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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ke Elgan
Contributing Columnist

디지털 유목민이라면 알아야 할 생존의 법칙

기획
2013.10.168분

유럽, 중동, 아프리카의 생활은 필자에게 모바일에 대한 통념이 모두 잘못됐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읽는 독자도, 모두 디지털 유목민이다. 필자가 나름 정리한 디지털 유목민의 정의에 따르면, 디지털 및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집, 사무실, 스타벅스, 휴가철 풀장 옆 라운지 등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디지털 유목민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필자는 특히 더 디지털 유목민다운 삶을 살았다. 필자 부부는(두 개의 배낭과 커다란 더플백 두 개를 제외한) 모든 살림살이를 창고에 넣어두고 전 세계 여기저기를 기분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고, 여건이 되면 짧게 일을 하며 지냈다.

그 동안 유럽과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를 돌아다니며 강도를 만나기도 하고, 곤란한 일이 생겨 오도가도 못할 상황에 처하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전기도, 인터넷 연결도 되지 않는 오지를 여행하기도 했다.

이런 식의 생활을 하면서, 디지털 유목민의 삶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됐다(그만큼 값비싼 수업료를 치렀지만). 그리고 모바일 기술을 통해 여러 장소에서 일을 하는 나와 같은 유목민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지혜도 얻게 됐다.

여러분과 함께 그 값비싼 지혜를 나눌까 한다. 기본적인 것부터 살펴보자.

백팩, 어떤 걸 선택하고 어떻게 넣을 것인가
백팩은 무엇보다 안전한 게 최고다. 그런데 안전한 백팩을 고르는 법은 다들 생각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백팩 안전을 전문으로 하는 별도의 산업도 있는데, 그 중 팩세이프(Pacsafe)라는 한 업체는 이 분야에서 알아주는 일류 브랜드다. 팩세이프의 철망 백팩 라이닝이나 백팩 커버가 슬그머니 백팩을 파고드는 도둑의 손을 막아 줄 것이다. 지퍼락과 백팩 깊숙이 숨겨진 주머니 역시 절도를 예방한다.

이런 백팩 업체들은 마케팅을 할 때 호텔 방이나 호스텔 등에 짐을 두고 나갈 때 절도를 예방하기 위해 짐을 꼭 잠그고 다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호텔 방 파이프나 책상 등에 백팩을 묶어 놓고 나가거나 개봉을 어렵게 만든다고 해서 절도범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어떻게든 훔치기로 작정한 도둑이라면 파이프를 뜯던지 다른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반드시 훔쳐갈 것이다.

가장 좋은 절도 예방법은 ‘소셜 엔지니어링(social engineering)’과 기본 수칙들을 열심히 지키는 것이다.

시장에는 온갖 종류의 고품질 백팩이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오히려 지나치게 좋은 백팩을 메고 다니면 도둑의 표적이 되기 쉽다. 예를 들어 ‘SOOT 일렉트로팩(Electropack)’ 프로젝트는 겉보기엔 좋아 보인다. 필자 역시 펠리칸 프로기어 S130 스포트 엘리트 랩탑 백팩(Pelican Progear S130 Sport Elite Laptop Backpack)을 보고 지름신이 오기도 했다. 절도 위험이 거의 없는 장소만 골라 다닌다면 사도 좋은 제품들이다.

그렇지만 이런 백팩을 메고 이 나라 저 나라 여행을 다니는 건 등짝에다 “이 가방은 매우 비쌉니다. 제발 훔쳐가 주세요” 라고 써 붙이고 다니는 것과 진배없다. 물론 이를 본 도둑이 그냥 지나칠 리 없고 말이다.

그렇기에 백팩의 안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흔해 보이는 것,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화려한 장식이나 명품 로고가 박히지 않은 검은색 백팩을 추천한다. 겉모습은 특징이 없을수록 좋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중요 물품을 모두 담고 다닐 수 있으면서도 메기에 편안한 가방인가 하는 것이다.

값비싼 전자제품 등은 절대 숙소에 두고 다녀선 안 된다. 귀중품을 모두 한 배낭 안에 넣을 수 있도록 하라. (필자의 경우, 맥북 프로, 아이패드, 아이폰(안드로이드 폰은 항상 주머니에 넣어놓는다), 구글 글래스, 충전기, 케이블, 비상용 신용카드 등을 한 배낭 안에 넣고 다녔다. 내가 배낭 안에 넣고 다닌 전자제품의 값을 모두 따지면 5,000달러 가량 된다.)

