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뜨기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던 기술 중 하나인 가상현실(VR)이 마침내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 HTC, 심지어 구글까지도 콘텐츠 시청용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았다. 월드비즈(WorldViz)와 자이언트 스푼(Giant Spoon)같은 회사들은 콘텐츠 생산에 일조하고 있다. 1인칭 사격게임이나 영화 감상 등의 용도를 넘어 수많은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상업용 가상 현실 전문가 에드윈 로저스는 자동차 대리점이 신차의 가상현실 투어를 제공하고, 부동산 공인중개사가 주택 투어를 제공하는 것 등이 가능한 활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상 세계 속에서 360도 시야를 보여주는 삼성 기어 VR 헤드셋을 사용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개를 돌리면 화면이 실시간으로 바뀐다. 천정을 올려보면 천정의 타일들을 셀 수 있을 정도다.
VR 소프트웨어 벤더 월드비즈는 VR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실제 물리적 모델을 만들 때 드는 비용의 90%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건설사는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가상현실 속에 병원을 새로 만들어서 360도 뷰어로 평면도를 확인해서 디자인을 변경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월드비즈의 클라이언트 중 한 곳인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은 우주선과 인공위성을 시뮬레이션 하는 모션 캡쳐 기술로 수백 만 달러를 절감하기도 했다.
월드비즈의 회장 피터 슐러는 “VR 기술을 이용하면 실제 크기의 수술실을 걸어 다니게 할 수 있다. 그리고 클릭 한번으로 디자인을 변경할 수 있게 된다”라며, “결정권자, 이해당사자, 디자이너, 수술의사, 간호사들은 협력해서 디자인 대안을 경험하고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다시 말해 정보가 미리 훨씬 효과적으로 공유되어 더 나은 결정으로 이어진다”라고 말했다.
VR을 활용하는 실제 회사 사례 4곳
가상현실은 갓 첫걸음을 떼는 시장만은 아니다. 이미 제품 정보를 전달하고 아이디어나 프로젝트를 시각화하고 심지어 우주를 탐험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이 기술을 활용하는 회사들이 이미 있다.
세이지 리얼티는 부동산 가상 체험에 VR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다.
1. 부동산 가상 투어
집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 집 찾는 과정은 아주 진이 빠지는 일이 될 수 있다. 십여 곳의 집을 방문해봐야 하는데 먼 곳으로 이사하는 사람들에게는 힘든 일이다. 많은 부동산 회사들이 가상 투어를 도입해 구매자들의 집 구매에 도움을 주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세이지 리얼티 코퍼레이션(Sage Realty Corporation)은 상업적 부동산 자산을 위한 가상현실 투어를 현재 제공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보고서에 의하면 세이지 리얼티는 잠재적 입주자들에게 내년 완공되면 뉴욕에 위치한 사무실이 어떤 모습일지를 보여주는 데모도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외부 테라스로 걸어 나가보거나 싱크대를 써볼 수도 있다.
매카티 빌딩 컴퍼니는 완공 예정인 건물을 미리 보여주는 용도로 VR을 이용하고 있다.
2. 건설 현장 가상 방문
VR을 활용해 클라이언트들에게 빌딩이 완공 후 어떤 모습일지 보여주는 비즈니스도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목업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시간과 비용 모두 많이 들고 내부를 볼 수도 없으며 복도를 걸어 다니는 느낌도 알 수 없다.
매카티 빌딩 컴퍼니(McCarthy Building Companies)의 부회장이자 CIO인 마이크 오스터는 그들이 클라이언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건설 프로젝트의 가상현실 판을 구축한다고 전했다.
그들은 현재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 키트와 삼성 기어 VR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VIMTrek을 사용해 레빗 건축 디자인을 헤드셋에 사용하기 위한 3D 렌더링으로 변환하고 있다.
오스터 부회장은 “질감, 조정 가능한 적절한 조명, 상세한 시설들을 헤드-마운트 기기 속에서 완전히 렌더링 해 클라이언트가 더욱 현실적인 공간 속에서 돌아다녀 볼 수 있게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최종 VR 데모상에서의 기대치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명확히 규정된 목표와 프로세스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록히드 마틴은 우주 분야에 VR을 이용한다.
3. 우주선 개발
가상현실은 우주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가상현실 세계에서는 어떤 방향에서든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CHIL(Collaborative Human Immersive Laboratory) 시설에서 록히드 마틴은 두 개의 VR 플랫폼을 사용한다.
하나는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를 쏘는 방이고, 다른 하나는 우주선, 인공위성, 도구, 기타 기구들의 가상 현실 재현을 위해 오큘러스 리프트 장비를 착용한 엔지니어와 기술자들이 있는 모션캡쳐 스튜디오다.
록히드 마틴의 CHIL 매니저 다린 볼소스는 “일대일 크기의 가상 프로토 타입을 볼 때 엔지니어와 기술자들은 훨씬 나은 시각을 가지게 되고 문제점과 개선점을 식별해내기 더 쉬워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 사람이 모두 오리온(Orion) 차량 내부가 어떤지 경험하고 프로토 타입 단계보다 훨씬 앞서서 인공위성과 상호작용을 해본다는 점에서 데스크톱 프로토 타입에서 한발자국 더 진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카드보드를 이용해 XC90 운전 경험을 전달하는 볼보
4. 자동차 대리점 데모
볼보의 신차 XC90의 데모는 대리점이 자동차를 어떻게 팔지를 보여주는 한 예다. 가상현실을 통해 물리적으로 자동차에 탑승해보지 않더라도 잠재적 구매자가 자동차를 시험운전 해볼 수 있다. 로저스와 시몬스 모두 대리점에서 VR을 활용하는 초기 방식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볼보는 그들이 잠재적 구매자들에게 전시장에 차가 도달하기도 전에 잠재적 구매자들이 차를 시험 운전해 볼 수 있는 방식을 제시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는 당신의 전면에 보이고 가까운 시야에 대시보드가 있고 그 넘어 길이 보인다. 볼보는 구글 카드보드와 협력해 이런 유형의 경험을 만든 첫 번째 자동차회사다.
