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계 중심 조직 VS. 역할 중심 조직 – 어떤 조직 운영 모델이 정답인가?이전에 필자가 쓴 스물아홉번째 글에서 데이터 과학팀에서 리더 자신
그렇다면, 위계 중심 조직으로서 성공 가도를 달려온 전통적인 기업이 데이터 과학팀을 포함한 역할 중심 조직을 포용해서 수평적이고 빠른 정보 교환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문제를 이번 글에서는 같이 생각해 보자.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국인 엔지니어인 유호현 님은 최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을 중심으로 많이 채택된 역할조직(또는 필자의 표현으로는 역할 중심 조직) 모델과 우리나라 대기업을 포함한 과거 대부분 기업이 채용하고 있는 조직 모델인 위계조직(또는 필자의 표현으로는 위계 중심 조직) 간의 차이를 다음의 표 1과 같이 잘 설명하고 있다.
표 1. 위계 중심 조직과 역할 중심 조직의 차이점. (표 출처: [4])
위계 조직 (위계 중심 조직) | 역할 조직 (역할 중심 조직) | |
특징 |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 ∙ 각 구성원에 분산된 의사결정, ∙ 자신의 역할에 대한 의사결정 |
호칭 | 위계를 표현(과장, 부장, 사장 등) | 역할을 나타냄 (엔지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엔지니어링 매니저, CEO, COO CFO 등) |
장점 | 빠른 의사결정과 수행 | 변화에 빠르게 대처 |
단점 | ∙ 변화와 혁신에 취약 ∙ 소수 의사결정권자의 능력에 따라 조직의 퍼포먼스가 좌우됨 | ∙ 각 조직원의 목표와 가치관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많은 혼란이 생기므로 미션, 핵심가치 등이 중요함 ∙ 각 개개인의 의사결정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채용에 많은 비용 발생 |
이상적 구성원 | 내려온 일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사람 | 자신의 역할에 책임을 지고 신중하고 탁월한 의사결정을 하여 자신이 맡은 미션을 수행하는 사람 |
위계 중심 조직은 뛰어난 리더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리더 밑에서 일하는 일반 구성원은 리더의 지시사항을 충실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역할 중심 조직에서는 각 구성원에게 의사결정권이 분배되어 있고 각 구성원의 역량과 의사결정에 조직의 성패가 크게 달려 있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 구성원을 뛰어난 사람으로 뽑아야 하며, 이 때문에 채용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위계 중심 조직은 우리나라의 제조업 회사와 같이 회사의 리더들과 엘리트들이 설계하고 기획한 내용을 대다수 구성원이 빠르고 충실하게 실행하여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여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회사에 적합하기 때문에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이 많이 채택하고 있는 조직 운영 모델이다. 위계 중심 모델은 비즈니스 모델이나 상품이 크게 변화하지 않고 확립된 전통적인 산업 분야나 사업에서 효과적이다. 기업의 주력이 되는 상품의 종류와 업의 근본이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짜여 있는 프로세스와 상품 개발 과정에 따라서 신속하게 상품만 만들어 팔면 수익이 나는 비즈니스에 적합한 조직 운영 방식이다.
반면 역할 중심 조직은 변화가 심하고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는 기업 조직에 적합한 방식이다. 이런 이유로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을 중심으로 많이 채택되고 있는 조직 운영 모델이다. 사실 이런 조직 운영 모델이 이미 어느 정도 확립되어 있어서 실리콘밸리 혁신 기업이 우리 회사는 이런 조직 운영 모델을 채택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조직 운영을 했다기보다는,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발전시킨 조직 운영 모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
역할 중심 조직 모델을 채택하고 있는 많은 기업이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것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점이다. 하드웨어나 눈에 보이는 상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보다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중심이 되는 회사들이 왜 역할 중심 조직 모델을 채택하는 경우가 더 많을까? 왜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많은 스타트업들이 수평적 조직 구조를 중시하고, 역할 중심 조직 모델을 많이 채택하려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이들이 만드는 상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프트웨어의 특성과, 실리콘밸리의 발전 과정에서 생겨난 독특한 상황 및 문화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소프트웨어는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프로그래밍 언어로 표현하여 눈에 보이는 실체로 만들어내야 하는 상품이다. 이러다 보니 개발 처음부터 개발할 상품의 최종 모습이 어떤 형태일지 완전하게 그려내기가 쉽지가 않다. 하드웨어 제품도 최종 상품으로 만들어내기 전까지는 발명자의 생각을 디자인과 설계도로 표현하고 구현하는 과정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실물을 직접 다루어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하드웨어는 최종 상품이 어떤 모습을 하고 고객에게 어떤 효용을 전달할지를 구체화하기가 소프트웨어보다 훨씬 쉽다.
