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존 케리(John Kerry)가 크게 이길 수 있었던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민주당은 공화당이 IT 활용, 특히 데이터 분석 측
민주당 소속 후보들에게 기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 회사인 NGP VAN의 브라이언 휘태커 COO는 “2004년 당시, 우리는 공화당 진영의 일관된 ‘메시지 전파 기계’들에 대응을 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폭스 뉴스, 라디오 토크쇼, 드러지(Drudge) 등이 끝없이 일관된 메시지를 내어 놓았지만, 민주당 진영은 여기에 대응할 방법을 갖고 있지 않았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공화당을 따라잡는 방법을 조사하면서, 더 나은 ‘풀 뿌리’ 노력을 구현하는 방법을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은 1대1 접촉이다. 그러나 선거가 없는 시기에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방법이 문제였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대답이 ‘기술’이었다. 민주당은 자세한 유권자 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시작했고, 데이터 애널리틱스 툴을 배치하기 시작했으며, 소셜 미디어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는 2012년 선거에서 경쟁력을 줬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트 롬니(Mitt Romney) 공화당 후보를 이기는데 일조했다. 게다가 롬니의 빅데이터 기반 여론 모니터링 네트워크인 프로젝트 오르카(Orca)가 선거일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공화당은 이후 격차를 없애기 위해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2012년 패배 이후 민주당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중이다.
기술과 관련한 가장 최근의 성과로는 공화당 전국위(Republican National Committee)가 RNC의 신생 기업이라고 지칭한 파라 벨룸 랩스(Para Bellum Labs)를 예로 들 수 있다.
공화당은 이 밖에도 에스리(Esri)의 지리 매핑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표적 유권자층과 자원봉사자층을 더 정확히 파악하는 보터그래비티(VoterGravity), 보수 진영의 빅데이터 툴인 데이터 트러스트(Data Trust), 코쉬(Koch)가 후원하는 또 다른 빅데이터 플랫폼인 i360 등의 툴을 이용하거나,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기술 노하우와 전문성 측면에서 공화당은 아직 민주당에 뒤쳐진 상태다. 이 사실을 가장 절실히 인정하는 이들은 그리고 공화당 기술 인력들이다.
스스로를 ‘중도 우파 데이터 기반 선거 기술 플랫폼’으로 지칭하고 있는 보터그래비티의 네드 리윤 CEO는 무엇보다도 문화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리윤은 “중도 우파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과제는 인재나 기술이 아니다. 우리의 가장 큰 약점은 데이터와 분석 등을 강조할 수 없는 문화다. 나는 과거 풀 뿌리 캠페인에 참여했던 기술 전문가로서 이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보터그래비티 같은 툴은 민주당과의 격차를 좁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다른 혁신에서 훨씬 앞서 갈 경우는 소용이 없다. 보터그래비티의 목표 중 하나는 리윤이 ‘데이터 상실’로 지칭하는 문제를 없애는 것이다.
‘데이터 상실’이란 보안 침해 사고에 기인한 데이터 피해를 의미하지 않는다. 자원봉사자가 유권자와 개별 접촉해 수집한 정보를 활용하지 않는 문제를 의미한다.
리윤은 “사람들이 가가호호 방문을 하면서 데이터를 수집하면, 사무실의 다른 누군가가 이를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해야 효과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정보들이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되는 경우가 드물다. 가치가 높은 유권자 정보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보터그래비티 같은 툴을 이용하면, 자원봉사자들이 이동 중에 자신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정보를 입력할 수 있다.
민주당은 몇 년째 이런 방법으로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 기술 부문의 격차를 넓히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기술 인재 유치 측면에서도 앞서 있다.
마이클 친은 2012년 ‘오바마 포 아메리카(오바마를 대통령으로)’ 선거 본부의 북서부 지역 언론 담당 비서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현재 친은 민주당 전국위 언론 담당 비서이며, 민주당이 새로운 기술 플랫폼인 프로젝트 아이비(Project Ivy)를 추진하도록 유도한 중요 인물 중 한 명이다.
프로젝트 아이비는 유권자 파일 및 데이터 웨어하우스, 분석 인프라스트럭처, 현장과 마케팅 툴,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문화 촉진 및 트레이닝’이라는 4가지 툴과 전략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여기에서 다시 한 번 ‘문화’라는 용어가 나온다. 두 정당 사이의 ‘기술 전쟁’에서 민주당의 가장 큰 경쟁력은 ‘혁신을 촉진하는 문화’다. 친은 공화당이 기술 자체를 따라잡는다 하더라도, 포괄과 참여 확대, 모든 캠페인에서 기술 가치를 구현하는 역량을 중시하는 문화가 없으면, 기술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공화당은 기술은 물론이고 가치를 창조할 문화에서도 뒤쳐져 있다.
