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 파이어폭스를 사용하다가 크롬으로 전환한 것이 언제 적 일인지 생각나지 않는다. 한동안 파이어폭스의 심층적인 개인화 기능과 확장 기능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에 구글이 2008년 크롬을 출시한 이후 1~2년 동안은 새로운 브라우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결국에는 크롬의 속도와 안드로이드 및 기타 구글 툴과의 통합에 넘어가고 말았다 .
최근 몇 년 동안 필자와 크롬의 관계는 순탄치 못했다. 구글 검색 및 유튜브 플랫폼에서 이른바 엔시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즉, 사용자의 편익보다 수익 창출을 우선시하면서 플랫폼 품질과 사용자 경험이 저하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구글은 크로미움 생태계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크롬의 메모리 사용량이 점점 더 많아지거나 새로운 구글 친화적인 쿠키 정책 대안이 의심스러운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구글은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몰랐다. 브라우저 탭을 두툼하고 가독성이 떨어지도록 새롭게 디자인하고 ://flags에서 UI 전환을 실행 취소하는 버튼을 없애자 필자는 새로운 무언가가 절실해졌다.
그동안 크롬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 2가지
필자는 이전에도 크롬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한 적 있었지만, 2가지 걸림돌이 길을 가로막았다. 첫째, 필자는 크롬의 확장 프로그램과 호환이 필요하거나 그에 못지않은 여러 확장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이제는 대부분 브라우저가 크로미움 기반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원한다면 엣지에서도 이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문제는 단일 사이트 전용 브라우저 창을 만드는 기능이었다. 필자의 일상적인 업무 흐름에 꼭 필요한 기능이다. 크롬에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툴이다. 지금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구글 문서 도구 창, 글을 마무리하는 데 사용하는 워드프레스 인터페이스를 포함해 필자는 일주일 내내 사용하는 거의 모든 사이트를 전용 브라우저 창으로 만들어서 사용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윈도우 및 크롬OS, 맥OS는 작업 표시줄에서 이런 창을 독립된 애플리케이션으로 취급한다는 점이다. 크롬에서는 바탕화면에 바로가기를 만들 때 ‘창으로 열기’라고 부른다.
이런 기능은 다른 브라우저에서 의외로 찾아보기 힘들다. 엣지에서도 이런 기능을 사용할 수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엣지를 공식 브라우저로 만들기 위해 온갖 ‘꼼수’를 부리고 있기 때문에 배제했다. 아크, 브레이브, 덕덕고, 오페라를 사용해 봤으며, 한동안은 파이어폭스를 사용하기도 했다. 모두 전용 창에서 여는 기능이 없거나 너무 우회적인 방법이라 사용할 가치가 없었다.
2년 전 필자는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비발디를 한동안 사용했다. 하지만 업무 시 수십 개의 브라우저 탭을 여는 사용 환경에서 비발디의 속도와 안정성이 아쉬웠다. 마지못해 크롬으로 돌아간 후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이번에는 크롬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기로 결심하고 다시 비발디로 눈을 돌렸다.
오픈소스인 크로미움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비발디는 구글이 관리하는 크롬 웹 스토어에서 직접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다. 따라서 필자의 2가지 필수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테스트할 차례였다. 지난 2달 동안 PC와 모바일에서 사용해 본 결과, 마침내 크롬을 벗어날 때가 온 듯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언뜻 보기에 비발디는 압도적이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툴을 제공한다. 서버 동기화 설정, 탭 및 기록, 사용자 정의 가능한 시작 페이지와 테마도 있으며, 웹 메일과 웹 캘린더, RSS 피드용 클라이언트가 내장돼 있다. 사이드바에서 이 모든 것을 항상 볼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정보 과부하는 오페라를 사용하지 않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이긴 하다. 비발디 설립자 중 한 명이 오페라 소프트웨어의 공동 설립자이므로 놀랄 일은 아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본 결과, 비발디는 오페라보다는 파이어폭스를 연상케 했다. 정확히 말해 ‘오늘날 파이어폭스’는 아니다. 거의 20년 전, 대학 기숙사 방에서 공부해야 할 시간에 몇 시간씩 설정을 조정하고 디비언트아트(DeviantArt) 사이트에서 테마를 파헤치던 ‘그때 그 시절의 파이어폭스’가 떠올랐다.
비발디에서는 워크플로우의 필수적인 부분인 사이드 패널을 숨길 수 있다. 메일 및 캘린더 도구와 같이 사용하지 않는 기능을 끌 수 있다. 비발디는 일반적인 작업을 위한 마우스 제스처와 같이 필자가 수년간 확장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했던 일부 툴을 내장하고 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비발디는 고급 사용자가 손대지 않는 방식으로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의 거의 모든 측면을 조정하고 다듬을 수 있다.
성능과 다재다능함의 이상적인 조합
한 달이 지난 지금, 필자가 비발디로 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 비발디가 제공하는 기능 중 유용하지 않은 것도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모든 기능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가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 컴퓨터 사용자로서 브라우저를 신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심지어 창에서 메모까지 할 수 있다.
마침내 크롬과 ‘결별’한 이후 필자는 휴대폰에서도 크롬을 완전히 끊어내기로 했다. 비발디 모바일 버전에는 메모리를 많이 사용하는 툴이 부족하지만, 몇 년 동안 크롬에 바랐던 기능, 즉 데스크톱에서 사용하던 검색 바로가기를 모바일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휴대폰에서도 URL 표시줄에 ‘w’를 추가해 ‘Wikipedia’를 바로 검색하거나, ‘az’를 입력해 ‘Amazon’을 검색하고, ‘pcw’를 입력해 ‘PCWorld’ 아카이브를 검색할 수 있다. 이런 모든 설정은 브라우저에 내장된 툴에서 동기화된다.
비발디는 완벽하지 않다. 수십 개의 탭이 열리면 크롬보다 버벅거리고 가끔 새 창을 열 때 확인 클릭을 요구하는 이상한 버그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발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약간의 딸꾹질은 넘어갈 수 있다.
비발디가 모든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RAM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을 알고 있고, 레지스트리 파일 조정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용자라면 비발디가 적합할 수 있다. 필자는 비발디 덕분에 마침내 크롬과의 밀당을 완전히 끝낼 수 있었으며, 그 점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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