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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ing Editor

뇌출혈 환자의 목숨 구한 구글 글래스 ‘보스턴 병원 사례’

기획
2014.05.095분

2012년 여름 구글의 I/O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구글 글래스가 처음 선보였을 당시, 이것은 (적어도 몇 년 간은) 단지 호기심 많은 일부 사람들을 위한 값비싼 사치품 정도로만 여겨졌다. 실제로 구글 글래스는 아직 폭넓은 보급 수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가격 역시 1,500 달러 수준에서 내려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이를 활용할 때 혁신적인 도구로써 가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스 이스라엘 디코네스 메디컬 센터의 구글 글래스

5월 6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IEEE 컴퓨터 소사이어티(IEEE Computer Society)의 ‘모바일 클라우드의 록 스타(Rock Stars of Mobile Cloud)’ 행사에서, 이 지역 병원인 베스 이스라엘 디코네스 메디컬 센터(BIDMC, 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의 CIO 존 D. 할램카는 이 병원이 인명 구조 활동에 구글 글래스를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다음은 구글 글래스가 어떻게 BIDMC의 환자를 구했는지에 관해 할램카가 응급실 전문의인 스티브 홍 박사와 나눈 대화의 일부다.

“심폐 소생실에서 긴급하게 호출했다. 대량 뇌출혈 환자와 관련한 문제였다. 뇌출혈 환자의 경우 신속히 혈압을 조절해 출혈량을 낮추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환자의 입에서 자신이 어떤 혈압약에 대한 심한 알러지 반응이 있다는 말이 간신히 새어 나왔다. 안타깝게도 그는 그 약물의 이름까진 기억하지 못했고, 그 정보가 컴퓨터에 저장돼 있다고 이야기했다. 약물 알러지가 있지만 환자가 그 약물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는 흔하다. 평소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약물 정보를 숙지하고 있는 환자라 해도 극도의 혼란 상황에 처하면 그것을 기억해내지 못하곤 한다. 이런 경우에는 일단 응급 처치를 시행하며 환자의 의료 기록을 철저히 검토해봐야 한다. 그런데 이번 경우에는 구글 글래스가 큰 도움을 줬다. 이를 이용해 나는 컴퓨터 앞에 앉지 않고도 그가 어떤 약물에 알러지가 있는지, 또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은 없는지를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며 파악할 수 있었다.”

“혈액 희석제 투여와 항고혈압성 치료가 지연될 경우, 환자가 영구 장애를 입거나 심할 경우 사망할 수도 있는데, 현장에서의 즉각적인 정보 파악을 통해 이 환자는 위험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응급 처치 현장에서의 의학 정보 접근과 의료 기록 검토 기능은 향후 의료 현장에서 구글 글래스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가치 가운데 하나라고 기대한다.”

할램카가 전한 당시의 상황은 훨씬 더 극적이었다. 의사가 약물이 가득 찬 주사기를 환자의 피부에 꽂으려는 순간, 구글 글래스가 해당 약물이 환자에게 알러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준 것이다.

구글 글래스는 오늘날 뜨거운 감자지만, 그에 관한 대부분의 시각은 당장의 실제적인 활용 방안보다는 미래의 전망에 맞춰져 있다. 보스턴 행사에서 할램카의 사례 소개에 대한 청중들의 반응도 냉소가 아닌 환호가 주를 이뤘다. 청중들의 눈에는 구글 글래스가 가져올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역력했다. (각종 IT컨퍼런스나 행사에 참석해온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일부 신제품 공개장을 제외하고, 특히 IT에 초점이 맞춰진 포럼들에서 야유건 환호건 청중들의 적극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존 D. 할램카가 직접 구글 글래스를 써봤다.

BIDMC가 처음 구글 글래스를 도입한 것은 2013년 12월 17일로, 응급 의료 지원을 위한 테스트 차원에서 4대가 도입됐다. 이듬해 1월에는 10명의 직원들에게 구글 글래스가 추가로 도입됐고 피드백 공유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할램카 개인적으로는 지난 여름부터 개인 블로그를 통해 글래스 사용 경험 후기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그가 블로그에 소개하지 않았던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도 들을 수 있었다.