NGP VAN의 휘태커는 문화에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고 믿고 있다. 다름 아닌 ‘인재 육성’이다.
그는 “민주당은 우파가 경쟁을 할 수 없는 수준의 인재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는 MIT와 하버드, 스탠포드 등 유수 대학에서 기술자와 데이터 과학자를 유치하고 있다. 보스턴과 워싱턴 DC, 오클랜드, 캘리포니아 등에 혁신적인 기술 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인재들을 선거 캠페인에 투입해 즉시 ‘차이’를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친 또한 이런 주장에 동의했다. 그는 여기에 더해 민주당이 선거 캠페인 기술에 더 정통한 직원과 자원봉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힘은 ‘민주당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에 정통한 젊은이들은 공화당과 함께 연상되는 ‘동성애 반대’, ‘이민 반대’, ‘여성인권 경시’, ‘총기 권리 강화’ 등의 이미지에 반감을 가질 수 있다.
친은 두 진영이 기술을 보는 시각도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화당은 기술을 정책이나 후보자의 단점을 가릴 수 있는 수단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민주당의 기술에 대한 시각은 다르다. 많은 도구 가운데 하나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기술의 ‘한계’
기술 전문가라면, 해결하려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기술 자체를 위한 기술을 창조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리윤은 “공화당은 기술을 통해 승리를 할 수 있다는 위험한 인식을 갖고 있다. 기술이 도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라고 말했다.
리윤에 따르면, 공화당이 직면한 또 다른 기술 문제는 ‘인구 통계학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 공화당 자원 봉사자와 유권자에는 나이 든 사람들이 많다. 일부는 기술을 두려워한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기술을 사용할 수 없거나, 사용할 의지가 없다면, 기술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반대로 친을 비롯한 민주당 진영은 기술과 더 정확한 데이터 기반의 유권자 표적화 노력이 민주당의 중간 선거에서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낮은 투표율’ 문제를 해결해주기 희망하고 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대선에는 투표하지만, 중간 선거에는 투표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는 파급 효과를 발생시킨다. 공화당이 주와 지방 선거에서 대승을 할 경우, 최소한 앞으로 몇 년간은 민주당에 백악관을 맡겨도, 기본적으로 정책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친은 “우리에게는 큰 문제다. 우리는 데이터를 조사해 이런 역학관계를 바꾸는 방법을 터득하기 희망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주에서 10년이 넘는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접촉을 할 사람,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보내기 위해 해야 할 일을 결정하는데 데이터를 이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기술과 제도를 통해 바꾸고자 하는 한 가지는 투표 습성이다. 예를 들어, 대선 때 투표권을 행사했다면, 다음 (중간) 선거에서도 투표권을 행사할 확률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특정 정당과 관련 없는 ‘중도적’ 플랫폼은 ‘민주주의의 확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공화당은 자체적으로 데이터 분석, 매핑 및 타깃화 플랫폼에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공화당 후보들이 ‘중립적’인 네이션빌더(NationBuilder)의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네이션빌더는 원래 정치 캠페인과 비영리 단체 활동을 대상으로 개발된 플랫폼이다. 그러나 지금은 로펌, 대학 동창회, 레스토랑 등으로 저변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는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마케팅 기법을 정치 캠페인에 맞게 변형시킬 수 있다. 여러 분야에서 기술 혁신이 교차해 발생하면 현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각종 기법과 툴이 탄생할 수 있다.
네이션빌더는 이미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외에서 2가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스코틀랜드 독립 찬반 투표 동안, 찬성과 반대 진영 모두 네이션빌더를 이용했으며, 그 결과 영국에서는 기록적인 85%의 투표율이 나왔다.
물론 스코틀랜드 독립 찬반 투표는 특이한 투표였지만 네이션빌더 같은 툴이 기술 경쟁의 장을 평준화 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
네이션빌더는 또 소규모 풀 뿌리 운동 단체가 강력한 기성 정치인을 무너뜨린 후, 무소속 후보를 당선시키도록 도움을 줬다. 다름 아닌, 호주 의회의 캐시 맥관(Cathy McGowan)이다.
맥관의 선거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맥관이 선거를 주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먼저 풀 뿌리 운동 조직이 기성 정치인인 소피 미라벨라(Sophie Mirabella)를 무너뜨렸다. 그리고 그렇게 모멘텀이 형성된 후, 맥관이 출마를 하도록 설득했다.
맥관의 선거 사례는 풀 뿌리 조직의 힘과 역할을 증명하는 사례이다. 유권자 타깃화, 소셜 미디어 메시지 전달을 효율화 하는 디지털 툴이 그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기만 한다면 선거와 투표를 뒤흔들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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