이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많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소프트웨어를 패키지 형태로 팔기보다는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통신, 그리고 휴대폰이나 임베디드 시스템을 이용해 고객과 상호작용하면서 지능적인 서비스나 혜택을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다. 서비스 상품이 성공할 경우 인터넷을 통해 고객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급격하게 늘려 사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고, 이런 특성 때문에 고객의 서비스 상품에 대한 반응과 피드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쉬워 시장의 반응을 좀더 기민하고 신속하게 관찰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의 작동 여부, 성공 여부를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고객과의 소통과 상품의 배포를 신속하고 빠르게 할 수 있는 장점을 이용해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기반한 서비스 상품에 대한 고객의 반응과 피드백을 수집하여 비즈니스 모델에 반영하고 비즈니스 모델 실행 초반의 위험을 많이 낮출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오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단점도 있다. 비즈니스 시스템과 소프트웨어에 결함이 있을 경우 사업의 빠른 확장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거나 사업이 한창 성장하는 과정에서 제품에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비즈니스의 성장세가 급격하게 꺾여 사업이 빨리 쇠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상품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는 기업들의 경우 대기업과 같이 자원과 인력이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에서 시작하는 경우보다는 대개 적은 수의 사람들이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급격한 비즈니스 성장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비즈니스 지원 시스템과 서비스 플랫폼을 확장성 있게 적절한 시점에 갖추기가 쉽지 않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비즈니스 확장 시점에서 고객의 수요와 기대를 적절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고품질의 서비스를 적은 수의 사람들이 신속하게 내놓기 위해서는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
이렇게 스타트업과 같이 자원과 인력이 넉넉지 않은 조직에서는 한번의 실수도 조직의 존망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비즈니스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고 실험해왔는데, 역할 중심 모델에 기초한 조직 관리도 그 중 하나였던 것이다. 자원과 조직이 넉넉지 않은 기업에서 최고의 효율로 성공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만들어가기 위해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의 역량이 아쉬웠을 것이니 역할별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전문가를 뽑고, 이들이 어울려 일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일찍부터 고민했던 것이다.
데이터 과학자라는 역할도 이런 고민 속에 만들어졌을 것이다. 지난 2012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데이터 과학자: 21세기의 가장 인기 있는 직업(Data Scientist: The Sexiest Job of the 21st Century)’이라는 글을 써서 현대적인 의미의 데이터 과학자라는 직업의 개념을 처음으로 세상에 소개한 것은 당시 한창 성장하고 있던 링크트인(LinkedIn)에서 근무하던 디제이 파틸(DJ Patil)과 제프 해머바커(Jeff Hammerbacher)이다. 이들이 데이터 과학자라는 말을 소개한 것은 당시 스타트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해가던 링크트인에서 전문가들의 SNS 서비스라는 링크트인의 비즈니스를 최적화하기 위해 자신들이 하던 일을 소개하면서부터였다.
위와 같이 데이터 과학자라는 새로운 직업군이 IT 산업계에서 새롭게 주목받게 된 배경과 이유, 그리고, 왜 데이터 과학자가 일하는 환경과 근무 여건이 수평적 관계와 유연함, 개인별 탁월함을 요구하는 역할 중심 조직 운영 모델에 적합한지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및 혁신 문화가 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서 이해할 수 있다. 데이터 과학은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들과 모험적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사업가들이 자신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위험을 최대한 줄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비즈니스의 확장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 운영 모델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등장하게 되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데이터 과학과 데이터 과학자를 활용하는 것은 자신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오는 위험을 줄이고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취하는 체계적인 방법이었다. 이전의 스물다섯번째 글부터 지난 서른한번째 글에 이르기까지 수시로 강조했듯이, 기존 기업이 데이터 과학과 데이터 과학자를 활용하는 것은, 특히나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의 위계 중심 조직에서는, 역할 중심 조직과 데이터 과학은 조직 운영을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영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에 정착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한편으로 모든 기업이 데이터 과학과 데이터 과학자를 활용하기 위해 역할 중심 조직으로 하루아침에 조직 운영 시스템을 바꿀 수도 없는 일이다. 기업의 주력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과 업에 따라, 특히 상품의 수명 주기(lifecycle)가 길고 기술 혁신이 빠르게 일어나지 않아 상품의 개발과 판매, 유통 과정이 어느 정도의 시간을 거쳐 정형화된 프로세스로 정의될 수 있는 비즈니스에서는 여전히 위계 중심 조직 모델이 빠른 실행을 통한 경쟁 우위를 지킬 수 있는 좋은 조직 운영 모델이다.
어떻게 위계 중심 조직 모델을 가진 기업이 역할 중심 조직 모델의 장점을 채용하면서 데이터 과학과 데이터 과학자들이 주는 이점을 활용할 수 있을까?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이 요구되는 시대적인 트렌드에 맞게 어떻게 하면 조직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기업 경영과 조직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인위적인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가능하게 하는 방법으로 제시되는 최근의 한 방법론을 같이 살펴보도록 하자. 바로 브라이언 J. 로버트슨에 의해 제안된 ‘홀라크라시(Holacracy)’이다.
위계 중심 조직에서 역할 중심 조직으로 – 홀라크라시 살펴보기
우리가 보통 일하는 조직은 구성원이 역량과 경험 수준 차이에 따라 위계를 가지도록 구성되며, 이런 위계를 직급으로 표현한다. 직급이 높을수록 더 많은 권한과 영향력을 가지며, 더 많은 권한과 영향력을 가질수록 조직에서 더 많은 보상과 혜택을 누리게 된다. 위계 중심 조직에서는 조직 위계 구조상의 위치에 요구되는 역량과 자질을 온전하게 갖추고, 각 위치에 필요한 역할을 객관적이고 온전하게 수행하는 사람들이 각 위계 구조상의 위치에 자리잡고 일을 한다는 가정하에 업무를 조직하고 진행하게 된다(위 그림 1의 왼편 그림 참고).
하지만, 위계적인 기업 구조가 실제 업무에서 동작하는 방식은 이런 가정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우선 사람이 로봇과 같이 입력된 명령만을 정확하게 수행하여 각 위계 구조상의 위치에서 기대되는 역할만을 하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감정을 가지고 있고, 각 위계 구조상의 위치에 기대되는 역할과 각 위치 간의 역할 관계 외에도 개개인 간의 이해관계와 사적인 인간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특성의 다면적인 관계를 구성원이 맺고 있다. 이렇게 감정을 가진 존재로서 맺는 서로 간의 관계, 위계 구조상의 역할에 기대되는 공적인 관계 외의 사적이고 이해관계에 얽힌 다양한 양상의 인간관계가 각 역할을 맡은 사람들 간의 상호 작용이 기대되는 목적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사내 정치와 다양한 부작용에 시달리게 하는 원인이 된다.
