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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dricpaul

초빙 기업가(EiR)란? 필요한 이유는?

초빙 기업가(EiR, Entrepreneur in Residence ; 상주 기업가, 사내 기업가)의 역할은 아직 시장에서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벤처 캐피탈(VC) 업체들을 중심으로 처음 EiR 제도가 등장하기 시작한 초기엔 그저 새로운 시도 가운데 하나로만 인식됐었다. 하지만 이제는, 교육 기관과 정부 기관, 그리고 대형 IT 기업들까지, EiR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중심엔, EiR의 가치와 기회를 증명한 선진적 스타트업(startup) 업체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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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R의 개념이 등장한 초기 그들의 역할은 벤처 캐피탈과 공조해 투자처 발굴 및 진단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로우비즈 미디어(Growbiz Media)의 CEO이자 스타트업 전문가인 리에바 레존스키는 EiR이 거둔 성과보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VC에서 만족스런 성과를 거둔 EiR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현재는 대기업에 고용돼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EiR들의 행보는 여러 흥미로운 성과들을 남겼고, 대기업들은 이들을 영입함으로써 자사의 임원들이 제대로 갖추지 못한 기업가적 시각을 확보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통적’ 초빙 기업가의 변신
벤처 캐피탈 분야에서 EiR들은 고급 전략을 제시하고 혁신적 기업가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며, 또 새로운 거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베테랑 역할을 했다. EiR들이 제공하는 투자 진단 과정에서의 지원은 VC들에게 큰 가치를 제공했고 그에 따라 그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액셀 파트너스(Accel Partners), 파운데이션 캐피탈(Foundation Capital), 베스머 벤처 파트너스(Bessemer Venture Partners), 레드포인트 벤처스(Redpoint Ventures), 그레이락 파트너스(Greylock Partners), 벤록(Venrock), 뉴이스트 벤처 파트너스(Norwest Venture Partners), 서터 힐 벤처(Sutter Hill Ventures), 트리니티 벤처(Trinity Ventures) 등 여러 기업들이 EiR 영입을 통해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제는 VC 업계 내부에서도 EiR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 RAA 벤처스(RAA Ventures)의 EiR 러스 왈라스(Russ Wallace)는 자신의 역할을 ‘기업이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역량들을 이끌어내는’ 것이라 정의했다. 그는 “내 역할은 기업이 진행하는 각종 프로젝트들에 적합한 전략적 도구를 적용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는 가상 스포츠 사이트 더블업(DoubleUp)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왈라스는 “어떤 프로젝트에 배치되면 난 그곳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선택하고, 그것의 적용 방식 역시 제시한다. 사실 내가 하는 모든 작업은 엔지니어들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 작업들이다”라고 말했다.

VC들에서 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EiR의 활약은 두드러지고 있다. MIT, 코넬,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등은 EiR을 자문 역할로 영입하고 있다. 이 대학들에서 EiR은 학생과 학부가 구상한 아이디어를 실제로 비즈니스에 적용할 방법을 제안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 EiR의 모델
학계에서의 활약도 주목할 만 하지만 EiR의 진정한 가치가 발현되는 영역은 역시 기업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델의 인그리드 밴더벨트(Ingrid Vanderveldt)가 있다(그녀와 비견할만한 상대는 2010년 구글 벤처스(Google Ventures)의 EiR로 부임한 크레이그 워커(Craig Walker) 정도다).

밴더벨트에 따르면, 그녀가 델의 첫 EiR로 부임한 2011년, 포천 500 기업 가운데 EiR을 두고 있는 기업은 대여섯 곳에 불과했다. 그녀는 “물론 지금도 EiR이 흔한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밴더벨트는 “델에서 나의 작업은 일반적인 경우들과는 다르게 진행됐다. 델은 내 역할을 (기업가) 커뮤니티 내부로 확장하는 방식을 구상했다. 바꿔 말하면 기업가 커뮤니티의 시각을 기업 환경으로 끌어오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이 곳에서 난 포춘 500 기업의 역량과 시각을 미래적 비즈니스 구상들에 적용하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다. 기업가적 시각이 가장 필요한 시점은 비즈니스를 구상하는 초기 단계라는 아이디어에서부터 모든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밴더벨트는 “활동 초기 난 업무 시간의 80~90%를 기업가 커뮤니티를 방문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는데 투여했다. EiR의 역할을 맡으며 상상한 업무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들이었다. 원래는 2주간 활동하고 2주를 쉬는 방식으로 6개월간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결국 이렇게 2년 넘게 이 일에 빠져있다”라고 덧붙였다.

기업 EiR의 진짜 역할은?
레존스키는 “기업가적 사고를 기업 환경에 적용한다는 개념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인지 의아해 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에서만 커리어를 쌓아온 많은 임원들의 경우 기업가적 사고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고객사나 소비자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기업가들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바를 IT 벤더들로부터 얻지 못하곤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격차로 인해 EiR은 기업 고위층에게 그들이 모르는 바를 일깨워줄 수 있으며, 스타트업들이 진정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그리고 접근할 수 있는 제품과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EiR의 의견을 흘려버릴 기업이라면, EiR을 영입할 이유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델의 밴더벨트는 “기업들의 EiR 프로그램들에는 모두 약간씩의 차이가 있다”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경우에는 3가지 사항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1. 자본
2. 기술
3. 규제 환경에 대한 전문성

그녀는 델에서 델 기업가 센터(Dell Center for Entrepreneurs), 델 설립자 클럽(the Dell Founders Club), 1억 달러 델 혁신가 신용 펀드($100 million Dell Innovators Credit Fund) 등의 기관들을 포함하는 초빙 기업가 사무소(Office of the Entrepreneur in Residence)를 개설하는 과정을 지원했다.

