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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EJ 아니면 JHPE?” HPE, AI 전략이 통합 성과 결정한다

오피니언
2025.08.215분

주니퍼 네트웍스가 HPE에 인수되면서 HPE는 주니퍼의 미스트(Mist)와 AI 네이티브 네트워킹을 포함한 AI 자산을 기반으로 어떤 입지를 구축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Three building blocks with question marks.
Credit: Ka Iki/Shutterstock

모든 인수합병은 “그 다음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낳는다. HPE의 주니퍼 네트웍스 인수도 예외는 아니다.

HPE는 컴퓨터 회사지만, 아루바 인수를 통해 일부 네트워크 장비도 보유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엔터프라이즈 IT 솔루션 업체이며, 이름이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주니퍼는 순수한 네트워킹 업체이고, 통신 서비스 업체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다.

현재 통합 기업의 공식 명칭은 여전히 HPE이지만, 미래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누가 주도권을 쥐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HPEJ, JHPE, 아니면 미스트포올(Mist4All) 같은 새로운 이름이 나올지도 모른다. 어떤 이름이든 2025년 안에 양사의 행동을 통해 명확히 결정되거나, 특별한 전략 없이 자연스럽게 굳어질 가능성도 크다.

주니퍼 인수 조건 중 하나는 이사회 수준의 위원회를 구성해 주주 가치를 높일 방안을 감독하도록 한 것이었다. 이 위원회가 HPE가 주니퍼와 AI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결정할 수도 있지만, 궁극적인 판단 기준은 아니다. 최종 판단은 기업 고객의 몫이다. 수많은 기업 고객과 소통하고 있는 만큼, 기업 고객이 어떤 전략을 기대하는지 잘 알고 있다. 바로 이런 기업 고객의 의견이 세 가지 전략 중심 이름 중 HPE가 어떤 것을 ‘얻을지’를 좌우한다.

그 전에 전제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요즘 같은 시장에서는 신생 업체가 거의 생기지 않기 때문에, HPE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매출을 늘리려면 기존 경쟁자로부터 점유율을 뺏어와야 한다. 가장 유력한 경쟁자는 시스코다. 문제는, AI 기능이 포함되더라도 네트워크 관리 기능만으로는 기존 네티워킹 솔루션 업체를 바꿀 유인이 되지 않는다고 대다수 기업이 답했다는 점이다. HPE는 이를 넘어서야 한다. 데이터센터 서버 시장의 영향력을 이용해 주니퍼 기술을 함께 제안할 수는 있지만, 이 전략은 기존 HPE 고객에게만 통한다. 결국 시스코 고객을 뺏어와야지 HPE 아루바 고객을 공략해봐야 실익이 없다.

먼저 ‘JHPE’라는 이름부터 검토해보자. 미스트 AI는 주니퍼의 핵심 경쟁력이며, 지난 18개월간 접촉한 400곳 이상의 기업 중 가장 인지도 높은 AI 기반 IT 운영(AIOps) 툴이었다. 인수 발표 당시 업계 애널리스트는 대부분은 HPE가 주니퍼의 미스트 AI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HPE의 영업망은 데이터센터용 주니퍼 스위치 판매에 적합한 구조다. 수십 년 동안 데이터센터 인프라 솔루션 업체가 이런 거래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의 8분의 1도 안 되는 수만이 HPE 영업팀이 주니퍼 장비를 판매한다고 해서 인수 명분이 생긴다고 답했다. 그러니 JHPE는 배제해도 좋다.

하지만 미스트의 영향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인수와 관련해 의견을 밝힌 대부분 기업은 HPE가 미스트를 자사 관리 플랫폼으로 확장해 풀스택 관찰 가능성(Observability) 전략의 일환으로 만들길 원한다. 바로 ‘미스트포올(Mist4All)’이라는 이름이 여기서 나온다. 36곳의 기업이 자사 영업팀으로부터 이런 계획이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지만, HPE나 주니퍼 경영진과도 대화했다는 기업 중 이 같은 약속을 재확인한 곳은 없었다. 문제는, 250개가 넘는 기업 중 단 11곳만이 AI 기반 통합 관찰 가능성 기능이 제공되면 시스코에서 HPE로 전환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미스트포올 같은 업체 종속적인 가시성 플랫폼의 단점은 점진적인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한꺼번에 교체해야 한다. 자사 운영 툴과 미스트를 통합하면 인수 명분이 된다고 본 기업은 5분의 1에 불과했다. 미스트포올도 잊어야 한다.