위계 중심 조직에서는 위계 구조의 상위 위계에 위치한 역할일수록 더 많은 권한과 영향력을 가지게 되며, 더 많은 권한과 영향력을 가질수록 더 많은 보상과 혜택을 누리게 된다. 더 많은 권한과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은 조직 운영에 중요한 의사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그만큼 많은 역량과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위계 구조상의 상위 위계에 위치할수록 뛰어난 역량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 그 자리에서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의미도 되지만, 반대로 그만큼의 뛰어난 역량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 그 역량과 자질에 맞는 자리에 위치하지 못하게 되면 그 사람의 역량과 능력이 낭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 자리에 걸맞은 역량과 자질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높은 자리의 역할을 맡게 되면, 그 자리의 하위 위계에 위치한 구성원의 업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대부분 조직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이 승진을 통해서 위계 조직상의 상위 직급과 업무를 맡게 되고, 이에 대한 보상과 혜택을 추가로 받는다. 대부분 회사나 조직에서 상위 직급 또는 보직으로의 승진과 이에 따라 받는 보상과 혜택은 조직원들이 좀더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하는 동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렇게 상위 직급, 보직에서 일하면서 받는 보상과 혜택은 사람들이 보통 원하지만, 상위 직급, 보직에 일하면서 많아지는 일과 책임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위 직급과 보직에서 주는 혜택과 보상을 받기 위해 많은 조직에서 상위 직급으로 가능하면 빠르게 승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써서 승진하는 사람들이 항상 그 자리에 걸맞은 역량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상위 직급에 있는 구성원이 보상과 혜택은 누리지만 직급과 보직에 요구되는 역량과 자질을 갖추지 못하고 일과 책임을 충실하게 감당하지 않거나 자신의 아래 위계에 위치한 구성원에게 돌리는 경우에는 그 위계 아래의 조직이 조직에서 기대되는 역할을 온전하게 하길 기대하기 어렵다.
이렇게 상위 직급과 보직이 주는 혜택과 보상, 그리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에만 마음이 있어 수단과 방법으로 가리지 않고 승진만을 추구하는 사람이 위계 중심 조직에서 상위 위계에 해당하는 자리에 있으면 자신의 자리로 승진할 것 같은 경쟁자들을 없애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 개인의 입장에서야 자신이 조직으로부터 받는 혜택과 보상을 지키기 위한 선택일 수 있겠지만, 이런 조직의 역동이 조직 전체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위계 중심 조직에서는 상위 위계로 갈수록 자리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얼마 안 되는 자리를 두고 서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과정이, 하나의 생명체와 같이 조직 내 모든 역할이 건강하게 조화를 이루어 한몸처럼 작동해야 조직이 생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우에 따라 암세포와 같은 많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홀라크라시는 기존 위계 중심 조직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라이언 J. 로버트슨이 창안한 조직 운영 체계이다. 과거 자신이 운영한 회사를 포함해 전통적인 위계 중심 조직에서 가정하는 것들과 실제 현실에서 사회적, 감정적 존재로서 사람의 본성이 달라 생기는 다양한 부작용들을 극복할 수 있는 조직 운영 방법과 체계를 고민하다 만든 체계이다.
홀라크라시는 새로운 조직 운영 체계이기도 하지만, 기존의 위계 중심 조직이 역할 중심 조직으로 변화, 진화하는 것을 촉진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홀라크라시를 채택하는 기업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인 기업이나 조직의 대표, 또는 가장 많은 권한과 권력을 가진 CEO가 자신이 가진 권한과 권력을 홀라크라시 헌장에 위임하는 것을 전 구성원에게 공표하는 것이 홀라크라시가 추구하는 역할 중심 조직으로의 조직 운영 시스템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홀라크라시는 ‘홀라키(Holachy)’라는 조직의 구조를 기반으로 하여 조직의 의사 결정과 거버넌스를 운영하는 방법론을 말한다. 홀라키는 구성원 간의 수평적인 관계를 기반으로 업무를 조직할 수 있도록, 위계 조직에서 나타나는 직급에 따른 조직 구성이 아닌 구성원의 역할을 기반으로 조직 체계를 정의한다.
홀라키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하나 이상의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역할들이 비슷하고 연관된 역할끼리 모인 ‘서클(Circle)’로서 그룹이 지어져 좀더 큰 업무를 조직하게 된다. 각 서클에는 서클의 업무를 대표하여 다른 서클들에게 서클의 업무 내용을 전달하고, 전술 회의 및 거버넌스 회의를 통해 서클 간의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대표 링크’의 역할을 맡는 구성원이 있다. 서클 간의 업무 조율이 주 목적인 대표 링크와 함께 서클 내 역할 간의 업무 조율 및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리드 링크’ 역할을 맡은 구성원이 있다. 이들 서클 간의 연관 업무가 모여 좀더 큰 범위의 업무를 관장하는 ‘슈퍼 서클(super-circle)’이 구성된다. 슈퍼 서클의 최상위층에는 전사적인 수준의 업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가진 ‘전체 회사 서클(General Company Circle; GCC)’이 있다.
