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쉽게 검색만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고, 지식과 정보의 양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실업과 빈곤, 경제 위기에 대해서는 정보 분석으로 해결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지난 7년 간 필자는 전세계 곳곳의 기업들을 만나며 그들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을 알고자 하는지, 현재의 정보를 어떻게 획득한 것인지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들이 제시한 답변을 그들의 비즈니스 결과물이나 성과와 연결해 분석해 봄으로써, 오늘날 세계의 일반적인 인지 상태에 관한 나름의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 과정에는 하나의 모순이 발견됐다. 기술 개발(센서 가격 하락과 분석 역량, 속도의 개선 등)과 공유 플랫폼(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확산으로 우리의 지적 역량(무언가를 알아낼 수 있는 능력) 전반은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우리가 ‘실제로 아는 것’은 단순한 선형 증가 곡선을 그린다는 점이다(증가한다는 가정 하에서만). 이런 배경 하에 필자는 닉 카가 던진 “구글은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라는 답을 내리고자 한다. 필자가 바라보는 구글은, 우리를 ‘덜 똑똑하게’ 만드는 사회-기술적 생태계다. ‘우리가 실제로 알고 있는 것’과 ‘우리가 알아야 하는/알 수도 있는 것’ 사이의 간극을 측정 기준으로 한다면 말이다.
마케터들은 당신의 손가락을 어떻게 움직일 지 알고 있다
프라이버시 관련 연구의 권위자인 카네기 멜론 대학의 알렉산드로 아퀴스티 교수는 우리가 공유하는 데이터가 어떻게 우리(의 정치 성향이나 소비)를 조작하는지 우리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아퀴스티는 “단순히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뿐 아니라 우리의 심리 특성, 다시 말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지적 편견에 대해서도 밝혀나가고 있다. 우리를 특정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버튼’을 우리는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험의 일환으로 이퀴스티 교수는 자신의 학생들에게 다음의 상황을 상상해볼 것을 제안했다: 당신은 남성 용품을 광고하려 한다. 당신에겐 타깃 고객 집단의 여자친구들에 대한 정보가 주어졌다. 이 여자친구들을 상품의 대변인으로 삼는 것이 가능하고, 또 효과적인 일일까? 아퀴스티는 “가까운 미래에 광고자들은 더 이상 상품과 고객을 매치 시키는 데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개인 정보를 이용해 이제는 광고 메시지를 각각의 대상자에게 직접 전달되도록 실시간으로 변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MRI를 거짓말 탐지에 이용하는 진보가 이뤄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 우리는 지식의 또 다른 지평을 열게 됐다.
경제학자들이 경제를 모른다?
20세기 초 예리한 사회 평론가 헨리 루이스 맹켄은 “미국 대중들의 입맛에 맞추고 싶다면 당신의 수준을 한 단계 낮춰야 한다”는 독설을 내뱉은 적이 있다. 이를 현대의 말로 바꾸자면 “대중의 금융 지식 수준은 매우 낮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 침체기 서점을 가보면 대침체(Great Recession) 사태를 하나의 문학 장르처럼 다루는 상황을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그에 관한 말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고 해서 그에 관한 이해가 함께 높아졌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가디언>의 경제부 기자 래리 엘리엇은 2012년 우리 사회의 금융 지식 전반에 관해 논평한 바 있다. 글을 통해 그는 “우주의 주인(투자 은행들)은 자신들만의 심오한 언어를 가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비유하자면 중세 라틴어로 성경을 쓰고 읽던 12세기 영국 신부들의 모습에 대입해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우리들 대부분이 월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진짜 뉴스지만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한 뉴스는 2009년 미국의 가장 훌륭한 지성들이 대침체 사태 회복을 위해 8억 달러 규모의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문제로 토론을 벌인 바 있다는 사실이다. 4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뷰캐넌, 에드워드 프레스콧, 버논 스미스, 개리 베커는 이 원조가 경기 회복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 주장했고, 다른 2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원조를 통해 경기 상황이 개선될 ‘수 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토론에 관해 필자가 흥미를 가졌던 부분은 학자들 간의 의견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부분이 아닌, 사태 이후에도 우리는 누구의 의견이 맞았는지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분석 도구가 발달하고 그것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가정한 미래의 모습이 실제와 완벽하게 일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로터스(Lotus)의 CEO 를 역임했고 현재는 맥킨지의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짐 만지는 “인간 행동과 인식에 관한 우리의 과학적 이해는 아직도 매우 부족하다”라고 이야기했다. 필자 역시 최소한 거시 경제적 측면에서는 그의 의견에 적극 동의하는 입장이다.
옥스포드 영어 사건은 ‘과학적 방법론’이란 표현을 “체계적인 관찰과 측정, 실험, 공식화, 실험, 조절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이라 정의했다. 필자는 기업 경영진과 비영리 조직 운영자들이 진정으로 우리가 알 수 있고 또 알아야 하는 것과 우리가 실제로 아는 것 사이의 간극을 줄이길 원한다면, 얼마든지 이러한 좋은 과학적 방법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해본다.
*Thornton A. May 는 연사이자 교육가, 컨설턴트로 활약 중인 미래학자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