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저명 IT 리더들의 전유물로 간주되었던 스토리텔링이 이제는 필수적인 의사소통 역량으로 부상하고 있다.내 이름을 이스마엘라고 해두자(Ca
내 이름을 이스마엘라고 해두자(Call me Ishmael).
4월, 맑고 쌀쌀한 날이었다. 괘종 시계가 13시를 알렸다(It was a bright cold day in April, and the clocks were striking thirteen).
나는 지금 부엌 개수대에 앉아 이 글을 쓴다(I write this sitting in the kitchen sink).
앞선 문장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각각 고전 소설 <모비딕>, <1984>, <성 안의 카산드라>의 첫 문장인 이들은, 독자의 관심과 재미, 놀라움과 흥미를 자아내어 독자가 계속 읽어 나가고 싶게끔 한다. 이야기에 대한 사랑은 인간에게 변함없는 요소다.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옥시토신이라는 기분 좋게 하는 호르몬으로 설명하지만, 이유야 어쨌든 풍부한 삽화와 함께 매력적으로 들려주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거부할 사람이 우리 중에 누가 있겠는가?
스토리텔링의 역사는 인류 자체의 역사만큼 오래되었으며 종교, 정치, 마케팅의 기본원칙에 핵심적인 요소다. IT 리더와 CIO 역시 오래 전부터 스토리텔링의 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이들이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한 워크숍이나 세미나에 참석하는 사례가 만연해진 것은 불과 최근의 일이다. 이제는 소설, 시, 대본집필 관련 세션에 참석했다는 사람들도 있다. 한 최고 기술 책임자는 “나는 대본집필 세미나에서 배운 열정과 기승전결의 전개 관련 내용을 내가 참석하는 모든 회의에 적용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그토록 많은 IT 리더가 이런 이야기 감각과 이야기를 지어내는 능력을 향상시키려고 할까? 또 그것이 어떻게 비즈니스에 차이를 만들 수 있을까?
스토리텔링을 하는 이유
1990년대 대형 제약회사 ICI의 CIO를 지낸 후 CIO 매거진 논객으로 활동했으며 지금은 고인이 된 리차드 사이크스는 IT 역할을 맡았던 초기 시절, 임원들에게 판이하게 대비되는 ICT의 미래를 보여주는 시나리오를 작성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 시나리오에서는 회사의 주가가 급등하고 기술로 가능해진 혁신을 칭송하는 가상의 <파이낸셜 타임즈> 표지를 보여줬고, 다른 한 시나리오에서는 회사가 IT에 투자하지 않은 탓에 망했다고 보도하는 다른 신문의 기사 제목을 제시했다.
그는 “그 한 번의 회의에서 나는 투자 승인을 받아냈고 일반 임원진이 흡수할 수 있는 단어와 이야기로 기술을 설명하려고 늘 노력했다. 일반 임원진이 이해하는 금융 용어와 비유적인 표현을 사용했고 전문적인 기술 용어는 대상이 맞지 않으므로 피했다. 유능한 CIO라면 자신의 말을 듣는 대상이 누구이며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정보와 관점을 흡수하기 좋아하는지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IT는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전문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영역이기 스토리텔링을 활용하기에 완벽한 분야라는 사실에 동의하는 이들은 이 밖에도 많다.
영국 철도 시설 관리 기업인 네트워크 레일(Network Rail)에서 최고 데이터 책임자를 지냈고 현재는 데이터 컨설팅 회사 카러더스 앤 잭슨(Carruthers and Jackson)의 CIO인 캐롤라인 카러더스는 “CIO에게, 또는 데이터를 책임지는 고위직임원이라면, 최고의 성공 방법은 프로젝트를 실현시키는 것이다”라며, “사람들에게 온갖 대시보드, 차트, 수치 등을 제시할 수도 있지만, 작업의 배경이 되는 생각을 이해시켜 실현시킬 때 비로소 필요한 승인을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제 많은 CIO들이 자신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이야기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 보험회사 마켓스터디 그룹(Marketstudy Group) CIO 애덤 밀러는 “내가 일반인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개념은 매우 전문적일 때가 있는데 이때 이야기를 활용하면 듣는 사람이 이해하는 데 언제나 도움이 된다.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면 사람들이 계획을 이해하고 승인할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또한, 선택이 미치는 영향을 부각시키는 데에도 좋은 이야기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스토리텔링의 용도
스토리텔링을 예산 할당 설득, 전략 변경 모색,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전달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영국 비즈니스 자문 회사 트라쳇(Trachet) CEO 클레어 트라쳇은 도미노스(Domino’s), 티모바일(T-Mobile), 우버(Uber) 같은 회사에 재직할 때, 변화 프로그램의 실패를 막기 위해 직원 감정에 호소하는 이야기를 활용했다.
그녀는 스토리텔링이 인수 합병의 화두가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 또한 액센츄어(Accenture)가 최근 영국 창의적 변화 관리 컨설팅 회사 더 스토리텔러스(The Storytellers)를 인수할 때 자문을 수행한 바 있다. 대형 컨설팅 업체인 액센츄어는 고객이 비전을 분명히 표현하고 변화 전략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직원 29명의 런던 기반 회사인 더 스토리텔러를 인수했었다.
이 밖에 스토리텔링은 고객에게 즐거움을 줄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예컨대, 스트라바(Strava)는 사용자가 달리기, 하이킹, 자전거 타기 관련 데이터를 비교함으로써 열정과 경쟁심에 불을 지핀다. 데이터 스토리텔링은 최근 몇 년간 복잡한 정보를 풍부한 미디어로 뒷받침하여 보여주는 수단으로 널리 자리잡았고 오늘날에는 은행 자산 상황 보고서에서 투자 업데이트 자료에 이르는 모든 곳에서 볼 수 있다.
