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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Sudakow

‘그래서 정확히 뭔데?’ 남용되는 12가지 IT 용어

기업에서는 각 부서마다 특이하고 낯선 은어를 사용하곤 한다. IT 역시 예외는 아니다. 클라우드, 생태계, 폭포수, 스프린트, 스크럼, 심지어

생태계
IT에서 말하는 생태계는 바이오스피어 2(Biosphere 2)가 아니다. 물론 기업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죄다 환경운동가임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그저 얼마나 많은 시스템과 기술이 상호 통합되고 상호 의존하는지를 나타내는 말일 뿐이다. 개념적으로 보면 일리가 있지만 너무 남용된 탓에 IT와 무관한 사람들 대다수는 그냥 무시한다. 생태계라는 단어는 지구 온난화에 관한 대화에서 계속 사용하도록 두고, IT 시스템 마이그레이션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빼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미지 : TODD KALE>
클라우드
클라우드는 새로 부상한 용어는 아니다. 클라우드 기술에 관한 논의는 꽤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클라우드라고 하면 닥터 수스(Dr. Seuss)의 구름 이야기가 연상되지만, 물론 이 둘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 그러나 클라우드는 사실 복잡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클라우드와 클라우드 컴퓨팅이 돌아가는 내부 원리에 대해 굳이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내 데이터가 내 하드 드라이브가 아닌 다른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 정도는 이해한다. 그 정도로 충분하다.


<이미지 : TODD KALE>

데브옵스
IT 특수부대 이름인가?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 게임을 너무 많이 한 부작용으로 필자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IT와 무관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데브나 옵스가 뭔지 모르니, 그 둘을 합쳐 만들어진 더 복잡한 것을 알 턱이 없다. 사실 기업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시스템이 비즈니스 요구를 반영해서 개발됐는지, 그 시스템이 실제 가동될 때 이를 지원할 인프라가 있는지 정도만 알면 족하다. 데브옵스? 그런 말은 듣고 싶지도 않다.

애자일 개발
한때는 폭포수에 대해 말했다. 필자는 ‘생태계’에서 하이킹을 즐길 때 아직 폭포를 즐겨 찾지만 폭포수라는 용어는 이제 유행에 뒤쳐진 모양이다. 지금은 너도나도 애자일 개발을 말한다. 우리는 대부분 애자일 개발이 ‘체조하면서 프로그래밍하기’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안다. 그러나 애자일 개발 방법론이 실제 무엇인지는 대부분 모른다. 따지고 보면 지금은 시대에 뒤쳐진 폭포수 방법론이 무엇인지 역시 대부분 몰랐다. 다만 아는 척하는데 능숙했을 뿐이다. 시간만 주면 조만간 애자일 개발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는 방법도 배우게 될 것이다.

스크럼
럭비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스크럼이 덩치 크고 목 짧은 여러 남자들이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는 뭔가를 뜻한다는 정도는 안다. 방 안에서 IT 담당자들이 지금 그걸 한다는 걸까? 얼마 전에 IT 헬프 데스크에 전화를 했을 때 평소보다 응답이 늦은 것도 그래서였나? 전화를 받아야 할 사람이 20명의 거구들 밑에 깔렸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IT 부서 내에서는 뜻이 통하겠지만 그 안에서만 사용하고, 밖에서는 격렬한 럭비 스포츠와 혼동될 일이 없는, 이해하기 쉬운 다른 용어를 사용해주면 좋겠다.