‘대표 링크’는 하위 서클의 구성원이 적합한 사람을 선출하며, 슈퍼 서클 내에서 하위 서클의 입장을 대변하게 된다. ‘리드 링크’는 슈퍼 서클에서 임명하며, 하위 서클의 역할과 업무에서 슈퍼 서클의 니즈를 대변해서 전달하게 된다. 이와 같이 상위 서클의 이해관계와 니즈를 대변하는 소통 채널과 하위 서클의 이해관계와 니즈를 대변하는 소통 채널을 별도로 두고, 각 링크의 특성에 따라 슈퍼 서클에서 임명하거나 하위 서클의 구성원이 선출하도록 하여 정보의 독점에 따른 권력의 집중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도 홀라크라시의 독특한 특징 중의 하나이다.
보통 위계 중심 조직의 상위 직급자와 홀라크라시에서 리드 링크의 다른 점은 리드 링크는 하위 서클의 구성원을 관리, 감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홀라크라시의 모든 역할과 마찬가지로 리드 링크 또한 권한과 한계를 가진 하나의 역할에 불과하다. 리드 링크는 팀원들에게 업무에 대한 명령을 내리거나 서클 내 구성원 간의 긴장을 처리하지 않는다. 하위 서클에서 전체 회사 서클, 슈퍼 서클의 목적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위 서클의 업무에서 적절한 공간을 확보하고 가이드를 제시하며, 서클의 범위내에 있지 않은 문제나 관심사가 서클 내에 침투하여 서클 업무에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조율한다.
리드 링크는 서클의 목적과 책무에 맞게 서클의 업무 체계와 거버넌스를 구조화한다. 서클 내에서 적절한 역할을 배정하면서 우선 사항과 전략을 수립하고, 서클 업무 목표의 달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측정 지표를 정의하는 등의 통상적인 관리자나 리더의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각 역할이 배정된 구성원의 업무를 관찰하면서 구성원에게 업무 향상과 업무 처리의 적정성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리드 링크가 통상적인 관리자와 다른 또 하나의 특징은 서클 내 구성원을 하나의 역할에서 해임하거나 새로운 역할을 맡길 수는 있지만, 구성원을 해고하거나 구성원의 연봉을 결정하거나 거버넌스 프로세스 외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역할이나 기대를 정의할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서클에 소속된 구성원만 역할 배정과 피드백, 서클의 목적 달성을 위한 자원 관리에 집중한다는 것이 통상적인 관리자와 많이 다른 점이다.
하위 서클의 구성원에 의해 선출되는 대표 링크는 실무자의 관점에서 업무 현장의 정보를 슈퍼 서클에 제공하고, 이를 통해 하위 서클의 업무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제거하거나 개선할 방안을 거버넌스 회의에서 다룰 수 있도록 한다. 대표 링크의 역할로 인해서 리드 링크는 서클 구성원이 조직의 상위 서클들과 다른 서클들과의 업무 조율과 협업 과정에서 생기는 긴장과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는 책무에서 부담을 덜 수 있으며, 리드 링크는 서클을 발전시키고 서클의 업무를 개선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대표 링크를 통해 하위 서클 구성원의 의견을 슈퍼 서클과 상위 서클들에 전달할 수 있게 되어 개선되는 또 하나의 장점은 과거 위계 중심 조직에서 관리자가 상위 직급과의 소통과 정보 소통 채널을 독점하면서 자신의 이해관계와 목적에 맞게 자신의 직급을 이용하고, 이로 인해 실무를 수행하는 구성원의 어려움이 상위 직급과 의사결정자들에게 적절하게 전달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할 때까지 업무의 비효율이 누적되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위계 중심 조직에서 자주 나타났던 정보 소통 체계의 독점을 이용한 권력을 이용해 관리자들이 실무 구성원에게 지나친 권력을 휘두르거나 정보와 권력의 비대칭으로 생기는 다양한 조직 운영의 문제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개선될 수 있다.
홀라크라시에서 대표 링크와 리드 링크의 분리를 통해서 서클 간의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가 한층 더 투명하게 되었다. 실무를 수행하는 구성원의 목소리와 현장의 업무 상황이 좀더 정확하게 의사결정자들과 경영진, 그리고 다른 구성원에게 전달될 수 있게 되어 원활한 정보 공유에 의한 기민한 업무 조율과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홀라키의 구성 요소는 홀라크라시 도입의 근본이 되는 첫 서클인 ‘앵커 서클(Anchor Circle)’이다. 이 앵커 서클은 홀라크라시를 처음 도입하는 과정을 관장하여 가이드하며, 앵커 서클로부터 시작되는 거버넌스 회의를 통해 다른 서클들과 역할들이 정의되고 성장해 나가게 된다.
얼핏 보기에는 과거 위계 중심 조직의 위계 모델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각각 역할과 서클이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생명체와 같은 유기적이고 전체적인(holistic) 하나로서 움직인다는 가정하에 홀라크라시 시스템이 운영된다는 차이가 있다. 이렇게 각각의 역할과 서클을 유기적이고 전체적인(holistic) 단위로서 일컬을 때 ‘홀론(Holon)’이라는 말을 쓴다. ‘홀라크라시(Holacracy)’라는 말이 원래 영어 단어 중에서 전체적이고 완전한 하나의 유기적인 단위를 쪼개고 나누게 되면 그 고유의 기능을 잃는 객체를 일컬을 때 쓰는 말인 ‘홀리스틱(holistic; 전일적인, 전체적인)’이라는 말과, 영어에서 정치 체제나 정치 세력을 의미하는 접미어로서 쓰이는 ‘크라시(-cracy)’라는 말이 합성되어 만들어진 용어이다.
