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음료 전문 업체 디아지오(Diageo)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음료 및 주류 업체다. 크라운 로얄, 스미노프, 케텔 원, 고든스, 탄카레이, 캡틴 모건, 조니 워커 등 다수의 유명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디아지오의 디지털 이노베이션 부문 글로벌 수석 부사장인 벤키 발라크리슈난 아이어는 “브랜드들 중 다수가 300~400년 가까이 된 것들이다. 때문에 우리 제품에는 그만큼의 세월 동안 쌓아 온 전통과 기술이 들어가 있다. 우리는 최신 기술을 사용해 우리 제품들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더욱 퀄리티 높은 고객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조니 워커가 그 좋은 예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여년 전, 존 조니 워커(John Johnnie Walker)는 자신이 운영하는 식료품점에서 직접 만든 워커스 킬마녹 위스키(Walker’s Kilmarnock Whisky)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50여년 뒤에는 조니의 아들 알렉산더가 워커스 올드 하이랜드(Walker’s Old Highland)를 판매했는데 이것이 조니 워커사 최초의 블랜드 스카치 위스키였다. 오늘날 조니 워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블랜드 스카치 브랜드로 연간 판매량이 1억 3,000만 병 이상이다.
조니 워커 블루, 스마트해지다
조니 워커라는 브랜드와 1870년 이후 줄곧 조니 워커의 상징과도 같았던 사각 병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유명하다. 그렇지만 이제 시대가 변하면서 조니 워커의 상징적인 사각 병, 아니 더 정확히는 조니 워커의 라벨도 변화해야 할 때가 왔다.
지난 3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에서 디아지오와 디아지오의 파트너사 씬필름 일렉트로닉스(Thinfilm Electronics)는 플래그십 조니 워커 블루라벨 위스키에 ‘스마트 보틀’ 시제품을 공개했다.
스마트 보틀에는 씬필름의 오픈센스 테크놀로지로 제작된 센서 태그가 부착되어 있다. 이 센서를 통해 병이 잠겨 있는지, 열려 있는지를 탐지할 수 있다. 오픈센스 테크놀로지는 NFC 기능을 사용해 스마트폰으로 태그를 읽는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커뮤니케이션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발라크리슈난은 “조니 워커 위스키는 아주 전통적인 제품 군에 속하지만, 여기에 디지털 인터랙션을 접목시켰다. 조니 워커 고객들은 바나 가게에서 싱글 몰트를 살 지 블렌드를 살 지, 하이랜드와 로우랜드 중 어느 것을 살 지 고민하곤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디아지오에 대해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검색을 하는데, 이들 검색의 50% 이상이 가게 근처에서 모바일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소매점에서 이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는 건 디아지오에게 엄청난 강점이 될 것이라고 발라크리슈난은 설명했다. 그렇지만 씬필름의 테크놀로지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기술은 위스키 병이 잠겨 있는지 열려 있는지도 알 수 있다.
디아지오는 고객들이 위스키 병을 열고 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이어나갈 방법을 찾고 싶었다. 특히, 그 커뮤니케이션이 일방적인 것이 아닌 쌍방으로 일어났으면 했다. 왜냐면 병을 딴 이후부터는 제품 정보나 광고 외의 다른 정보를 교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일단 고객이 음료를 구매해 병을 땄다는 건 알 수 있다. 때문에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음료를 구매할지에 대한 조언에서 해당 제품을 어떻게 하면 최상의 상태로 즐길 수 있는지를 안내하는 방향으로 바뀌게 된다”라고 말했다.
공급망 전체를 트래킹
디아지오가 이 기술에서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부분은 물론 마케팅적 가능성이지만, 공급망 측면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씬 필름 센서 태그가 부착된 제품들의 경우 제품이 공급망을 통해 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유통되는 전 과정을 트래킹 할 수 있다. 이 밖에 공장에서 붙인 씰이 뜯겨진 후에도 여전히 센서 태그는 읽을 수 있다. 이는 제품의 진품 여부를 보장해 주는 또 하나의 장치가 되기도 한다.
