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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응
By 천신응

인터뷰 | ‘PC + 시대의 경쟁력’ 한국 레노버 박치만 대표

기획
2012.07.234분

IBM이 PC 사업을 포기하고 PC 사업부를 레노버에 넘겼던 지난 2005년, 수많은 씽크패드 마니아들은 탄식했다. ‘명품’으로 손꼽히던 씽크패드 노트북을 포함해 ‘IBM 호환 PC’가 더 이상 IBM 브랜드로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인수를 단행한 레노버는 ‘중국’ 기업이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바뀌었다. 레노버는 지난 해 4분기 델을 제치고 PC 시장 2위로 올라섰다. 컴팩과의 합병을 통해 단숨에 1위로 올라선 HP의 뒤를 잇는 자리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에는 1위 등극이 확실하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PC로 영화를 누렸던 IT 대기업들이 PC 사업 지속 여부를 두고 고민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야말로 나홀로 질주하는 형국이다. 한국 레노버의 박치만 대표를 만났다.

1위는 확실, 관건은 유지
“여러 시장 자료들, 성장 속도를 감안할 때 글로벌 PC 시장 1위 달성은 확실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회사 내부적으로 ‘1위가 된 후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1위를 유지하는 것에도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지난 2007년 레노버에 합류했을 때만 해도 전사 차원의 명확한 전략이 없었지만, 아니 있기는 했어도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방어와 공격 분야를 명확히 하고 여기에 맞는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른바 ‘Protect & Attack’ 전략이다.

“PC 분야는 계륵이라는 생각을 다른 기업들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레노버는 PC로 이익이 창출되는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은 방어, 신흥 시장은 공격, 성숙 시장은 방어, 소비자 시장은 공격, 커머셜 시장은 방어 등으로 분화해 각각에 맞는 전략을 전개함으로써 이익을 내는 동시에 성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는 차세대 컴퓨팅 및 컨버전스 분야(Mobile Internet & Digital Home Group, MIDH)에는 특히 공격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지니어링 R&D 예산만 3억 달러, 910명의 엔지니어진을 구축해 태블릿, 스마트폰, 스마트 TV 분야의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 중국 시장에서는 태블릿이 이미 2위, 스마트폰은 4위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무엇보다 레노버의 미래를 믿는 이유는 새로운 문화(Lenovo Way)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양과 서양, 속도와 유연성을 아우르는 독특한 문화를 체감한 후 레노버의 가능성을 믿게 됐습니다.”

박 대표는 레노버의 문화와 관련, 회사의 폴리센트릭 성격에 대해 말을 이어 나갔다. 그에 따르면 레노버는 본사 소재지의 개념이 없다. 이를테면 마케팅은 인도, 디자인은 파리, R&D는 미국, 중국, 일본에 각각 소재하고 있다. “본사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전부 다 본사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국가와 문화에 맞춰 다양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고 인력에 대한 벽이 없습니다. 이러한 문화와 인력이 레노버의 진정한 힘이라고 봅니다.”

국내 시장 점유율도 급증 ‘외산 1위 목표’
‘Protect & Attack’ 전략은 국내 시장에도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다. 이를테면 전통의 씽크패드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급 사용자층에 대해서는 방어 전략을 구사한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컨슈머 시장은 아이디어패드 브랜드를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과 마케팅을 통해 수요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 마케팅은 물론이고 오피니언 리더 및 대학생들과 함게 홍보대사 활동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울트라북 시대가 오고 있다는 판단 아래 강남역에 울트라북 하우스도 개관했습니다.”

박 대표는 그러나 국내 시장이 결코 쉽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막강한 유통망을 통해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으며 이는 외산 브랜드에게 있어 넘어서기 힘든 벽이라는 것이다.

“일단 장단기적으로 외국계 기업 중 1위가 목표입니다. 이 목표는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작년 국내 PC 시장은 0.2% 성장했는데, 한국레노버는 51% 성장했습니다. 당분간 연 50%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점, 특히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특히 고무적입니다.”

도전, 그 자체가 보상
2007년 레노버 코리아에 합류해 방향타를 잡아온 박치만 대표의 경력은 삼성전자에 시작한다. 엔지니어 출신이었던 그는 삼성전자에서 영업 업무로 옮기는 도전을 감행했다. 당시만 해도 엔지니어가 영업으로 전직하던 사례는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예전 교육받으면서 크게 공감한 문구는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진실은 변해야만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늘 도전과 변화를 찾아 다녔고 안일한 분위기에 도전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IT 기반 경력을 가진 이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적 배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영업을 비롯한 다른 분야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단 기술 자체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서다.

“IT 배경을 가진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다른 하나는 인문학입니다. IT 패러다임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변화합니다. 기존의 패러다임과 지식을 고수해서는 이러한 변화에 따라갈 수 없으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인문학적인 통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변화와 도전에 대한 예찬을 이어나갔다. 돌이켜보면 도전을 즐기고 회사에 도움이 되는 패러다임을 적극 받아들이고 주장했던 이들이 결과적으로 인정받곤 했다는 것이다.

“사실 IT 인들에게 더욱 강조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다른 어떤 부서보다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도 오히려 안주하기도 쉬운 분야가 아닌가 싶습니다. 변화를 수용하고 회사의 미래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이익을 창출해 그에 대한 인센티브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한국 레노버가 넘어야 할 도전은 산재해있다. 까마득히 높은 로컬 브랜드와 경쟁해야 하며 중국 회사라는 이미지는 아직도 발목을 붙잡고 있다. 태블릿과 스마트폰, 클라우드, 스마트 TV와 같은 다양한 폼팩터 및 신기술과 시장 요구에의 대응도 필수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랫폼 경쟁 속에서 유연한 전략을 펼쳐나가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다른 저가 브랜드들의 가격 공세 역시 거세다.

“지금 시장은 예측을 못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예측불가성 자체가 요즘의 패러다임인 듯 합니다. 준비하고 있다가 시장의 요구와 트렌드에 따라 투입할 수 있는 능력, 언제든지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이 경쟁력이라고 봅니다.”

 * 한국 레노버 박치만 대표는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 자신의 DNA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최근의 변화 과제로 체력과 지력을 설정했다고 전했다. 체력을 위해 백두대산 종주를 진행 중이며 지력 측면에서는 인문고전학 10년 커리큘럼을 설정해 3년 차에 접어든 상태다.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