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본질적으로 '불멸'이라는 점에서, 가장 독특한 인공물 중 하나다. 북아프리카와 서아시아에는 5,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리우데자네이루의 스마트-시티 운영센터, 운영이미지 출처 : 리우데자네이루
산타페 인스터튜트(Santa Fe Institute)의 대표를 역임한 이론 물리학자인 지오프리 웨스트는 도시의 생명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기술 과학보다는 분석 과학으로 생물을 연구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생물을 연구했다. 동물, 동물의 크기와 수명의 상관관계 등에 대한 연구에 주력했으며 이후에는 기업과 도시 같은 인간이 만든 제도의 역학 관계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업의 수명은 유한하지만(100년 이상 존속한 기업은 극소수), 도시의 수명은 사실상 무한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시의 회복력은 놀라울 정도다. 예를 들어, 2차 세계대전 동안은 폭격으로 사실상 흔적 없이 사라졌었던 일본과 유럽의 도시들이 현대에 들어서 다시 활기찬 도시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가상에 바탕을 두고 있고,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국경을 가진 국가와 달리, 도시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규정하는 물리적 구조물로 구성된 실제 공간이다.
도시의 회복력이 높은 이유는 매우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웨스트와 동료인 루이스 베텐코트는 도시가 커지면, 에너지 사용량과 소득, 생산한 특허 등 1인당 기능도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전문 용어로는 ‘수퍼 선형’으로 확장). 무엇보다 도시는 사람들이 자신과 닮은, 또는 아주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며 연결되는 장소인 사회망(소셜 네트워크)이다. 그 결과, 혁신의 동력 역할을 한다. 창조력을 갖춘 사람들이 다른 창조가들과 협력하는 장소기 때문이다.
도시의 이런 긍정적인 특징들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UN 경제사회국(DESA:Department of Economic and Social Affairs)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이 비율이 2/3로 증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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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빅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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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Rio)의 미래 건설
현대 도시들은 아주 효율적이다. 그러나 이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드는 노력이 추진 중이다. IBM과 시스코, 삼성 같은 회사들은 이른바 ‘스마트 도시’ 개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스마트 도시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도시의 기능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와 통찰력을 파악하고, 운영하는 도시를 뜻한다.
IBM이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에 구축한 아주 큰 나사(NASA) 같은 통제실인 ROC(Rio Operation Center)는 스마트 도시의 전형적인 모습을 제시해 준다. 거대한 비디오 벽체를 통해 800여 카메라가 전송하는 이미지를 확인하고, 도시 곳곳에 설치한 센서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장소다. 2010년 문을 연 ROC에는 30개 기관의 직원 600명이 24시간 근무하면서, 교통, 에너지, 통신, 공공 안전, 보건, 레크레이션 등 여러 도시 시스템을 감시하고, 이들 데이터를 기상 예보 등과 통합해 문제를 예측하고, 긴급 사태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있다.
제리코의 웨스트 뱅크는 기원 전 1만 년부터 사람들이 거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지 출처 : 위키미디어
도시들은 이미 많은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로 연결된 센서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그 수가 증가하면서, 많은 도시들이 첨단 분자 물리학 연구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개발한 과학 기기인 강입자충돌기(Large Hardon Collider)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생산하게 될 것이다. 이 정도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무선과 유선 브로드밴드 네트워크 인프라가 충실해야 한다. 빅데이터에는 ‘큰 파이프’가 필요하다. 또 대역을 많이 소모하는 데이터를 전송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브로드밴드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가 계속돼야 한다.
통제의 한계
리우데자네이루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도시 운영을 개선하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에서 이 모델을 더 광범위하게 도입시키는데 방해가 되는 장벽이 남아있는 실정이다. 필요한 디지털 인프라 투자를 지연시키는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과 규제의 불확실성을 예로 들 수 있다. 또 사이버네틱 통제(Cybernetic Control)의 비전에는 장점도 있지만 한계도 있다.
뉴욕대학교(NYU) 산하 RCT(Rudin Center for Transportation)의 선임 연구 과학자로 2013년 <스마트 도시: 새로운 유토피아를 위한 빅데이터, 도시 해커, 여정(Smart Cities: Big Data, Civic Hackers, and the Quest for a New Utopia, 최근 페이퍼백 발간)>이라는 책을 출간한 앤터니 타운센드는 이런 메가 시스템에는 3가지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대형 컴퓨터 시스템에는 예상 못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미발견 단점(버그)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2006년 BART(Bay Area Rapid Transit) 시스템 통제 소프트웨어의 버그로 24시간 동안 3차례나 시스템이 전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둘째, 중앙 통제에 기반한 대형 시스템은 대규모의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달 시카고 인근 FAA의 항공 교통 통제 센터에서는 불만을 가진 직원이 중요 장비 몇 개를 파괴하면서 일주일 동안 수천 편의 항공편이 취소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대형 시스템은 비인가 침입자의 공격에 취약하다. 최근 몇 달간 대형 소매업체와 은행들이 해킹 공격을 받은 것이 이에 대한 생생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또 스노든 이후 시대의 시민들은 정부의 대대적인 감시 활동이 증가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기술 업체들은 다른 도시들도 리우같은 첨단 통제 센터 건설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경제위기로 매출원이 줄어들었고, 신기술 투자에 쏟아 부었을지 모를 도시 재정이 바닥났다.
