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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 Hae Jeong

인터뷰 | “물 흐르듯 일하도록 만드는 게 IT의 경쟁력이다”••• 동아제약 이정일 CIO

기획
2012.06.125분

동아제약의 스마트워크 도입은 정량적으로 성과를 계량하겠다는 의미보다는 변화에 대해 빠르게 적응하고 대응하겠다는 의지에서 출발했다. 과거보다 시장 환경의 변화도, 회사가 움직이는 속도도 빨라졌다. 가령 인사발령이 난 후, 임직원이 실제 업무를 볼 수 있으려면, 컴퓨터, 전화기, 전화번호 등을 건네 받고 총무 부서가 여러 가지 업무를 처리해야만 가능했다. 그러나 스마트워크를 도입한 이후, 임직원 스스로 사무 기기를 설치하고 연결해 인사 발령이 나도 바로 실제 업무에 투입될 수 있게 됐다. 동아제약 PI(Process Improvement)팀을 이끄는 CIO 이정일 팀장은 “업무를 물 흐르듯 즉각적으로 처리해 임직원들이 바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맞추는 게 바로 IT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제약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미래를 멀리 내다 보며 하나씩 진행해 왔다. 단기간에 혁신하기보다는 사내 스트레스를 덜 주면서 천천히 변화를 시도했다. 혁신하게 되면, 혼란이 올 수도 있고 임직원들이 잘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동아제약이 지속적으로 변화를 시도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다.”

이 팀장은 동아제약의 스마트워크 도입도 천천히 물 스며들 듯 변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혁신의 장점을 인정하지만 프로세스 이노베이션(PI)을 추진하다가 종국에 가서 PI부서 스스로 혁신돼 사라질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회사의 경쟁력이다. 동아제약은 영업부서 전 직원에게 아이패드를 지급하고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다른 부서원들은 BYOD를 업무에 상용할 수 있도록 했다.

BYOD의 보안는 ‘성선설’로 접근
“BOYD가 여러모로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높여주지만, 그에 따른 보안 이슈가 발생한다. 기업이 보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냐는 크게 네가티브한 방법과 포지티브한 방법이 있다. 전자의 경우 직원들에게 BYOD를 일체 허용하지 않고 사무실 안에서 일만하다 퇴근하게 하는 회사다. 그런가 하면,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IT기기를 가지고 드나들도록 하는 회사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후자가 보안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불편을 느끼지 못할 뿐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중간중간 로그에 빠져나갈 땐 경고 메시지를 준다. 동아제약과 같은 방법의 보안 정책은 직원들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일할 수 있게 해준다.”

이 팀장은 보안에 대한 기업의 대응에 대해 ‘성악설과 성선설’로 나눠 설명했다. 앞서 말한 전자 기업은 모든 임직원들을 보안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바라보는 대응이라고 한다. 동아제약의 경우, 스마트워크 도입 이후 보안 수준을 한 층 더 높이기는 했으나 임직원들이 편안하게 일하도록 하는 것을 더 우선시 하고 있다.

“보안 장치는 시스템 요소에 들어가 있지만 이를 크게 강조하지는 않는다. 회사가 어떤 보안 시스템으로 항상 지켜보고 있으니 만약 잘못하면 징계를 받는다는 식으로 정책을 수립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임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더 강조하며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기부여 이론에서 보면, 의욕적으로 일하도록 만들어 주고 과정에서도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한다.”

동아제약이 채찍보다는 당근에 중점을 두는 데 대해 이 팀장은 ‘제도와 마인드의 문제’라고 말했다. 항상 극도의 긴장 속에서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동화 속의 ‘늑대가 나타났다’처럼 회사가 지나치게 긴장을 강요하면 성과에 매몰될 수 있다. 선진화 프로세스란 평상시에는 9-6로 업무를 마치고 가정도 잘 돌봐야 한다. 무리하게 밤을 새우는 일은 꼭 필요한 때가 아니면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런 업무 환경은 길어봐야 2년이면 사람들이 지쳐서 떠나고 싶어한다”라고 일갈했다.