그리고 귀중품이 든 그 백팩은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

커피숍에 들어가서도 절대 옆 의자나 바닥에 내려두지 말고 두 다리 사이에 끼워놓거나 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낯선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장소에 가게 될 경우 면도날로 가방을 찢고 훔쳐가는 경우를 대비해 백팩을 앞으로 돌려 메길 바란다. 도둑들은 대개 범행 전 피해자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한다. 따라서 당신의 주의를 끄는 일이 주위에서 발생하면 우선 백팩을 앞으로 돌려 메고 사방을 잘 살펴보길 바란다.

노트북 절도,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
수 차례의 해외 여행을 다니며 경험을 쌓은 나는, 커피숍에서 일 하다가 주위에서 누가 “저 화장실 가는데, 제 짐 좀 봐주실래요?” 라고 묻는 걸 들을 때마다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됐다. 이런 행동이야 말로 도둑에게 짐을 통째로 갖다 바치는 꼴이다.

외국에서 온 세상물정 모르는 미국인의 노트북을 훔치는 세계 최고의 방법이 뭘까? 그야 물론, 들고 튀는 거다.

흔히들 알려진 대처법은 전부 틀렸다. 그 자리에 앉아 있어도 훔치기로 작정한 도둑을 막을 수는 없다. 심지어는 노트북에 타이핑 중인데도 그대로 들고 도망가는 경우도 있다. 지역 지리를 잘 아는 10대와 달리기에서 이길 수 없을뿐더러, 설령 따라 잡는다고 해도 잡히기 전에 바닥에 노트북을 던져서 망가뜨리고 도망갈 것이다. 커피숍 테이블에 노트북을 묶어 놓을 경우 훔치다가 안 되면 바닥에 떨어뜨려 망가뜨린 후에 도망갈 것이다. 게다가 노트북을 훔쳐간 도둑을 잡으려 무작정 뛰다 보면 어디에 숨어있었는지도 모를 공범이 나와 유유자적 자리에 남겨진 배낭을 들고 도망가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

여러분의 노트북을 보호할 ‘3초’ 법칙에 대해 알려주겠다. 도둑이 노트북을 훔쳐 문 밖으로 나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3초 이상 걸리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카페 뒷쪽의 구석진 자리, 수많은 테이블과 의자로 가로막혀 있는 자리에 앉아 작업을 하라 는 거다. 그리고 절대 도둑이 여러분의 시선을 피해 노트북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서도 안 된다. 소지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것 보다는 여러분이 앉은 테이블 근처로 누가 다가오는지 확인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둘째로, 사정이 생겨 잠깐 자리를 비워야 할 경우 잃어버려도 상관 없는 물건을 테이블에 올려 놓고 노트북이나 다른 귀중품은 반드시 들고 가라. 설령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는 거라고 해도 말이다.

셋째, 비싼 노트북 가지고 다니는 티를 내지 마라. ‘애플’의 로고는 도둑들의 눈에 “나 암시장에서 값 좀 나간다!”는 외침처럼 보이니, 커버를 씌워 값싼 제품처럼 보이게 하거나, 아니면 노트북이 아닌 다른 무언가처럼 보이게 하는 게 좋다.

넷째, 예상치 못한 변수로 도둑에게 혼란을 준다. 대부분 도둑들이 노리는 건 정해져 있다. 지갑, 고가의 스마트폰, 비싼 노트북 및 아이패드 등이다. 그래서인지 구글 글래스를 쓰고 시내를 다닐 땐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다. 구글 글래스는 아직 도둑들의 표적망에 오르지 않은 것이다. 도둑들도 뭔지 모르기 때문에 건드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소지품을 잘 포장하면 도둑들을 헷갈리게 만들 수 있다.

필자는 특히 ‘투웰브 사우스’의 ‘북북(BookBook)’ 제품라인을 아주 좋아하는데, 마치 낡은 가죽표지 책처럼 생긴 핸드폰, 태블릿, 노트북 등의 케이스다. 이런 제품을 잘 활용하면 운이 좋으면 책이라고 속여 넘길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라도 그 안에 든 것이 전자제품이라는 걸 알아내기까지 고생을 좀 해야 할 것이다. 바로 그 약간의 시간차이가 큰 결과의 차이로 나타난다.

잘 터지는 와이파이 잡기
와이파이 연결 강도는 전 세계 곳곳에서 다 다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연결 상태가 매우 안 좋은 편이다. 식당이나 커피숍 직원들 역시 와이파이 연결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고 말이다. 라우터와 인터넷 연결 둘 다 안 되기도 하고, 왜 그런지 신경쓰거나 잘 아는 사람도 없다.

