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Doesn’t Matter’의 저자 니콜라스 카가 새 책을 발표했다. 실리콘밸리에 만연한 기술 낙관주의를
완전 자동화돼 자동 주행하는 차량에 현실화되기까지는 아직 수십 년 넘는 시간이 남았다고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가 전망했다.
카는 CIO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완전 자동화에 대한 여러 비전들이 공통적으로 가정하는 상황이 있다고 본다. 모든 차량이 자동화되고 모든 주행 인프라가 상세하게 매핑될 뿐 아니라 여러 센서와 트랜스미터가 필요로 할 모든 네트워킹 인프라가 완비될 것이라는 가정이다”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리 놀랍지 않게도 자동주행 자동차 지지자들과 기술 옹호자들은 대개 카의 이러한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의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이 동의하지 않는 풍경은 한편으로 익숙한 모습이기도 하다. 2003년 5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카가 집필한 책 “IT는 중요하지 않다(IT Doesn’t Matter)”를 출판했다. 이 책은 IT 인프라가 기업에 전략적 이점을 제공했다는 개념을 반박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빌 게이츠와 칼리 피오리나 같은 당시의 기술 루미나리에(luminarie)들은 그의 전망에 동의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CIO들도 당시 이 책을 역시 좋아하지 않았는데, CEO들이 몇몇 기술이 중요함을 이해하기 시작했던 시기에 CIO의 역할이 폄하되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의 이러한 진단은 그 이후 줄곧 타당성을 인정받아오고 있다. 카가 2003년 묘사했던 유틸리티 컴퓨팅 모델은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발전해 확산됐다. 이제는 CIO들도 SaaS 앱을 도입하고 있다.
카가 새로운 책 ‘유토피아는 오싹하다: 그리고 다른 도발’(Utopia is Creepy: And Other Provocations)을 9월 6일 WW노튼 &코(W.W. Norton & Co)를 통해 출간한다. 이 책은 ‘구글이 우리를 멍청하게 만드나’를 비롯해 ‘삶, 자유, 프라이버시 추구’ 등의 여러 에세이를 담은 모음집이다.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삼키는 것처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카는 기술이 모든 것의 해답이라고 설파하는 실리콘밸리의 비이성적인 신봉에 주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앱이 세계 평화를 이끌어내고 세계의 기아를 해결할 것처럼 묘사된다. 적어도 API를 손봄으로써 리다(lidar)로 가는 자동차 속에서 인류가 낮잠을 잘 수 있게 해줄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라고 그는 반문한다.
CIO닷컴: ‘유토피아는 오싹하다?’의 전제는 무엇인가
니콜라스 카: ‘유토피아는 오싹하다’는 내가 써왔던 글들과 내 러프 타입(Rough Type) 블로그에 지난 10년간 올린 글들의 모음이다. 러프 타입(Rough Type)에서 가장 인기 있던 글들, 이를테면 ‘구글이 우리를 멍청하게 만드나’를 포함해 같은 시기에 썼던 몇몇 에세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러프타입이 2015년 10주년을 맞았을 때 나는 과거 포스트들을 다시 보고 현재에도 의미가 있을 글들이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기술 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하나하나 설명했던 것을 보기 시작했는데 이중에 웹 2.0이라고 불리던 것들은 현재 소셜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킹으로 불리고 있었다.
한편 이들 글들은 또 실리콘밸리의 이데올로기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을 견지한 것들이기도 하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표현의 벽을 무너트리고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들 것이며, 만약 우리가 실리콘밸리와 프로그래머들을 신뢰하면 유토피아가 열릴 것이라는 바로 그 이데올로기 말이다. 즉 여러 글들의 모음집이지만 같은 테마를 가진 이야기들이라고 할 수 있다.
CIO닷컴: 실리콘 밸리 비이성적 과열의 사례에는 어떤 것이 있나?
카: 닷컴 거품 붕괴 이후 인터넷의 부활하던 시점에는, 구시대 미디어 및 문지기들이 쌓아올렸던 장벽이 무너질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무엇을 읽을지, 무엇을 표현할지를 직접 제어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팽배하던 시기였다. 이게 당시에는 강력한 테마였다.
일례로 “우리가 웹이다”라는 제목의 와이어드지의 커버스토리에서는 이를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으로 묘사했다.
실제로 그때부터 우리가 보는 세상은 아주 달라졌다. 오래된 문지기들이 페이스북과 구글 같은 회사들로 대체되었고 이들은 정보의 흐름을 사실상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 회사가 되었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미디어 회사들의 손아귀에 예전보다 더 깊숙하게 잡혀있다.
또 다른 예시는 인류가 한발짝 비켜나는 대신 알고리즘과 로봇이 어떻게든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로봇이 인간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완벽하고 더 빠르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러한 생각은 잘못된 낙관으로 비약되곤 한다. 사람의 일을 기계와 컴퓨터 그리고 로봇에 넘김으로써 인류 모두가 일로부터 해방되고 더욱 창의적인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시각이 그것이다.
