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한 와인 선택에 도움이 필요한가? 실리콘 밸리의 비브모(BevMo) 매장에서라면, 로봇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뉴욕 롱아일랜드 소재 NEFCU 크레딧 유니온(신용조합)의 경우, 고객들이 집에서 계좌와 계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가 도와준다. 예금자가 오프라인 지점을 방문하는 상황에서는 멀리 떨어진 콜센터에 위치한 은행원들이 비디오를 통해 필요한 도움을 준다.
이렇듯 ‘디지털 퍼스트’ 시대가 도래했다. 고객들이 세련돼졌고, 모바일 브로드밴드 및 머신러닝, 데이터 마이닝, 인터넷 같은 기술이 크게 보급되면서, 기업들은 새로운 방법으로 고객들에게 손을 뻗치거나, 고객들에게 도달하고 있다.
지금의 ‘디지털 퍼스트’ 동인과 전자상거래 사이트, 인트라넷, 온라인 뉴스 매체가 막 만들어지기 시작한 20년 전의 기술 동인을 혼동하면 안 된다. 퀄컴 벤처스(Qualcomm Ventures)의 바룬 자인 선임 투자 관리자는 “모바일 앱이나 웹사이트에 도입한 새로운 기능은 ‘디지털 퍼스트’가 아니다. ‘디지털 퍼스트’ 회사는 조직 수준에서 사고방식을 바꾼 회사이다. 모든 제품 및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이끄는 동인, 또는 원동력이 소프트웨어이다”라고 설명했다.
과거 CIO를 비롯한 IT리더들은 ‘IT의 소비자화’를 극복해야 했다. 그러나 ‘디지털 퍼스트’는 그 ‘방향’을 바꿔 놓았다. AT&T의 전국 사업부 앤 초우 VP는 “나는 이를 ‘소비자의 IT화’라고 표현한다. 소비자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정통’해졌다는 의미이다. 기업은 소비자가 통제하는, 또는 통제하지 못하는 도구 및 경로와 관련, 소비자가 기업에 도달하는 방법 및 방식에 대한 질문을 물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고객이 ‘전부’인 디지털 퍼스트
초우는 “5G 연결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술이 고객과 접촉하는 새로운 방식이 구현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기술이 아닌 전략이 중심이 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마케팅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소비자는 젊은 세대이다. 시카고 소재 ISV인 디브브릿지 그룹(Devbridge Group)을 공통 창업한 오리마스 아도마비시우스 대표는 “X세대, 밀레니얼 세대, Z세대는 모두 ‘셀프 서비스’ 세대이다. 이들 세대는 가장 먼저 디지털 채널을 이용해 브랜드 및 서비스와 접촉을 시도한다. 디지털 채널이 없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만 다른 접촉 수단이나 도구를 이용한다”라고 설명했다.
카네기 멜론(Carnegie Mellon) 대학 산하 하인즈 칼리지(Heinz College)의 디지털 미디어 및 마케팅 교수인 아리 라이트먼에 따르면, 브랜드 로열티에 의지해 고객과의 비즈니스를 반복하려는 기업들은 고객 기반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그는 “호텔 체인들은 호텔스닷컴(Hotels.com) 같은 온라인 종합 여행 서비스와 경쟁해야 한다. 이들은 경쟁을 위해 맞춤화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객이 원하는 것을 어떤 방법으로 파악해야 할까? 라이트먼은 “많은 기업들이 크림슨 헥사곤(Crimson Hexagon), 브랜드워치(Brandwatch), 시소모스(Sysomos) 같은 벤더의 ‘소셜 청취 도구’를 사용해 소셜 공간에서 브랜드에 대해 언급한 내용과 정보들을 찾는다”라고 설명했다.
통상 비용 센터로 간주되고, 고객에게 좋지 않은 경험을 초래하는 고객 지원 부문 또한 제대로만 하면 고객 로열티를 견인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신생 창업회사인 UJET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 모바일과 비디오 기술을 활용, 고객 지원 요청과 관련된 문제점을 해소한다.
스마트폰은 주로 전화를 거는 용도의 ‘휴대폰’과 거리가 멀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아주 많이 사용한다. UJECT의 에이난드 제인폴카(Anand Jaefalkar) CEO는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고객 지원에도 스마트폰의 기능과 역량을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UJET는 기업이 다각도의 지원 기능을 추가해 제공할 수 있는 API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탑재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CRM시스템과 연동시킬 경우, 어플리케이션이 고객을 즉시 식별하고, 보증 상태, 지원 기록 같은 정보를 수집한다. UJET 앱을 장치에 탑재시킬 수도 있다. 트리거가 도면, 앱은 장치 상태에 대한 기술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할 경우 비디오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킨다.
‘레가시’ 비즈니스 논리를 해체
자동차 제조업체나 자동차 클럽이 로드사이드 어시스턴트 프로그램(견인 등 도로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을 운영하고 있거나, 자동차 대시보드에 어시스트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다면, 아마 커넥티드(연결된) 차량과 로드사이드 어시스턴스, 클레임 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메사추세츠 소재의 기업 아제로(Agero)가 이를 운영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아제로는 클라이언트 장치에 음성과 데이터 통신을 지원하는 API를 장착한다. 이를 통해 고장 난 차량 운전자, 견인 트럭 운전자, 콜 센터 직원을 연결시킨다. 당황한 차량 운전자가 보험번호나 차량 VIN번호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앱에 이런 정보가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콜 센터 직원은 그 즉시 정보를 이런 정보를 입수해 사용할 수 있다. 또 차량 위치와 상태에 대해 알 수 있다.
