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가트너는 2017년이 되면 CIO보다 CMO가 IT에 더 많은 돈을 쓸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리고 2014년 현재 이러한 변화의 증후들
가트너는 CIO들이 깜짝 놀랄 보고서를 발표했다. 향후 5년 이내, 마케터들이 IT보다 더 많은 기술 예산을 집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담긴 보고서였다. CMO들은 현재 가트너가 3년 전 발표한 보고서의 전망대로 가고 있다. ‘권력 이양’이 완성 단계에 가까워진 것이다.
보고서가 발표된 시점 이후, 이른바 마테크(Martech)라는 마케팅 기술을 소개하는 IT업체들의 수가 급증했다. 현재 약 3,000개의 업체들이 이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매년 300~500개 업체가 증가하는 추세다. 대다수는 CIO를 따돌리고 싶어하는 CMO를 상대로 직접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한다.
수십 년 동안 CIO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업계의 거인 오라클도 이런 급격한 시대 변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오라클은 지난 몇 년간 매달 평균 1개 회사를 인수하는 등 마테크 관련 인수에 30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한때 CIO의 강력한 후원자였던 오라클은 CMO를 직접 ‘설득’할 계획을 세웠다.
CMO가 CIO를 대신할 수 있을까?
이런 변화에 친숙한 CIO들은 많다. 이미 CMO에게 보고하는 CIO가 증가하고 있다. CIO의 기업 내 서열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CIO들은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역할이 ‘전략’이 아닌 ‘지원’으로 강등됐음을 인정하고 있다. 반대로 CMO는 CEO처럼 기업 활동을 주도하기를 바라고 있다.
CIO들이 암담한 상황에 처했다는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그렇다면 정확히 들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권력 이동을 받아들이는 CIO들에게는 희망이 있다. 마케팅의 디지털화, 데이터 중심화가 유례없이 가속화됐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다. CIO가 마케팅 분야에서 자연스레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CMO가 CEO가 되면, 공석이 된 CMO 자리를 누가 차지할까?
리스폰시스(Responsys), 틸리프(Tealeaf), 프리휠(Freewheel), 로컬리틱스(Localytics) 등 마테크 회사에 투자해 큰 수익을 올린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인 파운데이션 캐피탈(Foundation Capital)의 파트너 애슈 가르그는 “데이터가 마케팅의 전부가 됐다. 정말 유능한 CIO들은 CMO가 되는 방법을 알 것이다”고 말했다.
CIO가 CMO가 된다는 생각에는 일리가 있다. 마이어브릭스 성격 유형 지표(MBTI)를 발표하는 CPP의 조직 개발 컨설턴트인 셰리 헤이니는 CIO닷컴과의 인터뷰에서 CMO와 CIO는 둘 다 리더십 직위답게 차이점보다는 유사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결단력, 효율성, 무엇보다 문제 해결 능력 등이 공통점이다.
CMO의 ‘진화’
CIO가 CMO 역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지난 몇 년간 CMO의 급부상, 그 이면의 동인을 이해해야 한다.
출발점은 CMO가 해고의 위기에 직면한 ‘대 침체(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경제침체)’다. 기업들은 매출이 하락하자, CIO를 중심으로 운영(경영) 간소화에 박차를 가하고, 투자 수익이 보장되는 분야에만 투자했다. ‘적은 돈으로 많은 것을’이라는 모토가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CMO는 투자 수익이 확실하지 않은 광고 캠페인에 수백만 달러를 지출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쉬운 표적이 되고 말았다.
존 워너메이커의 “광고 예산의 절반은 낭비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 낭비인지는 모른다”는 말처럼 CMO의 일은 ‘흑마술’에 가까웠다. 그러나 경제 침체로 예산이 축소되면서 ‘흑마술’이 위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그러다 2010년, 소셜 미디어, 모바일, 클라우드 컴퓨팅이 CMO를 살렸다. 특히 디지털 광고에 워너메이커의 명언이 적용된다. 디지털 마케터들은 돌연히 모든 것을 측정할 수 있게 됐다. 광고인들은 마케팅 가치가 입증된 디지털 미디어에 마케팅 예산의 10% 이상을 할당했다.
가르그는 “큰 전환점이었다”고 강조했다.
소셜 미디어는 소비자와 브랜드의 관계 및 몰입 방식을 바꿔 놓았다. 소비자가 다른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선전하고, 나쁜 제품은 비난하면서 대화를 통제하는 시대가 열렸다. 트위터는 단 몇 분 만에 수백만이 제품을 평가할 수 있는 장소다. 소셜 미디어는 지루한 광고를 고객 경험을 창조하는 수단으로 바꿔 놓았다. CEO에서 인턴 사원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임직원 모두가 고객 경험을 중시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 덕분에 언제 어디에서나 고객에 도달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소매점의 계산대에 줄을 서 있는 고객에게도 광고가 가능하다.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는 값비싼 황금시간대(밤 8시~10시)의 TV 광고를 사야만 했다. 그러나 모바일 기기와 소셜 미디어 덕분에, 마케터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소비자에게 손길을 뻗칠 수 있다.