IT부서를 인기 부서로
동아제약의 PI팀은 2000년에 처음 생겨 이제 10년이 넘었다. 동아제약의 PI가 프로세스 혁신이 아닌 개선(Improvement)이다. 이에 대해 이 팀장은 “빠른 변화도 있지만 상시적, 지속적인 변화도 있다. 혁신을 잘못하면, 부장용이 크지만 개선은 회사에 주는 폐해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준다”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PI팀의 초기에 합류했으며 현재 이 부서는 현업과 전환배치를 거쳐 현업과 IT의 비율이 7:3이다. PI는 왼손엔 IT를, 오른손에는 현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라는 게 이 팀장의 생각이다.

동아제약은 PI팀을 순환근무체계로 운영하고 있다. “인사에서 순환 배치는 장점과 단점 있다. 스페셜리스트를 양성하기 위해 특정 부서에서면 경력을 쌓게 하면, 한 부분에 대한 이해가 깊은 대신 다른 부분에 대한 이해는 떨어진다. 3년 넘어 5년 가까이 경력을 쌓은 사람은 미래에 회사에서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 영업부분이 됐건, 관리나 생산이 됐건 자기가 희망하는 부서로 이동하면서 꾸준히 경력을 쌓게 된다.”

PI팀을 순환근무체계로 운영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 팀장은 “개인도 고령화되고 조직도 고령화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PI팀은 현업과 많이 협업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특별해서 쓴다기 보다는 최근 조직에서 일어나는 변화, 즉 회사가 원하는 역량이나 개인 가치가 잘 조직에 융화하고 일에 대해 시너지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어느 한쪽이 치우치거나 모가 나 있으면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을 받아주지 않는다. 어느 곳에서건 저 사람은 우리 팀에 와 줬으면 좋겠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PI팀원들이 사내에서 잘 팔리는 인재가 됐으면 좋겠다. 과장, 차장급까지는 조직에 잘 융화하고 목표를 가지고 같이 잘 할 수 있고 5,6년 일하면 특정 분야 전문가 된다. 그러나 한 분야만 가지고는 안된다. 3가지 정도 개척하면 회사의 기둥 된다.”

동아제약의 PI팀은 적극적으로 현업 부서원을 영입하고, 또 부서원을 타 부서로 보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좀더 유연한 사고를 갖게 됐다. 그 때문인지 PI팀은 동아제약 내에서 인기있는 부서가 됐다. “다른 부서에서는 단위 기능만을 익힐 수 있지만 PI팀은 여러 가지를 경험할 수 있어 적극적인 경우도 있다. 변화가 즐거운 사람은 PI팀에서 더 잘 적응한다. PI팀이 하는 일들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이러한 업무를 통해 예측하는 힘이 강해지고 문제에 직면했을 때 어려워하기 보다는 극복하기도 한다.”

신생 벤처 발굴도 CIO의 역할
“지금까지 함께 일했던 IT업체 중 기억에 남는 곳이 몇 군데 있다. IT업체와 일할 때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 어떤 IT업체는 정해진 일만 하려 하기도 하고 제안서대로만 하겠다고 말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개인도 그렇지만, 회사도 돈을 쓸 때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회사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IT업체를 선정할 때, 함께 일을 성공시킬 파트너인가? 이 질문을 많이 한다. 업체 선정 기준도 갑-관계를 떠나 우리의 성공을 도와줄 수 있나를 따져보게 된다. IT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와서 일한다. 때문에 동기부여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 감성적인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산출물이 좋을 수가 없다.”

이 팀장은 스마트워크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신생 벤처에 맡긴 결과, 좋은 벤처를 발굴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동아제약은 2011년 아이패드 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면서 국내 IT업체인 핑거포스트에 의뢰했다. “핑거포스트는 도급된 일만 완수하고 돈만 받고 가면 된다 식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성공시켜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직원도 그렇게 평가하는 벤처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마무리했을 때 전 영업 담당자들한테 박수를 받았다.”

또한 정보를 분석하는 대시보드 및 데이터마트 업체인 IQMC도 이 팀장이 높이 평가한 신생 벤처다. 이 회사는 대상과 삼성그룹 계열사의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한 경험이 있어 소개받았다. “실제로 이 회사를 만났을 때 보니 역량도 뛰어나고,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를 숨기지 않고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말해주었다.”

CIO가 신생벤처를 선택하는 것은 다소 큰 모험이 될 수 있다. CIO가 새로운 협력사를 발굴하고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IT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일이다. 이 팀장은 “RFP에 얼마나 구체적으로 나열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를 전략을 얼마나 이해하고 우리와 함께 성공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있느냐다”라며 지적했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