그리고 앱은 가까이 위치한 견인 트럭 운전자나 구조원을 찾아 보낸다. 상황이 중대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자동 음성 응답 시스템 대신 인간 직원이 운전자를 지원한다.
아제로의 버니 그레이스CDO는 이런 전략을 ‘디지털 디폴트(Digital Defaul)’라고 표현한다. 그는 “우리는 큰 기쁨을 주는 디지털 경험을 구현해 제공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고객이 앱이나 자동 음성 응답 시스템과 접촉하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이런 방식은 잘못된 방식이다. 음성, 실제 사람에 편안한 경우, 음성이나 실제 사람이 지원을 맡는다”라고 덧붙였다.
그레이시와 아제로는 약 18개월 전부터 디지털 디폴트 전략을 이행했다. 이를 구현시킨 핵심 요소는 기업의 비즈니스 논리를 마이크로서비스로 전환한 것이었다. IT는 기업의 비즈니스 논리를 해체, 훨씬 더 빨리 새로운 클라이언트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및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IoT: ‘레가시’ 산업을 디지털화
센서와 사물 인터넷(IoT)이 통상 디지털 비즈니스로 간주되지 않는 업계의 기업도 변혁시키고 있다. 세계 최대 중장비 업체 캐터필라(Caterpillar)의 딜러 기업인 피닝(Finning)은 2년 전, 전사적으로 디지털 이니셔티브에 힘을 싣기 위해 피닝 디지털(Finning Digital)이라는 새로운 사업 부문을 발족시켰다.
새 사업 부문의 톰 나이버그 제너럴 매니저는 “중장비 산업은 ‘레가시’ 산업이다. 그렇지만 중장비 산업과 고객들 또한 ‘디지털 변혁’이라는 변화를 통과하고 있거나, 이를 목전에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피닝은 트랙터를 비롯한 중장비를 서버에 연결, 임베디드 센서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는 ‘서비스가 필요한 트랙터를 정비 담당자에게 알려주는’ 등 단순한 작업 처리에 활용될 수 있다. 또한 분석 소프트웨어를 사용, 센서 데이터로부터 장비의 효율성, 운전자의 안전 문제 등 보다 복잡한 사안과 관련된 인텔리전스를 추출할 수도 있다.
판매원과 은행원을 대신하는 로봇
비브모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매장에서 현장 테스트를 진행 중인 봇은 사람 모양이 아니다. 그러나 로봇에 장착된 카메라와 음성 기능이 고객을 놀라게 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또 판매원들을 ‘판에 박힌 허드렛 일’로부터 해방시킨다.
이 회사의 타마라 패티슨 최고 마케팅 및 정보 책임자에 따르면, 비브모의 판매원들은 진열대에서 재고나 제품 가격, 진열된 제품 일치 여부 등의 일에 신경을 쓸 필요 없이, 고객들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일만 담당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비브모 서니베일(Sunnyval) 아웃렛 매장보다 월넛 크릭(Walnut Creek)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로봇을 더 흥미로워한다. 실리콘 밸리 고객들은 이런 기술을 너무 많이 접해, 쉽게 호기심이 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고객과 직원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 단 비브모 체인이 로봇을 더 많은 매장으로 확장하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3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신용조합인 NEFCU의 조조 세바 CIO는 “밀레니얼 세대가 우리 비즈니스의 미래이다. 산업이 모바일 및 디지털 퍼스트로 옮겨가고 있다. 우리는 가장 먼저 새로운 기술을 제공하기 원한다”라고 말했다.
NEFCU가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를 사용하는 은행 업무 지원 장치를 도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사용하는 고객이 아직 많지 않다. 그렇지만 이미 몇 가지 기능을 플랫폼에 추가시킬 계획을 세웠다. 현금 이체 기능을 예로 들 수 있다.
회사는 원격 ‘은행원’을 더 많이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면 몇몇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최첨단 기술 활용에도 이점이 있다. IT전문가 유지 및 채용을 예로 들 수 있다. IT전문가들은 판에 박힌 은행 시스템 개발 및 유지관리보다 이런 프로젝트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NEFCU는 새 기술을 전개 및 배포하면서 교훈 또한 터득했다. 그 중 하나는 ‘이런 복잡한 프로젝트는 파트너 기업의 디지털 성숙도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파트너가 사전에 이에 대해 준비를 하고, 필요한 것을 전달할 역량을 갖추도록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위한 베스트 프랙티스
디지털 퍼스트에 도움이 되는 또 다른 베스트 프랙티스는 무엇일까? 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이머징 기술을 책임지고 있는 스콧 라이켄스는 “고객 관련 서비스 같이 예상 밖의 부서 등 다양한 부서에서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을 참여시키는 등 전사적으로 팀을 구성하고 협력해 추진하는 디지털 이니셔티브가 가장 크게 성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라고 말했다.
AT&T의 초우는 기업이 상점을 직접 살펴보는 방법을 추천했다. 그러나 그냥 진열대를 조사하는 종전의 방법이 아니다.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기능을 한번 이용해보고, 그 쇼핑 경험을 직접 확인하는 방법이다.
한편 디지털 퍼스트 전략의 ‘장애물’ 중 하나는 사용자와 데이터 보안, 프라이버시 보호이다. 기업들이 이를 지금보다 더 잘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 개인 데이터 사용 및 수집이 향후 더욱 엄격히 규제될 가능성이 높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