작은 생각에서 출발
그러나 도시를 더 스마트하게 만드는 아주 다른 방법도 존재한다. 이상적이고, 대부분은 젊은 해커들의 노력에 의지하는 방법이다. 이들은 정부를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고, 정부 데이터가 더 자유롭게 방출되도록 만들고자 시도하고 있다. 그러면 공공 기관의 투명성을 높일 수도 있다. 이들 디지털 행동주의자 가운데 상당수는 기술을 통해 힘을 얻은 시민들이 현재 정부에 의지하고 있는 기능의 많은 부분을 스스로 더 저렴하게, 그리고 우수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믿었다.
타운센드에 따르면, 이들 행동주의자는 메인프레임이 아닌 웹을 모델로 하는 스마트 도시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다. 이들의 시각에서는 대형 기술 회사들은 도시를 특별하게 만드는 인적 요소를 중시할 능력이 없다. 도시 인프라의 기능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서로 협력하고 공유하도록 도시 거주민들을 디지털 기술로 연결하는데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런 유형의 협력에서 핵심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은 기술, (이미 전세계 인구를 넘어선) 모바일 기기의 대대적인 보급이다.
행동주의자들이 주도하는 풀뿌리 전략에도 장점은 물론 한계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현재 자원 봉사자들이 개발한 앱 가운데 상당수는 유용한 앱이라기 보다는 실험적인 앱에 머물러 있다. 또 특정 공동체의 거주민을 대상으로 개발된 작은 앱들은 더 광범위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을만큼 확장할 수 없을 수 있다.
중도를 지향하는 발전
상향식, 하향식 방법의 한계를 생각했을 때, 더 스마트한 도시를 만드는 최상의 방법은 뭘까? 타운센드는 공동체의 공공재에 기술을 이용하는 책임을 지운 미국과 해외의 진보적인 시장들의 행동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뉴욕과 보스턴,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최고 디지털 책임자(CDO)나 최고 혁신 책임자(CIO)를 임명, 거주민들과 협력해 정부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이들 데이터를 이용하는 앱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시카고의 람 이매뉴얼 시장은 종합적인 기술 계획 수립을 후원하고 있다. 이는 기술을 이용해 도시 운영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 이상의 목표를 지향하는 여러 전략으로 구성된 계획이다. 이매뉴얼 시장은 2013년 이 계획을 발표하면서 고용 창출과 삶의 질 개선이 주된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기획 단계에서 기술을 이용해 정부 서비스를 개선하고, 시민 주도 혁신을 지원하고, 기술 부문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을 우선 추진 업무로 규정했다. 또 기업과 주민 대상 브로드밴드 보급률 확대를 천명했다. 브로드밴드를 경제 성장을 위한 주요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뉴욕, 런던, 더블린, 싱가포르 등 다른 대도시들도 각자 기술 계획을 발전시키고 있다. 모두 기술이 갖는 힘을 믿고 있지만, 우선순위와 전략에는 차이가 있다. 저마다의 상황과 도전 과제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기술 발전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희망적인 증거는 재단과 연구소들의 ‘도시 과학(Science of Cities)’ 연구와 조사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 운영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도시 데이터의 폭증과 분석 툴의 확대가 여기에 일조한다. 맥아더 재단(MacArthur Foundation)은 최근 도시, 정보, 거버넌스에 대한 전략을 발표했다. 이 재단은 이미 혁신적인 빅데이터 활용 방법을 연구하는 하버드, NYU, 시카고 대학, LSE(London School of Economics), RAND 코퍼레이션, 산타페 인스터튜트 등의 도시 연구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이 재단은 또 NYU 산하 CUSP(Center for Urban Science and Progress)의 도시 데이터 리뷰(Urban Data Review)라는 새 저널 발행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고 있다.
전세계에는 작은 농촌 마을에서 거대 도시에 이르기까지 55만 7,000개의 지방정부가 존재한다. 지능적인 브로드밴드 기반의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거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도시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는 지금 모든 도시가 도시의 미래를 발명하는 실험실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고 있는 것이다.
*Richard Adler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팔로알토에 있는 미래연구소(Institute for the Future)의 특별연구원이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