위와 같이 각각의 구성원이 맡은 역할과 역할들이 모여 이루는 서클들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개체로서 활동하고 진화하는 것은 우리 몸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우리 몸의 세포는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적인 개체로서, 세포 안에 있는 세포핵, 미토콘드리아, DNA, RNA등의 구성 요소들이 따로 떨어져서는 세포 고유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모든 구성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통합되어야 비로소 세포로서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세포들은 그 특성에 따라 모여 눈, 뇌, 심장, 폐와 같은 다양한 장기들을 이루게 된다. 이렇게 이루어진 장기들 하나의 완전체로서 우리 몸을 이루게 되며, 또한 장기들을 이루는 세포 각각으로 쪼개어 놓으면 장기 고유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 몸을 각 장기로 나누어 놓으면 우리 몸과 장기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와 같이 우리 몸의 주요 구성 요소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전하고 전체적인 기능을 하는 단위가 된다.
기업과 조직을 이루는 각 구성원의 역할과 서클들을 위에서 예를 든 우리 몸의 장기들과 같이 하나의 완전하고 전체적인 기능을 하는 단위가 되는 생명체와 같은 요소로서 홀라크라시에서는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몸과 생명체들의 몸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해가는 것처럼, 홀라크라시에서도 주변 환경과 내부의 긴장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홀론들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변화와 진화를 체계적으로 유도하고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그림 3은 바로 홀론들의 끊임없는 변화와 진화를 유도하면서 반복적이고 유기적인 소통을 통해 홀론들이 진화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홀라크라시 고유의 조직 운영 체계를 보여주고 있다. 홀라크라시는 조직의 운영 과정을 홀론 외부와 내부에서 끊임없이 정보가 유입되고, 이런 정보 유입의 과정에서 각자가 맡은 역할과 고유의 업무를 수행하다가 각 구성원과 서클의 역할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나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로 인해 생기는 조직 내의 긴장을 감지하고 이를 ‘전술 회의(Tactical Meeting)’와 ‘거버넌스 회의(Governance Meeting)’를 통해 체계적으로 해결하도록 한다.
홀라크라시에서는 각 구성원과 서클들의 정보 교환과 소통을 위해 정기적으로 전술 회의와 거버넌스 회의가 열리게 되며, 위의 그림 2에서 설명한 역할, 서클들의 입장을 대변하여 관련 서클들의 대표 링크, 리드 링크와 함께 ‘진행자’와 ‘서기’의 역할을 맡은 구성원이 참석하여 회의를 진행하게 된다.
홀라크라시에서는 특히 ‘진행자(facilitator)’와 ‘서기(secretary)’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전문적이다. 특히 ‘진행자’는 홀라크라시의 정신과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는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는 점에서 일반 회의와는 많이 다르다. ‘진행자’는 홀라크라시 헌장의 정신에 맞게 전술 회의와 거버넌스 회의를 진행하며, 전술 회의와 거버넌스 회의의 취지에 맞지 않는 발언이 회의를 방해하지 않도록 중재하고, 거버넌스 회의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회의 참여자들 간의 입장이 적절하게 조율될 수 있도록 돕는다.
‘서기’는 직접적으로 회의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전술 회의 및 거버넌스 회의 내용을 기록하여 홀라크라시의 실행 내용을 조직 구성원 전체가 수시로 열람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이런 기록을 보존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관리하고 정착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기가 전술 회의 및 거버넌스 회의의 내용을 기록하여 공유하지 않으면, 홀라크라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구성원 간의 정보 공유와 이를 통한 유기적인 역할의 조직과 조율이 어렵게 된다.
전술 회의는 보통 한주에 한번 열리게 되며, 통상적인 주간 업무 회의와 유사하지만, 홀라크라시 특유의 체계성을 반영하고 역할 중심의 업무 추진 체계를 위해 진행 방법이 어느 정도 구조화되어 있다. 전술회의에서는 각 서클 구성원이 한주 동안 있었던 일들을 공유하고 업무 진척을 가로막는 이슈들을 선별해서 처리하는 회의이다. 구성원이 맡은 각 역할 간 업무 조율과 협업에 관련한 이슈도 전술회의에서 논의해서 처리 방법을 의논하고 결정하게 된다.
거버넌스 회의는 조직의 운영과 조직 체계의 변경, 역할의 신설과 폐지, 각 역할의 권한 범위의 변경과 같은, 일을 추진하는 체계와 구조에 관련된 이슈를 논의하는 회의이다. 거버넌스 회의에서 서클의 방침(policy) 및 역할, 역할의 활동, 역할 간의 관계, 각 역할이 가지는 권한 범위와 한계를 구체적으로 논의하여 결정하게 된다. 거버넌스 회의를 통해서 서클의 구성원은 업무 추진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과 긴장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업무 추진 체계의 개선과 서클의 구조를 개선할 방법을 공식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된다.
홀라크라시는 위계 조직에서 흔히 나타나는 소수의 의사결정자들에 의한 조직 개편이나 변경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버넌스 회의를 통해 서클 구성원의 필요와 요구가 반영되어 서클 조직 체계의 개선과 변경이 논의된다. 실제 수행되는 업무의 필요에 맞게 자기조직적으로 조직 체계가 개선되어 조직이 업무의 필요에 맞게 지속해서 진화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거버넌스 회의가 만들어 준다.
통상적으로 거버넌스 회의는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열리게 되는데, 홀라크라시를 처음 도입하는 조직, 또는 새롭게 조직된 서클과 같이 거버넌스 이슈가 많은 상황에서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열리기도 한다.
