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카(Nicholas Carr)는 2003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의 'IT는 중요하지 않다(IT Doesn't Matter)'는 글에서 IT가 전기 유틸리티 서비스 같은 서비스 전달 모델로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IT 매니저들 사이에 자신들의 입지가 약해질 것인지에 대해 논쟁이 일었고,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변론이 성행했다. 사실 이 논쟁은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확실한 사실은 하나 있다. 카에게는 제때 질문을 던질 역량이 있다는 점이다. 그는 최근 출판한 <유리 감옥, 자동화와 우리(The Glass Cage, Automation and Us, W.W. Norton & Co.)>에서도 다시 한 번 이런 역량을 발휘했다.
그리고 이 책은 과거처럼 많은 IT 매니저들을 불편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유리 감옥>은 사무직, 정교한 작업, 두뇌 노동이 자동화되고, 자동화된 의사결정과 예측 분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비즈니스 모델로의 변화에 가속도가 붙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포함 많은 직종이 ‘디스킬(Deskill, 일을 처리하는데 필요한 숙련도 수준이 낮아짐)’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업무 프로세스의 상당 부분이 기계로 넘어간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러다이트(Luddites, 신기술 반대자)를 옹호하는 책은 아니다. 이보다는 우리를 대체할 시스템이 초래할 결과와 파장을 훌륭히 탐구하고 있는 책이다. 연방 항공청(FAA)의 항공 자동화에 대한 경고, 전자 의료 기록이 초래할 수 있는 비용 상승과 건강 악영향 등에서 카가 우려하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카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저서에서 다룬 몇 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Q : 이 책은 자동화가 어떤 방식으로 역량을 저하시키고, 새로운 위험을 초래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 전문가, 금융 전문가, 항공기 조종사 등은 자동화를 이용해 이미지를 조사하면서 스킬(기술 또는 역량)이 쇠퇴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자동화가 특정 스킬을 대체한 역사는 오래됐다. 오늘날 지식 업무, 두뇌 업무의 자동화가 특별히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당신은 어떤 점을 우려하는가?
니콜라스 카 : 나는 오늘날 자동화가 가능한 영역들을 생각해봤다. 인간이 도구를 처음 만든 시절부터 산업화 혁명, 그 이후에 이르기까지, 도구로 인한 스킬 상실도 있었지만 동시에 획득도 있었다.
그러나 분석을 해서 판단을 내리고, 환경을 감지하는 소프트웨어가 개발되면 툴과 머신이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많은 전문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 물론 업무 전체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업무 수행, 분석, 의사결정 등 모든 분야에서 활용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자동화의 영역이 크게 넓어졌으며, 매년 더 넓어질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현재 이런 ‘역량’들이 어느 정도까지 개발이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최근 획기적인 몇몇 컴퓨터 기술이 개발 또는 발전하면서 자동화의 영역이 크게 확대됐다. 복잡한 정신운동 스킬 또한 자동화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이 시작했으며, 이후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뛰어든 무인 자동차를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만일을 대비한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실제 도로에서 무인 주행을 할 수 있는 자동차는 구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10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던 분야에서 로봇이 자동으로 사람들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에 접어든 것은 확실하다. 또 새로운 머신 학습 알고리즘, 예측 알고리즘, 자동 정보 수집 및 분석, 평가 능력, 해석을 통해 예측과 의사결정, 판단을 내리고 있다. 지난 5년간 새로운 자동화 시대가 열렸다. 이런 역량들이 앞으로도 계속,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할게 분명하다.
어떤 점이 우려되는가? 예를 들어, 무인 자동차가 있다면 출근을 하는 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두 가지 측면에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실제적인 측면과 철학적인 측면이다. 가까운 미래에 ‘완벽한’ 자동화가 구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은 자동차에 탑재된 컴퓨터가 알아서 도로를 주행해 직장에 데려다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또 항공기에도 조종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인간인 전문가와 컴퓨터가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 물론 미래에 언젠가는 도시의 도로를 알아서 자동으로 주행하는 무인 자동차가 등장할게 확실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인간인 전문가와 컴퓨터의 책임 공유에 있어 최상의 균형점을 찾는 방법을 파악해야 한다.
이와 관련, 현재는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빨리 너무 많은 책임을 컴퓨터에 넘겨주면서, 인간 전문가는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모니터를 보면서 탬플릿을 적용하고, 데이터를 입력하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의사나 항공기 조종사를 예로 들어 문제점을 살펴보자. 기술 부품이 고장 나거나,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된 상황이 아닌 상황에 직면하는 등 컴퓨터에 문제가 발생하면, 사람이 컴퓨터 대신 통제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 전문가의 스킬이 쇠퇴하고, 상황 판단 능력이 떨어져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아주 많다. 우리는 실제적인 측면에서 자동화에 더욱 현명하게 접근해, 상시 인간이 관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철학적인 측면에서는 인간의 존재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의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우리를 충족시키는 것은 뭘까? 실제 세상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다. 어려운 도전 과제와 씨름하고, 이를 극복하고, 그렇게 해서 재능을 넓히고, 어려운 상황에 뛰어드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스스로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로 세상을 더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들이 경주하는 노력이 여기에 해당한다.
