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 IT는 HTS(Home Trading System)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HTS를 동남아 국가들에 수출하기도 하고 중국 증권사에 관련 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했다. 바로 그 사람이 KTB투자증권의 CIO 유용환 전무다. 유 전무는 대우증권에서 시작해, 우리투자증권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을 거쳐 올해로 31주년을 맞는 KTB투자증권에서 e비즈니스와 IT를 담당하고 있다. 그를 만나 IT부서 운영 노하우와 후배 IT인력들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증권 IT업계의 베테랑답게 유 전무가 내놓은 IT자원 관리 방안에는 오랜 세월 그가 습득한 노하우와 깨달음이 담겨 있다. 그는 “사람이 됐건 장비가 됐건, IT가 IT부서의 소유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일침을 가했다. 그리고 그가 내놓은 해법은 다음과 같다. “시간, 예산, 인력은 한정돼 있고 현업의 요구 사항은 항상 많다. 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려면, 어떤 프로젝트가 더 회사 이익에 중요한 지에 따라 IT자원을 배분해야 한다. 이 때 IT와 현업이 함께 논의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실제로 유 전무는 과거에 IT리소스관리위원회를 만들어 현업과 IT의 합의점을 끌어내도록 했다. 또한 모든 IT사업의 계획 단계에서 현업과 IT가 합의를 거치도록 했고 CIO의 조정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T의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IT자원을 사용해 실무 부서가 50억 원을 벌 수 있다면, 20억 원을 벌게 하는 프로젝트보다는 50억 원을 벌게 해줄 사업에 우선순위를 준다. 마찬가지로 기대와 달리 10억 원을 벌게 하면, 손해다. 글로벌 기업들은 기회비용에 대한 손실도 평가한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IT자원을 사용해 효과를 제대로 얻고 있는지에 대해 평가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유 전무는 꼬집었다. 유 전문가 그 동안 한국소프트웨어공모전 대상(체신부장관상), 뉴미디어대상 기업대상 정보화기업 부문(정보통신부장관상), 다산금융상 금상(재정경제부장관상), 금융신지식인(금융위원회), 대한민국 e금융상 대상(재정경제부장관상) 등을 수상한 것은 바로 이러한 통찰력을 가지고 IT부서를 운영했기 때문인 듯 하다.
KTB투자증권이 최근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소셜 네트워크다. KTB네트워크가 벤처 투자 전문회사에서 종합증권사로 전환하면서 빠르게 B2C 사업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타 증권사들과 다른 신 무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KTB투자증권은 신 무기 중 하나로 SNS의 가능성을 보고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관건은 고객의 본성 파악
“온라인 투자가 늘어나면서 고객들은 객장이 아닌 증권사 리포트를 통해 정보를 얻게 됐다. 지금까지는 증권사가 데이터를 잘 집계해 통계분석하고 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지표를 잘 전달해 왔다. 한국의 온라인시스템의 거래 속도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KTB투자증권은 고객들의 새로운 요구를 찾아내 이를 충족시키려고 한다.”
유 전무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궁금하지만 이를 알 길이 없어졌다. 투자자들은 다른 고수들이 어떻게 투자하는지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투자 상담사를 통해 들을 수 있던 정보를 이제 SNS에서 얻게 됐다. 여기에는 단점도 있다. KTB투자증권은 개미 투자자들의 카카오톡 지인이나 페이스북 친구들이 투자 전문가들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 동향을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며 비슷한 투자자들끼리 교류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페이스북의 장점도 있고, 팍스넷의 장점도 있고, 구글 파이낸스의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SNS 고객 취향에 맞는다고는 볼 수 없다. 증권기업에게는 소셜 고객들의 본성을 아는 것이 관건이다. 이 본성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고객의 본 마음을 파악하는 솔루션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
KTB투자증권이 타 증권사보다 활발하게 소셜 네트워크 활동을 벌이는 것도 이 같은 고민이 녹아 있기 때문이라고 유 전무는 전했다. KTB투자증권은 오랫동안 기관영업과 IB에 주력했으며, 오프라인 지점을 개설한 지 1년 반이 지난 현재 10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서 타 증권사보다 출발이 늦어 일반 고객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다. “증권사는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한다. 회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고객 목소리를 듣는 창구로 소셜을 활용하고자 한다”라고 유 전무는 설명했다.
