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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과정의 연속”··· 빅뱅 접근을 지양하는 기업들

1년 전 새넌 가쓰가 AMAG 제약사의 기술 책임자로 취임했을 때 이 회사에서는 전사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노력이 한창이었다. 가쓰와 그녀의

현재 부사장이자 기술책임자인 가쓰는 이 프로젝트가 그 명백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조직 규모에 맞지 않는 투자였다. 우리에게 맞지 않는 투자였다”라고 회고했다. 필요한 핵심 역량의 대부분은 이미 기존의 플랫폼에 존재했고 업그레이드 만으로도 구현될 수 있었다는 판단이었다.

잠시 멈춰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덕분에 가쓰는 이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주요 리더들에게 “우리는 현 시점에서 정말 그 정도의 투자를 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함으로써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증액 투자로 문제의 80%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그 예산으로 조직 내에서 해결해야 할 다른 문제는 없는지도 그들이 던진 질문들 중 하나였다. 그들은 결국 가쓰의 평가에 동의했다. 

가쓰는 “의미 있는 혁신만 추구한다. 무언가 매우 계획적이고 목적 지향적인 것을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요즘엔 조직이 거대한 변화를 겪는 와중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야기하는 피로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을 흘기거나 미간을 찡그리곤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것을 의미한다. 마케터들에게는 웹 판매와 모바일 판매로의 이전을 뜻하고, 석유 및 가스산업이나 물류회사에 있어서 그것은 공급망과 생산 설비를 디지털화 하거나, 그들의 운영 기술에 분석을 도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빠른 기술 혁신에 대한 압박이 가해지고 있지만 목표를 정확히 파악하고 성공을 정의하려는 노력이 종종 잘못된 소통과 실패로 이어지기도 한다. 제너럴 일렉트릭(이하 GE)과 같은 일부 대기업들은 이미 전사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하다 삐끗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조직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CIO 상당수는 ‘빅뱅’ 방식의 전폭적인 접근에 거부 반응을 보인다.

“빅뱅 이라고 하면 실제 근로 현장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이 아니라, 조직을 기둥 뿌리째 바꾸어 놓는 열정적 리더십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기술 혁신이라는 개념은 사실은 일상적인 변화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고 델라웨어 윌밍턴에 위치한 비영리 교수 보건 시스템 업체 크리스시아나 케어 헬스 시스템(Christiana Care Health System)의 CIO겸 혁신전략개발 부사장 랜디 가브리얼은 말했다. 

포레스터 리서치에 따르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한 기업 중 약 3분의 2 가량은 마케팅, 판매 또는 엔지니어링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에서 지시하는 전사적 시도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조직의 21%는 자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 “완료되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홉킨스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하다보면 이것이 한 번의 시도와 성공을 통해 끝나는 빅뱅 식 변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결과가 아니라 지속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CIO들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조심스럽고 계산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

포레스터는 전체 기업의 56% 가량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 투자 수준이나 변화의 폭은 대부분 제한적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은행과 보험사들 중에는 34%만이 마케팅 관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하고 있고, 45% 가량 만이 고객 관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모바일 기기를 대규모로 채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놀라운 일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경험한 몇몇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겪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여정과, 천천히 시간을 들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하면서 배운 몇 가지 교훈들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다. 

부담감으로부터 자유로운 혁신
캘리포니아 라이프 앤 헬스 인슈어런스(California Life & Health Insurance Co.)의 블루 쉴드는 2017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일종의 하이브리드 접근을 시도했다. 완전한 ‘빅뱅’도, 그렇다고 점진적인 전환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의 노선이었다. 

블루 쉴드의 부사장이자 CIO인 마이클 매티어스는 “우리의 접근은 그 두 극단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것이었다. 변화의 속도는 빠르게 유지하면서도, 지나친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블루 쉴드는 2019년 말까지 모든 보험의 가입, 청구, 지불을 디지털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처음에 2~3개월 정도의 계획 과정으로 시작했지만, 매티어스의 팀은 이것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변화인지를 깨닫았고 계획을 6~8개월로 수정했다. 

“우리는 C 레벨 리더들뿐 아니라 조직 전체가 이 여정을 함께 하도록 하고 싶었다. 모든 직원들을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여정을 그린 지도를 만들고, 성공했을 때 어떤 것을 달성할 수 있는지, 그런 결과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 주고 싶었다. 우리의 목표는 완전히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 이라기 보다는 변화 자체를 우리의 DNA에 깊숙이 새기는 것이었다”라고 매티어스는 말했다. 

매티어스는 이어 “수 개월에 걸쳐 했던 과정을 다시 또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해야 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있어서 성공이란 무엇을 의미하고, 각자가 어떤 역할과 책임이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하여 CEO, 시니어 팀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라고 말했다.

일단 CEO, 시니어 팀과 합심이 이루어지자, 매티어스의 팀은 보다 빠른 속도로 2019년 8월을 목표로 한 클레임 프로세스의 디지털화와 2019년 10월을 목표로 한 등록 과정을 진행할 수 있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있어서는 ‘바다를 냄비에 담아 끓일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기획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목적과 방식에 대해 사람들을 설득해야만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사업부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분리
일부 업계 관측통들은 GE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실패가 부분적으로는 혁신부서와 다른 부서들의 요구를 분리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GE 디지털을 자체 사업부로 만드는 것까지는 올바른 방향이었지만, GE 디지털에 GE 소프트웨어의 역할과 책임까지 넘겨준 것이 실수였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이니셔티브는 수천 명의 사람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약간의 시간과 예산이 주어진 작은 팀이면 충분하다”라고 제품개발업체 애플리코(Applico)의 설립자이자 CEO인 알렉스 모아제드는 말했다. 

