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또 다른 혁신 기술을 발표했다.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 애플 워치(Apple Watch)가 스마트워치라는 품목의 가치를 입증하고, 주류로 부상시키고, 이 품목을 선도하고 있다. (애플 워치는 내년 초에 출시될 예정이다.)
앞서 (아이폰과 아이패드라는) 두 차례의 혁신에서처럼, 혁신에 관한 담론을 다루는 소위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혁신의 ‘본질’과 ‘이치’를 놓치고 있다.
이에 애플 워치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 혁신적인 부분을 이야기할까 한다. 먼저, 애플 워치에 관한 담론에서 잘못된 부분과 워치 그 자체의 단점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담론에서 잘못된 부분
먼저, ‘종교’에 관해서는 논쟁할 생각이 없음을 밝힌다. 현재 애플 워치에 관한 온라인 논쟁은 토론과는 동떨어진 분위기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종교나 정치와 마찬가지로, ‘좋은 편’과 ‘나쁜 편’ 있으며, 둘 중 하나에 소속이 되어야 하고, 좋은 편을 찬양하는 한편 나쁜 편에는 반대해야 한다고 다수를 설득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애플이 좋은 편인 사람들에게 애플 워치는 완벽하게 탁월한 제품이다. 애플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이 만든 ‘쓰레기’에서 인류를 구할 ‘희망’을 제시하는 완벽한 제품인 것이다.
반대로 애플이 나쁜 편인 사람들에게 애플 워치는 과거 존재했던 혁신 기술을 형편없이, 그리고 혼란스럽게 복제한 모방품이다. 또 애플의 마케팅력과 애플 추종자들의 복종을 무기 삼아 불공평하게 시장을 지배할, 지나치게 비싸지만 평범한 기기이다.
이렇게 편을 가르는 논쟁은 그 역사가 오래됐을 뿐더러 지루한 논쟁이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이렇게 무턱대고 편드는 논쟁이 애플 워치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해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애플과 어떤 이해 관계도 없으며,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이런 일방적인 편들기에 저항을 할 것을 권한다.
애플 워치의 단점
아직까지는 정보가 부족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가용한 정보를 참작했을 때, 애플 워치는 지나치게 두껍다.
또 개인적으로는 디자인도 그리 좋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애플의 디자인 총괄 수석 부사장인 조나단 아이브(Jony Ive)는 내부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디자인 감각을 더 자유롭게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디자인 감각이란 60년대 말과 70년대 초에 팽배했던 ‘미래형 디자인’이다. (TV 드라마 매드맨의 로저 스털링 사무실을 연상해보기 바란다)
애플 워치 하드웨어는 뭉툭하고, 뚱뚱하며, 보기 싫게 둥글게 처리된 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그렇긴 해도, 애플의 제품 발표장에서 이 제품에 ‘반한’ 친구들에 따르면, 착용성과 마감에는 흠이 없다. 또 시계줄의 버클이 정말이지 탁월하다.
애플 워치의 메인 인터페이스는 크기를 줄이거나 키우고, 튀어 나오게 만들 수 있는 여러 크기의 아이콘으로 무질서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런 인터페이스를 크게 맘에 들어 할 사람은 없을 듯 싶다. 또 사용자들이 작은 아이콘만으로 어떤 앱인지 알아챌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이 밖에 애플 워치에는 GPS가 탑재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내비게이션이나 피트니스 트래킹에 이용하려면 아이폰이 필요하다.
또 애플 워치의 옆면에 위치, 온스크린 메뉴에서 줌인과 줌아웃, 회전 명령을 선택할 수 있는 시계 용두인 디지털 크라운(Digital Crown)에 대한 불평도 들었다. 실제 조작을 해보기까지 판단을 유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언뜻 봐서는, 이런 기능을 조작하기에는 너무 작다.
충전기도 문제가 될 듯싶다. 자석 소재를 썼다는 점에서 LG G 워치의 충전기를 연상시킨다. 시계를 집어 들면 충전기까지 따라온다. 자석 소재가 아닌 모토 360의 크레이들 충전기가 훨씬 낫다고 판단한다.
애플 워치에는 아이폰이 필요하다. 방수 기능도 충분하지 않다. 또 최저가격이 349달러로 너무 비싸다.
그러나 이런 단점들을 제외하면, 애플 워치는 기본적으로 출하되거나 발표된 다른 스마트워치와 비교했을 때, 웨어러블 컴퓨팅에 있어 올바른 방향을 근접하게, 그리고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애플 워치가 큰 혁신인 이유
스마트폰의 주변기기에 불과한 다른 스마트워치와 달리, 애플워치는 스마트폰이 아닌 ‘사용자’의 주변기기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다음과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거품이 당신 주변을 감싸고 있다. 당신은 그 거품 안에 있다. 이 거품은 당신의 일부이다. 거품 밖은 당신의 일부가 아니다.
