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와 M4 아이패드 프로를 비롯한 일부 애플 제품에서는 나노 텍스처 글래스(nano-texture glass)를 선택할 수 있다. 초고가 프로 디스플레이 XDR에 처음 도입된 바로 그 옵션이다. 그렇다면 나노 텍스처 글래스는 무엇이며, 수백 달러를 더 낼 필요가 있을까?
조명이 밝은 사무실과 가정에서 기기를 사용하다 보면 눈부심이 종종 문제가 된다. 크고 광택이 나는 디스플레이는 마치 정교한 거울이 되기도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이 바로 무광택 디스플레이다. 이를 선택하면 색 바램을 방지하면서도 눈부심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공정이 섬세하고 다른 설계가 적용됐기 때문에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조명이 밝은 곳에서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다.
나노 텍스처 글래스의 원리를 이해하려면 눈부심이 발생하는 원인부터 봐야 한다. 최신 디스플레이는 표면이 매끄러워 조명, 창문, 기타 광원에서 나오는 빛을 반사한다. 일반적인 무광택 마감은 빛을 확산하거나 분해하는 일종의 코팅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단, 이 방법은 양방향으로 작동하므로 디스플레이 자체에서 발산되는 빛도 변경되어 일반적으로 화면이 더 어두워지는 단점이 있다.
애플은 이런 단점을 줄이기 위해 코팅 대신 미세하게 식각(불필요한 부분을 부식시켜 제거, etching)해 화면 표면 자체를 물리적으로 바꾸는 방식을 택했다. 에칭 작업을 거치면 디스플레이에 닿는 광선이 다양한 각도에서 반사돼 눈부심 대부분을 제거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이 방식은 디스플레이 화질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가격의 경우도, 유리에 미세한 에칭을 만드는 것은 정밀한 작업이기 때문에 비용이 더 많이 드는데, 수년에 걸쳐 가격이 내려갔다. M4 아이패드 프로에서는 이 옵션을 추가하는 비용이 100달러다(약 15만 원)이다. 물론 최소 1TB 저장 용량을 선택해야 이 옵션을 추가할 수 있으므로 실제 비용 부담은 더 커진다.
나노 텍스처 글래스 디스플레이의 특징 중 하나는 애플이 특정 ‘애플 천’으로만 청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이 천은 모든 디스플레이에 기본적으로 하나씩 포함돼 있지만, 이 천에 어떻게 다른지는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 특수 디스플레이 기술을 위해 거액을 썼다면, 애플의 권고대로 전용 천을 쓰는 것이 좋다. 인터넷에서 몇천 원짜리 모조 천을 구매해 쓰지 않기를 권한다. 나노 텍스처는 일반 유리만큼 내구성이 뛰어나다. 일종의 코팅이 아니기 때문에 눈에 띄는 마모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이 비싼 옵션을 추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시한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밝은 천장 조명이 있는 공간에서 사용하거나 아이패드 프로로 외부에서 작업하는 일이 많을 때 등 눈부심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면 고민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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