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최근 행보 몇몇이 시사하는 바는 아이폰이 개인 헬스 허브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헬스케어 산업 자체를 뒤흔들 것이다.
거의 10년 동안 미국의 헬스케어 사업자들은 미 정부의 전자 의료 기록에 대한 요건을 충족시키는데 힘써왔다. 이 요건들은 의사, 병원, 여타 관련자들이 종이 기록에서부터 탈피하도록 의도된 것이었다.
헬스케어 워크플로우를 단순화하고, 이질적 사업자간에 환자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고, 연결 및 검색이 강화되면서 환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고, 이용자가 연관 정보에 전자적으로 접근하고 이를 공유해 자신의 건강을 보다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적이다. 정부가 원하는 것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통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기관의 총체적 노력, 일선 헬스케어 근로자와 감독자를 위한 여러 신제품들, 그리고 전자 의료 기록의 광범위한 도입에도 불구하고 위 약속은 대다수가 아직 지켜지지 않았다.
가장 심각한 실패 지점은 시스템 상호운용 불능이다. 전문적이고 유의미한 이용 요건들이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아직도 자신의 기록에 쉽게 접근할 수 없고, 또는 정확하고 유관한 정보가 의사들간에 전달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 정확한 세부정보가 결여된 경우가 흔하고, 이를 수집하는 일은 사업자의 몫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애플은 다양한 헬스케어 이니셔티브로 이러한 상황을 바꿔내려고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앞으로 출시될 iOS12이다. 어쩌면 애플은 난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의료 기록을 재발명할 수 있는 회사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실패한 이유
15년 전에만 해도 미국의 대다수 의료 사업자는 종이 기록을 이용했다. 다른 산업과 달리 헬스케어는 PC혁명의 영향 너머에 있었다. 기존 이해 관계자들과 전자 기록 계획을 배치하는 비용 때문에 “이게 지금까지 우리가 일해온 방식이다”와 “고장 난 것을 고치지 말라”는 논리가 힘을 받았다.
특히 의사들은 PC를 이용해 워크플로우를 관리하는 법을 배우려 들지 않았다. 그들이 받은 교육이나 경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일의 진행을 더디게 하고 의사와 환자 사이에 장벽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디지털 이전 세계에 고착되어 있는 의료 업계에 대응해 미 의회는 법을 제정하고, 연방 관료들은 규정을 다듬기 시작했다. 2009년 건강 정보 기술법(HITECH act)이 발효되면서 전자의료기록의 도입을 전국적으로 장려하는 과정이 시작됐다. 아울러 의료보험법의 조항들까지 가세해 병원, 의료 집단, 여타 시설의 디지털화를 계속 밀어붙였다.
다수의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시장점유율과 매출을 늘리려는 욕구에서 독점 사업자가 되기를 추구했다. 이들은 자사 제품들 사이의 탁월한 상호 운용성을 구축했다. 기록, 처방, 청구, 실무관리 등에서였다. 그러나 제품이 경쟁업체와 상호작용하는 것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의료산업은 현재에 이르렀다. 대체로, 의료산업은 정부의 현대화 요구에 부응해왔다. 환자가 자신의 기록에 전자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요건은 현실화되었고, 헬스케어 관계자들은, 때에 따라 마지 못해, 전자 툴, 특히 모바일 툴에 기반한 워크플로우를 수용하고 도입했다.
그렇지만 한 시스템이나 사업자로부터 다른 시스템이나 사업자로 기록을 이동하는 부분은 개선되지 않았다. 전화와 팩스는 아직도 대다수 의료 사무실을 장악하고 있고, 이용자가 자신의 기록을 조회하거나 취합하려면 자신이 방문한 각 의사의 사무실 또는 시설에 있는 상이한 환자 포털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연방 및 주의 정보 공유에 관한 표준들은, 아직도 개발 중이긴 하지만, 완전히 기능하거나 의료 종사자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 현재에도 의료정보는 여전히 크게 격리되어 있다.
한 회사가 모든 사람의 의료 데이터를 관리할 수 없을까?
