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컴퓨팅이 등장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기업들은 가상 머신만을 도입해 놓고도 이를 클라우드라고 말하기도 한다. 클라우드로의 여정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3개의 서로 다른 조사 결과를 통해 현업과 IT의 클라우드에 대한 온도차와 클라우드가 여전히 ‘미생’인 이유를 분석해 봤다.
필자는 우연히 라이트스케일(Rightscale)의 2015 클라우드 현황 보고서를 인용하며 MS 애저의 성장세와 AWS의 주요 경쟁자로서 그들의 시장 입지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 래리 딕넌의 지디넷(ZDNet) 기사를 읽었다. 기사에서 딕슨은 ‘2등만이 할 수 있는 노력’을 강조하던 수 년 전의 에이비스(Avis) 광고를 인용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시장 도전과 공공 클라우드에 집중하는 그들의 노력에 관해 설명했다.
기사를 읽고 나자 인용된 라이트스케일의 보고서에도 관심이 생겼다. ‘클라우드 서비스 중개인 자리를 탈환한 IT부서’라는 부재부터 흥미를 자아내는 보고서였다. 기대는 적중했다. 조사에 응한 IT전문가들의 테크놀로지 선택 및 채택 패턴 자료는 많은 부분에서 주목할만했다.
IT는 정말 기업 클라우드의 책임자일까?
보고서의 내용은 부제와는 크게 달랐다. 보고서의 주요 논지는 클라우드 컴퓨팅 의사 결정의 책임 소재에 관하여 IT와 현업 부서들 사이에 상당한 인식 차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기업이 바라보는 클라우드 활동 내 IT의 역할’을 설명한 차트(그래프 1)을 살펴보면, IT가 ‘클라우드 서비스 중개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40%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IT부서와 현업이 비슷한 답변율을 보이며 의견이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프 1> 기업이 생각하는 클라우드 활동에서 IT의 역할
이와 달리 다른 문항들에서는 두 집단 사이에 의견의 차이가 확인됐다. 퍼블릭 클라우드 선정을 IT의 역할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IT부서 집단에서 59%를 기록한 반면 현업 집단에서는 35%만이 이 명제에 동의하고 있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프라이빗 클라우드 선정’ 항목에서 역시 57% 대 35%로 시각차가 크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IT부서는 기술 관련 의사 결정과 실행 과정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현업 부서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의를 확장한다면, 전반적인 비즈니스 운영과 관련한 의사 결정 과정에 IT 참여 비중에 관한 인식 역시 IT와 현업 사이에 큰 격차가 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짜 문제는 ‘왜’ 클라우드 컴퓨팅을 둘러싼 두 집단의 시각이 이토록 큰 차이를 보이는 지의 여부다.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일단 클라우드 컴퓨팅이 무엇인지에 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또 의사 결정권이 어디에 있건, 도입한 클라우드를 실행하는 주체는 IT부서라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라이트스케일의 설문에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의 규모를 묻는 문항도 있었다(그래프 2). 해당 문항의 보기 가운데 프라이빗 클라우드 항목에서, 응답자의 22%가 자신들의 클라우드 환경이 100대 이상의 가상 머신을 통해 구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수치였다.
<그래프 2> 기업이 클라우드에서 가동중인 VM 개수
이러한 답변 결과가 나오게 된 단서는 보고서의 후반에 나와 있었다. 프라이빗 클라우드 실행에 사용되는 테크놀로지를 묻는 문항이 그것이다. 설문 분석 보고서에서 라이트스케일은 “VM웨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제공하는 가상화 환경이 클라우드 컴퓨팅의 모든 필요를 충족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가운데 다수는 이들 환경을 일종의 프라이빗 클라우드로 바라보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혼동을 피하고자 우리는 그것들을 프라이빗 클라우드 테크놀로지와 구별할 수 있도록 하는 옵션을 추가해야 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IT조직들이 이용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테크놀로지 옵션을 설명하는 자료(그래프 3)를 살펴보면, 전체 IT 기관 가운데 74%가 v스피어 혹은 시스템 센터를 활용한 일정 활동을 진행하고 있었고, 그 가운데 해당 솔루션을 프라이빗 클라우드 운영에 활용하는 비율은 43% 수준이었다. 다시 말해 그들은 가상화 상품을 클라우드라 부르며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엔진이 장착돼 있다는 이유로 미니밴을 페라리라고 부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1,000대 이상일 것으로 파악되는 이러한 ‘가상 머신 클라우드’ 가운데 대부분은 실제 클라우드 환경이라기보단, 표준적인 가상화 영역의 논의 대상이다.