대화형 보고서 작성을 돕는 데이터 관리 및 정보회사 이비(ibi)의 수석 제품 관리자 포터 손다이크는 “전통적인 파워포인트(PowerPoint)를 생각해보라. 최악은 글씨만 잔뜩 있는 것이고 그나마 약간 나은 것은 글머리 기호가 들어간 것이며 가장 좋은 것은 시각적인 이야기 형태로 된 것이다. 태블로(Tableau)나 파워 BI(Power BI)의 인기가 상승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시각적인 상호 작용이 가능해지면 사람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이해하고 소비하며 이를 다시 데이터 이야기로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처럼 시각화에 이야기와 맥락까지 더해진 것이 바로 데이터 스토리텔링의 본질이다”라고 말했다.
생체 인증 회사 아이프루브(iProove) CIO 미구엘 트라퀴나도 동의했다. 그는 “누구나 좋은 이야기를 사랑한다. 이는 팀에게 자극과 동기 부여가 되는 힘이 있으며 설정된 목적과 목표가 있는 개인들과 내가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데 도움을 될 때가 많다. 결국 사실과 유머를 균형 있게 사용하면 이야기를 훨씬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고, 이는 핵심 메시지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관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효과적인 이야기의 핵심
그렇다면 스토리텔링의 모범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애널리스트 기업 기가옴(GigaOm)의 존 콜린스는 “스토리텔링은 가장 오래된 기술에 속한다. 경험과 교훈을 전달할 목적은 물론 성공을 향한 길을 제시할 목적으로도 활용된다. 전자는 이솝 우화가 대표적이고 후자는 모든 영웅적 연설이 해당된다”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스토리텔링 활용에는 여러 측면이 있다. 먼저, 변화를 설득력 있게 주장하려면 이야기의 구조와 기승전결 전개가 핵심이다. 맥락에서 시작해서 도전 과제를 따라간 후 여정의 단계를 밟아 나간다. 둘째, 이야기 등장 인물과 이들의 상호 작용 방식을 예시를 들어 상세히 묘사한다. 셋째, 듣는 대상이 아이들이건 피곤에 지친 임원이건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은 다르지 않다. 가능하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신이 나고 자신의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게끔 해야 한다. 이야기를 전할 가치가 있게 만들고 그 이야기 다운 방식으로 전한다. 결국 기술 전략의 목적이 대대적인 변화라면 이는 비전을 카리스마와 매력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것이 근본적으로 스토리텔링 기술이다.”
마켓스터디의 밀러는 노련한 이야기꾼은 말 한 마디마다 듣는 사람이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인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언제나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이야기를 할 때는 중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처럼 듣는 대상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잘 만들어진 이야기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희극, 드라마, 비극: 이야기를 듣는 대상을 파악할 것
리더들은 이야기를 듣는 대상마다 적합한 메시지와 말투, 형식을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카러더스는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이야기를 듣는 대상과 전달하려는 요점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 밖의 모든 것은 그 두 가지 요소에 맞춰야 한다. 맥락이 달라지면 스타일도 달라져야 적절하기 때문이다. 가령 진지한 회의에 참석한 경우라면 유머 사용은 자칫 경박해질 수 있으므로 지양한다. 반면, 무대 위에서 이야기하는 경우라면 유머는 딱딱한 주제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궁극적으로 이야기를 사람들의 기억에 남게 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밀러는 “전문적인 주제를 전달할 때 균형을 올바로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 구상 시점에는 괜찮아 보였지만 막상 발표한 후에는 멍한 표정을 마주할 때가 있다. 듣는 사람들의 기술 이해 수준을 오판한 결과다. 나 또한 플랫폼 통합 여정을 소개할 때 이를 둘러싼 이야기를 해서 사람들이 잘 따라왔던 경험이 있는가 하면, 기존의 3단계 데이터센터 구성에서 하이브리드 멀티클라우드 및 초수렴 인프라로의 여정을 설명할 때는 청중의 눈높이 대응에 실패한 적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스토리텔의 다음 수순?
그렇다면 다음 수순은 무엇인가? ‘생성형 AI’가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이 그리 놀랍지 않을 것이다. 이비의 손다이크는 머신생성 스토리텔링로 인해 다양한 이야기가 방대한 규모로 생성될 것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이프루브의 트래퀴나는 AI, AR, VR 등이 이야기의 몰입감과 매력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밀러는 “AI가 확실히 스토리텔링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이야기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려면 인간적인 감성이 필요하다. 스토리텔링은 예술 행위이며, 스토리텔링에 통달한 사람은 엄청나게 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카러더스는 스토리텔링이라는 용어의 유효 기간이 어쩌면 지났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녀는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은 잠 들기 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장면을 연상시키곤 한다. 반면, 현실의 데이터와 기술 맥락에서의 스토리텔링은 매우 중요한 비즈니스 작업이다. 우리가 실제로 하는 일은 매력적이다. 딱딱한 주제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의 가치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용어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반박하는 시각도 있다. 기술적 집단 사고에 대한 예리한 비평가 제임스 우드휘센은 “복잡한 내용에 이야기를 덧붙여야 사람들이 이해한다는 개념은 그럴싸하다. 그러나 자칫 사람을 무시하는 유치한 발상일 수 있다. 누구나 풍자와 위트있는 소설가 새커리(Thackeray)처럼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어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경영진 회의나 벽에 포스트잇 메모를 붙여놓고 하는 피드백 세션에는 적합하지 않다. 때로는 바보스럽고 한편으로는 미국 문화의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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