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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acco
Managing Editor

애플 워치와 함께 해본 출장길··· ‘돈값 하더라’

지난 달 필자는 한 웨어러블 테크놀로지 관련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출장길에 나섰다. 마침 몇 주 전 구매한 애플 워치를 시

출장 당일 모든 준비를 마무리해놓고 보니 이 손목 위의 작은 기기 하나로 여행 준비가 얼마나 편해졌는지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솔직히 이전 몇 주간은 과연 이 스마트워치가 ‘돈 값’을 하는지 의문스러웠다. 많은 스마트워치 비관론자들과 마찬가지로 필자 역시 휴대폰이 있는데 굳이 스마트워치가 무슨 소용이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출장 경험을 통해, 생각은 180도 바뀌었다.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스마트워치들과 마찬가지로, 애플 워치 역시 스마트폰의 확장기기다. 스마트폰이 하지 못하는 일은 애플 워치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스마트워치와 관련한 논의의 핵심은 그것이 무슨 기능을 수행하는지가 아닌, 이것이 착용자의 활동을 어떻게 돕는지가 아닐까? 

하루에도 수 백 번 주머니 혹은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는 번거로움에서 해방시켜주고 정신 없는 환경에서 두 손을 자유롭게 해주는 것은 분명 훌륭한 가치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러한 결론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한다. 

애플 워치와 출장 준비
애플 워치와 관련한 출장 경험은 출발 전날부터 시작됐다. 가장 먼저 애플 워치는 매리엇 인터네셔널(Marriott International), 젯블루(JetBlue), 트립잇(TripIt) 3개의 앱으로부터 알림을 전달해줬다. 모두 필자가 가장 아끼는 여행용 앱들이다.

매리엇은 애플 워치를 이용해 예약한 방에 체크인이 가능하고 또 필요할 때 호텔 스탭을 호출할 수도 있다는 정보를 알려줬다. 젯블루에서는 모바일 탑승권을 발급받아 간편히 기내에 입장할 수 있는 방법을 보내왔다(아이폰 앱이 설치돼 있어야 가능한 과정이었다). 그리고 트립잇은 여행에 필요한 모든 관련 정보를 참조용으로 전송했음을 공지해줬다.

다음날 아침 샤워를 마치자마자 필자는 애플 워치를 착용했다. 이어 식사 후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워치가 진동하며 캘린더 알림을 띄워줬다. 예약한 택시의 도착 시간이 15분 남았다는 내용이었다. 워치를 차지 않았다면 침실에서 울리는 알림을 듣지 못해 실수할 뻔한 상황이었다. 손목 위의 새 기기가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옸다.

공항에서의 애플 워치
덕분에 공항에는 제시간에 무리 없이 도착했다. 택시에서 내리며 스웜(Swarm) 앱을 실행해 체크인 정보를 확인했다. 배낭과 캐리어로 움직임이 불편한 와중에도 워치를 조작하는덴 큰 무리가 없었다.

수하물 창구에 집을 위탁하고 향한 수속 창구에서도 다시 한 번 워치가 위력을 발휘했다. 필자의 차례가 되어 어제 다운로드한 젯블루 탑승권을 스캔하는 것으로 수속 절차는 모두 끝났다. (수속 담당자가 소지품 목록에 필자의 애플 워치를 ‘아이워치(iWatch)’라고 적는 것을 목격했다.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못본 채 지나쳤다.)

장기 출장객들이라면 검문 후 확인한 짐들을 다시 가방에 쑤셔 넣는 것이 얼마나 성가신 일인지 십분 공감할 것이다. 빨리 정리하고 싶지만 한 번 탄 비행기는 돌릴 수 없기에 두 번씩 확인해야 한다. 때문에 비행기에 소지하는 물건은 적을수록 좋다. 이번 출장에선 작은 손목시계 하나로 휴대폰과 탑승권을 대체하는데 성공했다. 또 알루미늄 소재의 애플 워치 스포츠는 금속 탐지기를 지날 때 푸를 필요가 없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에는 젯블루 앱이 카운트다운 타이머로 정확한 이륙 시간을 알려줬다. 비행 상태와 지연 정보 등을 업데이트해주는 트립잇 앱과 함께 이용하면 보다 유용하게 이용이 가능하다.

물론 불편한 경험도 없지 않았다. 공항 터미널 안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있던 일이다. 패스포트(Passport) 모바일 지갑에 저장된 스타벅스 카드로 금액을 결제하려 했는데, 바코드를 읽을 스캐너가 캐셔 쪽에 있는 바람에 이상한 자세로 손목을 쭉 뻗어야 했다.

또 점원도 이 작은 기기를 스캔하는데 익숙치 않아 시간이 지체됐다. 카페인에 굶주린 여행객들의 짜증 섞인 눈초리는 온전히 필자의 몫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선 확실히 휴대폰이 이용하기 편리했다. 화면 스캔 문제는 탑승 게이트에서도 비슷하게 발생했다.

필자는 줄을 서 탑승을 기다리며 젯블루 탑승권을 미리 실행해놓고 있었다. 그런데 게이트가 가까워져 보니, 직원의 손에는 종이 탑승권들이 들려져있고, 전자 탑승권은 그 아래 수직의 스캐너에 인식해야 했다. 휴대폰들이 꼭 맞게 들어갈 공간이었기에 필자의 손목이 들어갈 여지는 전혀 없었다.

재빨리 시계줄을 풀러 난처한 상황은 겨우 모면했다. 물병과 태블릿으로 양 손이 가득해 불편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스마트폰을 쥐는 것보다는 확실히 나았다. (반면 보스톤으로 되돌아오는 길에는 워치를 손목에 찬 채 탑승권 스캔이 가능했다. 샌프란시스코 국제 공항에선 다른 형태의 스캐너를 이용하고 있던 덕분이다.)