모바일 기기와 소셜 미디어는 CMO를 매출원 가까이로 이동시켰다. 과거의 마케팅 도구는 영업 담당자들에게 수많은 잠재고객 명부를 전달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잠재고객을 평가하고 검증하는 시대다. 또 이런 잠재고객이 매출로 전환되는 사례도 많다. 즉 영업 담당자의 자리를 강탈하고 있는 것이다.
클라우드와 함께 ‘비상’한 CMO
2010년에 발생한 또 다른 큰 사건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출현이다. 과거 기술 조달은 하드웨어 자원을 통제하기 때문에 CIO가 주도하는 오랜 승인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클라우드 서비스의 등장으로 CMO가 직접 서비스에 가입해 즉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가르그는 “CMO의 예산은 카펙스(CAPEX)가 아닌 오펙스(OPEX)다. 대다수 기업의 CMO들이 수백만 달러의 오펙스를 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CIO가 이런 예산 집행권한에 욕심이 있고, CMO가 되고 싶다면 오늘날 CMO들이 직면한 중요 디지털 마케팅 테마 가운데 일부를 하루 빨리 터득해야 한다.
먼저 ‘신원(identity)’과 ‘기능(attribution)’이 갈수록 분화되고 있는 문제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기술에 정통한 소비자들은 매일 스마트폰, 태블릿, PC, 노트북 컴퓨터, TV, 웨어러블 등 4~6개의 스마트 기기를 사용한다. 마케터는 이런 여러 기기의 소비자를 파악해, 일관된 경험을 전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퇴근 길 버스 안에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제품을 검색하고, 집 소파에 앉아 해당 제품의 TV 광고를 시청한 후, 자정에 태블릿을 이용해 제품을 주문할 수 있다.
이후 CMO는 여러 기기를 대상으로 한 광고가 필요한 이유를 CEO와 CFO에게 설명해 이해시켜야 한다. 다시 말해, 매출로 전환되기까지 각 기능의 역할을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가르그는 “이것이 기능과 관련된 문제다”고 말했다.
개인화는 신원과 불가분의 관계다. 개인화된 고객 경험을 전달해야 한다는 의미다. 과거 패션회사인 바나나 리퍼블릭(Banana Republic)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은 동일한 경험을 체험했었다. 그러나 온라인의 경우, 소비자의 기대가 다르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자신과 관련이 없는 광고를 보면 화를 낼 것이다.
가르그는 “현대의 소비자들은 참을성이 없다. 이들은 완벽하게 맞춤화된 경험을 기대한다. 또 지금 당장 경험하기 원한다. 5년 전만 하더라도 실시간 타깃화, 실시간 개인화 기술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광고 시장의 지형을 바꾸는 기술
자동으로 온라인 광고에 입찰하는, 즉 프로그램을 이용한 미디어 광고 구매는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마테크 시장을 반영하는 또 다른 사례다. 온라인에서 대상 고객을 추적해 공략하기 위해 많은 고객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다. 현재 (TV 광고는 해당사항이 없지만) 디스플레이 광고의 약 20%, 비디오 광고의 약 10%가 프로그램 광고다. 그러나 이 비율이 바뀌고 있다.
가르그는 다른 마테크 산업 전문가들처럼 “앞으로 5년이면, 모든 광고 매체를 프로그램으로 구매하게 될 것이다. 기존의 광고 매체 판매 및 구매 모델은 존재 근거를 잃는다. 구식이고, 합리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광고 매체의 판매 및 구매는 물론 콘텐츠에도 변화가 초래되고 있다. 독창적인 콘텐츠, 짜깁기한 콘텐츠, 비디오, 트윗, 모바일 기기, 고화질 TV를 망라하고, 디지털 콘텐츠는 존재감이 있어야 하며, 소비자에게 가치가 있어야 한다. 섹시한 이미지 등 겉만 번지르르한 광고는 더 이상 효과가 없다. 제품을 진정성 있게 설명하는 콘텐츠를 전달해야 한다. 제조 과정 동안 동물에 피해를 주지 않음을 강조하는 광고를 예로 들 수 있다.
“지금은 광고주인 기업들이 미래에는 모두 광고 발행자가 될 것이다. 마케팅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의미다”고 가르그는 설명했다.
CIO들이 이런 도전과제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다면, 미래의 CMO가 될 기회가 커진다. 새로 등장한 마테크 업체들이 매년 크게 투자하면서, 마케팅이 기술의 보루가 됐다. 업체들은 새로운 클라우드 서비스가 무엇을 전달할 수 있는지 ‘과장 섞인’ 홍보를 늘어놓고 있다. 그러나 CMO는 이런 홍보에서 옥석을 가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마테크의 이력과 잠재력을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다.
파운데이션 캐피탈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맥 슬론은 “마케팅이 더욱 흥미로워지고, 효과가 높아졌지만, 그 복잡성과 난해도도 크게 변했다”고 말했다.
CIO들은 과거 경험을 했던 부분이다. 마테크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최상의 입지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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