예를 들어, 안경, 옷, 문신, 장신구, 보청기, 피스메이커, 의치는 사용자의 일부인 인공물이다. 회사가 직원에게 공급하는 물건이 아니다. 회사가 당신을 채용할 때, 당신이 이미 착용하거나 갖고 있는 물건들이다.
즉 PC와 노트북 컴퓨터, 책상 등은 당신이 아니다. 업무에 이런 물건들이 필요하다면, 회사가 이를 공급할 것이다. 반면 신체의 일부로 기능하는 무엇은 사용자의 일부다.
스마트워치는 사용자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존에 출시된 모델은 사용할 도구의 하나로 설계되어 있다. 큰 매력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애플 워치는 신체의 일부에 한 발 더 가까워진 첫 번째 스마트워치다. 알림, 음성 명령, 문자 기반 커뮤니케이션으로 두뇌와 상호작용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신체와 감각으로 상호작용을 하게끔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tap(두드리기)’과 ‘haptics(촉각)’의 합성어인 탭틱스(taptics)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을 때 관심이 집중됐었다. 애플은 애플 워치에 탑재된 작은 스피커와 이른바 탭틱 엔진을 결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터치’와 ‘사운드’를 사용자 인터페이스 경험에 추가시키기 위해서이다.
이 터치 기능은 아주 우수하다. 시계의 여러 부분이 진동을 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는 애플 워치를 돋보이게 만드는 부분이다. 대다수의 스마트워치는 주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문자를 이용한다. 안드로이드 웨어만 하더라도 수신된 메시지를 읽은 후, 음성으로 적절한 명령을 내리도록 되어 있다. 이 음성이 문자로 변환되어 전송된다. 두뇌와 두뇌간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있다.
애플 워치에도 이런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그러나 애플 워치는 태핑으로 누군가를 환기시키는 기능을 추가한 것이 차이다. 예를 들어, 시계에서 수신자를 선택해 태핑을 한다. 그러면 상대방이 손목에서 ‘태핑’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또 심장박동을 전송하면, 상대방이 이를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 금새 싫증을 느낄 수 있는 일종의 속임수일 수 있다. 그러나 써드파티 앱 개발자들이 이 기능을 어떻게 활용할지 지켜 볼만하다.)
디지털 크라운, 스크롤을 이용한 조작, 손가락으로 그림 그리기 등 애플 워치의 기능을 살펴보면, 특별한 촉각 감각을 손목에 구현하고 있다. 인터페이스에 새로운 감각 영역이 추가된 것이다.
태핑이 생성하는 촉각 감각은 누르기가 생성하는 감각과 차이가 있다. 애플 워치에서는 이 차이를 알 수 있다. 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플랙서블 스크린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벼운 태핑, 강한 태핑, 빠른 태핑, 느린 태핑, 누르기 등에 각기 다르게 반응을 한다.
애플 워치를 터치하면, 터치를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즉 애플 워치는 사용자의 일부다.
이 밖에 애플 워치는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불필요할 정도로 고해상도 화면을 채택했으며, 유동적이면서 물리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 또한 감각 경험을 추가시킬 것이다.
애플 워치는 촉각, 청각, 시각을 통합한 경험을 제공한다. 또 피부로 인증을 한다. 지문 센서로 연동이 된 아이폰에서 애플 워치를 인증, NFC 칩과 애플 페이(Apple Pay)로 결제할 수 있다. 애플 워치 밑부분이 피부와 접촉하고 있는 동안은 인증 상태가 유지될 것이다. 접촉을 하지 않으면 (인증 프로세스를 반복하기까지) 인증이 해지된다.
다시 말해, 애플 워치가 사용자의 일부인 동안은 시계로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신체의 일부에서 벗어나면, 이런 구매력이 사라진다.
사람들은 신체의 일부나 마찬가지인 물건을 구입할 때, 평범한 물건을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다. 몸에 새길 문신, 안경테, 옷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자기 표현, 특정 집단으로서의 소속감을 반영한다.
애플은 이런 점을 인식하고 있다. 애플 워치 하드웨어를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도록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크기는 2종, 금속 소재는 3종이다. 시계줄 또한 종류가 많다. 소프트웨어와 인터페이스도 맞춤화 할 수 있다. 피상적인 장점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도구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또 자기 표현이나 집단 정체성을 신체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애플 워치는 완벽하지 않다. 그 잠재력을 실현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애플은 구글과 다른 회사들은 모르는 스마트워치의 특징을 알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스마트워치가 사용자의 일부가 되고, 사용자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워치는 손목에 차는 전자제품이 아니다. 손목 그 자체를 업그레이드하는 무엇이다. 도구가 아닌 신체의 일부다.
이것이 혁신이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