씬필름의 센서 태그는 라벨에 프린트 된 집적 회로(IC)와 안테나로 구성되어 있다. 일부러 약한 부분을 만들어 놓아 음료 용기의 씰이 뜯어지면 센서도 함께 끊어지며 서킷을 통해 이 정보를 전달한다고 NFC 포럼의 리테일 워킹 그룹 대표이자 씬필름의 제품 & 테크니컬 마케팅 디렉터인 매튜 브라이트는 설명했다.
각 센서 태그에는 씬필름이 암호하한 고유 식별 표식이 있어 복제가 어려우며 100% 읽는 것만 가능하다. 브라이트는 씬필름 사가 아주 긴 숫자들을 사용한 랜덤 식별 표식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번호를 반복하지 않고도 해마다 1조 개 이상의 식별 표식을 1조 년 이상 만들어 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기술이 있으면 위조품을 방지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례로, 화장품 업계에서 모조품 문제는 항상 골칫거리였다. 화장품 곽 안에 든 제품을 더 질 낮은, 심지어 유해하기까지 한 제품으로 바꿔 치기 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씬필름의 오픈센스 테크놀로지만 있으면 제품의 유통망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제품을 담고 있는 용기가 판매되기 이전에 뜯어지지는 않았는지 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또한 제품을 구매해서 그 제품이 유통되지 않는 지역에서 더 비싼 값을 받고 파는 거래도 방지할 수 있다.
스마트 라벨은 필요에 따라 온도 센서를 장착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가령 백신 같은 제품이 기준 온도 범위 이상으로 올라가거나 떨어질 경우 바로 알 수 있다고 브라이트는 설명했다.
어찌됐건, 디아지오 사는 이 테크놀로지를 음료에 적용했다. 또 스마트 라벨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디아지오는 근래 IoT 스마트 제품 플랫폼을 전문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업체 에브리씽(EVERYTHING)과 협력해왔다. 스마트 제품 플랫폼은 소비자 제품을 웹에 연결해 제품과 관련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사물 웹, 데이터의 네트워크를 형성
에브리씽은 디아지오를 도와 +More라는 에브리씽 엔진을 사용하는 전략적 테크놀로지 플랫폼을 제작했다. +More는 제품의 제작, 판매, 사용 방식에 따라 리테일러와 공급 파트너들간의 디지털 인터랙션을 가능하게 한다. 디아지오는 이 플랫폼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사용해 공급망을 트래킹하고 인터랙션 분석을 가능케 했다.
에브리씽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나이얼 머피는 에브리씽의 목표가 단순히 IoT가 아닌 사물 웹(Web of Things) 구축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물 인터넷은 기기들간의 연결이 골자였다. 사물 웹은 그러나 이들이 더 넓은 네트워크 상에서 어떻게 연결되는가가 중요하다. 사물들 간의 연결 그 자체는 별로 특별할 것이 없다. 사물 인터넷의 진정한 가치는 데이터들이 서로 연결될 때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벤토리 아이템이 사물 인터넷에 연결되면서 데이터를 생성해낸다며 “CIO 입장에서 볼 때, 비즈니스의 오퍼레이션 역량은 개별 자산들이 전해주는 정보에 달려있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소비자 제품들이 보내오는 정보가 기업의 공급망을 변화시키고 제품의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는 지 등을 알려 줄 수 있다. 빌딩에 설치된 LED 등이 낮 동안 건물 안에 들어온 햇살의 양을 측정해 적절히 빛의 밝기를 조정하여 에너지 효율을 더욱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머피는 “제품이 스마트해질수록 그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게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 제품이란 무엇인가? 예전에는 상품, 제품을 단순히 물리적인 사물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품의 물리적 역량에 더해 데이터와 소프트웨어적 역량까지 더해졌다”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기반의 에브리씽 엔진을 이용해 디아지오는 API와 웹 서비스를 통해 +More 마케팅 플랫폼과 글로벌 ERP 및 CRM 시스템, 외부 에이전시, 개발자,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합했다. 그 결과 개별 스마트 보틀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관리하고 각 보틀이 수집한 데이터까지 활용해 그 순간 순간에 적절한 마케팅을 제공함은 물론 실시간 공급망 분석까지 가능해졌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