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폰 16이 공식 공개되었지만, 필자는 아이폰 17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오늘 공개된 아이폰 16 프로 모델의 혁신은 이전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미미하다. 아마 열성적인 아이폰 마니아만이 새로운 프로 모델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일반 아이폰 16의 경우 후면 카메라 디자인이 조금 변경됐다. 또한 2023년 아이폰 15 프로 및 프로 맥스에 모델에 제공했던 동작 버튼이 아이폰 16에 들어가기도 했다. 다양한 색상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아이폰 16 라인업은 매력적일 수 있다. 또한 이번 16 제품에는 모두 새로운 카메라 촬영을 위한 전용 버튼도 추가됐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가장 갖고 싶은 애플 신제품은 아이폰 16 그리고 워치 시리즈 10이 아니다.
올해 아이폰 16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소프트웨어다. 하드웨어 디자인의 한계를 감추기 위해 억지로 소프트웨어를 강조한 것이 아니다. 물론 과거 ‘다이내믹 아일랜드’처럼 하드웨어와 관련된 기능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게 만든 소프트웨어도 있었다.
아이폰 16의 진정한 가치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AI 기능이 주목할 만하다. 사실 애플은 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다소 늦게 따라가는 편이지만, 나름 AI 관련 하드웨어 기술에서는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모바일 칩에 ‘AI 전용 코어’인 뉴럴 엔진(Neural Engine)을 업계 최초로 통합한 것이다.
2024년 6월 WWDC에서 애플 인텔리전스 발표는 충격적이었다. AI 통합 기능은 눈에 띄게 많았다. 여기에는 메시지, 이메일, 웹사이트의 지능형 요약, 더 나은 표현과 스타일을 위한 글쓰기 도구, 문맥 인식을 지원하는 시리, AI 기반 사진 보정 등 다양한 기능이 포함됐다.
미국에서는 분명 이 소식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 16 출시 시점에는 ‘애플 인텔리전스’가 바로 제공되지 않을 것이며,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기능을 배포할 것이라고 설명한 후 반응이 다소 잠잠해졌다.
미국 외 지역, 특히 유럽에선 관심이 사그라들었다. 기본적으로 애플 인텔리전스는 미국 영어로만 제공되며 다른 언어는 나중에서야 제공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12월에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공화국, 영국의 현지 표준 영어로 지원을 확대하며, 내년에는 중국어, 프랑스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더 많은 언어도 추가로 지원한다는 정보만 공유할 뿐 구체적인 외국어 지원 시기는 공개하지 않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EU 규제다. 애플은 EU의 규제, 특히 디지털 시장법(DMA)이 애플의 보안 및 데이터 보호 조치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에게 ‘애플 인텔리전스’ 같은 최신 기능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맥은 DMA에서 논의 대상이 아니다.) 어찌됐든 애플은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구글 제미나이, 삼성 AI, 챗GPT 같은 서비스에 시장 주도권을 내주기엔 AI는 애플에게도 너무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아이폰 16의 문제는 (프로 모델 지원 여부와 상관없이) 애플 인텔리전스가 각국 언어로 제공되기 전까지는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애플 인텔리전스이 없는 아이폰 16은 아이폰 15나 14, 심지어 13 시리즈와 비교해도 두드러진 장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iOS 18의 대부분의 새로운 기능, 예를 들어 홈 화면 맞춤화 기능은 2022년의 아이폰 SE와 같은 구형 아이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애플 인텔리전스는 아니다. 신형 기기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핵심 기능이다. 결론적으로 전세계 사용자가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애플 인텔리전스는 나중에야 출시될 것이기 때문에 아이폰 16은 구형 모델보다 핵심 장점이 부족하다.
따라서 현재 사용 중인 아이폰이 고장 났거나, iOS 18 지원을 못 받는 구형 아이폰을 이용하거나, 안드로이드에서 아이폰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면, 아이폰 16을 구매할 이유가 없다. 특히 필자처럼 아이폰 15 프로 또는 15 프로 맥스 소유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새 아이폰을 구입해야 한다면 올해를 넘기고 아이폰 17을 기다리자. 그때쯤이면 애플 인텔리전스가 필자의 모국어인 독일어를 포함해 전 세계 언어를 지원하길 기대해본다. 만약 아이폰 17에서도 여전히 글로벌 언어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다시 ‘아이폰 17은 잊고, 아이폰 18을 기다리자’라는 비슷한 제목의 칼럼을 또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필자 Eugen Wegmann는 IDG 독일 소속 기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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