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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as Mearian
Senior Reporter

“이 분야 뜬다”··· 한 게임 개발자의 외과수술 시뮬레이터 개발담

한 비디오 게임 개발자가 설립한 신생기업이 의사 및 의학도를 위한 스마트폰(태블릿)을 이용해 수술을 연습하는 앱을 출시했다. 연습을 통해 절개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의료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로 있다. 의료 분야에 VR이 미칠 거대한 가능성을 시사한다.

레벨 Ex(Level Ex)가 선보인 이 애플리케이션은 실제 환자의 사례를 기반으로 한 3D 시각 환경을 구현해 실습자들에게 관찰 및 시술 경험을 제공한다. 미 의학 협회는 이미 이 프로그램을 지속적 의학 교육(Continuing Medical Education) 학위 취득 시 필수 교과인 외과적 시술 훈련 도구로 채택했다.


레벨 Ex 시뮬레이터에서 구현된 가상 환자. Credit: Level Ex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내시경 활용 수술 훈련 기법은 이미 현업 내과의 가운데 60%가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된 상태다. 그러나 외과 수술 시뮬레이션은 다르다. 수백 만 달러를 투자한 일부 시뮬레이션 센터의 대형 기기를 통해서만 한정적으로 구현이 가능했다.

레벨 Ex의 설립자 겸 CEO인 샘 글래슨버그는 수술 시뮬레이션 현황을 1980년대 비디오 게임 분야와 비유했다. 기기 구매, 유지 비용의 한계로 전용 게임장에서나 비디오 게임을 즐길 수 있었던 것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글래슨버그는 “수술 훈련을 위해 상당한 비용, 그리고 하루 이틀의 시간을 통째로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 의문을 가졌다. 기존의 방식은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품질 역시 그리 높지 않았다. 마치 친구들끼리 시내 중심가로 가 게임을 즐기던 30년 전 풍경을 연상시켰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라실은 우리 사회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이제 우리는 손 안의 기기로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긴다. 이는 비용, 품질, 접근성 모든 측면에서 우월하며 신규 콘텐츠의 업데이트 역시 보다 수월한 방식이다”라고 덧붙였다.

IDC의 연구에 따르면 의료용 증강/가상현실(AR/VR) 시장 규모는 2020년 10억 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수술 시뮬레이션 분야는 기술, 시장규모의 측면 모두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글래슨버그는 자신이 항상 의학 전문가들에게 둘러싸여 살아왔지만, 의료 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것이라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회고했다. 설명에 따르면 그는 “집안의 돌연변이 같은 존재”다. 그의 아버지는 현직 마취과 의사고, 어머니는 [미 의학 협회 저널]에 몸담고 있으며, 부인은 소아과 의사로 재직 중이다. 반면 글래슨버그는 게임 분야 프로그래머로 커리어를 쌓아왔다.

레벨 Ex 설립 전 글래슨버그는 온라인 게임 개발 스튜디오 펀택틱스(Funtactix, 오해 3월 플레이텍(Playtec)에 인수됐다)의 CEO로 활동했으며, 그에 앞서 루카스아츠(LucasArts)에서 개발자로 스타워스 게임 개발에 참여한 인물이다. 그 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비디오 게임 콘솔 및 게이밍 앱용 API 제작 부문인 다이렉트X(DirectX)의 선임 개발자로 활동한 바 있다.

Credit : 레벨 Ex

의료 시뮬레이터 산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준 이는 글래슨버그의 아버지였다. 2012년, 시카고 노스웨스턴 메모리얼 병원에 재직 중이던 그의 아버지는 글래슨버그에게 광섬유 후두경 시뮬레이터 구축에 관한 조언을 구했다. 후두경은 환자의 후두 내부를 검사하는 일종의 내시경이다. 아버지는 레지던트들이 아이패드 등을 통해 훈련 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앱 형태의 시뮬레이터를 원했다.

부탁을 받은 글래슨버그는 아이라링스(iLarynx)라는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그는 “첫 작업은 게임 엔진을 이용해 며칠 만에 만든 간단한 시뮬레이터였다. 직원들의 아이패드에 수동으로 설치해주기도 귀찮아 앱 스토어에 올려버렸고, 그것에 관해 다시 생각하지도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났고, 글래슨버그는 이 앱이 10만 회 이상 다운로드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이 기간 동안 의학계 일각에서 아이라링스를 활용해 레지던트 의사들을 훈련시키고 있었던 것이 다. 스탠포드 의대 및 중국의 의대 몇몇 곳은 아예 이를 기본 설치 앱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글래슨버그는 “이를 통해 난 그간 이 시장이 기술 진보에서 얼마나 뒤쳐져왔는지 실감하게 됐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그리고 외과 의학 분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레벨 Ex는 에어웨이 Ex(Airway Ex)라는 시뮬레이션 앱을 출시했다. 이 앱은 마취과, 이비인후과, 중환자실, 비상 구급약과, 흉부외과를 타깃으로 한다. 현재 베타테스팅 중인 에어웨이 Ex는 다양한 내시경 시술 시뮬레이션을 지원하며, 아이튠즈 앱스토어 및 안드로이드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하다.

레벨 Ex는 현재 재즈 벤처 파트너스(Jazz Venture Partners)로부터 21억 달러의 펀딩을 지원받은 상태다. 총 20명의 직원이 재직하고 있다.

