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 느끼는 매력은 몇몇 얼리 어답터들이다. 이들의 성공사례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알아주기 때문에 전세계 IT시장의 1%에 불과하다는 한국 시장에 진입하려고 하는 것이다.
ERP, BI, DW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들이 국내 대기업 사이에서 유행처럼 확산됐고 이들의 성공사례가 글로벌 시장에도 소개됐다. 다른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는 얼리 어답터들이 많았는데 유독 클라우드 만큼은 불길처럼 뻗어가는 확산을 볼 수 없었다.
얼리 어답터들이 섣불리 도입을 꺼리기 때문에 다른 대기업들도 결정을 미뤘다. 클라우드를 전면에 내세워 영업했던 세일즈포스닷컴이 전세계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지만, 유독 한국 시장에서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여전히 클라우드는 검토 대상일 뿐이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일단 클라우드를 꺼리는 표면적인 이유는 ‘보안’이었다. 때마침 대기업들의 고객 정보 유출 사건까지 잇달아 터지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은 더욱 고조됐다. 그러나, 사실 기업들이 클라우드를 꺼리는 또다른 이유는 국내 IT산업의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라는 주장을 한 글로벌 IT업체 임원이 제기했다.
국내 IT산업은 전세계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재벌이라는 구조와 30대 그룹사 중 90% 이상이 SI업체를 자회사로 거느린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구조에서 어떤 신기술이건 우선은 SI업체를 통과해야만 최종 소비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IT프로젝트들은 SI업체가 계열사를 상대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함께 제공했지만 클라우드는 달랐다. 어쩌면 클라우드가 운영비 절감이라는, SI업체로선 거북한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었을 때부터 이미 SI업체들의 외면을 받을 운명이었다.
이러한 구조적 특정은 SI업체의 매출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SI업계 1위 업체인 삼성SDS의 경우 2011년 매출 4조 7,652억원 가운데 약 30%인 1조 5,562억 원을 차지하는 고객사가 바로 삼성전자다. 삼성SDS가 고객사로 삼성생명, 삼성SDI, 제일모직 등을 거느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계열사 비중이 얼마나 높을지는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SI는 그동안 한국 IT시장이 양적으로 팽창하는데 기여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클라우드가 SI업체라는 톨게이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없다는 그의 주장은 상당부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IT로 차세대 먹을 거리를 준비해야 하는 이 때, 지금처럼 SI업체 중심의 IT산업 구조로는 클라우드가 됐건, 또다른 혁신적인 신기술이 됐건 얼리 어답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