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IT직종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10년 전에는 별도로 있었던 IT업무를 자동화 덕분에 한 사람이 처리하면서 일부 IT
1990년대 중반 <인포월드>의 자매지인 <PC월드>를 포함한 몇몇 기업들에서 인터랙티브 디스크를 개발했다. 롭 테리라는 사람이 이 개발을 담당했는데, 그가 맡았던 업무는 당시만 해도 새로운 문물이었던(?) 인터넷이라는 것에 연결된 일렉트로닉 버전의 매거진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테리는 “당시 CD-ROM은 모든 스토리지 문제를 해결해 줄 마법 같은 옵티컬 드라이브로 주목받았다. 값비싼 장비를 다루며 글래스 마스터링을 하는 모습은 마치 무슨 신비로운 마법이라도 되는 양 받아들여졌다. 웹/하이브리드 CD의 경우 모든 하이퍼링크를 워드에서 수작업 처리한 후 그 문서를 시애틀에 있는 회사로 보내면 거기서 검수 작업을 거쳐 브라우저에 디스플레이 되었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러다 새로운 출판 수단으로 웹이 등장하면서 인터랙티브 디스크는 한순간에 컵 받침 정도의 취급을 받게 되었다. 테리도 그에 맞춰 일하는 분야를 전자출판에서 전자상거래로, 또 거기서 바이오 인포매틱스로 옮겼다. 고객사의 주문을 받아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는 일이었다. 그는 현재 상업 어선들에서 트롤망에 걸린 어류 관리를 돕는 전문업체 스마트 캐치(Smart Catch)의 창업자이자 CTO로 일하고 있다.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그간 IT 업계에서는 주목받았던 기술들이 허무할 만큼 빠르게 차세대 기술로 대체되는 사례가 여러 차례 등장했다. 테리가 일하던 당시만 해도 인터넷이 세상을 180도 바꾸어 놓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늘날 우리는 자동화, 인공지능, 그리고 SaaS나 PaaS 등 각종 서비스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생기는 세상에 살고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테크놀로지 직종들(설령 개발자나 데이터 과학자 같이 소위 가장 ‘잘 나가는’ 직종들) 중에도 하루아침에 과거의 유물로 전락할 직종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 분야에는 무엇이 있으며, 어떻게 하면 도태를 막을 수 있을지 살펴보자.
사어가 된 프로그래밍 언어들
과거에는 특정 기술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면 취업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요즘엔 한 분야만 깊게 파고드는 것은 빠른 퇴직의 지름길이다.
리퀴드VPN(LiquidVPN)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 데이빗 콕스는 “처음 IT업계에 발을 디뎠을 때는 윈도우 서버 관련 작업을 많이 했다. 그러나 애저와 리눅스의 부상으로 윈도우 관리자들은 실직자가 되었다. 예전 직장 동료 중 상당수가 리눅스에 적응하거나,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컴티아(CompTIA) 제품 개발 이사인 디렉터 제임스는 특정 언어나 운영체제, 제품에 최적화된, 혹은 전문성이 높은 직종일수록 도태 가능성도 커진다고 이야기했다.
스탠저는 “반복 작업하는 직군들, 그리고 한 가지 OS나 업체 시스템에만 집중된 직군들이 특히 위험하다. 오늘날 IT업계에서 중요한 건 IT업체나 OS가 아니라 정보가 어디에 있으며 그것을 얼마나 잘 저장하고, 조작하며, 보호할 수 있는지다. 즉, 다수의 시스템을 연결하는 역량이 핵심이다”라고 강조했다.
잡 리더십 컨설팅 업체 라이온솔로지(Lionsology) 대표이자 코치인 엘리자베스 라이언스는 가장 전형적인 예로 코볼(Cobol)을 들었다. 아직 대규모 금융 기관들에서 기존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어 그러한 기술력을 갖춘 베이비붐 세대들이 괜찮은 연봉을 받으며 일하고는 있지만, 확실히 관련 기술력에 관한 수요는 전보다 줄었으며 머지않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라이언스는 “직책에 ‘컴퓨터 오퍼레이터’가 들어간 것들, 즉 메인프레임에서 테이프 스토리지를 관리하는 모든 종류의 직종들도 마찬가지다. 코볼 프로그래머들이 그 전형적인 예시이다. 우선 공급이 너무 적은 데다 아직 수요도 있어 급여가 높게 유지되고 있지만, 큰 흐름 속에서 보면 머지않아 사라질 직업이다”고 말했다.