잠재적인 반-독점 및 가격-담합 문제 등의 결함이 없지 않지만, 통합 시스템 안에서 특정 사업자를 이용하는 데에는 장점이 있다. 이들이 전반적으로 단일한 툴 셋을 이용해 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이다.
이는 미국의 최대 의료보험사 중 하나인 (정부 또는 재향군인 프로그램 제외) 카이저 퍼마넨테(Kaiser Permanente)의 위력적인 기능의 하나이기도 하다. 카이저는 여러 시장에서 다수의 병원 및 의원을 소유하고, 이들 전체에 걸쳐 단일 툴 셋 및 기록을 사용하며 이를 미국 최대 민간 의료 정보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즉 부분적으로나마 카이저를 하나의 국가적 모델로 볼 수 있으며, 회사와 구성원은 거대한 규모에 따른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이 모델은 미국 내 다른 통합 의료 시스템에서 시험을 거쳐 채택되어가고 있다.
한편 몇몇 다른 선진국은 환자의 정보가 이들이 방문하는 사업자에 관계 없이 환자와 함께 이동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헬스케어 기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애플과 무슨 관계가 있길래?
애플은 여러 해 동안 헬스케어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회사는 다수의 업계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고, 정부기관의 명령 및 요건을 취급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비롯해 의료 기술 업계의 수많은 권위자를 채용했다.
의료 및 건강에 관한 한 애플 워치가 단연 관심을 독차지하지만, 사실 애플의 명백한 야심에 훨씬 더 근본적인 것은 헬스킷(HealthKit), 리서치킷(ResearchKit), 케어킷(CareKit)이다.
이미 수많은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개발자들이 아이폰 헬스 앱의 기저 프레임워크인 헬스킷(HeathKit)에 연계된 소비자 제품을 제작했다.
리서치킷(ResearchKit)은 어느 때보다 더 광범위한 의료 연구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애플은 의사와의 데이터 교환을 용이하게 하는 공개적인 표준 규격 및 기능에 관한 솔루션을 구축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애플이 의료기록 및 실무관리 분야를 장악하고 있는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의사 및 병원에게 강요하는 전자 툴들이다. 사실, 이 회사들은 여러 해 동안 헬스킷(HealthKit) 플랫폼으로의 연계를 부분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이제 애플의 목표는 이 기능을 확대하는 것이다.
iOS12에 의해 애플은 이용자가 헬스 앱을 이용해 이러한 시스템에 연결되는 방식을 확장하고 단순화하고 있다. 이는 이용자가 데이터 출처에 관계 없이 한 장소에서 일관된 이용자 경험으로 질병, 약물, 실험 결과 등의 유관 정보를 조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 정보는 헬스 앱의 발표 이래 이의 일부였던 데이터에 부가된 것이다.)
헬스 허브로 부상하는 아이폰
사용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능력은 각 사용자의 건강에 대한 니즈, 그리고 의료 사업자가 이들을 충족시키는 방법에 대한 보다 완전하고 보다 명확한 이해에 의해 한층 원활해진다. 여기에 헬스 트래커 같은 개인 장비, 네트워크 연결 의료 기기 (혈당 모니터, 혈압 측정 가압대 등), 급성 또는 만성 질환을 관리하기 위한 앱 및 증상 추적이 가세한다. iOS12는 이러한 모든 외부 출처로부터의 건강 데이터를 취합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
애플은 헬스 앱에서 여러 시설에 있는 당신의 의료 기록으로 데이터를 공유시킴으로써 이 노력을 비교적 쉽게 진척시킬 수 있다. 따라서 아이폰은 각 사용자의 데이터를 모두 조회할 수 있는 허브일 뿐 아니라 데이터를 모든 사업자에 걸쳐 연결시키는 접착제 역할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리가 부러져서 응급 처치를 받으러 간 상황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응급실에서 (또는 심지어 응급실로 실려가는 도중에도) 환자은 해당 응급실의 기록에 연결된다. 그곳의 의사는 환자의 전체 건강 이력을 즉시 조회할 수 있다. 응급센터를 떠날 때 환자는 아이폰으로 자신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는 정확히 iOS12에서 가능하다). 후속 방문 일정 전에, 소비자 건강 앱으로 하듯이 그냥 정보를 공유시킴으로써 응급실의 임상 데이터를 정형외과로 보낼 수 있다. 아이폰은 사업자들 사이에 데이터가 이동하는 도관 역할을 하고, 언제 무엇을 공유할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건강진단은 어떨까? 건강진단을 하러 간다면 주치의가 당신의 최신 의료정보는 물론 과로가 육체활동과 수면패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와 같은 여타의 건강 지표들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면 유용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는 iOS12가 부분적으로 제공하게 될 기능, 즉 아이폰이 각 사용자의 의료 데이터의 허브가 되는 기능이다. 현재 결여된 가장 큰 기능은 각 개인의 임상 데이터를 각 시설에서 자동 업데이트하는 기능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가 없더라도, 취합된 건강 정보를 손쉽게 휴대하고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전체적으로 정확히 업데이트될 수 있다. 직원이나 간호사가 수작업으로 휴대폰에서 연관 데이터를 복사해오기는 해야 할 것이지만 말이다.