홀라크라시는 이와 같이 업무 추진을 위한 전술 회의와 업무 추진 체계와 구조를 다루기 위한 거버넌스 회의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업무 추진을 위한 전술 회의에서 업무에 관련된 이슈를 빠르게 공유하고 처리함으로써 업무 추진을 기민하게 할 수 있다. 구성원 업무의 필요에 따른 역할과 조직 체계의 반복적이고 점진적인 개선을 통해 업무를 적절하게 지원하고 서클 업무 전체가 효과적으로 조직되어 서클의 목표를 달성하는 유기적인 조직으로서 서클을 중심으로 한 조직을 홀라크라시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진화시킬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위계 중심 조직을 역할 중심 조직으로 체계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담은 새로운 조직 운영 시스템인 홀라크라시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다음으로 최근 이런 홀라크라시를 도입하여 실험한 기업들의 성공 사례와 홀라크라시 도입의 장점, 그리고 홀라크라시로 인해 새롭게 등장하게 된 조직 운영의 문제점들을 돌아보면서 빅데이터와 데이터 과학을 기반으로 한 조직 운영 변화의 어려움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같이 생각해 보자.
정말 조직에서 위계가 필요 없는가? – 홀라크라시의 문제점과 이슈
필자가 데이터 과학자는 일종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대다수의 기업이 채택, 유지하고 있는 위계 중심 조직 모델로는 그 역량을 온전하게 발휘할 수 없어 그 역할을 다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난 스물다섯번째 글부터 지금까지 자주 강조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위계 중심 조직이 적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밀한 조직력과 빠른 실행력으로 시장의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팔아야 비즈니스를 유지할 수 있는 제조업의 경우 위계 중심 조직을 기초로 한 소수 엘리트 구성원의 리더십과 전문성, 구성원의 신속한 실행을 바탕으로 한 빠른 비즈니스 속도를 바탕으로 패스트 팔로워 전략과 경쟁 우위 전략을 적절하게 발휘하여 비즈니스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위계 중심 조직에서 상위 직급으로의 승진이 구성원의 근무 의욕을 고취하는 것도 사실이다. 위계 중심 조직에서 상위 직급으로의 승진은 기본적으로 하위 직급 구성원보다 더 뛰어나고 향상된 역량과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음으로 승진한 구성원은 자신에 대해 더 자부심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면서 조직에의 충성도도 높아져 좋은 인재를 오래 붙들어 둘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홀라크라시 실험을 한 기업들에서 홀라크라시로 인해 업무의 속도와 효율이 향상되고, 조직간 의사소통이 투명해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났지만, 홀라크라시 도입으로 인한 새로운 문제들도 나타났다.
홀라크라시를 도입한 기업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 문제 중 하나는, 기존의 위계 중심 조직에 익숙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구성원이 홀라크라시가 시행되면서 조직을 많이 떠났다는 것이다. 홀라크라시가 싫어서 떠난 구성원을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조직 모델에 맞는 리더십과 역량이 부족하여 조직을 떠났다고 매도할 문제만은 아니다. 이렇게 해서 떠난 구성원 중에는 위계 중심 조직 모델 체계에서 회사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었던 구성원도 있을 수 있기에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실제로 홀라크라시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기업인 자포스의 경우에는 홀라크라시를 시행한 이후 약 20%에 달하는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고 한다. 기존 위계 중심 조직에 익숙한 구성원과 새로운 홀라크라시를 옹호하는 직원 간 갈등도 홀라크라시를 시행하는 기업에 큰 부담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6-10].
해리슨 모나크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또 다른 글에서는 사람들이 지위를 추구하는 것은 본능적인 것이고, 이렇게 성과를 내어 승진하고 높은 지위를 얻는 과정이 사라지면 구성원의 동기 부여가 어려워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더해, 홀라크라시 자체가 완전한 수평적인 조직 구조는 아니다. 기존의 위계 중심 조직보다 수평적인 조직 운영 요소가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홀라크라시도 분명히 역할이 계층을 이루어 조직되고 운영된다. 업무의 복잡성과 다루는 수준에 따른 위계 구조를 근본적으로 없애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10].
해리슨 모나크의 이런 지적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필자는 자포스에서 나타난 대량 퇴사와 같은 사태, 그리고 홀라크라시 도입에 실패한 기업들의 사례는 홀라크라시 자체가 인간의 지위와 영향력에 대한 본능을 무시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기보다는, 아직 조직 구성원이 홀라크라시에 익숙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홀라크라시가 수평적이고 역할 중심의 조직으로 조직을 탈바꿈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체계이기는 해도, 홀라크라시에서 역할 수행의 역량과 전문성에 따른 위계는 생길 수 있다. 홀라크라시가 사람들이 모여 만든 조직 내에서 생기는 위계를 근본적으로 없애지는 못한다는 해리슨 모나크의 지적에 필자는 동의한다.
문제는 어떤 종류의 위계가 더 조직에 바람직할 것이냐는 것이다. 연공서열과 조직 내 위치 선점을 위한 치열한 권력다툼으로 만들어진 위계가 더 조직에 바람직한지, 개인 역량과 전문성의 직무에 대한 적합성, 구성원의 업무 전문성 수준에 따른 위계가 더 조직에 바람직한지 조직의 미션과 철학, 목적에 비추어 생각해보아야 한다. 적어도 데이터 과학과 빅데이터를 이용한 경영을 추구하는 조직이라면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한 조직 운영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며, 이런 조직의 경우 구성원의 업무 전문성과 역량에 따른 역할 중심의 위계가 더 조직에 바람직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두번째로 홀라크라시가 많이 받는 비판은, 홀라크라시가 사내정치와 조직 구성원 간 역학 관계를 다른 방식으로 돌릴 뿐이지 근본적으로 없애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구성원 개개인의 차이는 단순히 역량과 전문성의 차이뿐만 아니라,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냐, 소극적이고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냐와 같은 성격적 차이와 함께, 지위와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이냐, 한 분야의 전문성을 추구하는 사람이냐,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사람이냐, 아니면 자신의 의견을 양보하더라도 사람들 간의 원만한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이냐 등 다양한 관점에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9-10].