기내에서의 애플 워치
비행기에 탑승해 이륙을 기다리는 동안 필자는 음악을 재생하고 스마트폰을 의자 앞주머니에 넣어놨다. 이후 곡을 선택하거나 넘기는 조작은 애플 워치 ‘한눈에 보기’ 기능이나 기본적인 음악 콘트롤을 지원하는 스크린을 이용해 가능했기에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가 없었다.

이륙 직전 비행기 모드 설정도 애플 워치를 이용해 적용할 수 있었다. 다만 이후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를 재실행하기 위해서는 한 번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야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라면 애플 워치를 이용해 아이폰의 비행기 모드를 실행 해제하는 것은 불가능했던 점이다. 비행기 모드 해제는 스마트폰에서 직접 해야만 했다.

이륙 이후 필자는 아이폰을 젯블루가 제공하는 기내 무료 와이파이에 다시 연결했고, 덕분에 애플 워치의 한눈에 보기 기능으로 음량을 편하게 조절할 수 있었다. 배경음 설정이 끝난 다음에는 태블릿으로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애플 워치 알림 설정도 특정 알림(업무 이메일 및 문자 메시지)만 보여주도록 설정해놔 트위터 리트윗과 그루폰 홍보 알림에 방해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알림 대상 지정 기능은 필자가 가장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애플 워치 설정이다.

젯블루는 애플 페이를 지원해 크래커나 칠면조 샌드위치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지만 기능을 시험해보기엔 음식의 가격이 너무 비싸고 상태도 별로였다.

애플 워치와 함께한 착륙
샌프란시스코에 내려서도 다시 한 번 체크인에 스웜을 이용했다. 게이트를 나오자 트립잇 앱은 곧장 필자의 짐이 A 창구로 도착할 것이라는 알림을 보내왔고, 매리엇 앱에서도 예약한 방이 준비되어 있음을 알려주는 환영 메시지를 보내줬다.

공식적인 체크인 시간은 아직 4시간이나 남아 있는 상태였다. (모바일 체크인이 없던 시절엔 어떻게 출장을 다녔는지 이젠 상상도 되지 않는다)

수하물을 찾아 공항을 빠져 나온 필자는 택시에 올라탔다. NFC 지불 단말기를 장착한 택시였지만 아멕스 기업용 신용 카드를 지원하지 않아 애플 페이를 이용하지는 못했다. (아무 택시나 타도 애플 페이를 이용할 수 있었던 뉴욕에서와는 다른 경험이었다.)

그러나 택시 업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지불 솔루션 스퀘어(Square) 역시 올 가을 애플 페이 단말기 출시 예정이니 편의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꼬박 하루가 걸린 긴 여정에서 많은 일을 했음에도 워치의 배터리는 여전히 40%나 남아있었다. 아이폰의 경우에는 워치와의 지속적인 블루투스 통신으로 인해 평소보다 배터리 소모가 많았지만, 크게 신경 쓰일 수준의 차이는 아니었다.

결론 : 여행의 훌륭한 동반자 애플 워치
필자는 최근 사소한 수리를 위해 애플 워치를 애플 스토어에 맡겨야 했다. 손목을 지켜주던 파트너가 사라지자, 새삼 지금까지 얼마나 엄청난 시간을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살아왔는지 실감났다. 쉴새 없이 울려대는 알림과 메시지 가운데 정말 중요한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그동안 필자는 습관적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어왔고, 애플 워치가 나오기 전까지 수 년 간은 그런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애플 워치를 비롯한 스마트워치들은 일종의 정보 필터로써, 즉각적인 반응이 필요치 않은 정보들을 보다 한가한 시간에 몰아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준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삶에 불필요한 방해 요소가 되는 일을 막아주는 것이다.

끊임없이 커져가는 스마트폰으로부터 손을 자유롭게 해준다는 점 역시 스마트워치의 중요한 가치다. 옴싹달싹할 수 없는 출근길 지하철이나 양 손에 짐이 가득한 여행길에서 스마트워치는 탁월한 조수가 되어줄 것이다.

샌프란시스코까지의 여행길에서 몇몇 난감하고 불편한 상황을 경험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스타벅스나 젯블루 등의 현대적인 스캐너가 밴드형 기기를 염두 하지 않고 설계됐다는 점이 특히 의아했다. 하지만 스캐닝 하드웨어들의 모듈화 경향을 생각해볼 때 기기 지원의 문제는 곧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된다.

오늘날의 첨단 스마트워치들은 소비자 시장, 그 중에서도 피트니스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체험해본 결과 비즈니스 사용자들에게도 훌륭히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알림 필터링 만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었다. 

독자적인 기능이 부재한 스마트워치에 500달러 이상의 비용을 지불할 사용자는 많지 않을 것이란 의견은 분명 일리 있다. 그러나 기능이 아닌 가치가 사용자들에게 온전히 인정받는다면, 기업들은 기술 예산을 기꺼이 이 새로운 기기에 투자할 것이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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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 Sacco was a journalist, blogger and editor who covers the fast-paced mobile beat for CIO.com and IDG Enterprise, with a focus on wearable tech, smartphones and tablet PCs. Al managed CIO.com writers and contributors, covered news, and shared insightful expert analysis of key industry happenings. He also wrote a wide variety of tutorials and how-tos to help readers get the most out of their gadgets, and regularly offered up recommendations on software for a number of mobile platforms. Al resides in Boston and is a passionate reader, traveler, beer lover, film buff and Red Sox f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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