일방적으로 회사가 고객에게 정보를 주던 시스템에서 이제는 고객과 회사간, 고객과 고객간 정보를 주고받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유 전문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주식, 채권, 파생상품(선물 옵션)의 투자 동향과 해외 동향, 심지어 부동산 등 투자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얻고 싶어 한다. 이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투자자들이 서로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펀 경영, 사내 인트라넷은 ‘놀이터’
KTB투자증권이 타 증권사보다 소셜에 좀더 빨리 눈 뜬 데에는 ‘펀 경영’을 통한 사내 의사 소통 방식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회사는 ‘놀이터’라는 사내 인트라넷에서 직원간 소통부터 전자결재까지 처리해 펀(Fun)과 업무를 결합한 ‘펀 경영’을 도입했다. 게다가 모바일로 언제 어디서라도 인트라넷에 연결해 소통과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KTB투자증권이 ‘펀 경영+행복한 부자’라는 대고객 마케팅도 이러한 회사 방침에서 나온 것이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고객이 행복한 부자가 되려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경영방침이 필요하다. 펀 경영은 직원들 간에 갈등도 해소시키는 데 기여한다. KTB투자증권은 매월 1회 전 직원이 모여 회사 직원들간의 교류하고 펀을 느낄 수 있는 ‘토요한마당’이라는 행사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이 놀이터는 IT사용자와 IT부서원들의 커뮤니케이션 장으로도 쓰인다. 영업 및 본사직원 누구든 IT에 대한 이슈가 있으면 놀이터의 119에 이를 접수하면 IT부서가 반드시 답변을 하고, 지원을 해 주고 있다. 또한 IT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지점을 방문해 이슈, 개선점을 점검하고 본사와 사용자 미팅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이슈를 관리하고 있다. “IT직원들이 똑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사용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사용자들의 만족도는 더욱 높아진다”라고 유 전무는 전했다.
KTB투자증권의 IT부서도 내부적으로 인트라넷을 운영하고 있다. ‘펀아이디어’, ‘펀소근소근’ 등에서 지난 1년 동안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는 게 유 전문의 설명이다. 유 전무는 “시상도 하고. 스포츠 행사도 월 1회 연다. 가족보다 더 많이 만나는 사람이 직장동료들이기 때문에 즐거운 직장 분위기를 만드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2011년 KTB투자증권에 합류한 유 전무는 IT부서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지난 1년 동안 IT부서 인트라넷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온라인 서비스는 품질과 브랜드가 명운을 좌우한다. IT가 과거에는 백오피스에서 잘 관리하면 그것으로 충분했지만 이제는 회사의 전략 상품이 됐다. 온라인으로 고객을 모집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해주냐에 따라 IT의 가치가 상승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IT를 비용 부서로 여기는 것은 고루한 생각이다. 지금은 IT가 수익을 창출하려고 한다.”
유 전문에 따르면, 아이디어와 발상의 전환이 있는 분야에 IT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여기에 대해 CEO가 적극적이다. KTB투자증권이 SNS 서비스에서 나아가 SNS와 HTS를 결합한 서비스로 성공적으로 고객을 더 모을 수 있다면, IT의 가치가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도 CEO의 생각에서 나왔다.
많은 기업들이 IT부문을 아웃소싱하면서 사내 IT부서 규모를 줄이는 것과 달리 KTB투자증권은 회사 규모에 비해 IT부서가 적지 않다고 한다. 현재 IT부서원들 52명을 통해 KTB투자증권은 외주 개발 없이 직접 온라인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었다.
“내부 인력으로 직접 개발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에 타임 투 마켓이 가능하다. 실제로 어떤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개선해야 할 때 아웃소싱을 하면 빨라야 3주, 4주 걸리고 늦으면 2~3개월까지도 소요된다. 하지만 KTB투자증권은 1주일 만에 이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유 전 무는 KTB투자증권에서 IT가 온라인을 핵심전략 도구임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IT가 잠룡이었다. 이제 승천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함께 일했던 CEO들이 롤모델
유 전무는 20여년을 몸담았던 대우증권부터 이후 우리투자증권,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현재의 KTB투자증권까지 증권사 CEO들을 롤모델로 삼았다고 밝혔다.