레벨 Ex는 파트너십을 맺은 의료진으로부터 실제 환자의 영상 및 CT 스캔본을 받아 VR 모델로 변환한다. 글래슨버그는 전국 외과의들의 지원과 후원이 에어웨이 Ex 앱의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글래슨버그는 “시술 중 환자의 성대를 건드리면 기침이 발생하는 상황이나 후두 내부의 질척질척한 환경 등, 우리는 해부학에 근거한 시뮬레이션을 정교하게 구현했다”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아동의 기도 일부를 막아 호흡 불안으로 인한 성장 장애를 유발하는 종양 제거 시술 등, 희귀 후두 질환 시술에 대한 시뮬레이션들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레벨 Ex의 고문을 맡고 있는 에릭 간트워커 박사는 “구현된 모든 시뮬레이션은 실제 사례에 기반한 것들이다. 우리 팀은 실제 시술 영상을 보고 케이스 프레젠테이션으로 구현했다”라고 설명했다. 간트워커 박사는 텍사스 사우스웨스턴 대학 아동 의료센터 부교수 겸 소아 외과의다.

약 1년 전 레벨 Ex의 영입 제안을 받은 자리에서 간트워커는 이들의 솔루션이 관찰-실습-교수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의료 수술 교육 모델을 대체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임을 예상했다고 전했다.

간트워커는 “우리 의사들은 여전히 수 세대 전에 확립된 학습법을 따라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실수나 문제가 발생하면, 환자는 죽게 된다. 이런 훈련을 가상의 환경에서 진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무척 가치 있는 진보다”라고 말했다.

간트워커는 에어웨이 Ex가 호흡관 삽입이나 유두종 제거, 양성 상피 종양 제거 등 일반적인 시술을 학습하는데 특히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미 국립 과학 아카데미 산하 비영리 단체인 의학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치료 과정 중 의학적 오류로 사망하는 환자의 수는 전세계적으로 매년 4만 4,000 – 9만8,000 명에 이르는 실정이다. VR 애플리케이션을 비롯한 의료 시술 시뮬레이션은 이런 사고를 큰 폭으로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실제 그 시장 역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IDC SCM 클라우드 및 모빌리티 활동 부문 크리스 슈트 부사장은 VR 의료 시장이 긍정적인 가운데, 더욱 많은 스타트업들에게 이 분야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슈트는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은 최첨단의 수술 용례만이 아니다. 일반 환자, 동료 의료진들과의 상호작용 등 역시 AR/VR을 통해 개선 가능한 부분이며, 이들의 경우 iOS/안드로이드 상의 상용 앱들을 통해서도 충분히 지원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레벨 Ex의 VR 분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디바이스 및 플랫폼 부문 수석 애널리스트 겸 부사장인 J.P. 가운더는 구글 데이드림이나 삼성 기어 VR 등 3D 구현 헤드셋과 결합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모바일 기기 앱을 진정한 가상 현실로 보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운더는 “이 스타트업의 사업 내용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의료 분야에서 VR이라며 소개되는 내용은 수술 훈련이나 장기 이미지 구현 등의 운영적 연구(OR, Operational Research) 정도, 다시 말해 복잡한 환경의 세부적인 묘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평면의 스크린에 구현되는 모바일 앱을 VR이라 볼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이는 하나의 광고문구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간트워커는 에어웨이 Ex 애플리케이션이 자신이 그간 봐온 VR 시뮬레이터들에 뒤지지 않는 현실성을 제공한다고 이야기했다. 그에 따르면 에어웨이 Ex는 환자 후두 표면의 점막이나 타액 등까지 구현하며, 실습자가 절단기에 부착된 정상경 등으로 가상 환자의 조직을 타격하면 출혈 혹은 기타 반응이 발생하는 모습도 구현된다.


레벨Ex 시뮬레이터에서 구현된 가상 환자의 후두. 

간트워커는 “앱에 적용된 사례는 모두 컨퍼런스나 연례 회의에서 발표해도 문제가 없는, 진짜 사례들이다. 의사의 입장에서, 나 역시 레벨 Ex의 모든 앱을 실제 이용해봤고 응급의학과나 마취과 등 다양한 부서의 동료들에게도 소개해오고 있다. 앱의 현실감은 매우 훌륭하다”라고 강조했다.

에어웨이 Ex 이후에도 레벨 Ex는 심장의학과, 소화기내과, 정형외과 등 타 영역들에 대한 VR 경험을 제공하는 전문 앱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여나갈 계획이다.

글래슨버그는 “우리는 의학계의 기술 갭을 매워가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픽셀을 조정하고 현실감을 더하는, 게임 개발자들의 노력 역시 들어가있다”라고 말했다. dl-ciokorea@foundryco.com

Lucas Mearian

With a career spanning more than two decades in journalism and technology research, Lucas Mearian is a seasoned writer, editor, and former IDC analyst with deep expertise in enterprise IT, infrastructure systems, and emerging technologies. Currently a senior writer at Computerworld covering AI, the future of work, healthcare IT and financial services IT, his 23-year tenure has included roles such as Senior Technology Editor and Data Storage Channel Editor, where he covered cutting-edge topics like blockchain, 3D printing, sustainable IT, and autonomous vehicles. He has appeared on several podcasts, including Foundry’s Today In Tech. He also served as a research manager at IDC, where he focused on software-defined infrastructure, compute, and storage within the Infrastructure Systems, Platforms, and Technologies group.

Before entering tech media, he served as Editor-in-Chief of the Waltham Daily News Tribune and as a senior reporter for the MetroWest Daily News. He’s won first place awards from the New England Press Association, the American Association of Business Publication Editors, and has been a finalist for several Jesse H. Neal Awards for outstanding business journalism. A former U.S. Marine Corps sergeant who served in reconnaissance, he brings a disciplined, analytical mindset to his work, along with outstanding writing, research, and public speaking ski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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