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무어(Geoffrey Moore)의 캐즘 넘어서기(Crossing the Chasm, 국내 번역서명 ‘캐즘 마케팅’)는 지난 20년 동안 실리콘밸리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책 가운데 하나다.
그는 이 책에서 기술 도입은 종형 곡선의 형태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신기술을 앞서 활용하려는 혁신자(innovator)에서 기술이 서비스로 정착되기를 기다리는 뒤늦은 수용자(Laggard)까지 이어지는 곡선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기술 열광자(Technology Enthusiast, 시장의 약 15%)와 실용주의자(Pragmatist, 시장의 85%) 사이에 캐즘(Chasm, 단절 또는 균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기술 열광자에 해당하는 구매자들은 미완성이라 세련되지 않은 제품을 구매할 의사를 갖고 있다. 반면 실용주의 구매자들은 벤더들이 ‘완전한’ 제품을 공급하기 요구한다. 이용하기 쉽고, 트레이닝과 서비스가 제공되고, 회사들이 현지에 위치해 직접 접촉을 할 수 있는, 한 마디로 간편하게 도입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즉 완전한 제품이 구현되지 않는다면, 그 신기술은 캐즘을 극복할 수 없고 결국 일부의 시장에서만 사용되며 좌초된다.
반면 무어의 이론(Moore’s theory )은 대다수 엔터프라이즈 IT부문이 지향하는 방향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기업 IT 부문은 특정 시장 부문에서 확연히 승자가 부상하기를 기다리면서 서서히 신기술을 도입한다. 이들 조직은 자신들의 제품을 시험해보라는 신생 창업기업의 간청을 냉대하면서, 어느 한 벤더가 엔터프라이즈급 기술을 전달할 준비를 마칠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나 현재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IT들이 캐즘을 넘어, 혁신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으며, 이런 행동 변화가 기존의 질서를 크게 파괴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기술 산업의 혼동과 불안을 설명한다. 현재 엔터프라이즈 IT의 정의를 놓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기존 벤더와 중견 IT전문가가 한편이고, 신생 창업기업, 오픈소스 기업, 신기술 활용에 중점을 두는 IT 전문가가 다른 한편이다.
가트너는 이런 상태를 ‘바이모달(Bimodal) IT’로 지칭하고 있다. 완전히 다른 두 가지 IT 접근법이 혼재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바이모달 IT: 레가시 IT와 혁신적인 IT
첫 번째 접근법: 레가시 IT는 (오라클 등) 레가시 벤더에 의해 크게 표준화된 (ERP 등) 기능성을 갖춘 사유 애플리케이션, 기능성, 프로세스에 중점을 둔다. 자주 업데이트되지 않는 소프트웨어 패키지로 구성되어 있는 세계이며, (ITIL 등) 느린 수동 프로세스로 관리된다. 또 많은 자본 투자가 필요한 정적인 인프라스트럭처에 기반을 두고 있고, ‘저가 또는 저비용을 구현할 수 있는’ 공급자에게 아웃소싱 되는 경우가 많은 IT다.
두 번째 접근법: 혁신적인 IT는 엔터프라이즈를 대상으로 개별화된 기능성을 중시하며, (몽고 등)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독자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한편, (Urban Airship 등) 초기 단계 벤더들의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또 자주 변경되며, (데브옵스 같이) 자동화된 프로세스로 관리하고, (AWS 등) 클라우드 컴퓨팅 공급자가 관리하는 환경에서 사용한 자원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는 가변적이고 탄력적인 인프라스트럭처에 기반을 둔다.
바이모달 IT: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세계관
AWS 리인벤트(Reinvent) 컨퍼런스에서 가트너의 리디아 레옹 애널리스트는 바이모달 IT의 특징들을 자세히 설명했다. 필자는 바이모달 IT가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IT 운영 방법과 전달 대상에 관한 비전이 서로 다르다.
이 두 가지 세계관의 대립은 필자는 이 안건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코카콜라가 두 차례 발표를 했다는 사실을 주목했고, (인정하지만 다소 비판적인 태도로) “코카콜라가 리인벤트에서 두 차례 세션에 참가. 엔터프라이즈가 AWS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더 많은 증거”라는 트윗을 올렸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림에서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한) 한 사람이 다른 세계관을 반영해 보였다. “코카콜라의 기업 활동이 뭘까? 엔터프라이즈에 해당하는 일? 아니면 외부를 상대하는 일?” (그림 3에서처럼) 트윗이 계속 오고 갔다.
필자는 “외부를 상대하는 일이 엔터프라이즈 IT”라고 트윗을 올렸고, 상대방은 “엔터프라이즈 IT는 백오피스(기업 내부 기능 지원)가 전제임. 일부 기업이 클라우드 기반에서 엔터프라이즈 IT를 처리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은 진정한 의미의 엔터프라이즈가 아님”이라고 반박했다.
즉 특정 세계관에 상반되는 팩트(사실)를 부정하는 ‘인지 부조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마켓워치(MarketWatch)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지난 해 47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회사다. 코카콜라는 GM(General Motors)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대형 엔터프라이즈에 해당하는 기업이다.