C, C++ 언어에만 익숙한 코더들도 마찬가지라고 라이언스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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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이제는 자바나 닷넷으로 옮겨가고 있다. 몇몇 금융 기관들의 시스템이 아직까지 C++에 기반을 뒀으므로 그 언어를 사용하는 코더들에 대한 수요도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취업정보 사이트 래더스(Ladders)의CTO 조프리 본은 스몰토크(Smalltalk), 플렉스(Flex), 파스칼(Pascal) 등도 한때는 흔히 사용되던 프로그래밍 언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순간에 구체제 유지에만 쓰이는 한물간 언어가 되고 말았다. 엔지니어, 프로그래머들이 지속해서 새 언어를 배워야만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대신 한물간 시스템 관리에만 매진하는 처지가 될 것이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온라인 프로그래머 커뮤니티 스택 오버플로우(Stack Overflow)의 데이터 과학자 줄리아 실지는 IT전문가들이 웹사이트의 Q&A 섹션에서 언제,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지켜보면 새롭게 떠오르는 언어와 기능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몇 년 전, 실지는 루비 온 레일스(Ruby on Rails)에 관한 글이 주말보다 주중에 많이 태그되기 시작하는 현상을 목격했다. 실지에 따르면, 이는 해당 언어가 더 이상 코더들이 남는 시간에 공부하고 취미 삼아 살펴보는 언어가 아니라 실제 업무 환경에서 쓰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요즘은 PHP, 워드프레스, 그리고 램프(LAMP) 등이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리액트(React), 앵귤러(Angular), 스케일라(Scala) 등이 상승세에 있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커리어 웹사이트 다이스(Dice) 대표 밥 멜크는 이처럼 유행은 계속 바뀐다고 강조했다.
멜크는 “지금 가장 화젯거리인 언어가 자바와 파이썬이지만, 이것들이 5년 뒤에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럼 어떤 언어가 이들의 자리를 대체할까? 그건 그때가 돼 봐야 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준비를 해 두는 것이다”고 말했다.
인공호흡기 단 채 연명하는 관리 직종들
커리어 웹사이트 인디드 프라임(Indeed Prime) 부대표 테렌스 츄에 따르면, 클라우드로의 대규모 이전으로 IT인프라를 관리하는 직종들, 예컨대 네트워크 엔지니어나 시스템 관리자 등은 하향세에 있다. 하지만 이들 직종 중 일부는 IT에서 나와 다른 부서로 옮겨가고 있다.
츄는 “예전에는 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기술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은 대부분 IT 부서에 채용됐다. 하지만 요즘엔 엔지니어링, 제품 관리,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심지어 디자인 등 IT기술력이 IT 부서뿐 아니라 다른 부서에서도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컴티아의 스탠저는 이제 시스템 관리자들을 찾으려면 어두운 서버실이 아니라 마케팅이나 세일즈 부서로 가야 한다. 그러면 CRM 이행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 관리자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부서로 이주하는 것 외에도 클라우드-모빌리티-IoT 시대에 요구되는 역량을 갖춤으로써 여전히 IT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모든 것이 서비스 수준 협약을 통해 모든 것이 이뤄지는 시대에, 클라우드 업체와의 계약을 관리 감독하는 것은 시스템 관리자의 몫이 될 것이다. 따라서 시스템 관리자는 계약서를 읽고, 해석하며, 기술 언어를 경영진이 이해할 수 있는 비즈니스 언어로 치환할 수 있어야 한다.”
멸종의 운명을 피하고픈 네트워크 관리자도 마찬가지다. 멜크는 이들 역시 빠르게 클라우드 아키텍처에 대한 전문성을 획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이스의 2017년 조사에 의하면 네트워킹 및 스토리지 전문가의 급여는 모든 IT 직종을 통틀어 가장 가파른 증가추세에 있었다. 하지만 이는 클라우드에 익숙한 네트워킹 및 스토리지 전문가에게 국한된 이야기였다.
그는 “라우터와 하드웨어밖에 모르든 관리자라고 해도, 살아남고 싶다면 온-프레미스에서 벗어나 클라우드 기반 기술을 익혀야 한다”고 밝혔다.
썬가드 어베일러빌리티 서비스(Sungard Availability Services)의 리드 CTO 아키텍트 토드 롭키는 구형 데이터베이스 관리자들도 예외는 아니라고 말했다.
롭키는 “서비스로서의 데이터베이스(database as a service)로 이제는 모든 IT부서에 꼭 데이터베이스 관리자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예전보다는 줄어들었다. 인포믹스(Informix)의 DB 관리자로 20년 넘게 일을 했다고 해도, 새로운 기술을 배우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선택지가 확 줄어들 것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기술 직업 시장의 급격한 침체
그 밖에 한때는 잘 나갔던 IT직종이 멸종위기까지는 아니지만, 확실히 수요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과거 한 사람의 전담자가 진행해야 했던 작업이 각종 고정밀 툴의 등장으로 간소화, 자동화됨에 따라 기술 포트폴리오의 한 부분 정도로 축소된 것이다.
한때 기업 IT부서 내부에 개별 직종으로 존재하던 웹 마스터와 SEO 전문가, 소셜 미디어 전략가의 직무가 이제는 마케팅 담당자의 일과로 편입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장 최근에는 데이터 애널리스트 직무와 관련한 변화가 눈에 띈다. 빅데이터의 규모가 축소되며 발생하는 흐름이다.
