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성, 전문성, 선제적 대응력은 CIO가 파트너십에서 가장 중시하는 자질이다. 여기에 비용 효율성과 확장 및 성장 가능성까지 갖춰야 이상적인 벤더로 평가된다. 어떤 방식의 협업이든, 이를 추진하기 전에는 CEO와의 명확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벤더와의 관계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이는 기업 운영의 핵심 요소이며, 경험을 통해 지속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항상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고 일부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먼저 문제가 되는 지점은 역량이다. CIO는 내부에 없는 전문 지식을 벤더를 통해 확보하길 기대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다른 경우가 많다.
이탈리아 수의학 서비스 기업 카잠파(Ca’ Zampa)에서 IT 및 디지털 전환을 총괄하는 프란체스코 초챠는 “벤더는 영업 단계에서 가장 유능한 영업 매니저를 보내지만, 실제 프로젝트 단계에서는 경험이 부족한 인력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반드시 피해야 할 실수로, 보유하지 않은 역량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 CIO는 이런 상황을 즉시 파악하고 모든 접점에서 경험 있는 인재의 투입을 요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명기기 제조사 3F필리피(3F-Filippi)의 그룹 IT 디렉터 바바라 브루네티는 “많은 CIO들이 벤더 내부에서조차 역량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다른 문제로 “벤더가 선제적으로 혁신이나 사용례를 제안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브루네티는 “오늘날 많은 CIO는 벤더가 AI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안내해 주기를 기대하지만, 실제로 그런 기대가 충족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IT 리더가 벤더에게 기대하는 요소
크레디아그리콜비타(Crédit Agricole Vita)의 기술 시스템 책임자 스테파노 봄바라는 “벤더를 차별화시키는 요소가 바로 고객의 니즈를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IT 리더는 단순히 계약서상 공급에 그치는 파트너가 아니라 기술, 사용례, 방법론에 대한 지속적인 솔루션 제안을 원한다. 특히 오랜 기간 협력해 상황을 잘 아는 벤더일수록 이런 선제적 제안 역량을 기대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CIO들이 벤더에 기대하는 또 다른 핵심 요소는 기술과 조직 자체의 발전 가능성이다.
봄바라는 “벤더가 기술 개발에 투자하지 않으면 결국 그 피해는 CIO에게 돌아온다. 대부분의 기업은 핵심 관리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벤더가 이를 지속적으로 최신 상태로 유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술 격차가 크게 벌어져 이를 해소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는 운영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비스 제공 방식에 있어서도 IT 리더들은 유연성을 중요하게 요구한다. 많은 IT 프로젝트에서 사람 중심의 협업이 핵심이기 때문에, 진행 중에도 대화와 변경이 가능한 여지를 벤더가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CIO들의 공통된 기대다.
화학기업 서피스그룹(Surfaces Group)의 CIO 디에고 칠레아는 “기업은 벤더에 원하는 바와 기대 결과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이후에는 벤더가 계약서에 명시된 범위를 넘어서는 유연성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불안정해지는 벤더 시장
벤더의 잦은 통합과 인수합병(M&A)이 CIO들에게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많은 벤더가 사라지거나 다른 기업에 흡수되면서, CIO는 신뢰하던 파트너와의 연결고리를 잃거나 필요한 전문성을 더 이상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브루네티는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역량을 갖춘 파트너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대형 벤더들이 내부 조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내부 사업 부서를 재편하거나 인력과 전문성을 잃으면서, CIO와의 관계가 복잡해진다. 10년 전보다 벤더 시장의 안정성이 떨어졌고, 지금은 젊은 CIO에게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보장할 수 있는 파트너를 추천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CIO는 불안정성을 헤쳐 나가기 위해 자신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겪는 특유의 어려움
벤더와 협상 및 협업할 때 중소기업은 고유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초챠는 “우리는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여러 투자 펀드를 통해 성장했고, 이후 카잠파 그룹에 합류했다. 기업의 초기 단계에서 벤더와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기업이 아직 젊을 때는 내부 전문성이 부족해 자원을 핵심 비즈니스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례에서는 이탈리아 전역의 동물 병원을 인수 및 개발하는 데 집중했으며, 그 과정에서 외부 파트너에게 전문성과 운영 역량을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언제나 유리한 조건으로 협력 관계를 맺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업 규모에 맞는 적정한 벤더를 찾는 일이다. 중소기업은 보통 비용 부담이 덜하고 더 유연한 동급 규모의 벤더를 선호한다. 카잠파의 경우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이탈리아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이제는 더 큰 규모의 벤더를 검토하고 있다. 초챠는 벤더와 협업할 때 가장 중요한 2가지 요소로 유연성과 신뢰를 꼽았다. 이 같은 맥락에서 브루네티 역시 벤더 문제를 매우 중요한 과제로 언급했다.
브루네티는 “우리는 대기업에 근접한 규모이지만, 여전히 대규모 IT 조직을 갖춘 기업 수준의 규모나 예산이 부족한 전형적인 이탈리아 제조 중소기업이다. 4명의 팀을 이끌고 있으며, 공장을 비롯해 일부 해외 지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 생태계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인프라와 2차 시스템 서비스까지 지원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지만, 우리에게 꼭 맞는 업체를 찾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벤더와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전략
서피스그룹의 칠레아는 벤더와의 원활한 관계와 질서 있는 종료를 위해서라도 계약서를 꼼꼼히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담당자는 자주 바뀌며, 상황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모든 내용을 문서화해야 한다. 오늘날에는 5년 단위의 전략을 수립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에 계약 조항이 무엇보다 핵심적”이라고 설명했다.
CIO들은 클라우드 벤더와의 계약 역시 세심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SaaS 서비스는 계약 조건을 통해 잠재적 위험 요인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많은 클라우드 벤더가 일반적으로 무거운 이용 약관(T&C)을 부과하고 문제가 생겨도 전담 연락 창구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요한 고려사항은 벤더 종속을 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기술 도입을 제한해 단일 벤더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너무 많은 솔루션을 도입하면 IT 운영과 인력 역량 측면 모두에서 복잡성이 커지기 때문에,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또한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벤더와의 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해 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브루네티는 “과거 단일 벤더에 서비스를 집중시키는 실수를 저질렀다. IT 관리가 단순해질 거라 생각했지만,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지금은 원칙적으로 각 영역마다 최소 2개 이상의 업체를 두려 한다”라고 말했다.
초챠는 벤더 간에 형식적인 영업 약속이 아니라 실제 운영 과정에서 대등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투명하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며, 그래야 잘못된 기대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건전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한 제품이나 솔루션에 여러 벤더가 관여할 때 기업의 IT 책임자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모두를 한자리에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래야 책임 회피를 막고 효과적인 협업을 촉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모든 벤더를 ‘워룸(war room)’에 모아 문제를 설명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함께 트러블슈팅을 진행한다”라고 말했다.
CEO와의 관계
CIO가 CEO에게 직접 보고하며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브루네티는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구조가 계약을 선택하는 과정뿐 아니라, 더 적절한 서비스를 위해 추가 비용을 정당화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CEO와 신뢰 관계가 구축돼 있으면, CIO는 특정 벤더와 프로젝트가 왜 타당한지 명확히 설명할 수 있고, 기존 선택과 다른 변화를 제안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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