비즈니스 용도 VR 제품 4가지
한편 VR에 있어서 고려해야 하는 부분들이 몇가지 있다. VR 비디오를 만들기 위해서 360도 파노라마를 촬영하는 카메라를 사용해 환경을 캡쳐 해야 한다. 또 그 콘텐츠(비디오, 텍스트, 오디오)를 VR 화면으로 “꿰매주는” 소프트웨어도 필요하다. 그리고 사용자도 헤드셋 뷰어가 있어야 한다. 오늘날 몇몇 회사들은 비즈니스 용도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가상현실 헤드셋을 출시하고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 E3 시연 현장.
1. 오큘러스 리프트
가상 현실 분야의 리더이자 혁신자인 오큘러스 리프트는 게임 애플리케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회사 대표는 비즈니스 활용 사례도 활발하게 모색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 제품은 생생한 360도 장면을 보여줄 수 있다. 정식 출시 시점은 내년으로 예정돼 있지만 현재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만드는 개발 키트는 공개된 상태다.
오큘러스 COO 레어드 말라메드는 “운영 부문 대표가 제조 공장에 있고, 마케팅 책임자가 광고 에이전시를 방문 중이며 제품 책임자는 R&D 랩에 있다. 그리고 CEO는 본사에 있다. 가상현실에서 이 모두를 한데 모으고 가상 공간에 제품을 띄울 수 있게 해준다”라고 말했다.
한편 VR 분야 디지털 에이전시 자이언트 스품의 공동창업자인 마크 시몬스는 기업 분야에서 오큘러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자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력하고 발전된 제품인 것은 사실이지만, 시스템을 구성하고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에 맞게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셋업과 직원들을 필요로 한다고 그는 말했다.
IFA 2015에서 삼성 기어 VR을 한 관람객이 착용해보고 있다.
2. 삼성 기어 VR
삼성이 기어 VR을 199달러의 소비자 기기로 내놓았다. 이 기기는 안드로이드로 구동하는 몇몇 삼성 스마트폰과 연결해 이용할 수 있다. 오큘러스와의 협력 하에서 개발된 이 헤드셋은 96도의 시야각을 가진다. 제어 인터페이스로는 헤드셋의 터치 컨트롤을 사용한다.
시몬스는 삼성 기어 VR이 더욱 소비자 지향적인 기기라고 설명했다. CIO닷컴의테스트에서 이 제품의 셋업에서 앱의 최초 설치까지 단 5분만 걸렸다. 로저스는 기어 VR이 경량, 포터블, 무선, 저가와 같은 특성을 보유해 기업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HTC의 바이브 가상 현실 헤드셋. 연말 출시 예정이다.
3. HTC 바이브 VR
삼성 기어 VR의 경쟁제품인 이 헤드셋은 하프라이프 비디오 게임 제조사인 밸브 소프트웨어(Valve Software)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제품이다. 가격이나 정확한 스펙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많지 않다. 그러나 HTC는 현재 개발자 키트가 이용 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바이브의 핵심 차별화 요소는 가로 세로 5미터에 이르는 넓은 사용 가능 면적에 있다. 비즈니스의 입장에서 그 점은 더 돌아다닐 공간이 넓어짐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공사현장을 보거나 VR 컨퍼런스 전화에 참여하는 상황이 그렇다. HTC는 또 사용자가 손을 머리 뒤로 이동하거나 머리 위로 손을 올려도 추적 가능한 핸드 컨트롤러도 제공할 예정이다.
구글 카드보드. 골판지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초저가 솔루션이다.
4. 구글 카드보드
구글은 최저가 가상 현실 옵션을 제공한다. 구글 카드보드 도면을 무료로 다운로드 해서 직접 만들 수 있다. 2달러에서 25달러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VR 헤드마운트 뷰어를 구입할 수도 있다.
뷰어가 손에 들어오면 자이로스코프가 내장된 당신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아이폰을 디스플레이로 사용하면 된다. 구글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카드보드를 사용하는 500가지 정도의 앱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유튜브 360비디오를 시청할 수도 있다.
한가지 핵심 차별화 요소는 카드보드 뷰어가 극도로 가벼워서 오랜 시간 착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저가이기 때문에 대기업들도 손쉽게 행사장에서 이를 배포할 수 있다. 이동성 역시 아주 좋다. 구글의 VR 부문 제품 관리 디렉터 마이크 자자예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구글 카드보드는 스마트폰을 가진 모두가 손쉽게 가상현실을 저가로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기업은 카드보드를 사용해 그들의 제품과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지만, 특히 공유 그룹 교육 같은 몰입 교육 콘텐츠에도 훌륭하게 쓰일 수 있다. 또한 기업이 그들의 시설을 잠재적 클라이언트들에게 구글 카드보드를 사용해 투어해주는 사례도 확인했다.”
John Brandon은 IT 및 자동차 분야 프리랜서 기고가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