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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off Lazberger

CIO 칼럼 | 그들을 진정케 할 마법의 한 문장

기획
2013.12.026분

몇 년 전 처음 CIO 직을 수락했을 당시 이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컸다. 지적인 측면, 직위 측면과 함께 풍부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기대가

이후 필자의 책상에는 수 많은 인프라스트럭처 관련, 정보 관련 이슈들을 담은 서류 뭉치가 쏟아져 들어왔다. 동시에 기업은 무서운 속도로 다른 업체들을 인수하는 행보를 벌여나갔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부문들로 활동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필자가 담당하는 ‘고객’ 인구(기업의 각종 부문들에서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는 비즈니스 내부 사용자들)의 범위와 니즈의 유형 역시 확장돼 갔다.

매일이 새로움의 연속이었고, 따라서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다. 이 얼마나 짜릿한 일상인가!

이러한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기업 환경 곳곳에 산재해있는 개별 소프트웨어 패키지 및 하드웨어 기기를 통합적으로 통제하는 IT 및 IS 환경을 구성하고자 했다. 이 때 필자는 팀원들에게 ‘우리가 구축한 것은 유지와 지원 역시 책임져야 한다’라는 원칙을 언제나 강조했다.

배치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늘어날수록 이들을 관리하는 과정은 더 많은 비용적, 시간적 부담을 안겨줬고 그에 따른 리스크 역시 확대됐지만, 우리에겐 제한된 자원만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즈니스 작업 수행을 위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배치 수준 확보란 과제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현실적 문제를 안겨줬다. (BYOD 환경으로 인해 오늘날에는 더욱 어려운 작업이 됐다.)

헬프데스크와 IT 사업부에 방향성을 제시해주기 위해 필자는 IT 팀에게 시각을 기존의 고객 ‘요구’에서 고객 ‘니즈’로 전환할 것을 조언했다. 교섭 과정에서 이 물음을 활용하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커뮤니케이션 및 IT 실행 전반의 질과 효율성은 향상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즉, 핵심 목표가 비즈니스 목표를 위한 전략을 실현토록 지원하는데 있는 기업 IT 조직으로써 요구를 구현하는 수동적 자세에서 한 걸음 나아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구상이 우리 IT 팀을 넘어 비즈니스 영역 전반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궁극적으로 더 많은 IT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요구하고, 또 이것을 보다 정제하고 균형 잡을 수 있는 부문은 결국 현업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필자의 착각이었다.



깨달음의 순간
변한 것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나빠졌다. 모두가 끊임없이 새로운 어떤 작업을, 그리고 이를 위한 새로운 무언가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필자를 놀라고 당황스럽게 했음은 물론이다. 상황은 처음의 구상과 완전히 다르게 진행됐다. 결국 다시 한 번 방법론 개발 단계로 되돌아가야 했다. 오랜 시간 ‘왜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고민이 이뤄졌고 또 고객의 머리 속으로 들어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한 순간 실마리가 잡혔다. 바로 모든 이들은 어떠한 이유에 의해 어떠한 작업을 진행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누군가 어떤 새로운 소프트웨어 혹은 하드웨어를 요청할 때 물어봐야 할 궁극적 물음을 도출할 수 있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이 그것이었다. 4단어로 이뤄진 이 간단한 문장이, 문제를 명확하고 심도 있게 파악할 열쇠였던 것이다.

이 겸손한 한 마디로 우리는 비즈니스 영역의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가 아닌, 그가 궁극적을 성취하고자 하는 바를 짚어낼 수 있게 됐다. 이 두 명제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고객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이해하고 나면, 우리는 이를 해결할 솔루션을 보다 용이하게 발견하고, 그들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기술자가 아닌 문제 해결자다.

예를 들어, 어떤 이가 해결코자 하는 궁극적 문제가 이메일 원격 접속이라 가정해보자. 이미 우리가 관련 툴을 배치한 분야다. 우린 이를 실행할 세 가지 서로 다른 방법론을 확보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어떤 고객은 특수 목적을 위한 특수 데이터베이스 개발을 요청한 적이 있다. 이 요청에 대해 우리는 대신 그들이 해결코자 하는 문제가 기존에 기업의 어느 지점에 존재하고 있는 정보의 확인을 통해, 또는 기존 내부 애플리케이션의 기능 확장을 통해 가능할 수 있을 것임을 제안했다.

기존의 ‘필요한 것’을 묻는 방식은 무수한 새로운, 그리고 불필요한 방법론과 실행을 야기하고, 이는 비즈니스 인프라스트럭처 복잡성의 증대와 일관성 하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강력한 물음
부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은 또한 참석자 모두가 소리 높여 각자의 의견과 불평을 쏟아내는 혼란스런 회의 현장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 접점이라곤 없어 보이는 혼란의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은 각자의 생각에만 함몰되어 초점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생각의 시간을 주는 역할은 한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 당신은 한 명의 현자처럼 비춰질 것이다.