이 시스템은 누구에게나 유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만성 및 복합 질환을 가진 사람, 또는 질병마다 상이한 전문의를 요하는 복수의 만성 및 복합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특히 중요하다. 이는 개인에게도 의료 사업자에게도 커다란 편의이다. 의료 사업자는 건강 정보를 손쉽게 입수하여 보다 양호한 케어를 전달할 수 있다. 아울러 각종 질병에 대한 검사와 치료를 줄여 비용도 절약된다.
우리가 휴대폰을 거의 항상 휴대한다는 사실은 다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비상 시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헬스케어 사업자는 헬스 앱을 사용해 중요 데이터에 액세스할 수 있다. 사실 헬스 앱은 심지어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홈 화면으로부터 액세스하여 비상 의료카드를 제공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시험대에 선 애플
중요한 질문은 애플이 과연 이를 해낼 수 있을 것인가라는 것이다. 소비자는 지금까지 정부, 병원, 의료집단, 헬스케어 IT회사가 해낼 수 없었던 것을 아이폰이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대답은 ‘그렇다’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취합할 수 있는 기능이 존재한다. 사용자를 데이터를 사업자에 걸쳐 두루 공유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조만간 가능할 것이다). 이유를 설명해보겠다.
건강은 CEO 팀 쿡이 여러 해 동안 관심을 두었던 분야이다. 건강과 삶을 개선하는데 기술을 이용한다는 비전 그리고 자원을 바탕으로 애플은 일류 건강 의료 자원 회사로 자리매김될 수 있다. 애플이 기술 프라이버시를 강력히 옹호한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특히 애플은 연결형 디바이스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고, 이는 애플 워치에서 얻은 경험의 연장이다.
대형 전자 기록물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이미 가세에 나섰다. 애플은 이러한 관계를 개발할 시간이 있었고, 이들 회사는 자사 제품에 지원을 구축하여 도입 시의 중대한 장애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IT와 BYOD가 직장인이 자신의 디바이스를 집에서 사무실로 가져오면서 소비자화 트렌드가 추동된 것과 마찬가지로 이 또한 소비자들이 주도할 것으로 기대한다. 아이폰 이용자가 자신의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면 자신의 건강에 대해 보다 완전한 그림을 자발적으로 그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폰에 있는 데이터를 병원과 의료 사업자가 사용하도록 종용할 것이다.
소비자가 솔루션을 요구하거나 그냥 스스로 솔루션을 찾거나/만들면서 최근 몇 십 년 동안 와해가 일어난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폰 소유자는 아이폰을 건강 허브로 만들려고 할 것이다. 분명히, 이러한 종류의 동기는 정부 강제나, 의료 분야 종사자로부터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는 단순한 솔루션을 원하는 이용자들로부터 나올 것이다.
iOS12는 보수적이었던 헬스케어 분야의 변화를 암시하는 전조이다. 그리고 애플은 다른 회사들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변화를 추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당연히, 경쟁은 불가피할 것이고, 모바일 전장의 다른 업체들도 자신의 몫을 가져가려 할 것임이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그 때쯤이면 애플은 이미 시장을 선점한 상태일 것이다.
* Ryan Faas는 테크놀로지 저널리스트이자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dl-ciokorea@foundryco.com