<이미지 : TODD KALE>

스프린트
IT 부서의 김군이 자메이카의 위대한 스프린터 우사인 볼트와 같은 물에서 노는 사람일 줄 누가 알았을까? 겉모습만 봐서는 결코 알 수 없다. IT에서 말하는 스프린트는 민첩한 개발의 일부로, 짧고 집중적인 개발 및 테스트 주기를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뜻은 통한다. 문제는 숨돌릴 틈도 없는 그 스프린트를 거의 항상 한다는 데 있다. 이 방법론에 “숨 쉬는 시간”을 넣어준다면 좀더 우호적으로 그 용어를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쿠키/빵가루
필자의 집에는 18개월된 아이가 있어서 세사미 스트리트(Sesame Street)를 자주 본다. 필자는 거기 나오는 쿠키 몬스터를 아주 좋아하는데, IT에서 말하는 쿠키와 빵가루는 종류가 좀 다르다. 인터넷 관련 작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쿠키가 뭔지 어느 정도 알고, 방문한 페이지와 검색한 내용을 보여주는 흔적이라는 개념도 이해한다. 빵가루(breadcrumbs)도 같은 뜻인가? 아니면 다른 뜻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른다. 쿠키는 세사미 스트리트, 빵가루는 헨젤과 그레텔로 족하다.


<이미지 : TODD KALE>펌웨어
단언컨대 IT 부서 외부 사람들 중 83%는 펌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차이를 모른다. 아는 17% 중에서 적어도 절반은 IT 구직자들이므로 ‘IT 부서 외부’라는 조건에서 제외해야 마땅하다. 15살 먹은 필자의 아들은 펌웨어에 대해 한참 설명해주곤 한다. 주의를 기울여 들으려고 노력하지만 집중하기가 어렵다. 정의상 펌웨어는 컴퓨터에 내장된 소프트웨어다. 그러니까 펌웨어는 소프트웨어가 맞다? 하지만 진짜 소프트웨어는 아니고? 소프트웨어처럼 쉽게 삭제되지 않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 그쯤 해두자.


<이미지 : TODD KALE>

게임화(Gamification)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게이머들이 세계를 점령했다. 필자는 퇴근 HR 면접 교육을 슈퍼히어로를 동원해 “게임화”한 고객과 일을 한 적이 있다. 모든 것을 게임화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게임화라는 용어는 다소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다음 회의에서 필자는 게임화를 게임화하자고 제안할 작정이다.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어쩌면 매트릭스로 들어갈지도 모른다. 필자는 파란 약을 삼킨 게 분명하다.

퍼펫 마스터
이 용어를 들을 때마다 대부의 말론 브란도가 생각난다. 우리 모두를 끈에 매달아 조종하는 IT의 대부가 있는 것일까? 일 습관을 유도하는 온갖 새로운 기술들을 생각하면 가끔은 그렇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런 정의가 있다. ‘퍼펫은 보통 시스템 구성을 위해 퍼펫 에이전트와 퍼펫 마스터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에이전트/마스터(클라이언트/서버) 아키텍처를 사용한다. 또한 퍼펫 애플리케이션과 함께 독립 아키텍처에서도 실행될 수 있다.’ 참 깔끔하게 정리되는 정의다. 대부나 보러 가야겠다.


<이미지 : TODD KALE>중첩(nesting)
봄에 침실 창문 밖에서 시끄럽게 지저귀는 참새들이 둥지를 트는 것(nesting)과는 무관하게, IT는 서로 다른 논리 구조가 결합되는 프로그래밍과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을 말하는 듯하다. IT가 비즈니스 담당자들과 이야기하면서 중첩에 대한 말을 꺼내기 시작하면 비즈니스 담당자는 예를 들어 연간 운영 예산과 같이 조금이라도 더 잘 아는 쪽으로 딴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미지 : TODD KALE>프론트 엔드/백 엔드
다행히 프론트 엔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무엇인지는 대부분 알고, 모종의 과정을 거쳐 다른 곳에 있는 데이터에 접근한다는 것도 어렴풋이 인식하고 있다. 더 중요한 점은 우리는 프론트 엔드 외에는 사실상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백 엔드가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데이터 액세스 계층, 분산 데이터 시스템, 서버 측 파일 등에 대한 세부적인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면 불편함과 어색함을 느끼고 완전히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그냥 다음 회의에서 똑똑한 척하는 데 도움이 될 TPS와 같은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프론트 엔드를 쉽게 사용할 수 있기만 하면 된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