이런 다양한 관점에서의 구성원 간 차이점이 결국은 조직 내 직급 및 위치에 따른 위계가 아닌 다른 방식의 위계와 영향력을 만들어낼 것이고 이에 따른 사내정치와 조직 역학이 나타나리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 기업 조직에서 재무 부서와 마케팅 부서의 목소리가 연구개발 부서의 목소리보다 큰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가능한 경우로, 홀라크라시에서 리드 링크나 대표 링크의 역할을 하지 않더라도, 적극적인 태도와 전문성으로 인해 실질적인 보스나 리더의 역할을 하는 구성원이 생겨날 수 있다. 이런 경우 이런 리더의 역할을 하는 구성원을 중심으로 하는 또 다른 사내정치나 조직 역학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9-10].
세번째로, 조직 내 모든 사람이 자기 주도적으로 일하면서 자신의 역할에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또한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 차이가 다양한 관점과 스펙트럼으로 나타나는 것과 관련이 있다[7, 9].
홀라크라시는 구성원 모두가 전문가로서 자신의 업무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조직의 의사 결정권과 권한을 분배, 위임받아 일을 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홀라크라시를 도입한 기업들의 많은 구성원이 경우에 따라서는 과거 위계 중심 조직으로 운영될 때보다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이 본인에게 주어지는 것에 대해서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생겼다[7-9].
아직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을 맡을 정도로 충분히 성장하지 않은 구성원이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팀장과 같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는 것도 분명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홀라크라시를 도입한 조직에서 자신의 역량과 능력을 넘어서는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는 것을 구성원이 분명히 부담스러워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7, 9].
위와 같은 문제점에도 홀라크라시의 장점이라면 좀더 많은 권한과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자신의 업무를 주도적으로 하길 원하는 구성원이 거버넌스 회의를 통해 자신의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정형화되고 일방적인 위계 중심 조직의 조직 운영 방식보다는 확실히 구성원에게 더 많은 리더십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이 홀라크라시의 장점이다.
네번째로 회의가 많아지고 의사 결정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홀라크라시 도입으로 과거 위계 조직에서 많이 일어나는 보고서 작성과 보고 절차가 사라져 이로 인한 의사 결정 시간은 많이 줄어든 반면, 각 구성원의 업무 범위를 넘어서고 여러 구성원의 합의가 필요한 의사 결정 사항에 대해서는 전술 회의나 거버넌스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7, 9].
모든 업무에 대한 의사 결정의 책임이 업무에 관련된 구성원에게 지워지다 보니 많은 구성원이 의사 결정하는 과정에서 더욱더 신중해지게 된 것과, 결정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다 보니 합의와 결정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리게 된 것이다. 분명히 위계 중심 조직에서 리더가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지고 내리는 결정이 역량이 뛰어난 리더들에 대해서는 신속한 의사 결정으로 이끌어 의사 결정과 실행의 속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우리나라 많은 대기업 조직에는 리더의 책임은 피하면서 리더의 혜택을 누리고, 자신의 책임 소재를 만들지 않으면서 승진의 기회를 늘이기 위해 의사 결정을 아래 사람이나 자신의 상사에게 미루는 리더들도 많다. 이런 현실을 생각해보면 의사 결정에 따른 책임의 범위와 부담을 관련된 여러 구성원에게 분산시키고, 오히려 각자 업무 영역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과 문제에 대해 좀더 신중하게 함께 검토하면서 내리는 의사 결정이 책임의 부담도 크게 줄이면서 의사 결정의 신뢰성도 높일 수 있다. 이런 것은 오히려 홀라크라시의 장점으로 볼 수 있다.
홀라크라시 실험이 주는 교훈 – 위계에 따른 권력과 정보의 불균형을 역할 중심 조직으로 보완하기
위와 같이 홀라크라시 도입으로 인해 기존 위계 중심 조직의 폐단이 개선되고 조직의 소통과 의사 결정이 투명해지면서 비즈니스의 속도가 높아지는 장점도 발견되었다. 이에 반해, 위계 조직상에서의 위치에 따른 권력을 중심으로 한 사내정치와 권력다툼 대신 홀라크라시의 역할과 성격적 성향, 역량과 전문성의 차이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권력이 나타나고 다른 양상의 사내정치가 출현할 수 있다는 우려와, 역할에 따라오는 책임을 직접 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구성원, 여러 부서와 구성원에 걸친 규모와 범위가 큰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시간이 걸리게 된 점등은 분명히 단점으로 부각되었다.