<그래프 3>프라이빗 클라우드 사용률
프라이빗 클라우드로의 이전이 더딘 움직임을 보이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451 그룹이 발간한 <기업 아젠다를 주도하는 1세대 클라우드 프로젝트>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프라이빗 보고서지만 액티브스테이트(ActiveState)를 통해 자유 열람이 가능하니 참고해보자.
보고서(그래프 4)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으로의 이전이 얼마나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논증하고 있다.
<그래프 4>서버와 가상화 프로젝트
보고서에서 응답자 191명 가운데 55%는 표준화나 통합 등, 기초적인 가상화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또 한 가지 특기할 점은, 14%의 응답자가 프라이빗 클라우드 제작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본격적인 클라우드 컴퓨팅 활용의 단계라 할 수 있는 자동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비율은 6%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 결과 역시 라이트스케일의 설문에서 확인된,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정의하는 기업들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v스피어, 시스템 센터 등을 도입하면 기업은 그것들을 프라이빗 클라우드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기업들의 인식을 이해하고 난다면, 애널리스트 톰 비트먼이 가트너 데이터센터 컨퍼런스 세션에 참석한 140명의 기업 IT 담당자들에게 진행한 설문 결과(그래프 5)도 놀랍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설문에서 응답자의 대다수(95%)는 자신들의 클라우드 활동이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그래프 5>클라우드는 성공인가, 실패인가?
프라이빗 클라우드 프로젝트의 실패 원인
여기서 알 수 있다시피, 프라이빗 클라우드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그 중 가장 웃긴 이유는 어느 블로그 포스트 댓글에서 본 것이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말하길 프라이빗 클라우드 실패는 ‘테크놀로지를 잘못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솔직히, 이 3가지 조사의 결과는 무서울 정도다. 아마존이 AWS와 함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내놓은 지 꼬박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IT부서는 가상화 주변만을 맴돌고 있으며 자신들이 가상화 작업을 마쳤으니까 성공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해 셀프서비스 포털을 만들었거나 만드는 중이라 답한(그래프 6) 라이트스케일 응답자의 84%조차도 필자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사용자들이 사전 설정된 가상 머신을 개시할 수 있는 웹 페이지를 만드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웹 페이지들이 분명 유용한 것은 맞지만, 데브옵스(DevOps)로 간소화해서 복잡한 멀티-VM 애플리케이션을 배치, 관리,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프 6>클라우드 서비스로 셀프서비스 포털을 만든 기업
클라우드를 도입하면, 현업은 IT를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된다. ‘로그 IT(rogue IT)’라 부르던(IT부서가 현업의 자체 도입을 지칭할 때 자주 사용하는 용어다), ‘섀도우 IT’라 부르던(이 역시 자체 도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또 다른 경멸 섞인 용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제2형 IT(Type 2 IT)’라 부르던(전통적인 IT가 아닌 IT 바깥에서 도입된 IT로 가트너가 말한 새로운 관행의 IT다. 최근 필자가 쓴 글에서도 다룬 바 있다), 기업들은 IT가 빨리 제자리를 찾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섀도우 IT가 건재하는 이유
이 조사 결과들을 보면, 왜 섀도우 IT가 아직 건재하는지 알 수 있다. 현업에서는 자신들의 제품에 IT를 결합해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10여년 전 베스트셀러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를 출판한 레이 커즈베일은 자신의 책에서 현재 우리 사회는 전환점에 서 있으며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모든 것이 정보 재화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압박에 직면한 현업들은 필요한 것을 지원하고 최악의 경우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를 숨기는 컴퓨팅 환경을 향해 나아가는 지원 조직들을 보며 오늘의 문제를 오늘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솔루션을 찾으려 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전통적 IT도 한 몫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만일 위의 조사 결과들이 정말 사실이라면, IT가 제 몫을 다 해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이다.
*Bernard Golden은 와이어드닷컴(Wired.com)이 선정한 클라우드 컴퓨텅에 대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클라우드파운드리(CloudFoundry)의 독립 공급사인 액티브스테이트 소프트웨어(ActiveState Software)에서 전략을 담당하는 부사장이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