이제 ‘HPEJ’라는 이름을 살펴볼 차례다. 통합 기업이 어떤 전략적 입지를 취할지 결정하는 가장 큰 동인은 단연 AI다. AI는 엔터프라이즈와 통신 업체모두에게 가장 현실적인 데이터센터 증설 요인이며, 주니퍼의 AI 네이티브 전략이 노리는 지점이다. 시스코, 익스트림 같은 경쟁사도 이에 대응하고 있다. 물론 AI 데이터센터에는 서버가 필요하므로, HPE 입장에서도 AI는 매우 중요한 분야다. 이것이 HPEJ와 JHPE 간 긴장을 만들어내는 배경이지만, 양사가 해오던 일을 단순히 계속한다고 해서 주주 가치나 고객 관심을 얻을 수 있을까?

HPE와 주니퍼 장비를 둘 다 도입해 두 업체로부터 주목을 받는 세 곳의 기업은 주니퍼가 HPE보다 AI 호스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대라는 의견은 아무도 밝히지 않았으며, HPE가 왜 AI에 더 집중하지 않는지, 혹은 그래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아마도 이는 단순한 영업 전략 때문일 수 있고, IBM이라는 보이지 않는 거인이 배후에 있을 수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AI 기업은 어디일까? 기업 고객이 언급한 솔루션 업체의 비율을 기준으로 보면, IBM이 1위다. AI에 엔비디아 칩이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엔비디아는 기업의 비즈니스 및 애플리케이션 전략에 있어 전략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반면 IBM은 그 역할을 한다. 한 AI 기획 담당자는 “엔비디아는 성공 사례를 보여주고, IBM은 AI로 성공하는 법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HPE는 전략적 영향력 면에서 여러 기업과 공동 2위를 차지했지만, IBM의 영향력은 HPE보다 거의 2배 높았다. HPE 입장에서는 AI 전략을 먼저 꺼내는 순간, 고객이 IBM과 상담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IBM이 HPE와 경쟁하는 서버를 판매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하드웨어를 써야 하는지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이며, HPE뿐 아니라 HPE의 경쟁사도 똑같이 추천한다. 만약 HPE가 AI 전략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IBM은 고객사에 HPE를 덜 언급하게 될까? 가능성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HPE가 AI 전략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게다가, AI 프로젝트는 기존 IT 프로젝트보다 소요 기간이 3분의 1 더 길다고 기업 고객들은 말한다. HPE는 이번 인수의 성과를 빠르게 보여줘야 하므로, 시간도 촉박하다.

경쟁사가 기다려주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은 모두 AI 네트워크 전략을 보유하고 있으며, 둘 중 어느 쪽이든 HPEJ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브로드컴은 VM웨어 인수로 확보한 고객 기반 때문에 더 큰 위협이다. 브로드컴의 신규 토마호크(Tomahawk) 칩은 AI 네트워킹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인피니밴드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이 대결에서 기업들은 명확하게 이더넷과 브로드컴의 손을 들어주고 있으며, AI 네트워크의 핵심 기술을 둘러싼 논쟁은 오히려 HPEJ 모델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고객의 관심이 네트워크에 쏠리게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 결정권은 결국 기업 고객에게 있다. HPEJ 전략이 고객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려면, HPE가 자사 인프라를 이용해 자율 호스팅형 AI를 추진하고, 새로운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주니퍼 미스트 AI와 HPE의 결합, 주니퍼의 AI 네이티브 네트워크 전략 모두에 정당성이 생긴다. 동시에 AI 클러스터는 ‘백지 상태’이므로, 시스코의 기존 고객 기반 영향력도 피할 수 있다. 기업 고객은 HPE가 자율형 AI 강자로 부상하길 원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 기업은 극히 드물다. 가능하더라도, HPE가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기업 고객은 HPE가 단순히 관리 효율화를 위한 AI가 아니라, 전략 개념으로서 AI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고 본다. 서버 솔루션 업체가 AI에 대해 전략적 접근을 강화하길 기대하고 있으며, HPE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미스트와 서버 관리 통합은 기업 고객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HPE에게는 별다른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동의한다.
dl-ciokore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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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 Nolle is founder and principal analyst at Andover Intel, a consulting and analysis firm that looks at evolving technologies and applications first from the perspective of the buyer and the buyer's needs. By background, Nolle is a programmer, software architect, and manager of software and network products, and he has provided consulting services and technology analysis for decades.

He's a regular author of articles on networking, software development and cloud computing, as well as emerging technologies such as IoT, AI and the metaverse. His writing has appeared in No Jitter, IoT World Today, Network World, and multiple Tech Target publications. He publishes a public blog dedicated to the telecom, media, and technology strategy professionals, and also a series of reports on technology, market, and economic conditions.

Tom’s Reality Check blog won AZBEE awards in 2024 and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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