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인트라넷이 활성화되지 못한 건, 기술 탓이었을까?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기업들은 직원들이 사내 소셜 네트워크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소통하길 기대하지만, 정작 직원들은 이를 외면하는 게 현실이다. 기업 소셜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려면 계획 수립, 비전 제시, 교육, 노력 등이 필요하다.
IT에는 예상 밖으로 전개된 사건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기업용 소셜 네트워킹(ESN: Enterprise Social Networking)이다. ‘상호 작용’과 ‘협업’을 확대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정작 사용자들이 이를 무시하면서 회전초가 굴러 다니는 유령 도시와 같은 존재로 잊혀지고 있는 기술이다.
ESN을 성공적으로 도입하면, 기업에 매력적인 ‘잠재력’이 창출된다. 직장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시스템을 구현하면 직원 프로필이 등록되고, 액티비티 스트림이 창출되며, 업무 문서가 공유되고, 그룹과 토론을 위한 포럼, 마이크로 블로깅이 생성되면서 등 직원들의 협력과 협업이 ‘꽃을 피운다’는 가능성이다.
IT와 현업 부서장들은 부하 직원들이 ESN을 이용해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서로 질문을 하고, 동료의 전문성을 발견하고, 함께 마케팅 자료를 개발하며, 잠재 고객을 공유하고, 서로 협력해 신제품을 기획하기 원한다.
ESN 소프트웨어는 직원들이 거의 방문하지 않는 빈사 상태의 인트라넷과 고객 및 파트너 유치에 실패한 정체 상태의 익스트라넷을 대체할 것으로 생각됐다.
애널리스트들은 ESN을 제대로 도입해 활용하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로브 코플로비츠는 “ESN은 지리적인 경계를 없애고, 협업에 박차를 가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 가치는 어마어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조한 기업 소셜 참여율
ESN의 유혹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마켓스앤마켓스(MareketsandMarkets)에 따르면, ESN 소프트웨어 투자는 올해 47억 7,000만 달러에서 2019년에는 81억 4,000만 달러로 급증할 전망이다.
그러나 ESN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사용자를 유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코플로비츠는 “아직까지는 사용자 유치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당분간은 그럴 전망이다. 오랜 여정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가트너의 애널리스트인 캐롤 로즈웰은 자신과 ESN 도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기업 중 ESN 도입률 증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의 비율이 70~80%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로즈웰은 “임원들이 페이스북 같은 소비자용 소셜 네트워크의 급성장세를 목격하고, ESN 기술에 큰 기대를 거는 기업들이 많다. 이들은 제대로 된 툴을 조달하면 페이스북 수준의 성장률과 참여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효과가 없는 접근법이다”고 말했다.
가트너는 당초 계획한 ‘이익’을 달성하지 못하는 기업용 소셜 네트워크 업체들이 2015년까지 전체의 8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잘못된 리더십과 ESN 기술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 원인이다.
알티미터 그룹(Altimeter Group)의 애널리스트 찰렌 리도 비슷하게 판단하고 있다. 그녀는 “구축만 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판단할 상황이 아니다. 절대 그렇게 되지 않는다. 도입률이 계속 문제가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다지 명확하지 않은 문제들이 많다. 자신의 이메일 조차 간신히 관리하는 직원들이 또 다른 ‘받은 편지함’을 계속 확인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블로그나 포럼의 댓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공개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직원들도 있을 것이다. 또 일부 직원들은 ESN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비즈니스 목표를 바탕으로 ESN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고, 최종 사용자에게 이 목표를 정확히 알리고, ESN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직원들에게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일부 또는 다수의 이메일과 IM 대신 ESN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방법, 이를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소개하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또 매니저와 경영진이 직접 ESN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등 솔선수범을 보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ESN 소프트웨어를 직원들이 매일 업무에 사용하는 이메일, 캘린더 클라이언트, CRM 및 ERP 소프트웨어, 오피스 생산성 애플리케이션 등 다른 툴과 통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는 목표에 부합하도록 ESN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GE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들 베스트 프랙티스 중 상당수를 적용해 ESN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면서 다른 회사들과는 달리 큰 성과를 일궈냈다.
GE의 성공사례
GE는 전세계의 직원 30만 명이 사용하는 GE 코랩(GE Colab)이라는 핵심 ESN 소프트웨어와 특정 팀 및 부서가 사용하는 몇 가지 ESN 툴들을 보유하고 있다.
GE는 클라우드 컴퓨팅 제품을 활용해 직원들의 정보 입수성과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ESN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박스(Box) 클라우드 스토리지 및 파일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계획의 일환이다.