어려운 도전 과제를 컴퓨터에 떠 넘기려는 욕망에는 철학적, 더 나아가 존재적 긴장이 있다. 인간은 어려운 도전 과제를 극복하면서 의미와 만족, 충족을 얻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당신은 책에서 소프트웨어 분야 종사자들의 ‘사고(思考)에 대한 노력을 줄이려는 활동’이 스스로의 스킬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툴의 능력이 증가하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능력이 감소한다는 의미인가?
그런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여기에 우려가 있다. 자동화에 있어서는 항상 균형을 잡기가 힘들다는 문제점이 있다.
질문이 하나 제기된다. ‘자동화가 사람들의 능력을 높일까? 아니면 단순한 머신 운영자, 컴퓨터 운영자로 만들까?’라는 질문이다. 후자는 프로세스로 인해 ‘디스킬’이 되면서, 흥미로운 일거리가 줄어든다.
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자체에 이런 질문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통합 개발 환경이나 다른 자동화 툴을 이용해 이미 숙달한 업무를 자동화하면 여유 시간이 생기며, 이런 여유시간을 더 어려운 문제를 사고하는데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자동화가 어려운 업무를 대체해 버릴 경우 여러 스킬을 마스터할 기회를 잃어버린다. 정확히 반대의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스킬을 높일 수 없다. 자동화 때문에 다음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서 거쳐야 할 기초 단계의 스킬을 숙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디스킬’ 문제가 발생하고, 자동화가 개발 업무에서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대체했을 때 위험은 무엇인가?
크게 다른 시각이 존재할 수 있다.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디스킬’ 효과가 발생한다는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반면 프로그래밍 업무에서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자동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디스킬’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알 수 있을만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모든 전문 작업에 동일한 위험이 존재한다. 컴퓨터로는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이 어려운 도전 과제에 활용하는 독창적인 재능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창조적인 사고, 개념적인 사고, 비판적인 사고, 자신의 업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상식, 지각에 바탕을 둔 세계관, 경험을 통한 직관에 바탕을 둔 아주 인간적인 역량이다. 컴퓨터로는 아주 오랜 기간 대체할 수 없을 그런 역량이다. 나는 이런 인간의 독창적인 역량이 상실되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일부 경우,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해결책이 나오지 못할 수 있다. 자동화를 통한 효율성 최대화와 인적 역량과 재능을 계속해서 연습, 활용, 확대하고자 하는 욕구가 충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화를 통해 지금 당장 효율성이라는 편익을 추구한다는 좁은 시각이 장기적으로는 회사에 이익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도요타 자동차(Toyota Motor Co.)는 올해 초, 일본 공장에서 로봇이 처리하던 작업 일부를 숙련 작업자로 대체한다고 발표했다. 도요타는 자동화와 로봇, 제조 분야의 선도 업체였지만 리콜 사태를 초래한 품질 문제로 고난을 겪었던 바 있다.
도요타 자동차의 경우, 품질 문제는 비즈니스는 물론 기업 문화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역사적으로 품질에 자부심을 가져왔고, 여기에 바탕을 둔 경쟁력을 유지했던 회사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모든 것을 자동화하는 효율성에만 초점을 맞추면 장기적으로 품질에 방해가 된다. 숙련 작업자 특유의 시각이 배제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멀리, 빨리 나아가면서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가트너는 최근 앞으로 약 10년 이내에 자동화가 일자리의 1/3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과장됐을 수도, 아니면 과장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자동화가 앞으로의 고용 시장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주 ‘공격적인’ 전망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상황을 생각하기가 쉽다. 일단 나는 일자리 상실이 그 정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컴퓨터의 분석 및 판단 능력이 향상되면서 사무직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 것이다. 아주 빠르게 언어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가 증거개시(evidence discovery)를 대체하고 있는 법무 산업을 예로 제시할 수 있다. 과거에는 많은 서류를 조사해 증거를 발견하고, 관계를 파악하는 인재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컴퓨터가 기본적으로 이런 업무를 처리한다. 이에 많은 변호사 보조원, 신입 변호사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나는 분석 소프트웨어가 전문직 일자리를 대체하는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판단한다. 고용 시장은 아주 복잡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우려가 나오기 쉽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의 수가 아니라 분포도라고 생각한다. 전문적인 업무를 자동화 할 수 있든 단계에 도달하고, 이로 인해 ‘디스킬’ 현상이 발생하자마자, 이들 직종의 임금이 낮아질 것이다. 인력군의 양극화에 압력이 계속되고, 좋은 품질에 좋은 보수를 받는 중간 계층의 일자리가 줄어들 전망이다.
당신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우리는 본능적으로 기술 발전을 열렬히 환영한다.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발명가가 ‘생명이 없는’ 기계와 컴퓨터로 하여금 인간이 해왔던 어려운 일을 처리하도록 하는 것을 반긴다. 이는 놀라운 일이며, 개인적으로도 이런 환영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열렬한 환영이 우리에게 최상의 이익이 될 수 없는 것을 가정하도록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인간은 힘든 과제를 극복하고, 어려운 스킬을 숙달하면서 만족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편의성, 속도, 효율성만 추구하는 것이다. 내 목적은 간단하다.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선택지를 갖고 있다. 이를 현명하게 인간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아니면 지금과 같은 여정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여정이란 기술 발전에서 인간을 배제하는 시각이다. 가능한 모든 부문을 컴퓨터에게 넘기고, 나머지를 인간이 맡는 방식이다. 나는 이렇게 할 경우 삶의 질이 떨어지고, 발전 또한 단기적일 것이라고 판단한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