하거나 지점에서의 면대면 상호작용을 원하는 고객의 니즈도 만족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IAG의 디지털 투자 대부분은 (고객이 직접 볼 수 없는) 컨택센터에 투입된다. 직원들이 최고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스마트는 “많은 작업이 프론트엔드 경험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백엔드에 있다. 고객이 원하는 채널 또는 정책에 상관없이 고객을 파악하고 개인화해 응대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재정적 가치와 상관없는 가치
‘호주 디지털 포용 인덱스 2020’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디지털 포용의 핵심 결정 요인 중 하나는 개인 소득이다. 절대적인 인터넷 데이터 비용은 감소했을지 몰라도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인터넷 서비스 비용 지출도 증가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 의하면 저소득층 가구는 기술 선택지와 적절한 기기에 관한 접근성이 낮고, 디지털 역량도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스프릭스는 여기에 디지털 격차의 반대편에 있는 이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반영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 포용은 단순히 컴퓨터를 가지고 있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는 등의 이분법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참여에 관한 것이다”이라면서, “팬데믹 기간 동안 디지털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디지털 격차가 더욱더 악화됐다”라고 말했다.
“저소득층의 소득, 연령, 지리적 위치, 교육 수준 및 고용에 따라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디지털 격차는) 이러한 그룹에게 훨씬 더 큰 문제다. 팬데믹 기간 동안 집에서 학습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즉 저소득층 사회에서는 이게 엄청난 문제였다는 점이 실제로 나타난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텔스트라의 파생 브랜드 ‘빌롱(Belong)’의 커뮤니케이션 및 문화 책임자 켈리 슐츠는 빌롱이 ‘디지털 프론트 도어’ 회사이긴 하지만 접근성 및 경제성 측면에서 다양한 사용자를 지원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슐츠는 “올바른 일을 하면 가치가 창출되며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수록 옳은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커진다고 생각한다. 목적은 더 많은 호주인이 오늘날의 디지털 세계에 ‘속할 수 있도록’ 더욱더 포용적인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치 있으면서도 복잡하지 않은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빌롱의 역량 구축 작업에는 지역사회기관부터 가정 폭력을 겪은 여성, 노숙자, 정신건강 문제 지원을 찾는 사람까지 다양한 이들을 직접 지원하고 있는 조직과의 협력이 포함된다.
그는 “포용이란 단순히 아날로그로 되돌려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그들을 만나는 게 아니라 디지털 접근성에 관한 모두의 기준을 높이는 것이다. 이들이 지금 발전하고 있는 세계에 소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이러한 파트너십은 인쇄 및 광고 예산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하지만 이는 투자수익률을 측정하지 않으며, 이러한 활동을 프로모션하려고 하지도 않는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슐츠는 “올바른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우리는 기업이고,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기업이든 그 가치와 ‘옳은 일’이 상반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둘은 시너지 효과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역량 구축
다른 브랜드들도 디지털과 단절된 호주인이 디지털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의 가치를 인지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호주 우체국은 인포엑스체인지와 ‘고 디지(Go Digi)’라는 장기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여기에는 면대면 학습 이벤트, 멘토링, 온라인 플랫폼 등이 포함돼 있었다.
스프릭스는 “지역 우체국 또는 커뮤니티 파트너를 통해 지역사회와 연결하여 디지털 기술을 배우는 프로그램이었다. 커뮤니티에 엄청난 이점이 있었다. 또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온라인을 사용하고 제품 및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주문하기 시작하면서 호주 우체국에도 이점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후 인포엑스체인지는 GSB(Great Southern Bank)와 협력해 지역사회 내에서 디지털 역량을 구축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는 구글과 공동 개발한 디지털 스프링보드(Digital Springboard)라는 다른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GSB의 최고 고객 책임자 메간 켈러는 이 파트너십을 통해 고객 및 지역사회 구성원이 금융지식을 키우도록 지원하면서 호주인의 디지털 여정을 도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켈러는 “2개의 모듈을 개발했다. 하나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돈과 예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온라인 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팀원들은 트레이너로 자원해 GSB 지점 네트워크의 지역사회기관 및 고객에게 교육을 제공했다.
이어서 그는 “세계가 점차 온라인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는 GSB에게도 중요한 일이다. 금융과 관련해 고객들이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건 자사의 ‘금융 포용 실행 계획(Financial Inclusion Action Plan)’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온라인 금융과 관련해 지역사회 구성원이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수록 더 많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디지털 방식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개인의 역량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 있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디지털 역량이 없다고 해서 2류 경험을 하게 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브랜드와 경영진은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브랜드가 고객 선택을 극대화할 계획이라면 채널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 도미넬로는 디지털 역량에 관계없이 고객들의 자율성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도미넬로는 “사람들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관해 정보에 입각한 의사결정과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정부 서비스 딜리버리의 경우 품질이나 서비스 투명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고, 종이 매체 또는 디지털 매체를 사용할지도 고를 수 있다. 개인적인 선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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