카페에 자리잡고 앉기 전에 미리 인터넷에 연결해 연결 속도를 확인해 봐야 한다. 사진을 하나 정도 로딩해보면 알 수 있다.

호텔 와이파이가 다른 건물보다는 훨씬 안정적이다. 호텔도 위치에 따라 와이파이 성능이 제각각이므로, 체크인을 하기 전 호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가장 신호가 잘 잡히는 곳을 찾고, 그 근처에 있는 방을 잡으면 좋다.

가능하면 라우터에 연결할 수 있는 긴 이더넷(RJ45) 케이블과 플러그인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방법이다.

케이블을 라우터에 연결할 수 없으면, 무선 여행용 라우터로 자체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마련하는 것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에이수스 WL-330NUL 올인원 와이어리스-N150 포켓 라우터를 추천한다. 크기도 작은데다 가벼워서 (벽에 설치된) 라우터에 매달아 놓기도 좋다. 끝이 아니다. 가게 라우터에 케이블을 연결해 써도 된다. 점주들은 대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쉽고 싼 가격에 모바일 데이터 얻기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세 단어로 요약된다. “T-모바일로 바꿀 것.”

해외 로밍은 엄청 비싼데다가 통신사에 따라서는 문제가 많다(AT&T의 이야기라고는 차마 말 못하겠다). T-모바일에서는 모바일 데이터가 무료에 자동이다.

미국 T-모바일은 이번 주 전 세계 100개국에서 무제한 문자메시지와 데이터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T-모바일 고객 전원이 이번 달 말까지 자동으로 등록될 예정이다.

기존 T-모바일 사용자라면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된다. 해외에 나가 마음껏 무제한 데이터를 무료로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T-모바일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한다. 아내는 해외에서 무선 인터넷 비용을 내지 않기 위해 T-모바일을 사용한다. 최근 이탈리아에 두 달간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T-모바일 측에 이탈리아에 간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다녀왔다. 이탈리아에서는 T-모바일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T-모바일에서도 요금을 전혀 청구하지 않았다. 그 후로 2달 후, 이번엔 뉴욕에 갈 일이 있었는데 비행기 안에서 아이폰을 켜자 예전 전화번호와 함께 T-모바일 서비스가 그대로 제공되고 있었다. 당월 요금을 전화로 냈기 때문에 서비스가 끊기지 않고 제공된 것이다.

무제한 국제 로밍 덕분에 아내는 해외에 나가서도 계속 서비스 요금을 냈던 것이다.

해외 여행시 전자제품 충전하기
여행을 하다 보면 전기가 잘 들어오지 않는 곳에 가게 될 때도 있다. 해결책은 사실 간단하다. 전자제품을 고를 때 배터리 수명이 좋은 제품을 선택하고, 휴대용 배터리 팩을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배터리 팩에서는 2가지만 보면 된다. 우선 시간당 밀리암페어 비율을 확인하고(높으면 높을수록 좋지만 핸드폰과 태블릿은 최소한 10,000mAh, 노트북은 18,000 mAh이상이어야 한다) 배터리 내구성에 대해 다른 사용자들의 평가를 참고한다(밀리암페어 비율이 높아도 내구성이 떨어지는 배터리가 많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자제품을 충전해둔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와이파이와 GPS, 블루투스를 꺼두고 스크린 밝기도 어둡게 해둔다.

필자도, 여러분도 이제는 디지털 유목민이다. 여기 제시한 조언을 참고해 실전에 사용하면 값비싼 모바일 제품을 잃어버리지 않고, 인터넷과 배터리도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곳이 마라케시(Marrakesh)의 물담배 가게이든, 포킵시(Poughkeepsie)의 스타벅스든 말이다.

‘실전을 통해’ 얻은 지혜라는 말, 진심이다. 필자가 미리 실전으로 다 겪었으니 여러분은 겪을 일이 없길 바란다.

*Mike Elgan은 IT와 기술 문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dl-ciokorea@foundryco.com

Mike Elgan

Mike Elgan is a technology journalist, author, and podcaster who explores the intersection of advanced technologies and culture through his Computerworld column, Machine Society newsletter, Superintelligent podcast, and books.

He was the host of Tech News Today for the TWiT network and was chief editor for the technology publication Windows Magazine. His columns appeared in Cult of Android, Cult of Mac, Fast Company, Forbes, Datamation, eWeek and Baseline. His Future of Work newsletter for Computerworld won a 2023 AZBEE award.

Mike is a self-described digital nomad and is always traveling because he can. His book Gastronomad is a how-to book about living nomadic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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