“CEO 복이 있는 것 같다. CEO들을 잘 만났다. 만약 IT가 아닌 경영을 한다면, 저 분들처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토러스증권에 계시는 손복조 사장은 대우증권에서 근무할 때 나를 CIO로 만들어 준 분이기도 한다. 손사장께 배운 것은 정열이다. 정열적으로 일하며 본인을 희생하고 오너십을 가지며 모든 직원들을 독려해 목표를 달성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당시 대우증권을 연간순이익 4,000억 원 이상을 달성하면서 자기자본을 2조 원 이상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성과를 1:1 관리해 목표 달성에 대해 임직원들이 보람을 느끼게 했던 진짜 리더다.”
유 전무는 이어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의 CEO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정유신 사장은 하루에 저녁을 세 번 먹는 사람이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관리하기 위해서다. 그러면서도 새벽 4시에 일어나 외국어 학원을 다니고, 부동산 관련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분이다.”
KTB에 합류한 후, 유 전무는 오히려 CEO로부터 온라인 분야에 대해 한 수 배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름 온라인에 대한 경험과 아이디어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CEO를 통해 현 시대, 특히 온라인 비즈니스 분야에 대한 통찰력을 깨우치고 있다”라고 밝혔다.
유 전문가 함께 일했던 CEO들로부터 자극을 받으며 이들의 장점을 수용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물리학을 전공했고 취미였던 컴퓨터가 직업이 되다 보니, 경영에 대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과장 시절부터 IT쟁이가 되지 않으려면 경영, 마케팅, 회계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고 판단해 다른 부문을 이해하기 위해 이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부족함을 채우려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다”라며 설명했다.
“IT가 IT만 생각하는 시각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 경영, 마케팅, 기획, 전략, 영업 등 현업의 마음도 알고, 이해하면서 주도해야 한다. 그런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라고 유 전무는 IT전문가들에게 조언을 전했다.
“미래의 CEO들은 IT마인드를 가져야 성공하며 CIO는 CEO 마인드를 가져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유 전무는 조언을 이어나갔다. 그는 IT로 박사학위를 받기보다는 경영에 대해 좀더 공부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재 IT와 e비즈니스를 총괄하기 때문에 성과를 내서 회사에 기여하는 데에도 경영학과 마케팅을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IT부서원들의 자발적인 참여 유도
대우증권에서 근무할 당시, 유 전무는 IT포커스 운동이라는 경력관리 평가 프로그램을 추진한 바 있었다. IT포커스 운동은 IT부서원들이 어학 공부를 하거나 각종 자격증을 따는 일련의 노력들을 평가해 인센티브와 연결되도록 했다. 여기에는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직원들에게 알려주는 사내 세미나와 교육’에 대해 점수를 주는 것도 제도도 포함돼 있었다.
“예를 들면, 업무 개선을 위해 제안한 직원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점수를 주는 것이다. 이 때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가 드러날 것을 염려해 본인의 업무에 대해 선뜻 제안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직에 기여하는 것 자체를 평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포상했다. 그러다 보니, 자발적으로 직원들이 연구하고 아이디어도 내고 논문까지도 발표하게 됐다.”
유 전무는 CIO로 재직하면서 부서원들과 1년에 한 두 번 경력관리에 대한 면담을 진행했다. CIO로서가 아니라 IT업을 먼저 시작한 선배로서 부서원들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묻고 대답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유 전무는 면담을 하면서 IT를 떠나고 싶어하는 직원들도 많이 봐 왔다고 말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열고 싶어하는 직원들이 종종 있는데, 그들에게 가맹점 열어서 돈 벌기보다 회사에서 경력을 쌓아 연봉을 올리는 게 더 쉽다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IT인력들에게 필요한 것은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게 하고, 그 비전에 대한 확신, 그리고 보람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유 전무는 강조했다. 또한 유 전무는 경력이 오래된 IT부서원들이 ‘관리자’ 역할에 대한 부담을 갖는 점을 지적했다. “모든 분야가 같다. 위로 올라갈수록 기술이 아니라 관리,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신의, 신뢰가 더 중요해진다.” 부장에서 임원으로 가는 게 어려운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논쟁도 있고, 충돌도 있고, 뒷말도 많기 마련이다. 하지만 길게 봤을 때 신의가 있는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후배 IT종사자들에게 당부했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