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업계에는 IT 업계에 가르쳐야 할 사항이 많다. 이는 기술과 기술 의제에 있어 IT 전문가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를 기꺼이 이야기할 수 있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최고 경영진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 모든 기술이 나를 미치게 한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정신건강 분야에서 “미치다”라는 말이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기술 업계의 수요 면에서는 이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필자는 이를 통해 어떤 가능성에 주목하게 됐다. 경영진이 기술과 조직의 기술 의제를 심리적으로 덜 불안하게 할 방법을 찾기 위해 정신건강의 관점을 IT에 적용해 볼 가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정신건강 업계와 기술 업계의 발전을 나란히 비교하면서 수많은 유사점, 주목할 만한 차이점, 놀라운 교차점을 발견했다.
오늘날 CEO, 임원, 직원은 대부분 정보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전 세계 인구의 대다수는 항상 기계에 연결돼 있다.
한편 토론, 인식, 숙고의 대상이었던 정신건강 분야도 점차 보편화돼 가고 있다. 뉴저지 비즈니스 및 산업 협회의 2023 인사이트 및 전망 서밋에서 직장 내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연설한 러트거스대학의 스테파니 마르첼로 박사는 참석자들에게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피부에 와닿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여론을 형성하거나 대중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프로 운동선수(조나단 펠프스, 시몬 바일스, 세레나 윌리엄스 등), 유명인(아델, 마일리 사일러스 등), 정치인(존 페터먼 펜실베니아 상원의원 등)이 이제 일상적으로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를 공개하고 있다.
두 업계 모두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개입’을 만들어낸다는 기본 원칙이 있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상황이 나아질 필요가 있고, 개입을 통해 나아질 수 있다는 데 일반적으로 합의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이는 두 업계 모두가 직면한 문제다. 심리학에서는 정신적 고통의 해결에 집중하는 대신 증상, 가능한 원인 및 결과에 집중하는 ‘반추(rumination)’라는 용어가 있다. IT 분야에서도 많은 반추가 이뤄지지는데, 이는 ‘분석 마비(paralysis by analysis)’로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로 두 업계 모두 전문가의 개입 시기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신건강 업계에서는 자가 진단, 자가 라벨링, DIY 치료법이 문제가 되고 있다. 유치원생부터 청소년에 이르는 연령대에서는 정상인 것까지 비정상이 되는 시점에 거의 도달했다(앨런 프랜시스는 책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Saving Normal)”에서 과잉되고 있는 정신병 산업을 지적했다).
정신건강 측면에서는 지나치거나 잘못된 자가 진단이 있을 수 있지만, 기술 관리에서는 대부분의 경영진이 손을 들고 도움을 요청하는 법이 없다. 많은 사람이 역대 최고의 선수로 꼽는 전 NFL 쿼터백 톰 브래디가 “나는 정신건강 치료를 받을 준비가 언제나 돼 있다”라고 당당히 말했다면, 기술 문제로 씨름하는 임원들도 똑같이 편안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글로벌 경제의 모든 직장인은 기술과 ‘관계’를 맺고 있다. 그 관계는 건강할까? 일종의 기술 치료가 필요할까? 경영진에게 기술 테라피스트가 필요할까?
관리 자산이 103조 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자산 관리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직업 중 하나는 재무 테라피스트, 즉 돈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고민하는 개인에게 재무 코칭과 행동 치료를 제공하는 직업군이다.
약 950조 달러 규모를 자랑하는 글로벌 IT 시장에도 기술 테라피스트가 필요하다.
맥케슨, 웨스트젯, 키스팬 등에서 근무한 CIO인 셰릴 스미스는 책 “IT 혁신의 전날”에서 정보 및 소프트웨어 품질 컨소시엄의 2022년 12월 보고서 데이터를 인용하며, 미국에서 매년 IT 오류로 인해 2조 4,100만 달러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는 많은 경영진과 조직이 기술과 건강한 관계, 다시 말해 가치를 창출하는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는 증거로 받아들일 수 있다.
영국 작가인 로즈 조지의 경우, 인간의 제거가 ‘가장 필요(Big Necessity)’하다고 유머러스하게 언급한 적이 있다.
생물학적 영역 외의 영역에서 IT는 ‘가장 필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자신과 기술의 관계가 어떠했는지, 어떠한지, 앞으로 어떠해야 하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소파에 앉아 기술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자는 말이 아니다. 수리가 필요한 부분과 관행에 대해 정보에 입각한 솔직한 토론을 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 Thornton A. May 는 연사이자 교육가, 컨설턴트로 활약 중인 미래학자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