2012년 도입한 GE 코랩 시스템은 높은 이용률을 자랑하고 있다.
이 회사의 글로벌 디지털 전략 이사인 앤드류 마코비츠는 “코랩에는 수백 개의 커뮤니티가 있다. 아주 크게 활용이 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들도 많다”고 말했다.
현재까지의 페이지 뷰는 5,000만 건이다. 댓글은 수십 만 개에 달한다. 사용자들은 GE 코랩을 방문할 때마다 평균 10분을 소비한다. 그는 “이런 유형의 툴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덧붙였다.
GE 코랩은 마코비츠가 제품명을 공개하지 않은 상용 ESN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개발됐으며, 전형적인 ESN의 특징을 갖고 있다. 먼저 정보 전파를 위한 인트라넷으로 기능을 한다. 그리고 직원들이 프로필을 만들고, 액티비티 스트림을 통해 다른 사람의 게시글을 전달하며, 문서를 올려 공유하고, 브레인스토밍을 하며, 전문가를 찾고, 포럼과 그룹 등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GE의 사업장 곳곳에 흩어져있는 검색 마케팅 전문가들은 코랩을 통해 서로를 찾아, 업무에 도움이 되는 팁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마코비츠는 “30만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GE 같은 회사에서는 서로 ‘연결’을 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성공의 ‘열쇠’는 특정 문제를 찾는 솔루션이 아닌 그 ‘반대’를 추구했다는 것이다. GE는 많은 직원들이 더 손쉽게 정보를 입수할 수 있게 되기를 원했다. 이에 처음부터 업무에 도움을 주는 값진 콘텐츠와 대화(상호 작용)을 제공하는 툴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코랩을 사용하도록 장려했다.
그는 “모든 직원들이 가치를 확인하면서, 이를 체계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GE는 ‘좀더 좁은 범위’에서도 성공적으로 다른 ESN 툴들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세일즈포스닷컴의 클라우드 CRM 소프트웨어와 함께 채터(Chatter) ESN 툴을 사용하고 있다. 또 헬스케어 익스트라넷에는 자이브 소프트웨어(Jive Software)의 ESN이 쓰인다.
알티미터의 리에 따르면, 목적을 바탕으로 ESN을 도입해 활용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녀는 “성공적인 프로그램들은 ESN 활용 방법과 근거를 명확히 설명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또 ESN이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문제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료들 가운데 전문가가 있는지 더 쉽게 찾는 것, 내부 커뮤니케이션에서 이메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 등이다.
리는 “비즈니스 전략이 아닌 기술의 일종으로 도입이 되는 바람에 잠재력을 100% 실현하지 못하는 ESN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가트너의 로즈웰은 툴을 사용하는 목적에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서 설득력이란 소프트웨어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며, 더 신속하게, 쉽게, 효과적으로, 비용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등 업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줘야 한다는 의미다.
로즈웰은 “실제 업무에 도움을 줘야 한다. 이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고객사들에게 ‘직원들이 블로그를 하도록 만들 수 없다’는 불평을 듣곤한다. 이런 회사들이 가장 먼저 할 일은 블로깅이 직원들과 직원들의 업무에 도움이 주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생략하고 불평하는 회사들이 있다.
매니저, 팀 리더, 경영진의 참여도 아주 중요하다. 일반 직원들에게 본보기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는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툴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리더들은 다른 사람들이 본받기 원하는 행동을 모델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사들의 참여 독려
직원들이 ESN을 이용하기 시작하면, 관리자는 이들의 ESN 참여에 감사를 표시하면서 이런 행동을 인정해야 한다.
로즈웰은 “직원들이 새로운 행동을 시작하도록 유도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은 상사가 원하는 새로운 행동을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의 행동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콘스텔레이션 리서치(Constellation Research)의 애널리스트인 엘런 레포프스키는 ESN과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ESN을 파일 공유, CRM, 마케팅 자동화, 지원 추적, 프로젝트 관리 툴과 통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하나의 툴로 전락하고 만다. 통합해야 직원들이 이를 사용하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레포프스키에 따르면, 기업은 ESN이 영업, 마케팅, 엔지니어링 등 핵심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뿌리를 내리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포레스터의 코플로비츠는 직원들이 기획, 비전 수립, 기타 노력에 ESN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업무 방식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쉽지 않은 노력이다. 예상보다 더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그 보상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또 “성공한 기업들은 여기에 매진한 기업들이다. 또는 도움을 받았을 수도 있다. 이들은 ESN을 효과적으로 도입해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