퍼블릭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지속적이고 확고한 부정적인 시각은 바이모달 IT가 부상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또 기업 IT의 변화 필요성을 주목하는 기업 경영진과 새로운 IT 임원들이 두 번째 접근법을 주도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변화가 시급하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경제 전반의 ‘파괴적인 변화’가 IT의 방향, 고객과 경쟁자의 특성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 산업을 예로 살펴보자. 5년 전만 하더라도 힐튼의 주요 경쟁사는 매리어트(Marriott), 하얏트(Hyatt), 쉐라톤(Sheraton)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에어비엔비(Airbnb) 덕분에 지구상의 모든 침실이 경쟁자가 됐다. 경쟁 지형이 완전히 바뀌었고, 저비용의 객실 예약 시스템을 지원했던 IT 조직은 이 새로운 (외부 지향형) 지형에 대응할 수 없다.
그러나 IT가 변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변화의 대상을 확신하지 못하는 기업 및 IT 임원들이 많다. 이에 고려해야 할 부분 몇 가지를 소개한다.
– 새 애플리케이션에 필요한 부분을 이해한다. 마이크로서비스, PaaS, NoSQL, 오픈소스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패러다임의 토대 역할을 한다. 새로운 방식으로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와 구성 요소에 접근해야 한다. 벤더 포트폴리오를 증가시켜야 하는데, 벤더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기 위해 10년 정도의 이니셔티브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어려울 수 있다.
–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의 운영 니즈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인프라스트럭처를 도입해야 한다. 대다수 애플리케이션의 로드가 규칙적이라는 이유로 퍼블릭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불가피한 변화의 힘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는 계속 체격이 커지는 십대 자녀에게 과거에는 맞았다는 이유로 스몰 사이즈 셔츠를 계속 입도록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래에는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이 퍼블릭 클라우드에 기반을 두게 될 것이다. 단순한 ‘호스팅 2.0’이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도입해야 한다.
– ‘혼재’로 대변되는 미래를 수용해야 한다. 자바는 과거 코볼과 마찬가지다. 레가시 프레임워크와의 통합을 중심으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하지 않다. LAMP 또한 노후화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MEAN(MongoDB, Express.js, Angular.js, Node.js)가 이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MEAN만 사용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더욱 풍부하고 복잡한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의미이다.
– 새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통합시켜야 한다. 1년 전 대화를 가졌을 때, 레옹은 대다수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공급업체의 문제는 현재가 아닌 2010년의 AWS와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WS는 지난 해 리인벤트 컨퍼런스에서 실시간 이벤트 처리 서비스인 키네시스(Kinesis)를 발표했다.
필자는 키네시스가 IoT에 미칠 영향력이 EC2가 컴퓨팅 세계에 미친 영향력과 버금갈 것이라고 판단한다. 올해에는 고성능, 고가용, MySQL 호환 데이터베이스 서비스인 오로라(Aurora)를 발표했다. 오로라는 저가에 놀라운 확장성을 제공하면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들이 출현하도록 만들 잠재력을 갖고 있다. 엔터프라이즈는 이런 발전상을 추적하고, 이를 이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평가해야 한다.
-새로운 조직 구조를 구현해야 한다. 전통적인 IT의 대다수는 이런 새로운 세계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새로운 세계에 맞는 새로운 조직 구조를 준비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주류 엔터프라이즈(대기업)들이 시작한 혁신 실험실(Innovation Labs)의 성장에 놀랐다. 필자는 초기 이런 혁신 실험실을, 기업들이 ‘신기술’에 관한 평판을 구축하기 위해 이용하는 ‘포템킨 빌리지(겉치레)’로 평가절하 했었다. 그러나 이런 판단은 잘못됐다. 혁신 실험실은 기업들이 실험과 혁신을 촉진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간 몇몇 혁신 실험실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으며, 그곳의 인적자원, 틀을 벗어난 사고, 추진하고 있는 창조적인 솔루션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물론 모든 실험과 이니셔티브에서 성과를 일궈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IT는 기존의 책임과 솔루션에 사로잡혀 불가피한 ‘제3의 플랫폼(Third Platform)’에 제대로 대처를 할 수 없다. 그리고 당신의 회사는 변화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새 툴과 아키텍처에 정통한 인재들로 혁신 실험실을 채워야 한다. 새로운 부류의 인적자원을 채용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혁신 실험실과 주류 IT 조직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겉치레로 전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 더 빠른 속도와 더 큰 위험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전통적인 IT는 위험 경감에 초점을 맞춰왔다고 말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상시 경계를 했고, 그러다 보니 속도가 느렸다.
그러나 과거는 과거이고, 현재는 현재다. IT가 과거의 방식으로 대응을 하면 제3의 플랫폼이 초래하는 도전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 또 변화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 스스로 변해야 하며, 불확실성의 감소와 위험의 증가를 수용해야 한다. ‘많은 변화’를 주창하고 있지만 매트릭스와 보상은 전통적인 요건들을 중시하고 있다면, 변화 없이 ‘립 서비스’만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요건들에 가치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마크 앤드리슨(Mark Andressen)의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 치우고 있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는 문장을 인용한 프레젠테이션이. 경제 전반에서 파괴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것이 IT의 역할을 통째로 바꾸고 있다. 성숙한 제품을 늦게 도입하는 대신, 첨단 솔루션을 혁신적으로 창조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엔터프라이즈 IT는 무어의 캐즘 우편에 수동적으로 서있는 대신 새로운 기술들을 통합시키기 위해 손을 내뻗고 있다. 지금은 이런 과정의 초기 단계다.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엔터프라이즈 IT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 점차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Bernard Golden은 와이어드닷컴(Wired.com)이 선정한 클라우드 컴퓨텅에 대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클라우드파운드리(CloudFoundry)의 독립 공급사인 액티브스테이트 소프트웨어(ActiveState Software)에서 전략을 담당하는 부사장이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