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 현실 및 가상 현실(AR/VR) 헤드셋의 1분기 글로벌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급락한 것은 시장이 전환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시장 조사 기관 IDC 연구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AR/VR 헤드셋의 출하량은 시장의 변화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67.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IDC는 “혼합 현실(MR) 및 확장 현실(ER)과 같은 새로운 카테고리로 시장이 전환함에 따라 출하량 감소는 예상된 결과다. 이런 감소에도 불구하고 평균 판매 가격(ASP)은 애플이 시장에 진입하고 메타와 같은 기존 업체들이 프리미엄 헤드셋에 집중하면서 1,000달러 이상으로 상승했다”라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해 홀로렌즈 사업부를 철수하고 직원을 해고하는 등 기업에서 헤드셋 제품군의 미래는 현재 유동적이며, 애플은 비전 프로를 통해 기업 시장을 공략해 가고 있다.
IDC는 최근 헤드셋의 분류를 수정했다고 언급하며 2가지 카테고리인 “사용자의 시야를 가리지만 바깥쪽을 향한 카메라로 현실 세계를 볼 수 있는 혼합 현실과, 시스루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면서 다른 디바이스의 콘텐츠를 미러링하거나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제공하는 확장 현실”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변화하는 헤드셋 시장
조사에 따르면 메타는 1분기에도 점유율 면에서 시장을 주도했으며, 최근 시장에 진입한 애플이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바이트댄스(ByteDance), 엑스리얼(Xreal), HTC가 상위 5위권에 올랐다.
애플 비전 프로 헤드셋은 지난 1월 19일 온라인 예약 판매 시작 후 빠르게 매진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배송일이 안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전 프로의 가격이 3,500달러에 달하는 만큼 그 수요가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TF인터내셔널 증권의 애플 애널리스트인 밍치 쿠오는 애플이 지난 4월, 수요 감소로 인해 비전 프로 생산량을 줄였다고 밝혔다.
IDC의 전 세계 모바일 디바이스 트래커 리서치 매니저인 지테시 우브라니는 “MR이 부상하면서 브랜드와 개발자는 새로운 하드웨어와 경험을 개발해 사용자가 궁극적으로 AR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몇 년에 걸쳐 엄격한 의미의 VR 헤드셋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ER 디스플레이는 현재 대형 화면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가까운 미래에 AI와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합해 소비자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IDC의 증강 및 가상 현실팀의 연구 책임자인 라몬 라마스는 전체 시장의 ASP가 1,000달러를 넘어섰지만, 모든 제품을 대표하는 수치는 아니라고 언급했다.
그는 “AR 헤드셋의 ASP는 거의 항상 이 가격대를 넘어섰으나 VR, MR, ER 헤드셋의 ASP는 일반적으로 더 낮았다. 애플의 비전 프로로 인해 MR 헤드셋의 ASP가 높아졌지만, 메타와 HTC의 저가형 디바이스가 추가되면서 크게 높아지진 않았다. 또한 500달러 미만의 VR, ER 디바이스도 많이 출시됐다”라고 말했다.
성장세 회복
라마스에 따르면 IDC는 헤드셋 시장의 ASP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전체 시장은 아직 1세대 및 2세대 디바이스가 더 비싼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얼리어답터들이 디바이스를 구매하더라도 가격이 높다. 대중 시장에서 규모를 갖추기 위해 업체는 이후 출시될 디바이스의 가격을 낮춰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DC는 “헤드셋 출하량은 올해 말부터 성장세를 회복해 7.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헤드셋과 낮은 가격대가 올해 후반에 예상되는 추세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다. 2024년부터 2028년까지 헤드셋 출하량은 연평균 성장률(CAGR) 43.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