로버트 하프 테크놀로지(Robert Half Technology)의 상무 존 리드는 “2~3년 전 시장의 모든 관심은 ‘빅데이터’를 향해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용어를 입에 담는 이를 자주 만나긴 어려운 상황이다. 빅데이터는 그저 또 다른 데이터가 됐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전략을 명확히 설정하고, 그에 적합한 기술과 대시보드를 명확히 설정해나가고 있고, 그에 따라 빅데이터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는 더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데이터의 중요성 자체는 여전하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처리하는 툴의 빠른 진화가 인력 수요를 상쇄하고 있다는 것이 리드의 설명이다.
스택 오버플로우의 실지는 “오늘날 데이터 과학자 중 박사 학위가 없는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다. 그러나 5~10년 이내로 대부분 데이터 과학자들이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대신 전문 교육을 밟는 경로를 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IEEE 컴퓨터 소사이어티 전직 대표 짐 아이작은 데이터 애널리스트가 되는 것도 데이터베이스 전문가로서 경력을 확장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DEC, IBM, 인텔 등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그는 “모든 분야에는 기회의 창이 있다. 데이터 분석은 현재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며 파도의 최정점을 타고 있다. 10년 후에도 여전히 데이터 분석은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당신이 지금과 같은 회사에서 같은 직책을 달고 일하고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화무십일홍
인디드 프라임의 츄는 오늘날 시장에서 개발자 직무에 대한 인기는 프론트 엔드와 백 엔드, 모바일, 풀 스택을 가리지 않고 뜨거운 상황이라 이야기했다.
그러나 노스웨스턴 유니버시티-실리콘 밸리(Northeastern University-Silicon Valley)의 지역 학장 PK 아가월은 인공지능의 발전이 이 직종의 쇠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기능할 것이라 바라본다. 노스웨스턴 유니버시티-실리콘 밸리는 현직자를 위한 비즈니스, 경영, 기술 학위 및 인증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산학협력 기관이다.
아가월은 “2020년 이후 산업에서 코딩 담당자를 만나보기가 한층 어려워질 것이다. 코딩 작업의 90%가량이 비즈니스 용례에 따라 규격화되고 있고, 그 처리 역시 컴퓨터 로직으로 전환되고 있다. 앞으로 이 활동은 머신러닝과 로우엔드 AI의 역할로 변화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아이작은 향후 인기가 주춤할 또 다른 직종으로 IoT 엔지니어를 이야기했다. 임베디드 기기용 운영 체제 작성 역량은 큰 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이지만, 향후 수년 내 IoT 시장의 변화에 따라 관련 전문 역량에 대한 수요와 처우 역시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게 아이작의 시각이다.
아이작은 “80년대 PC 시장의 상황을 되짚어보면 IoT의 미래에 대한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싱클레어(Sinclair)나 TRS 80 등, 당시 시장엔 수백 종의 대안이 존재하고 있었지만, 그 경쟁은 불과 수년 만에 IBM과 애플의 양자구도로 전환됐다. IoT 시장 역시 그러리라고 본다. IoT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가고 싶다면, 수면 아래의 흐름에 주의를 기울이며 미래 기회를 세밀히 내다봐야 할 것이다”라고 당부했다.
도태되거나, 도약하거나
아가월은 IT업계의 한물간 전문가가 되지 않으려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배우고자 하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속해서 자기 계발을 해 나갈 수 있는지, 자신이 가진 기존의 지식을 이용해 차세대 기술에 적응할 수 있는지, 무엇보다 평생 동안 새로운 것을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멜크는 꾸준히 배우고,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오히려 IT전문가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IT에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퇴물’이 되는 직종은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어떤 직종이든 거기에 요구되는 역할이 변할 뿐이며, 바로 그 부분이 테크놀로지 전문가들을 힘들게 한다. 대학에서 배웠던 기술, 그리고 일하며 익힌 기술이 완전히 쓸모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속해서 업데이트하고 확장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런 부분을 제외하면, IT 직종에서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소프트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 세일즈, 마케팅 등 다양한 부서 직원들과 소통해야 한다. 기관 전반에 대한 이해를 골고루 키워두면, 당신은 향후 기업에서 기술의 진행 방향을 결정할 때 가장 큰 발언권을 가진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테리는 자신을 단순히 자바 개발자나, 데이터베이스 관리자, 혹은 인터페이스 디자이너로만 한정시켜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비록 자신이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머지않아 새로운 파도가 밀려들어 올 것이다. 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아주 잠깐 높게 일다 바스러지는 파도가 아니라 파도를 타며 나아가는 배 위에 설 수 있다. 목표 지점을 설정해 두고 거기에 도달하기만 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고 말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함께 진화해야 한다.
*Dan Tynan은 CD-ROM 전문지 편집장을 지냈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