한 사례로, 새로운 글래스를 지메일이나 구글+, 구글 지도 등 여타 구글 서비스와 연계하기 위해서는 구글의 이용 약관에 동의해야 한다. 특히 해당 기기가 기업, 혹은 병원과 같은 보안 환경에서 이용될 경우, 프라이버시와 관련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구글 서비스 전반이 아닌, 글래스와 관련한 프라이버시 문제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BIDMC는 글래스에서 구글 소프트웨어를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이러한 문제의 가능성에 대응했다.

할램카는 “우리 ‘BIDMC 브랜드’의 구글 글래스에 구글 소프트웨어는 필요하지도, 존재하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할램카와 그의 팀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업체인 웨어러블 인텔리전스(Wearable Intelligence)와 협업해 맞춤 소프트웨어 및 기능을 개발했다. 이는 병원의 내부 방화벽 보안 와이파이 네트워크에서만 연결할 수 있다.

다음은 그가 2014년 4월 기고한 한 블로그 글의 일부다:

“웨어러블 인텔리전스는 제스처(싱글 탭, 더블 탭, 핑거 스와이프 등) 및 시선 이동을 통한 스크롤, QR 코드 촬영, 음성 명령 등 글래스만의 독특한 기능들을 이용한 맞춤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설계했다. 지금은 정보를 보여주는 방식을 간소화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우리 병원에서는 실시간 음성 받아쓰기 기능을 활용해 직원과 의료진 간의 의사 소통을 효율적으로 하고 있다.”

“몇 개월의 테스트를 거친 후 우리는 응급실의 의료진들에게 글래스를 추가 배치했고, 테크놀로지의 의료적 영향력에 대한 기관 평가 위원회의 1차 승인 연구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할램카는 글래스를 비롯한 웨어러블 기기가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전해준 가치를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이제는 아이폰을 손에 쥘 필요가 없어졌다. 덕분에 세균 전파의 위험도 사라졌고, 치료 과정에서 각종 경보나 정보를 전달 받는 과정도 간편해졌다. 이제는 환자의 상태와 동료 의료진의 메시지를 한 눈에 담을 수 있게 되며 응급 처치 과정에 대한 협업이 훨씬 용이해졌다. 의료 활동의 효율성은 큰 폭으로 향상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아직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도 존재한다. 할램카가 지적한 대표적인 문제로는 작은 스크린 크기에서 오는 낮은 해상도(글래스의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640×360 픽셀로, 오늘날의 풀 HD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등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BIDMC 등의 의료 기관들에선 HD 해상도가 실제로 필요하진 않을 것이란 설명도 덧붙인다.

할램카는 현재의 기기 가격은 대중들이 접근하기엔 지나치게 높지만, 머지 않은 시일 내에 큰 폭의 가격 하락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병원 측의 지원이 없었기에 할램카 역시 1,500 달러를 지불하고 자신의 기기를 구매해야 했다.)

몇몇 부분에서 아쉬움을 지적하긴 하지만, 할램카는 의료 테크놀로지 시장에서 글래스의 밝은 미래를 점치는 인물이다.

IEEE 컴퓨터 소사이어티의 행사에서 할램카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웨어러블 기기 덕분에 한 생명을 살렸다는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할램카는 지난 3월에는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난 두 손이 자유로워야 하는, 그리고 정보에 대한 즉각적인 접근이 가능해야 하는 의사들을 지원하는데 웨어러블 기기들이 지금의 태블릿을 대체할 것이라 믿는다”라고 이야기했다.

*Al Sacco는 CIO닷컴 기자다.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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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 Sacco was a journalist, blogger and editor who covers the fast-paced mobile beat for CIO.com and IDG Enterprise, with a focus on wearable tech, smartphones and tablet PCs. Al managed CIO.com writers and contributors, covered news, and shared insightful expert analysis of key industry happenings. He also wrote a wide variety of tutorials and how-tos to help readers get the most out of their gadgets, and regularly offered up recommendations on software for a number of mobile platforms. Al resides in Boston and is a passionate reader, traveler, beer lover, film buff and Red Sox f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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