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 선수와 구단은 웨어러블 기술에 관해 우호적일까, 아닐까? 대표적인 프로 스포츠인 농구와 야구에서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상반된
타자용 글러브에 달린 모투스베이스볼 추적기. 이미지 출처 : motus
2016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MLB)이 막을 올렸다. 기상 악화로 일부 개막 행사가 취소됐지만, 스타들이 출연한 행사는 열렸다. 이번 시즌은 기술 측면에서도 주목할만한 변화가 일어났다. MLB 역사상 최초로 경기 중 선수들이 웨어러블 기술 착용을 허용한 것이다.
프로야구가 두 가지의 웨어러블 기기를 허용한 것과 대조적으로, 미국 프로 농구 협회(NBA)는 여전히 경기 중 웨어러블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경기장에 입성한 모터스베이스볼(motusBASEBALL)과 제피르 바이오하니스(Zephyr Bioharness)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시즌부터 MLB 선수들은 협회가 승인한 모터스베이스볼과 제피르 바이오하니스 두 종류의 웨어러블 기기를 경기 중에 착용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motus
모터스 추적기는 투수와 타자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기기로, 투수의 경우 압박 소매 안쪽에, 타자의 경우 배팅 글러브에 부착하게 된다. 추적기는 팔꿈치 내측부 인대(UCL)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송해 투수의 부상을 방지하거나 타자의 핫/콜드 피치 존(pitch zone) 통계를 확인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수집된 정보는 모터스스로(motusTHROW), 모터스배팅(motusBATTING) iOS 앱과의 블루투스로 전달된다(모터스 추적기는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개발사에 따르면, 현재 30개의 MLB 구단 중 27곳이 UCL 모니터를 이용하고 있다. 현재 모터스 번들 풀 패키지는 150달러 선에 구입할 수 있다.
두 번째 허용 기기인 제피르 바이오하니스는 프로 수준의 무선 심장박동 및 생체 데이터 모니터로, 선수들이 유니폼 안에 착용하는 압박 셔츠에 부착하거나 가슴 스트랩(chest strap)에 연결해 이용하는 것이다. 제피르 바이오하니스는 심장박동, R-R 휴지(R-R interval), 호흡수, 자세, 활동 수준, 첨두 가속도, 속도, 거리, GPS 위치 등 각종 정보를 측정한다. 바이오하니스는 블루투스로 안드로이드 기기에 데이터를 전송한다. (iOS 모바일 기기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자피르 ‘생체모듈’ 추적기의 가격은 500달러 선이며, 압박 셔츠도 150달러에 별도 구매해야 한다.
AP 통신에 따르면, 선수들의 웨어러블 기기 착용은 허용됐지만, 데이터 전송의 경우 경기 중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측정된 데이터는 휴식 시간 등 선수가 클럽으로 복귀한 시점에서 회수, 분석해 각 선수에게 공유할 수 있다.
훕(Whoop) 피트니스 추적기가 퇴출당하다
MLB가 웨어러블 기술의 잠재력에 눈을 떴지만, NBA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지난주 훕(Whoop, 농구 골대를 의미하는 훕(hoop)과 동음어다)이라는 특정 웨어러블 기기의 이용을 금지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 기기는 사용자의 긴장도, 회복 수준, 수면의 질, 여행 피로 누적도 등의 각종 성과 지표들을 추적한다.
이미지 출처 : Whoop
ESPN의 보도에 따르면 클리브랜드 캐벌리어스(Cleveland Cavaliers)에서 포인트 가드를 맡은 매튜 델라베도바는 지난 수주 동안 손목에 훕 추적기(핏비트 스마트워치와 상당히 비슷하게 생김)를 착용하고 경기에 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실을 확인한 NBA는 캐벌리어스와 델라베도바에 경기 중 웨어러블 착용이 금지된다는 점을 공지했고, 구단 측은 즉각 훕 사용을 중지하는 조처를 내렸다. 금지 조치 외 별도의 소환이나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다른 웨어러블 기기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 이외에 NBA 측은 델라베도바의 추적기 사용을 금지한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ESPN 측은 안전상의 문제를 우려한 것이 아니냐고 추측했다. 훕 기기는 착용시 손목에서 일정 부분 돌출되는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에, 경기 중 선수들 간에 몸싸움이나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르브론 제임스도 훈련 중에는 훕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기장에는 기기를 착용하지 않고 온다).
스포츠용 웨어러블 기기의 밝은 미래
경기 중 웨어러블 기기 착용과 관련한 정책을 수립하는데 NBA가 보여주는 태도는 MLB와 비교하면 분명 보수적인 측면이 많다. 그러나 이는 비단 NBA만이 아닌, 전세계 수많은 프로 스포츠 기관의 공통된 모습이다. 부상 예방, 성과 향상 등과 관련해 웨어러블 기기가 제공하는 가치에도 이들 기관은 그것을 받아들이는데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팀의 관점에서 웨어러블 기기들은 부담스럽지 않은 투자 비용으로 다양한 정보 효익을 제공하며, 사용방법도 어렵지 않다. 선수들은 활동에 (거의) 불편을 끼치지 않으면서 경기에 곧바로 적용 가능한 각종 시각을 제공해주는, ‘바보 같지만 멋진’ 기기로 웨어러블 기술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기기의 성능과 가치를 경험한 선수들의 추천도 이어지고 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Pittsburg Pirates)의 외야수 앤드류 맥커친(왼쪽 사진) 등이 리그의 대표적인 모터스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있다. ESPN이 지적한 안전 문제 이외에, 개인정보 문제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선수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건강, 성과 정보가 한 차례의 공격, 혹은 실수로 온 세상에 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웨어러블 기술 시장은 아직 초기인 만큼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프로 스포츠 구단들의 선택과 결정은 시장의 모습이 형성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