홀라크라시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자포스의 사례에 대해서도 부작용이 나타난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많은 사람이 인정하는 분위기이지만, 아직 홀라크라시에 따른 조직의 변화 자체가 실패라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6-9]. 인간이 만든 제도나 시스템이 모든 측면에서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홀라크라시 나름의 문제가 드러난 것뿐이지, 홀라크라시가 기업 조직 경영 현실에 맞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6-9].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홀라크라시를 통해 역할 중심 조직으로 변화한 조직에서 과거 위계 중심 조직의 폐단이 많이 사라진 것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위계 중심 조직의 폐단이 사라지고 홀라크라시가 잘 운영되는 조직에서 민첩함이 강조되는 비즈니스 환경에 더 바람직한 유연성, 권한과 책임의 분산을 통한 의사 결정의 신뢰성과 정보 공유, 업무 결과물의 전문성과 품질이 향상된 것과 같은 더 바람직한 변화가 많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는 홀라크라시가 조직에 주는 혜택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빅데이터와 데이터 과학을 활용하여 비즈니스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데이터 과학자와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조직으로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홀라크라시는 훌륭한 도구로 활용이 될 수 있다. 홀라크라시로 인해 빅데이터와 데이터 과학을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조직의 특성들이 나타난다는 것이 홀라크라시를 도입한 조직의 사례를 통해 점차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홀라크라시를 도입한 기업들에게 나타나는 문제들은 필자가 보기에 홀라크라시의 문제라기보다는 새로운 조직 경영 시스템에 구성원이 적응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서 생기는 과도기적인 문제로 보인다. 이런 점들은 홀라크라시를 실행하면서 점차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과도한 책임에 부담을 느끼는 구성원, 새로운 형태의 위계가 나타나고 암묵적 서열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는 점은 인간이 만든 조직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로 홀라크라시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다. 과거 위계 조직에서는 위계에서 위쪽에 위치한 구성원 때문에 조직 생활이 어려워지는, 소위 눈치 볼 ‘상사’들이 있었다면, 홀라크라시에서는 위계 조직상의 위치가 아닌 특정한 역할을 맡은 눈치 볼 ‘동료’들이 생겨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게 눈치를 봐야 하는 ‘동료’들로 인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조직 내에서의 갈등과 문제가 비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문제들은 홀라크라시 외의 다른 방법을 통해 보완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에서 홀라크라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외국의 사례에서 홀라크라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성공하는 기업은 자포스처럼 CEO와 같은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홀라크라시 도입에 의지를 가지고 있거나, IT 및 소프트웨어 스타트업과 서비스 기업을 중심으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홀라크라시를 창시한 브라이언 J. 로버트슨이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 운영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조직 운영 체계이기 때문에 본인의 경험이 홀라크라시를 구체화하는데 영향을 많이 주었을 것이다.
홀라크라시를 도입해서 성공한 회사들이 홀라크라시를 통해 조직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었는지 살펴보고 우리나라 기업들이 조직 문화를 어떻게 바꾸어 가야 할지 교훈을 얻을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홀라크라시를 통한 적극적인 역할 중심 조직으로의 전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을 기업이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성경의 문구처럼, 빅데이터와 데이터 과학을 이용한 기업 경영의 합리화와 패러다임 전환은 역할 중심 조직에서 지향하는 역할에 따른 전문성, 투명한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 이를 촉진하기 위한 새로운 보상 체계와 성장 경로, 권한과 책임의 분산과 위임을 조직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얻을 수 있다.
홀라크라시의 사례를 역할 중심 조직의 장점과 혜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기회로 만들도록 하자. 역할 중심 조직의 장점을 조직에 이식하는 것은 빅데이터와 데이터 과학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므로 이런 노력과 성찰은 기업의 IT 리더들이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으로 대표되는 기업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1] 김진철, ‘LHC에서 배우는 빅데이터와 machine learning 활용 방안’, 2016년 9월 28일, A CIO Conversation for Technology Leadership – Breakfast Roundtable 발표 자료
[2] 브라이언 J. 로버트슨, ‘홀라크라시 – 4차 산업혁명 시대, 스스로 진화하는 자율경영 시스템’, 흐름출판, 2015.
[3] 프레데릭 라루, ‘조직의 재창조,’ 생각사랑, 2016.
[4] 유호현,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 스마트북스, 2019.
[5] 김혜진, 박정리, 송창걸, 유호현, 이종호, ‘실리콘밸리를 그리다’, 스마트북스, 2018.
[6] 송범근, ‘미래의 조직 모델, 홀라크라시(Holacracy)’, Brunch, 2017년 4월 22일. (https://brunch.co.kr/@bumgeunsong/33)
[7] 마이클 리, 니코 캐너, 존 번치, 이선 선스타인, ‘홀라크라시 논란을 넘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코리아, 2016년 7~8월 합본호.
(https://www.hbrkorea.com/magazine/article/view/1_1/article_no/810#)
[8] 이수경, ‘구조로 풀어내는 혁신, 홀라크라시(Holacracy) : 자포스의 대담한 실험’, Impact Business Review, 2014년 4월 17일. (http://ibr.kr/3002)
[9] 패스트 캠퍼스 미디어, ‘수평적인 조직은 무조건 좋은 걸까?’ 패스트 캠퍼스 미디어. (http://media.fastcampus.co.kr/insight/horizontal-organization-zappos-holacracy/)
[10] Harrison Monarth, ‘A Company Without Job Titles Will Still Have Hierarchies,’ Harvard Business Review, January 28, 2014. (https://hbr.org/2014/01/a-company-without-job-titles-will-still-have-hierarchies)
[11] Samantha Lee and Richard Feloni, ‘Here’s how Zappos’ wacky self-management system works,’ Business Insider, Jan. 28, 2016. (https://www.businessinsider.com/how-zappos-wacky-self-management-system-works-2016-1)
[12] Brian Robertson, ‘Holacracy – The New Management System for a Rapidly Changing World,’ Henry Holt and Company, 2015.

*김진철 박사는 1997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물리학 학사, 1999년 포항공과대학교에서 인공신경망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2005년 레이저-플라즈마 가속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5년부터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의 LHC 데이터 그리드 구축, 개발에 참여, LHC 빅데이터 인프라를 위한 미들웨어 및 데이터 분석 기술을 연구하였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포항공과대학교, 삼성SDS를 거쳐 2013년부터 SK텔레콤에서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의 기업 활용 방안에 대해 최근 다수의 초청 강연 및 컨설팅을 수행하였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