CIO닷컴: MIT의 몇몇 학자와 가트너와 포레스터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한다기보다는 인간을 보조하고 증강시켜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카: 인공지능과 로봇이 결국 노동의 상당부분을 빼앗을 것이라는 생각에 훌륭히 반박하는 관점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이게 피터 틸(Peter Thiel)과 마크 안드리센(Marc Andreessen)같은 실리콘밸리 사람들의 공통적 테마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노동 이후 환경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에 대해 인류가 시간이 다소 걸릴 수는 있겠지만 결국에는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꽤 단정적으로 말하곤 한다.
이는 산업혁명 시대부터 있어왔지만 아직 현실화되지 않는 꿈, 즉 기계 기계가 다해줄 것이라는 시각의 일환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노동에 거대한 기술적 전환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시각들의 경우 직면한 어려운 문제들을 컴퓨터가 마술 같은 방식으로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과 맞닿아 있는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서 비롯되는 위험은 자동화의 대한 맹목적 지지다. 가령 의료를 자동화하면 갑자기 효율적인 시스템이 생기고 이게 수많은 질병을 치유할 것이라는 유형의 생각에 우리 모두가 사회적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이는 기술이 문제들을 해결해줄 것이기 때문에 굳이 고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현실 안주를 너무 자주 하게 만드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CIO닷컴: 기술에 대한 낙관이 성급하는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 머신러닝에 획기적 이정표가 만들어질 때마다(컴퓨터가 바둑에서 인간을 이겼듯), 한편으로는 진정한 인공지능이 아직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깨닫곤 한다.
카: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 시리와 상호작용할 때 굳이 인공지능의 미흡함을 떠올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거대한 발전이 있었다. 오늘날의 자율주행 차량은, 정말 끝내준다. 2010년 이뤄진 구글의 자율주행 차량 발표는 운전에는 암묵적 기술과 본능 그리고 누적된 직관이 요구되기 때문에 컴퓨터가 절대로 해내지 못할 분야라고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 나온 것이었다. 어마어마한 발전이 짧은 시기에 나타났다.
그러나 나는 완전히 자동화된 차량까지의 여정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멀리 남아 있다고 본다. 단 지금까지의 발전만으로도 진정 놀라운 수준이라고 본다는 말을 다시 덧붙여야겠다.
CIO닷컴: 하지만 구글, 테슬라 등의 자율주행 기술이 나아갈 길보다 정치적 규제가 나아갈 길이 더 멀다는 의견도 있다. 완전 자동화된 차량까지는 가야할 길이 얼마나 남았다고 보는가?
카: (완전 자율 주행 차량에 필요한 기술의) 99%까지 상당히 빠르게 갈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할까? 아닐 것이다. 운전에는 아주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 완전 자동화 수준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인프라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자동차 개발 및 교체 주기가 아주 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운전하는 자동차를 교체하는데 여러 해가 걸리는데 이는 완전 자동화된 자동차, 반-자동화된 자동차, 인간 운전 자동차를 동시에 도로에서 보게 될 것이라는 의미며 이는 아주 복잡한 문제일 수 있다.
완전한 자동화를 언급하는 여러 비전들이 있다. 이러한 비전들은 모든 차량이 자동화되고 전체 운전 인프라는 아주 상세하게 매핑될 뿐 아니라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네트워킹 인프라와 센서와 트랜스미터들이 설치된 현실을 가정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나는 이게 아주 오래, 적어도 수십 년 걸릴 것으로 본다. 물론 자동화된 자동차가 특별히 나타나는 몇몇 분야가 있을 수 있다. 장거리 트럭 운송 같은 몇몇 시스템 유형이 그것이다. 그리고 구글 자동차가 특정 상황에서 택시 역할을 하는 것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10년안에 이런 모든 것의 자동화될 것이라는 관점은 비현실적이다. 나는 전체 시스템은 한꺼번에 변하는 일은 없겠지만 각기 다른 모든 단계에서 자동화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
CIO닷컴: CIO의 역할은 어떻게 진화할까?
나는 CIO들이 현재 두 가지 역할을 한다고 본다. 회사의 데이터센터 관리 같은 IT의 제어가 불필요해지는 시대로 나아감에 따라 CIO는 기업과 외부 IT기술을 이어주는 중개자,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알맞은 기능 조합을 만들어내고 이걸 어디서 가져와야 하는지를 알아내는 전략적 중개자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똑똑한 인재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다른 역할은 기업 경쟁력을 차별화하기 위해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를 알아내는, 좀더 비즈니스 전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는 CIO 유형의 역할이 맡아야 할 중요한 역할이지만 사내 다른 사람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이기도 하다. 따라서 앞으갈등 요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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