크리스티아나 케어 헬스 시스템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도를 전통적인 사업부와 분리함으로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한 단계 앞당겼다. 이 기업은 전통적인 관습에서 탈피하여 의사, 간호사, 제약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소규모 그룹을 조직함으로써 이들이 빠르게 배우고, 성장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덜 수 있는 가상의 환자 케어 관행을 마련했다.

예컨대 환자가 의사와 내담을 원할 경우 우선 비디오 채팅을 통해 약을 처방해 줄 수 있는 간호사와 가상 방문을 예약할 수 있다. 필요할 경우 의사와 더 심도 있는 상담을 받을 수도 있고, 가까운 응급 진료 센터에 의뢰하여 사전 등록을 함으로써 방문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가브리얼 CIO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와 같은 가상 진료 환경이 시행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10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우리가 중요시 하는 것은 이 계획 자체가 성공하는가, 실패하는가라기보다는 우리가 얼마나 빨리 배울 수 있는가 이다. 우리는 이 이니셔티브가 성공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일부러 더 많이 대화를 나눈다. 애초에 실험적인 이니셔티브였고, 결국 이 이니셔티브가 성공한다는 건 얼마나 빨리 조직 전체가 새로운 것을 배우도록 도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아니다 싶으면 빨리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효과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효과가 있는 것인지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이 새로운 모델이 얼마나 많은 환자를 지원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평균적으로, 1차 진료 의사는 1,500~2,500명의 환자들을 볼 수 있다. 만약 이것을 30%, 혹은 5배 가량 더 늘릴 수 있다면 그야말로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는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가브리얼은 그러나 새 혁신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기 전에, 우선 그 작업을 어떻게 소싱할 것인가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자문해 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변화는 우리의 기존 전략 솔루션들 중 하나를 통해 이루어 질 수 있는가?’, ‘전자 건강 기록 플랫폼이나 ERP 플랫폼, 생산성 플랫폼, 클라우드 플랫폼처럼 전략적 파트너들의 역량 범위 내에 있는 일인가?’, 아니면 ‘최소한 그들의 로드맵에 라도 포함된 변화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이것을 시장에 함께 내놓을 수 있는 협력 기회가 있을 것인가?’, ‘이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는 다른 시장 참여자는 없는가?’, ‘만일 아직 적당한 솔루션이 없는 상황이라면, 이를 내부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겠는가?’ 등과 같은 질문들이다. 

혁신은 빠르게 이루어질 지라도, 의료산업에서 전략적인 계획은 몇 년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크리스티아나 케어에서는 응용 혁신 그룹이 파괴적 기술과 그 기술들이 미래 건강관리에 미칠 영향을 고찰하고 있다. 

“우리는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먼 미래를 생각할 수 있도록, 되도록 7~8년 이후의 먼 미래를 내다보려 한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과거를 되돌아 보는 것이다. 예컨대 5년 이내에 무언가에 완전히 준비가 되어 있기 위해서는 그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기 시작해야 하고, 거기에 완전히 능숙해지기 위해서는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계산에 넣는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1~2년 앞서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접근할 것이고, 예산 책정 주기는 어떻게 계획할 것인가를 내다 보아야 한다. 그래서 설령 앞으로 5년 이내에는 발생할 일이 없는 문제라고 해도 이에 대해 미리 계획함으로써 충분한 숙련도를 쌓아 두는 것이다”라고 가브리얼은 말했다. 

거버넌스를 통한 의미 있는 혁신
AMAG 제약사의 새넌 가쓰는 의미 있는 혁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거버넌스만 제대로 해도 절반은 성공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탄한 시각을 가진 리더가 있어야 한다. 조직의 모든 기능적 영역을 빠짐 없이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단돈 만 원의 예산도 허투루 쓰는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술 조직이 자체적으로 우선 순위를 설정하거나, 아니면 비즈니스 조직이 일방적으로 요구를 하기 보다는 ‘건강한 논의와 명령 체계의 통합’을 달성한 다기능 통치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가쓰는 조언한다. 

그는 “모든 이가 힘을 합쳐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되돌아 갈 수는 없다. 이를 해내지 못하면 변화의 속도에서 뒤쳐지게 되고, 그 혜택 또한 받을 수 없게 된다”라고 말했다. 

강력한 거버넌스는 ‘우는 아이 먼저 젖 주게 되는 상황’도 예방해 준다고 가쓰는 말한다. 펀딩을 요청하는 이들에게 가쓰는 다음의 4가지를 물어 보라고 조언한다: 이 펀딩을 통해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가? 투자로부터 기대되는 실제적, 직접적 가치를 정의할 수 있는가? 리스크를 개괄할 수 있는가? 예상되는 비용을 제시할 수 있는가?

“이러한 기준을 통해 예산을 지급한다면 결정을 내리기 힘든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펀딩을 요구하는 이들도 보다 책임감 있게 행동할 것이다”라고 가쓰는 말했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