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새로운 스마트폰이 등장하지만 기자는 쓸 거리를 두고 요즘처럼 고민해본 적이 없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되었
특히 리뷰를 위해 최신 스마트폰을 개봉해 볼 때마다 이러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는 비관적이고 불안하며 지루함이 섞인 감정이다. 이러한 느낌을 받게 되는 주 이유는 리뷰 대상인 스마트폰이 경쟁작들보다 더 우수하거나 독특한 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끔은 새로 발매된 스마트폰은 카메라 기능이 부족하거나 배터리 수명이 짧다. 때로는 새로 발매된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가 변색되었거나 화소가 두드러져 보일 수도 있다. 메모리 카드 슬롯이나 탈착 가능한 추가배터리를 지원이 이뤄지지 않기도 한다.
이는 오늘 날의 고성능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안타까운 진실이다. 최근 발매되는 대부분의 휴대장비는 전반적으로 만족할만한 경험을 제공한다. 적어도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는 그렇다.
새롭다고 해서 꼭 더 나은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혁신의 속도 사실 그동안 꾸준히 느려져 왔다. 이제는 카메라의 픽셀 수(루미아), 보안성이 검증되지 않은 지문인식 스캐너(아이폰5), 쓸모 없는 UI 제스처(거의 모든 삼성 갤럭시 시리즈), 그리고 너무나 커서 낯설기까지 한 디스플레이(패블릿 제품군) 등이 셀링포인트로 제시되고 있다.
‘새로움(newness)’도 그 자체로 훌륭한 셀링포인트가 됐다. ‘최신제품이기 때문에 더 훌륭하고 낫다’라는 인식을 누구나 쉽게 가지기 마련이다. 특히 IT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실제 더 나은 기능인지 따지기보다 새로운지 아닌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더 짧은 간격으로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압력의 출처는 주변의 사용자, 혹은 이통사, 때로는 스마트폰 제조사 등이다. 그 어느 때보다 스마트폰은 일종의 액세서리, 신분의 상징, 혹은 문화적 차이를 가져다 주는 요인이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스마트폰 팬보이즘(fanboism)에 빠진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만약 애플 팬보이가 오래된 블랙베리 사용자를 보게 된다면 이를 통해 그를 평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동통신사들은 소비자로 하여금 좀 더 자주 스마트폰을 신형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기도 한다. 명목은 고객의 부담은 줄인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새로운 방법을 통해 가급적 단시간 내에 스마트폰 판매고를 늘려나가고자 한다. 이러한 모든 움직임은 스마트폰이 이전과 같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새로운 트랜드로 연결된다.
스마트폰과 계획적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
스탠포드 대학 경제학 교수인 제레미 브로우는 ‘계획적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란 제품 생산 시점에서부터 일부러 사용 기한을 짧게 정함으로써 소비자들이 구매를 반복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용어는 원래 초창기 미국 자동차산업과 관계가 있는 것이지만 오늘날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시장에 적용되고 있다. 물론 예정에 없이 구식화 되는 스마트폰 기기(unplanned obsolescence)도 있다. 예를 들어, 구 버전의 기기에서는 지원하지 않는 새로운 기능이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아니면 더 빠른 프로세서나 데이터 속도를 필요로 하는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인해 구식화되는 제품들이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을 품게 하는 사례들도 있다. 고릴라 글래스 적용 디스플레이이지만 충격에 약하거나 모서리 부분의 강성이 부족한 액정이 있다. 수리 비용이 과다하고 수리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게 되면 이전과는 달리 기기가 굼뜨게 작동하기도 한다. 새로운 기기와의 호환성 결여도 문제다.
즉 단순히 하드웨어의 혁신속도만 느려진 것 만이 아니다. 앞으로 구입하게 될 휴대폰은 현재 사용하고 는 휴대폰에 비해 사용 기한이 짧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는 휴대폰 제조사나 이통사가 원하는 방향이다. AT&T와 티모바일은 고객이 업그레이드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고 하지만 고객이 새로운 휴대폰을 매년 구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 고객의 재량이나 자유가 늘어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사람들은 언제나 가장 우수하고 새로운 것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이통사들은 이러한 경향성을 자사의 이윤창출과 연결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이는 고객들에게 선택과 자유를 제공하는듯한 제스처를 취하지만 사실상 정반대의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계획적 진부화’가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의 전략이나 사업계획의 일부라고 단언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필자로서는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IT업계에서의 이러한 생각이 음모론자이 지어낸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우연의 일치라기로 보이지는 않는다. 수많은 여건에 의해 스마트폰을 자주 업그레이드 해야 할 필요도 현저히 증가했다.
스마트폰 등장 주기의 변화
그러면 스마트폰 갱신 주기의 변화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2010년 여름 삼성은 미국에서 갤럭시 S의 첫 버전을 ‘Fascinate’, ‘Captivate’, ‘Mesmerize’라는 이름으로 발매했다. 발표 후 1년 정도가 지난 2011년 가을, 삼성은 갤럭시2를 미국에서 발매했다. 2012년 7월 갤럭시3가 미국에 발매되었고 갤럭시4는 2013년 4월에 발매되었다. 새로운 모델이 발표될 때마다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하지만 하드웨어 측면만 비교해 보았을 때 미미한 변화들만 있었을 뿐이다.
구글이 모토롤라 모빌리티를 인수하기 전에 모토롤라는 새로운 드로이드(DROID) 모델을 발표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기적인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배터리 팩 교체를 통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배터리 수명을 제외하고는 하드웨어 관련 업데이트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애플도 매년 새로운 아이폰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이 사이에 낀 S모델을 발매 함으로서, 확연한 업데이트나 성능의 향상이 매년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그 동안 아이폰을 발매하면서 ‘이것이 진화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계속되었으며 놀랄만한 기능 업데이트를 확인하지 못한 리뷰어들 사이의 실망도 있었다.
새로운 휴대폰 구입 여부의 문제
결론적으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이 비교적 최근에 구매한 것이라면 갓 등장한 신모델과의 차이점을 찾아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심지어 더 우수하거나 더 오래 사용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신경을 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냥 최신의 휴대폰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이는 이해할 만한 일이다.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니면 현재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다양한 이유로 인해 잘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면 200달러 이상을 내고 휴대폰을 구입해도 이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는 전적으로 각자의 자유다.
하지만 단순히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왔거나 더 선호하는 스마트폰이 나왔다고 해서 이를 꼭 사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번 이러한 흐름에 빠지게 될 경우 사태는 갈수록 더 심해진다.
요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로운 휴대폰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더라도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신의 우수한 성능의 휴대폰을 구입한다고 해서 이를 통해 소비자가 가치를 누릴 수 없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럼에도 아마 사람들은 휴대폰을 구입할 것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스마트폰의 발매 및 업그레이드 주기는 짧아질 것이다. 그 한계 지점을 어디쯤일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