이 질문을 던져보면 때론 각자가 생각하는 문제의 본질 자체가 다르다는 놀랍고도 어이없는 상황이 발견되기도 한다. 서로 다른 목적지를 향하고 있으면서 그 경로가 다름을 다투고 있던 것이다.

이 단계까지 확인이 이뤄진다면 참석자들 간의 불화의 원인을 짚어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은 작업이 된다.

몇 년 전 매우 적극적인 성장 전략을 구상하는 대기업에서 CIO로 재직하던 당시, 어느 날 한 가지 소식이 전달됐다. 기업이 2주 내에 다른 주에 새 사무실을 열 것이라는 공지였다(비즈니스 운영자들은 그곳에서 활동하려면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확장은 기정 사실이었고, 이와 관련한 논의는 수 개월 전부터 진행되어 온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담론에 IT의 참여는 전무했다. 그 누구도 IT의 의견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에게 소식이 들려온 시점(이전 2 주 전)에서 결정은 이미 확정적인 것이었고 여기에 조정의 여지는 없었다. IT의 역할은 이미 내려진 결정을 따르고 그에 필요한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뿐이었다.

우리 팀은 2주 전에야 CEO의 지시를 전달받고 2주 안에 새로운 사무실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요소들을 구성해야 했다.

그러나 당시의 상황은 두 난관 사이에 끼여있는 형상이었다. 우선 그 미션 자체가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다(그 누가 단 보름 만에 본사에서 동떨어진 텅 빈 사무실에 온전히 인프라를 구성할 수 있을까?). 둘째로, 이 기업의 CEO란 인물은 카지노 업계의 폭군 케리 패커(Kerry Packer)마저도 얌전한 고양이로 보이게 할 만큼 독단적인 인물이었다.

결국 필자는 자리에 앉아 새로운 사무실이 온전히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기능(ISP 연결에서 프린터 설정, 시트릭스(Citrix) 연결, 컴퓨터, 전화기, 구내 교환기, 진입 설비의 조달 및 수송, WAN 확장까지)들을 포함하는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간트 차트(Gantt chart)를 구성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여타 작업들의 완료를 위해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ISP 연결에만도 최소 6주가 걸리는 것이 현실이었다.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려면 적어도 8주는 필요했다. 2주는 어림없는 이야기였다.

이런 자료를 가지고 필자는 CEO의 사무실을 찾아가 방금 도출한, 신규 사무실의 설비 준비를 위해서는 최소 8주가 소요될 것이라는 결과를 보고했다. 예상했던 대로 이 정보는 이 정력가에게는 환영 받지 못했다(필자의 태도는 누구보다 예의 발랐다).

그는 몇 마디 불평을 내뱉고는 늘 그렇듯이 그리 격조 있다고 하기 어려운 태도로 IT 전달의 일반적인 과정을 비난했다. 또 우리가 비즈니스 운영에 얼마나 지장을 주는지를 지적했다.

필자는 아무 말도 않고 침착히 그의 이야기를 들어줬다(‘강과 바위의 싸움에서 언제나 승자는 강이다’라는 중국의 격언을 기억하며).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잦아든 뒤, 다시금 당장의 문제로 초점을 집중해 질문을 던졌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입니까?” 그리고 ‘2주 안에 다른 주에 새 사무실을 개설하는 것’이란 힘찬 대답이 돌아왔다. “그와 관련해 제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없을까요?”

이렇게 다시 질문하며 가져간 간트 차트를 CEO의 책상에 올려놨다. 대화가 생각한 방향대로 흘러가는 것에 기뻤다. 차트에서 그가 필요치 않다고 생각되는 작업을 제거하면 기간 단축의 여지는 있다고 이야기를 덧붙였다.

CEO는 계획을 살펴보더니, 필자를 바라봤다가, 다시 서류로 눈을 돌렸다. 15초 정도 정적이 흘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분명 제시된 서류에서 생략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고, 결국 그는 마지못해 하는 태도로 작업에 8주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하고 그에 맞춰 계획을 조정하겠다 약속했다. 그의 마지막 말은 “정확하게 합시다”라는 것이었다. 문을 나서며 이 골치 아픈 문제를 멋지게 해결한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줬다.

이후 이 간결하지만 날카로운 질문은 CIO로써 활동해오며 많은 상황에서 필자를 도와준 강력한 무기로 작용했다.

그리고 필자는 이 질문이 필자 개인만의 것으로 남지 않길 바란다. 더 많은 이들이 이 질문을 제기해 나간다면, 관계의, 그리고 IT 실행의 질과 효율성은 더욱 향상될 것이다.

* Geoff Lazberger는 투자, 은행, 자산개발, 부동산 개발 기업의 CIO를 역임했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