기업의 전문 지식을 스타트업들에게 전달할 기회도 있었다. 일례로 델의 소셜 미디어 활용 방법론을 공유하기 위해 밴더벨트는 델 전문가들과 기업가들 간의 일대일 대담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녀는 또한 주, 연방 수준에서 기업가 친화적 법률을 육성하기 위한 작업 역시 진행했다. 이에 관해 그녀는 “우리는 주지사 및 입법부 의원들에게 EiR 영입을 통한 비즈니스 능률화를 핵심으로 하는 주 차원의 노력을 제안했다”라고 설명했다. 구상 내용은 다음과 같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선발된 EiR 그룹이 수 년 간 핵심 사업부들에 배치된다. 이 혁신가들은 기관장에게의 직속 보고권을 지니며, 기관의 운영을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자문을 진행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기업가는 비즈니스 라이선스 취득을 위한 중복적 절차를 발견하고, 환경 및 노동 규제와 관련한 비즈니스를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을 개선하며, 정부 기관이 보다 혁신적인, 혹은 기업가적인 접근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외부 시각을 제공하는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텍사스 주에서는 ‘민간 부문에 대한 접근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EiR 고용을 승인하는 상원 법안 238조가 통과되기도 했다.

주 정부뿐 아니라 정부 기관들에서의 EiR 활동 역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민국(USCIS, The U.S. Citizenship and Immigration Services)은 지난 해부터 EiR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엔 재단(United Nations Foundation)에서는 엘리자베스 고어(Elizabeth Gore)가 초빙 기업가 겸 유엔 글로벌 기업가 위원회(United Nations Global Entrepreneurs Council) 의장으로 활동 중이다.

당신의 기업에도 초빙 기업가가 필요할까?
레존스키는 “만약 기존 시장에, 혹은 진입하고자 하는 시장에 기업가들이 존재한다면, EiR을 영입하는 것이 손해가 될 일은 없다. 물론 당신이 그들을 열린 태도로 대한다면 그렇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IT 벤더들에게 있어서는 기업가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듣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소형 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CIO는 고사하고 전담 IT 인력도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들에게 스피드, 피드와 같은 개념은 그리 와 닿지 않는 것들이다. 그들에게 제대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테크놀로지 자체를 설명하는 것이 아닌, 그것이 전달할 수 있는 효익을, 기업가적 언어로 이야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역할을 EiR이 수행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밴더벨트 역시 스타트업 기업들을 설득하는 작업의 중요성에 동의했다. 그녀는 “규모가 커진 기업들이 한 마리 곰으로 전락하는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는 혁신성을 상실하는데 있다. 기업가들을 수용함으로써 혁신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들은 선도자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좋은 초빙 기업가란 어떤 인물일까?
EiR의 기본 자질은 당연히 실제 기업가 세계에 대한 경험이다. 밴더벨트는 “난 여러 산업에서 여러 기업들을 설립하고 매각하며 일생을 기업가로 살아왔다. 이런 경험들이 스타트업 시장과 기업가적 요구를 이해하는데, 그리고 기업의 신뢰를 얻는데 도움을 줬다”라고 말했다.

EiR에겐 기업가 고객과 기업 고용주 양 측의 이야기를 듣고 그 속에서 핵심을 뽑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중재자로써의 역량 역시 중요하다. 또 추진력, 혹은 열정 또한 없어서는 안될 자질이다. 기업 문화에 변화를 가져다 주는 과정은 절대 손쉽게 이뤄질 수 없는 작업이다. 하지만 이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목표한 바를 향해 나아가는 열정이 있다면 성공적인 초빙 기업가 될 수 있다.

EiR의 역할은 ‘기업과 커뮤니티 양 측 모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 가교로써의 역할은 다른 이들과의 협력 없이는 이뤄지기 힘들 작업이다. ‘어떻게 서로 다른 두 집단을 하나의 비즈니스 목표로 아우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RAA 벤처스의 왈라스가 EiR의 자질을 다음과 같이 간단히 정리했다.

– 새로이 거래를 성사시키고 현재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탄탄한 연락망
– 스타트업 경험-스타트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방법에 대한 지식
– 테크놀로지 지식- ‘수퍼 프로덕트 매니저’처럼, 어떠한 문제건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초빙 기업가의 가치
레존스키는 “사실 EiR은 이기적인 존재일 수 있다”라고 인정했다. 스타트업 기업에의 매출 증대를 위한 존재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러나 EiR이 기업가들을 진정으로 도울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상적인 EiR의 모습은 테크놀로지 벤더와 스타트업 고객사 모두에게 가치를 전달해줄 수 있어야 한다. EiR 영입을 통해 기업들은 스타트업 업체들을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밴더벨트는 “델에서 내가 진행한 프로그램들은, 과거 기업가로써 내가 언제나 바래왔던 일들이다”라고 이야기했다.

* Frediric Paul은 실리콘 밸리에서 활용하는 IT 전문 저널리스트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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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dric Paul is Editor in Chief for New Relic, Inc., and has held senior editorial positions at ReadWrite, InformationWeek, CNET, PCWorld and other publications. His opinions are hi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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